'갈무리하다'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모아서 정리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컴퓨터가 그리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 우리는 어떤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책이나 신문을 뒤졌다. 그리고 그 자료를 보관하는 방법은 '갈무리', 즉 원하는 정보가 있는 잡지나 신문, 책을 구입하여 보관하던가, 혹은 그 중 원하는 부분만 오려서(때로는 과감하게 찢어서) 별도로 보관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보들을 잔뜩 모아 놓은 두꺼운 자료집들은 자기만의 보물이었다. 책꽂이 가득 꼽혀 있는 자료집들은 때로는 누군가의 일생을 모아 놓은 총체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검색의 시대'가 찾아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검색해봐" 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두꺼운 책들을 몇 시간이고 뒤적여야 했다면, 지금은 초 단위로 정보를 검색해 낼 수 있다. 구글은 검색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다. 그것은 아마 대부분의 포털 서비스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색이란 이 시대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어느 웹사이트를 가도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초창기 검색엔진은 검색 조건이 별도로 존재했다. 예를 들어 '영화'와 '배우'를 검색하려면 '영화 and 배우'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럴 필요 조차도 없어졌다. 어떤 방식을 이용해서 검색을 해도 결과는 나온다. 


  결과는 나온다. 인터넷에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의 자료들 조차도 준비되어 있다. 여러분들이 1930년대 동아일보를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1930년대에 나와있는 동아일보를 볼 수 있다. 여러분들이 한겨레 창간호를 보고 싶다면, 간단하다. 검색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이 검색이 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이것이 과연 우리에게 편리함만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자신의 이름이 인터넷에 검색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돈을 받고 인터넷에 떠 있는 자신의 정보를 대신 지워주는 업체까지 생겨나는 형편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이후, 사람들은 정말로 '감시당하는 세상'이 올까 의문을 가졌지만 실제로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검색은 곧 검열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우리는 <1984>의 바로 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정보를 남겨야하고, 때로는 아주 손쉽게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어떤 면을 검색 몇 번으로 찾아 낼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SNS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낙관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검열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제 영화에서는 누군가의 정보를 알기 위해 굳이 그 사람의 컴퓨터를 해킹하거나 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검색하기만 하면 끝이다. 검색의 시대. 우리는 검색을 하는 것인가, 검색을 당하는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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