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K-5


남이사 값비싼 컴퓨터로 무엇을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이 포스팅 자체가 순전히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값비싼 IT기기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라고 묻는 것은, 아마도 내가 나 자신에게 묻는 것이리라. 이런 이야기들이 솔직히 이 포스팅을 읽고 있는 그대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오늘 밤에 내 자신이 내게 질문했던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할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겼다.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인 것이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이과생'이었지만, 정작 내가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대학이라는 곳에서 배운 것은 2000년 한 학기가 전부였다. 그 전에는 일본어를 일 년 전공했고, 그 이후에는 법학을, 그리고 국문학을 전공했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생'인 셈이다. 

그런 내가 컴퓨터에 취미를 갖게 된 것은, 중학교 무렵이었다. 애플 II+ 짭퉁을 어머니와 함께 세운상가에서 사왔다. 나는 본체, 어머니는 모니터를 힘겹게 끌고 왔다. 그나마도 모니터는 지하철 역에서 누가 발로 차서 조금 고장이 나 있던 상태였다. 그 시절 내가 흑백 애플 II+ 짭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친구와 함께 5.25인치 디스켓 한 박스를 들고 세운상가에 가서 게임을 잔뜩 복사해 오는 것 뿐이었다. 고백하건데 정품이라던가 불법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5.25인치 디스켓'에 잔뜩 게임을 복사하고, 메탈리카 백판 하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틀어놓고, 복사해 온 게임들을 하나하나 실행시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게임들은 전부 영어였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영어를 무척 싫어했다. 그 뿐인가. 다른 친구들은 재밌다고 즐기던 게임들이 나는 도대체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복잡했고,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게임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무렵, 나는 286 PC를 마련했다. 그 겨울,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앞둔 겨울 방학에 나는 모뎀이라는 것이 내 PC에 장착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 Medicomm 이라는 통신접속 프로그램을 구해왔다. 운이 좋게 전화선을 연결했고, 비로소 PC통신이라는 것을 접해보았다.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어머니에게 죽도록 혼이 난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ID를 만들라는 말이 뭔지 몰라서, 통신 프로그램이었던 Medicomm을 입력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대부분의 PC통신에 Medicomm이라는 아이디를 썼다. 

그 무렵, 다양한 컴퓨터 잡지들이 있었는데, 나는 '마이컴'이라는 잡지를 가장 즐겨보았다. 그 잡지에 나오는 '미래의 컴퓨터들'을 보면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나중에 커서 성인이 되면, 정말로 좋은 컴퓨터를 살 것이라고. 하나도 아니고 석 대, 넉 대는 살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지금 


넉 대의 PC를 가지고 있다. 한 대는 서울에 있는 집에 갔을 때 쓰는 데스크탑 PC다.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는 3대의 PC를 이용하고 있다. 맥미니 한 대, 13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 한 대, 그리고 ThinkPad X201i 노트북 한 대.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도대체 국문과를 전공하는 사람이 무슨 컴퓨터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소?"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여유만 된다면 더 많이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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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참으로


미친 짓 같다. 아무리 어린시절 꿈이었다지만, 내게 과연 석 대의 PC가 필요한지 자문하게 된다. 맥미니는 일반적으로 사진작업, 블로그 작성, 기타 '큰 화면을 필요로 하는 작업들'과 더불어 Mac OS X Server를 설치해서 이런저런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보통 글을 쓸 때는 씽크패드와 맥북을 번갈아가면서 쓴다. 씽크패드와는 달리 맥북은 조용해서 소설작업을 할 때 많이 이용한다. 논문을 쓸 때는 특수문자를 많이 써야 해서 윈도우 기반인 씽크패드가 더 효율적이다. 그렇다 한들, 이 PC들이 내게 과분한 것은 사실이다. 어디 그뿐이랴. 손목이 아프다고 인체 공학 마우스를 두 개나 구입했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만든답시고 값비싼 ASUS 공유기를 구입했다. 자료를 관리 및 백업을 한다며 WD의 4테라 짜리 마이 클라우드를 구입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명필은 아니었는지 좋은 글을 쓰려면 키보드의 타이핑 감촉이 중요하다며 기계식 키보드를 들였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쓰면서 블로그에 사용기도 올렸다.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도 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돈이 없어서 이런 '하드웨어들'을 구비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게 되고 블로그에 올릴 아이템도 사라지게 된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사실 노트북 한 대면 충분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석 대의 PC가 존재하고 있었다. 내 취미가 컴퓨터라고는 해도, 늘 새로운 하드웨어들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 취미는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 장비 수집'이라고.


내 컴퓨터 사용 용도를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먼저 소설을 쓰고, 논문을 쓴다. 인터넷으로 웹서핑을 하고, 사진 편집도 하며, 블로그도 한다. 나름 Mac-Fi를 저렴하게 구축해서 음악도 감상하고, 영화도 본다. 노트북이 있으니 아무래도 여행을 다닐 때 편리하다. 맥으로 외부에서 사진을 편집하던가, 카페에서 일을 할 때도 있다. 이만하면, 이만하면 나름 잘 활용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보다는 더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적어도 내 '취미가 컴퓨터 장비가 아닌 컴퓨터'라면, 이보다는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껏 어린 시절의 꿈이랍시고 구축해 놓은 시스템인데, 최소한 본전은 아니더라도 뭔가 성취감 같은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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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왕이면, '컴퓨터 장비'가 아닌 '컴퓨터 자체'를 취미로 갖고 싶었다. 내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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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한 것이 '소프트웨어'였다. 지금까지 장비는 잔뜩 사들여놓고, 정작 소프트웨어에는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컴퓨터의 재미는, 최신 기술의 하드웨어를 만져보는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것도 그 일부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결국 나는, '컴퓨터라는 재미있는 도구의 절반 만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래서 컴퓨터의 '나머지 절반의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리눅스를 배워보자고 생각했다. 두 권의 리눅스 관련 책을 구입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우분투와, 조금 전문적인 CentOS와 관련된 서적이었다. 맥에 가상머신을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서 설치하고 우분투와 CentOS 두 배포판을 밤새 설치했다. 파티션의 개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리눅스에 무료 클라우드 시스템인 OwnCloud도 설치해보았다. 그렇게 리눅스를 설치하면, 통째로 지워버리고 다시 설치했다. 아무래도 익숙해지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었다. 이런 작업을 하루 날 잡아서 끊임없이 반복했다. 리눅스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재미. 윈도우나 맥 OS만큼이나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다음에는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고 싶었다. 내 손으로 뭔가를 창조하는 재미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Hello, World!'를 모니터에 출력해보고 싶었다. 그냥 취미로 배워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나중에 내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서점에 달려가 JAVA 관련 서적 한 권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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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업에 태블릿이 좋다고 해서 (비교적) 저렴한 와컴 타블렛을 하나 구입(빌어먹을, 장비는 늘 이런 식으로 늘어나는 법이다)했다. 사진 작업 뿐만이 아니라 웹툰 같은 것도 배워보고 싶었다. 나는 소설을 쓰지만, 한편으로는 웹툰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겸사겸사 구입했고, 이전에 구독하던 Adobe CC를 연장구독했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뿐만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설치했다. 조만간 관련 책들도 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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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심지어 나는 아이패드 에어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이패드 에어는 내게 활용도가 제법 높았다. 논문을 읽는데 곧잘 유용했다. 작업하던 것들이 집에 있는 PC에 있는데, 급하게 그 결과물을 이메일로 보내야 할 때 아이패드와 Microsoft Remote Desktop 어플리케이션이나 VNC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맥이나 씽크패드에 원격접속해서 일처리를 마무리 한 적도 있었다. 아이패드는 그 활용도가 '소비적'인 면이 높지만, 사실 아이패드는 사용하기에 따라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언젠가 아이패드 활용과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한 번 제대로 포스팅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장비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게임만을 위해서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단순히 인터넷이라던가, 간단한 작업들을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용도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3백만원짜리 PC를 오로지 게임으로만 즐기기 위해 구입했다해도 그것은 개인의 가치 기준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은 값비싼 장비를 가지고 고작 게임이나 워드, 인터넷 쇼핑이나 하십니까? 저 처럼 다양하게 활용해보세요."라고 강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이 포스팅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여러분들은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 충분히 즐기고 있지만, 조금 더 다가가면 컴퓨터는 더 많은 즐거움과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컴퓨터 라이프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내가 어느 날 문득, 게임도 지겨워지고, 웹서핑은 시시한데다가, 인터넷 쇼핑을 하기엔 통장의 잔고가 턱없이 줄어들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냥 컴퓨터의 전원을 꺼버리지 말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아마 콜럼버스가 존재하던 시대에 지금과 같은 PC가 존재했다면,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대신 웹 서핑을하고 있던가, 아니면 코딩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컴퓨터란, 파고들수록 더 많은 것들이 튀어나온다. 단순히 워드작업이나, 영화감상, 게임을 즐기는 것 이외에도 컴퓨터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은 지금 결코 저렴하지 않은 여러분들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SNS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할 수도 있으며, 혹은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에게 보내 줄 멋진 사진 한 장을 편집 할 수도 있다. 평소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라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웹서핑을 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 곳에 모아 나만의 시사 분석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들은 이 쓸모없는 포스팅을 읽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 이 창을 닫고, 본연의 기능에 단지 몇 퍼센트만 이용되고 있는 여러분들의 PC에 대한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끓여 놓고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컴퓨터는 커피를 싫어하니,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주의를 기울여서, 여러분들의 앞에 놓여 있는 컴퓨터에 대고 (마음 속으로) 물어보도록 하자. 


"너는 나를 얼마나 더 즐겁게 해 줄 수 있니?"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4.12.26 03:18 신고

    저도 아직 제가 갖고 있는 맥북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ㅠ ㅠ 논문이랑 블로그 용으로 사용하고 사진편집정도 ㅎㅎ 게임을 한다면 심시티 정도인데.. 그건 하지 않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좀더 더 많이 활용할수 있는 것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저도 새로운 os는 설치하고 보는 편인데... 리눅스도 이리저리 해보니 재미있더군요 ㅎㅎ 윈도우는 이제 쓰지 않으려 노력중입니다. 사무실에서만 쓰려구요 어떻게든지 ....

  2. 씽크패드 2015.04.21 16:15 신고

    000님 안녕하세요, 씽크패드 마케팅팀입니다! 씽크패드에 대란 리뷰를 찾아보다가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현재, 페이스북과 레노버클럽에서 씽크패드 유저들만을 위한 혜택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30만원 상당의 씽크패드 패키지도 선물부터, 트위스트 마웃, 페이퍼 토이까지 선물 드리고 있으니, 한번 방문하셔서 참여 부탁드릴께요!
    씽크패드 매니아 3호를 찾아라! url
    http://www.lenovoclub.co.kr/event/2015/thinkpadmania4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저희 씽크패드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정새롬 2015.07.18 10:53 신고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국문과 출신이셔서 더 그런것 같네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


리눅스는 전문가들이나 몇몇 컴퓨터 긱(Geek)들이나 쓰는 OS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설치부터가 쉽지 않았다. 파티션의 개념도 혼란스러웠으며, 무엇보다도 그렇게 해서 힘들게 리눅스를 설치하더라도 도무지 어디에 써먹을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MP3 플레이어도, 영화감상도, 게임도 쉽지 않았다. 인터넷 뱅킹은 물론이거니와 관공서 사이트, 인터넷 쇼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리눅스는, 그야말로 전문가들이나 컴퓨터에 미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그런 것에 불과했다. 


맥도 비슷


했다. 그러나 맥은 리눅스에 비해 좀 낫다. Windows PC에 흔히 사용하던 프로그램들과 대응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예컨대 다음 팟 플레이어나 곰플레이어가 윈도우의 동영상 프로그램이었다면, 맥에는 무비스트라는 것이 있었다. 윈도우에서는 Foobar 2000이라는 최고의 음악감상 프로그램이 있지만, 맥에는 (비록 유료지만) Audirvana가 있었다. 물론 무료 프로그램들도 찾아보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맥으로 인터넷 뱅킹, 관공서 사이트 이용, 인터넷 쇼핑등은 어렵거나 불가능했다. 그 부분은 리눅스나 맥 OS나 별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쓰다보니 맥이 


편했다. 우리나라에서 윈도우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ActiveX를 필요로 하는 웹사이트를 가야한다던가, 게임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맥은 일반 Windows PC나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Windows PC를 쓰다보면 PC에 덕지덕지 붙는 툴바, 기타 ActiveX 프로그램들이 없어서 좀 더 쾌적하다고나 할까. Windows PC는 혼자 청소까지 해야하는 개인사무실 분위기였다면, 맥 OS는 비서가 청소라던가 기타 잡일들을 다 해주고, 나는 작업만 하면 되는 그런 사무실과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나는 Windows PC도 좋아해서 ThinkPad X201i 랩탑과 함께 작업을 한다. 어쨌든 맥은 일단 설정만 끝나면 별달리 신경쓸 것이 없는, 그런 OS였다. 


그러면 리눅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Windows PC도 윈도우만 설치한다고 해서 모든 작업들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윈도우도 동영상을 무리없이 감상하려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했고, 인터넷 뱅킹이나 관공서 사이트에 가려면 거의 십여 분에 걸쳐 액티브X를 설치했으며, 음악을 들을 때도 FLAC파일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그러면 윈도우가 리눅스나 맥 OS와 다를 바가 있을까? 물론 오피스를 주로 써야 할 때는 '오픈 오피스'라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PC로 하는 일반적인 작업들은 리눅스에서도 무리없이 가능했다. 


리눅스를 설치했다


요즘 리눅스는 설치도 어렵지 않다. 그냥 시키는대로만 따라하면 된다. 나는 리눅스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분투를 설치했다. 웹서핑은 무난했다. 동영상은 VLC 플레이어를 설치했으며, 음악파일은 클레멘타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정도만해도 일반적인 PC사용은 가능해진 셈이다. 그렇게 리눅스를 써보니 이것도 쓸만했다. 오히려 윈도우가 더 번잡스럽게 느껴졌다. 

인터넷 뱅킹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했다. 인터넷 쇼핑도 리눅스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스마트폰으로 결제 했다. Wine 이라는 프로그램을 쓰면 윈도우용 프로그램도 설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리눅스는 무료 아니었던가. 


나는 초보 리눅서지만


그래서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최소한 지금의 리눅스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PC환경에서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전문적인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리눅스는 무료 소프트웨어이다. 그리고 PC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웹서핑, 음악감상, 영화감상 등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정도만으로도 리눅스는 한 번 설치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 Favicon of http://hlifeinfo.tistory.com BlogIcon HLIFEINFO 2014.12.21 21:51 신고

  2. BlogIcon 보노보노 2014.12.23 08:27 신고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다.

  3. 2014.12.23 10:25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12.23 23:52 신고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맥에서 가상 프로그램으로 리눅스를 깔아 씁니다. 네이티브로 설치하는 것과는 약간 다를 수 있는데, 조만간 한 번 설치과정을 간략하게나마 포스팅해보겠습니다. ^^

  4. 그렇다면 2014.12.23 10:33 신고

    한글 문제를 해결하셨군요...^^ 한글에서부터 좌절한 1인

    노트북은 키보드도 달라서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12.23 23:53 신고

      한글은 Shift + Space를 이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조만간 리눅스 설치 포스팅을 하면서 이 부분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만, 저도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5. Favicon of http://kangbalja.tistory.com BlogIcon 강발자 2014.12.23 12:10 신고

    잘읽었습니다~ 리눅스도 쓸만하다는걸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12.23 23:54 신고

      감사합니다. 사실 리눅스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웹서핑, 음악감상, 동영상 정도는 일반 유저분들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언제 한 번 리눅스 활용에 대한 포스팅도 연구하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6.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4.12.24 08:24 신고

    맞아요...ㅎㅎ 리눅스도 그렇게해서 쓰면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이젠 한글뷰어도 나오고 해서 ....

    저도 리눅스 쓰다가 맥으로 왔지만.. 괜찮은 것 같아요.. 윈도우를 맥에 부트캠프로 설치 했는데... 한달에 한두번꼴로 들어가길래... 아이에 삭제 했답니다. 리눅스 설치했을때도 그랬지만요..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12.24 18:16 신고

      저도 간혹 필요해서 윈도우를 쓰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안쓰긴 합니다. ^^

  7. Favicon of http://billnote.net BlogIcon 빌노트 2014.12.24 17:17 신고

    저도 리눅스로 이것 저것 도전해보고 있는 중인데
    많이 공감되네요^^ 잘 읽고 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8. Favicon of http://coffee001.tistory.com BlogIcon Bimil 2014.12.24 19:34 신고

    와.. 겁나게 비슷한 생각이시네요. ^^ 비슷한 포스팅이 있어서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

  9. Favicon of http://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4.12.24 20:53 신고

    리눅스에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UFRAW라는 걸출한 툴이 있지요. 이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리눅스 켤때가 꽤 있습니다... RAW->JPG 변환해주는 사진관련 툴인데 코닥스러운 색감을 낸다던... ㅋㅋㅋ

  10. Favicon of http://khori.tistory.com BlogIcon Khori(高麗) 2014.12.26 02:05 신고

    제한적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점도 많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사무용프로그램과 오락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는점도 많아요

  11. Favicon of http://goodtaxi.tistory.com BlogIcon D00kie™ 2014.12.26 09:11 신고

    본인은 리눅스 깔았다가 컴터 전체가 밀려서 d드라이브에 논리 분리된 데이타 모두가 날아갔습니다.
    설치시 조심하십시요 d드라이브를 따로 저장하시거나 설치시 경고문을 잘 보셔야 할듯

  12. Favicon of http://wondangcom.com BlogIcon 원당컴퓨터학원 2014.12.30 07:56 신고

    머니머니해도 무료라는게 한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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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에 '성애자'라는 단어가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당연히 변태스러운 뉘앙스이다. 그러나 이 부정적인 단어는 요즘 언론상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매니아'의 좀 더 집착스러운 버전이랄까. 어쨌든 필자는 근래들어 '입력장치(Input Device) 성애자'가 된 기분이다. 일전에 MS에서 나온 Ergonomic Mouse에 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다음에는 Vortex의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포스팅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블로그에 포스팅하지는 않았지만 와컴의 태블릿도 하나 구입한데다가, 애플의 트랙패드, 매직 마우스, 애플 무선 키보드, 레오폴드의 청축 기계식 키보드, 체리에서 나온 유선 마우스, 로지텍의 M905마우스 등 종류도 다양한 입력장치들이 주변에 널부러져 있으니 그럴법도 하다. 


사실 필자는 예전부터 '필기구'에 관심이 많았다. 만년필이나 고급 펜들도 제법 모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출석체크를 할 때를 제외하면 도통 이 펜들을 쓸 일이 드물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노트와 펜을 항상 지니고 다니지만,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에 메모를 하게 된다. 그리고 집이나 학교에 가면, 여전히 나는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이 그런 세상이니까. 


키보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마우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이다. 예전 로지텍에서 나온 VX나노 무선 마우스를 만족스럽게 사용하던 중에 커피를 쏟아 고장이 난 것이다. 다시 구입하려고 봤더니 단종이 되어버렸다. 커피를 쏟았기 때문에 AS를 받을 수도 없었다. 울며겨자먹기로 가장 비슷한 마우스를 골라 구입한 것이 로지텍 Anywhere MX(M905) 모델이었다. 그런데 로지텍의 고질적인 '더블클릭' 현상이 구입하고 2년 쯤 후에 발생했다. 버리기엔 아깝고, AS센터를 가져갔더니 (놀랍게도) 새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아닌가. 공짜로 새제품을 얻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그 전에 나는 '트랙볼'이라는 입력장치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교환받은 M905마우스를 맥북에 물려주기로 하고, 맥미니에 쓸 트랙볼을 알아보았다. 켄싱턴 제품은 너무 비쌌고, 유선이라는 점이 걸렸다. 그렇게 찾아 본 것이 바로 로지텍의 M570 트랙볼이다. 


사실, 마우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장치인가를 깨닫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서,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래서 좀 더 고가의, 몸에 맞는 장비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마우스는 키보드만큼이나 오래 붙잡고 있는 장치여서 근래들어 손에 편한 마우스를 찾아다녔다. MS의 Ergonomic Mouse를 구입한 이유도 손목 때문이었다. 


그러나 MS의 Ergonomic Mouse는 문제가 있다. 제품은 좋은데 맥과는 상극인 것이다. 일단 윈도우 버튼 하나가 놀게 되고, 전용 드라이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 기능을 쓰려면 Steermouse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Steermouse를 구매하느니 차라리 맥을 지원하는 마우스를 하나 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트랙볼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솔직히 필자는 Apple II+ 짝퉁 시절부터 컴퓨터를 했지만, 이상하게도 트랙볼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트랙볼을 한 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 트랙볼은 언젠가는 사라질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가 비디오에 밀리듯, 터치패드 시스템에 트랙볼도 밀려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평생 트랙볼을 써 볼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ENTAX K-5


그렇게 해서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로지텍의 M570이다. 트랙볼 계의 지존이라는 켄싱턴 제품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트랙볼이 나와 얼만큼 잘 맞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을 선뜻 구매할 수는 없었다. 




<영화 Paris under watch(국내 개봉명 '해커즈')의 주인공이 사용하는 켄싱턴 트랙볼. 아마도 '슬림 블레이드'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4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M570트랙볼은 결론적으로 대만족이다. 일단 필자의 시스템은 좌 트랙패드, 우 마우스 시스템이다. 일단 맥에서는 트랙패드만큼 편한 것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작업을 할 때는 마우스가 필요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애플의 매직 마우스를 쓰거나 혹은 로지텍의 M905마우스를 이용했다. 



iPhone 6 Plus


트랙패드는 맥을 제어하는데(주로 슬라이드) 종종 이용하고, 평소 웹 서핑에는 마우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로지텍 트랙볼의 장점은 마우스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옆에 마우스패드를 깔 필요도 없다. 그냥 볼만 움직여주면 된다. 무엇보다도 M570의 그립감이 만족스럽다. 마우스를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당연히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뿐더러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도 인체공학적(마소의 어고노믹 마우스와 흡사하다)이어서 손에 부담이 없다. 그러나 어떤 유저들은 엄지손가락으로 볼을 굴리는 것이 부담스럽고 엄지손가락에 무리가 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필자는 아직 엄지손가락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처음에 마우스를 움직이는 형식이 아니어서 좀 어색할지도 모르는데, 의식적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금새 익숙해진다. 흡사 씽크패드의 빨콩을 움직이는 기분이다. 아니, 터치패드의 아날로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더 편할지도 모른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그야말로 손가락 뿐인것이다. 


외관은 싸구려 같다는 말들이 많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게 싼티가 나지는 않는다. 볼은 빨간색이 더 이쁘다는 평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파란색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딘가 보급형스러워 보이는 외모가 살짝 불만스럽긴하다. 이것도 아마 정들면 이뻐 보이겠지. 

선이 없어서 만족스럽고 배터리는 대략 18개월 정도 간다고 한다. 실제로 그 정도의 배터리타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배터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어보인다. 

볼의 움직임은 부드럽다기보다는 약간 '뻑뻑한' 편인데, 자꾸 움직이다보면 부드러워진다. 버튼의 클릭감은 딸깍 거린다는 느낌보다는 '틱틱' 거린다는 느낌이 더 정확한 듯 싶다. 조금 심심하다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이 M570 트랙볼은 맥을 공식 지원한다.




Steermouse는 바로 삭제해버렸다. 로지텍의 '맥지원 드라이버'는 파인더까지 뒤로가기가 가능하다. 필자는 이 점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휠이 아주 거지같다. 휠을 돌리는 감촉이 마치 휠에 종이가 낀 듯 퍼석거린다. 휠 버튼도 쉽게 눌려지지 않고 약간 힘을 줘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휠을 이용하여 좌우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어차피 트랙패드가 보완해주겠지만, 저렴한 가격은 아닌데 이런 기능이 빠져있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휠조차도 없는 트랙볼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납득할 수는 있다. 

필자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볼에 먼지가 끼어 종종 청소를 해줘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볼마우스 시절 한껏 뭉쳐 있던 때를 벗겨내던 것을 기억해보자. 그 것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줬던 분들이라면 단점이라기 보다는 아마 장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로지텍의 고질적인 '두번 클릭'현상도 염려스럽긴 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 없이 몇 년을 잘 쓰는 유저들도 있고, AS가 기본적으로 3년, 그것도 새제품 교환임을 감안하면 신경쓸 필요는 없어보인다. 


로지텍의 트랙볼을 두고 쓰레기라고 말하는 유저들이 있다. 진정한 트랙볼은 엄지가 아닌 검지나 중지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는 유저들도 있다. 어찌되었든 트랙볼의 명가라는 켄싱턴의 트랙볼은 일단 가격대가 높아 초보자들이 진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로지텍의 M570은 나온지 제법 되었지만, 여전히 트랙볼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맥을 정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편의성도 좋은 편이다. 또한 3년의 무상 AS는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로지텍의 트랙볼은 인터넷으로는 3만원 중후반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는 4만원에서 5만원 사이이다.  




Canon EOS 6D


기계, 인간과 접촉하다


지금 이 시대에, 그러니까 하이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우리를 열광시키는 것들이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클라우드, 고성능 PC. 기술의 발전은 정점에 이르렀고, 기술의 정상에 서서, 우리는 문득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우리를 거쳐왔던 그 모든 것들을 다시금 돌이켜본다. 기술의 시작, 비닐 레코드, 카세트 테이프, 흑백 TV, 비디오, 만년필, 모뎀, PC통신, 브라운관 모니터, 그리고 여러분들은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것을 마주했을 때, 여러분들이 최초로 컴퓨터 키보드라는 것을 타이핑 했을 때의 그 순간을.

우리가 처음 키보드를 누르던 그 순간을 기억해보자. 키 하나를 누를 때마다, 키보드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는 내가 선택한 키에 인쇄된 문자가 새겨졌다. 누군가에게 그런 기억은, 어린 시절 미지의 세계와 소통하는 첫번째 접촉이었다. 그렇지. 우리가 그 미지의 세계와 처음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키보드'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부품


키보드는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중에 가장 저렴하고, 또 가장 무시당하는 주변기기에 불과했다. 기계식 키보드가 비교적 흔하던 시절에는, 키보드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다. 키보드에서 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키보드라는 주변기기는 소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제대로 입력만 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차츰 키보드에서 사라진 소리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펀지를 누르는 것 같은 멤브레인 형태의 키보드나, 노트북에서나 흔히 쓰이던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에 싫증을 내거나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옛날, 기계식 키보드에서 들려오던 그 경쾌한 타이핑 소리, 그리고 손가락에서 느껴지던 그 감촉은 컴퓨터로 하는 작업들을 보다 더 신나게 만들어주었다. 키보드에서 울려퍼지던 그 경쾌한 소리는, 돌이켜보면 아마도 음악같은 것이었나보다.

그러나 지금의 키보드는, 더 이상 작업의 능률을 높여주지 않는다. 키보드는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중에 마우스와 더불어 가장 저렴한 부품으로 전락했다. 아무도 키보드에서 나는 소리라던가, 타이핑의 감촉 등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입력이 잘되고, 버려도 별로 돈이 아깝지 않을 그런 키보드를 원했다. 


기계식 키보드


IBM의 모델 M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도 '버클링 방식'이라고 불리던 키보드였다. 타이핑 할 때, 스프링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질 정도로 소음도 컸고, 손가락에 힘도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아론'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키보드를 구입했다. '아론 기계식 키보드'는 추억할 만 한 키보드였지만 그렇게 좋은 느낌을 주지 못했다. 세월이 흘렀다. 전부 옛날 이야기들이다. 청계천에서, 용산에서 낡은 키보드들을 구하러 다니던 적이 있었다.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였지만, 타이핑 감이 괜찮았던 키보드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시들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키보드는 키보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맥을 쓰면서 애플 무선 키보드와 유선 키보드를 구입해서 썼다. 그러나 가끔,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미련들이 생겼다. 행여라도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키보드를 치는 장면이 나오면, 그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 마치 담배를 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 내뱉는 담배연기를 맡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다가 레폴드에서 나온 기계식 키보드를 얻었다. 체리 청축을 쓴 키보드였다. 딸깍딸깍.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기계식 키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완벽했다. 완벽한 타이핑 소리. 키를 누를 때 완벽하게 걸리는 느낌. 그 소리는, 그러니까 체리 청축은 너무도 완벽해서 인위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너무 시끄러웠다. 


갈축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기계식 키보드를 구성하는 '스위치'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회사는 '체리'라는 회사다. 체리에서 나오는 스위치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청축, 갈축, 적축. 그 외에 백축과 흑축도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청축과 갈축, 그리고 적축이 많이 쓰인다. 청축은 타이핑 할 때 소리가 나서 '클릭'이라 부르며, 갈축은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으나 타이핑 느낌은 청축과 유사하여 '넌클릭' 방식이라 부른다. 적축은 리니어 방식이다. 소리도, 타이핑할 때 걸리는 듯한 그런 느낌도 거의 없다. 리니어(Linear)의 사전적 의미는 '직선'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타이핑해보면 키보드가 쑥쑥 들어가는 느낌이다. 

어느 날 필자는 작정을 하고 용산을 갔다. 그리고 키보드들을 전시해 놓은 곳을 찾아 청축, 적축, 갈축, 백축, 흑축을 전부 타이핑 해보았다. 그래서 결국 필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축은 갈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청축만큼 요란하지도 않고, 적축만큼 정숙하지도 않다. 쫀득쫀득한 느낌에, 적당히 요란하다. 사람으로 치면 청축은 말이 많고 유쾌한 사람, 적축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으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갈축은 약간의 비밀을 간직한 채 적당히 말을 받아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농담을 던질 줄 아는, 마치 단골 술집의 바텐더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갈축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도 적축과 적잖이 갈등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언젠가는, 적축 키보드를 하나 더 구입할지도. 


Vortex


내가 이 회사를 알게 된 것은 클리앙에 체리 키보드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였다. 기왕이면 체리 스위치만 쓴 서드파티 업체가 아닌, 아예 체리에서 만든 키보드를 써보자고 마음먹고는 3497모델과 1867모델간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올렸다. 그런데 어느 분께서 vortex사의 키보드를 고려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고, 나는 즉시 검색에 들어갔다. 

vortex사는, 아마도 얼마 전까지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Vortex라는 회사 자체가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각주:1] 

그러나 Vortex는 키보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회사였다. 




<출처 : Vortex 국내 공식 홈페이지 (www.vortexgear.co.kr)>


Vortex 키보드는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맥북처럼 키보드에 불도 들어온다. 그러나 내가 vortex 키보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하얀색의 풀배열을 가진 Type F 키보드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른 키보드들을 봤지만, 이 키보드만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없었다. 문제는 키감촉이나 타이핑 소리였다. 같은 체리사 갈축이라도 제조사들에 따라 소리, 키감촉들이 전부 틀렸다. Vortex의 갈축을 타이핑해보고 싶었지만 용산에는 청축 밖에는 타이핑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은 믿고 써보는 것이었다. 


Vortex와의 첫 만남


Canon EOS 6D


실제로 받은 Vortex 키보드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다. 뭐랄까, 뭔가 기묘한 느낌이랄까. 키보드에 들어오는 불빛은 무척 밝았지만, 밝기 조절이 가능했다. 게다가 이 키보드에는 '숨쉬기 모드'가 있다. 실제로 설명서에도 'Breathing Mode'라고 나와있다. 이 숨쉬기 모드를 설정하면 좌측 윈도우 키를 제외하고 전체 키보드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왜 이름을 '숨쉬기 모드'라고 했을까. 마치 빛이 숨을 쉬는 듯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듯 한데, 개인적으로 이 '숨쉬기 모드'라는 네이밍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살아 숨쉬는 '무엇'과 함께하는 기분이다. 


Canon EOS 6D


Canon EOS 6D


Canon EOS 6D


불을 끄면 제법 분위기가 있다. 밝기를 최대로 하면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실정도지만 밝기를 '2'나 '3'정도로 하면 나름대로 은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키보드 감촉은 예상과 다르게 '훨씬' 더 좋았다. 



타이핑 소리는 생각보다 컸지만, 요란스럽지는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손가락에 적당히 '걸리는' 느낌도 있다. 엔터키의 소리가 다른 키들과는 달랐지만, 아마도 키캡의 길이 때문일 것이다. 적당히 쫀득거리는 느낌이 계속 뭔가를 타이핑하고 싶게 만든다. 

그렇다고해서 구입한지 몇 시간 만에 완전히 적응했다고는 할 수 없다. 어딘가모르게 아직도 어색한 감이 남아있어서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할 듯 싶다.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하여


키보드에 투자를 했다. 몇 백 원짜리 모나미 볼펜으로도 글은 쓸 수 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만년필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컴퓨터로 대부분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키보드는 사실 컴퓨터의 그 어느 부품보다도 중요하다. 키보드가 작업의 능률을 과연 올려줄까? 이 블로그가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타이핑을 하는 재미가 있다면, 여러분들은 아무리 긴 글이라도 피로감없이 즐겁게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도구가 바로 키보드인 것이다. 

필자는 이 키보드를 맥에 물렸다. 맥에서만 쓸 수 있는 몇 가지 단축키들의 위치가 다르지만 쉽게 적응할 수 있다. karabiner라는 맥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키보드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일반적인 키보드들이 캔커피라면, 기계식 키보드는 로스팅이 잘 된 고급 커피와도 같다. 깊은 맛이 있다고나 할까. vortex는 최상급으로 로스팅된 커피라고 할 수 있다. 


  1. (Vortex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쿨앤조이의 쿨앤조이막귀님 글 참고 : http://www.coolenjoy.net/bbs/cboard.php?board=review&no=21581) [본문으로]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4.12.24 08:25 신고

    맥용 기계식키보드가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수요가 적다보니.. 정말 없네요.ㅠㅠ 있으면 가격대가 너무 높고..ㅠㅠ

  2. Favicon of http://freaking.tistory.com BlogIcon 지식전당포 2015.03.10 15:07 신고

    안녕하세요, 지식전당포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잉이라는 사이트에서 블로거 님의 좋은 글과 사진을 불법 수집한것 같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구글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님의 트래픽을 빼앗아갈 수 있습니다.


    http://webcache.googleusercontent.com/search?q=cache:w6jUsK56iKYJ:www.5ing.co.kr/1130731+&cd=2&hl=ko&ct=clnk&gl=kr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5.03.19 16:27 신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 사이트에 연락을 해서 글삭제를 요청했습니다.


iPhone 6 Plus


디지털 사회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시간의 대부분을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이나, 학생들의 손에는 늘 마우스와 키보드가 붙어있다. 그래서 신종 증후군이라 할 수 있는 '터널 증후군'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의 손목은, 그러니까 정상이 아닌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마우스는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나온 인체공학 마우스, Sculpt Ergonomic Mouse이다. 얼핏 보기에는 바람이 빠져 한 쪽이 찌그러진 공처럼 생겼다. 크기는 야구공보다 약간 더 큰 정도 크기.


iPhone 6 Plus


필자는 이 마우스를 맥에서 이용하려고 구입했는데, 결정적으로 이 마우스는 맥용 드라이버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버튼의 윈도우 로고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 마우스는 윈도우즈 8.1 전용 마우스이다. 따라서 이 마우스를 맥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Steermouse 라는 유료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던가 BTT(Better Touch Tool)이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해야한다. 필자는 Steermouse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한달 평가판으로 설치해서 사용중인데, '뒤로가기 버튼'과 휠버튼만 설정을 해 줄 수 있었다. 윈도우 버튼은 맥에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마우스의 파지법은 마치 '악수'를 하는 것과 비슷한다. 기존의 마우스를 잡는 형태가 아닌, 마우스에 손을 턱 얹어 놓는 느낌이랄까. 



iPhone 6 Plus


손은 저런 식으로 얹어 놓으면 된다. 엄지손가락이 있는 부분에 뒤로가기 버튼이 있다. 뒤로가기 버튼은 감춰져 있어서 거의 보이지 않으나 돌기가 튀어나와 있어서 "이 부분이 뒤로가기 버튼임" 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손목이 마우스와 수평 상태가 아닌, 말 그대로 악수하듯 쥐기 때문에 팔과 손목이 일직선으로 된다. 따라서 일반 마우스보다 편하긴 하다. 다만, 이 마우스를 쓰면 터널증후군이 없어지느냐 하면, 그건 장담할 수 없다. 기존의 마우스들에 비해 손목이 편하긴 하지만, 의학적으로 "이 마우스를 쓰면 터널 증후군이 생기지 않거나 없어집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안마의자를 쓰시면 디스크가 사라지거나 없어집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손으로 감싸쥐듯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감싸쥐는 방식의 파지법이 일단 손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가격은 4만원 대 후반으로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분들에게는 편리할 수가 있다. 맥을 이용하는 분들은 버튼 하나를 손해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일단 손목의 편안함 만으로 값어치는 하는 것 같다. 물론 적응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꼭 손으로 한 번 파지를 해보고 구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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