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삼성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삼성이 출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갤럭시 기어(GALAXY Gear)'는, 기존의 삼성이 보여주었던 행동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출시를 했다. 

삼성이라고 하면, 일단 타사에서 실험적으로 만든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연구한 뒤에, 이 제품들이 트랜드가 될 것이라 판단이 되면 재빨리 한국에서 약간 변형을 시킨 뒤 출시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던가. 

삼성은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늘 2인자의 자리에 존재하는 회사이다. 삼성은 혁신적인 기업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삼성은 대기업이고, 기술력이 있지만 전형적인 대한민국 관료형 시스템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것은 자유로운 사고, 발상이 밑받침 된 창조적인 환경에서 나오는 법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같은 것들이 '거의' 불가능하고, 삼성은 이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기 전까지 삼성은 '남들이 일궈놓은 혁신을 따라가는' 기업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삼성이 세계에서 최초로 스마트 시계를 만든 것이다. 삼성은 늘 '먼저 하는 모험'은 하지 않았다. 삼성은 도전정신 같은 것이 없었고, 늘 안전빵을 추구해 온 기업인데, 갤럭시 기어는 이러한 삼성의 정신에 위배되는 제품인 것이다. 

물론 이 제품이 잘 팔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삼성은 갤럭시 기어가 대략 80만대 정도 팔렸다고 했다.[각주:1]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기어가 잘 팔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 주변에 아무도 이 제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숫자로 나타나는 판매량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체감하는 판매량은, 내 주변에 '누가 들고 다니나'를 보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두 명의 남성이 손목에 갤럭시 기어를 차고 있다면, 그것은 언론에 이야기한 '80만대'라는 숫자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어쨌든 갤럭시 기어는 삼성이 (적어도 내가 볼땐) 최초로 '먼저 움직인' 혁신이다. 갤럭시 기어의 존재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최초', '혁신' 같은 단어들이 삼성의 앞에 따라다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늘 안전빵만을 고집했던 삼성이 '최초'로 '모험'을 걸었다는 것에서 비록 이 제품이 똥망수준이긴 하지만 그 가치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삼성 자체도 갤럭시 기어가 대한민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상관없다. 삼성이 기존의 '카피캣' 이미지를 벗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탈바꿈 하게 만드는 계기를 '갤럭시 기어'가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에는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제품이 있는데 바로 '갤럭시 S4 줌'이라는 제품이다. 



이 기괴하고 병신같이 생긴 제품은 똑딱이 카메라가 아니라 심지어 '스마트 폰'이다. 나는 이 제품을 지난 번 당구장에서 어떤 외국인이 들고 있는 것을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분명 그 외국인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 폰에는 저런 식의 '돌출된 렌즈'가 있었던 것이다. 

내 기억은 그렇다치고, '갤럭시 기어'가 비록 잘 팔리지도 않고, 디자인도 어린이용 시계 같다지만, '최초', '혁신' 같은 단어들을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삼성의 영리한 한 수였다면, 이 갤럭시 S4 줌의 경우는 삼성이 최대한 빨리 묻어버려야 할 제품이 분명하다. 과거로 역행한 듯한 디자인과 감성이 기껏 갤럭시 기어로 이미지 전환을 이끌고 있는 삼성에게 거의 독극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TV광고까지 하는 모양인데, 이 제품은 최근 삼성이 만들어 낸 제품 중 가장 최악이다. 


나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업체, 삼성의 상품 두 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삼성의 주력 상품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다. '갤럭시 S' 시리즈는 잘 팔리긴 하지만, 삼성의 기술력과, 한국인들의 특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시리즈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 S4 줌 이야기를 왜 했을까. 

이 두 제품이 대한민국 IT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작 팔리지 않는 혁신', '역방향으로 나아가는 디자인과 컨셉'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삼성은 '정작 팔리지 않을 것 같은 혁신'들을 오히려 찾아서 자신들 것으로 만들어 성공했다. 넷북의 경우가 그렇고, 미러리스 카메라도 그렇다. 특히 삼성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오히려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런 삼성이, 이제는 본인들이 '정작 팔리지 않는 혁신'을 보여주었고, 삼성의 이런 경솔한 혁신이 경쟁사들로 하여금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삼성의 경쟁사들은 '갤럭시 기어'를 벤치마킹하며 훨씬 더 좋은 디자인과 기능으로 무장한 신제품들을 만들 것이다. 또한 '갤럭시 S4 줌'을 보며 경쟁사들은 '저런 제품은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니 삼성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남 좋은 일만 시킨 것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 IT는 이제 거의 몰락에 가까워왔다. 옛부터 대한민국은 혁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혁신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이득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갤럭시 기어'가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들은 '많이 팔리고 이쁜 디자인'의 스마트 워치만 기억할 것이다. 모토로라가 최초의 핸드폰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외국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가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지불방식 등이 등장하지만, 정작 그러한 '새로움'을 이끄는 것은 전부 외국기업들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해서 새로운 뭔가를 이끄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한때 IT 선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IT의 변방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저 기술력이 좋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혁신적'일 수가 없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갤럭시 S4 줌'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나라에서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도대체 '갤럭시 S4 줌'이 대한민국 IT 혁신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갤럭시 S4 줌'은 대한민국 IT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은유'이다. 


'갤럭시 S4 줌'은 별다른 고민없이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컨대 성능좋은 카메라에 스마트 폰 기능을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별 고민없는 대답인 것이다. 

삼성이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4천만 화소 짜리 루미아 1020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은 대신에 1600만 화소에 10배의 광학줌 기능을 넣었는데, 스마트폰에 10배의 광학줌을 넣어야겠다는 발상부터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차라리 갤럭시 카메라처럼 아예 카메라에 스마트 폰의 '일부' 기능을 넣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이엔드 카메라 조차도 그 크기를 줄이는 판에 오히려 스마트 폰에 '돌출된 커다란 렌즈'를 같아 붙였으니 정말로 단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IT는 이런 식이다. 별다른 고민없이 흘러간다. 언젠가는 사진가를 위한답시고 노트북 덮개에 열배 광학줌을 붙여놓고 '사진을 찍고 바로 포토샵 편집이 가능한 노트북'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두 개의 각각 다른 용도의 상품을 어떤 디자인으로, 어떻게 하면 보기 좋고 혁신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프랑켄슈타인처럼) 붙여버리는 것이다.


나는 갤럭시 노트2를 썼던 적이 있다. 갤럭시 노트2를 쓰면서 내가 삼성에 대해 느꼈던 점은 '그래도 근성이 있구나'였다. 삼성은 근성이 있다. 그들은 혁신적인 마인드는 없지만, 그래도 '근성'을 가지고 경쟁사를 추격해왔다. 갤럭시 노트2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잘만든 스마트 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제품이었다. 갤럭시 노트3도 그렇다. 그러나 삼성이 그 외의 제품들, 예컨대 '갤럭시 S4 줌'같은 제품들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제품수를 줄이고, 대신에 그 돈으로 연구를 하고, 좀 더 창조적인 일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총알이 빗발치는 그런 전쟁이 아니다. IT전쟁이다. 이 전쟁의 결과로 인해 하나의 국가가 다른 국가에 종속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청 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전쟁통에서, 삼성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국내에서의 인지도이다. 

'이쯤이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눈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애플의 자국내 충성도를 보면 삼성도 아마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이 삼성 제품을 좋아하게끔 만들어도 모자랄 판이다. 안에서 견고하지 못한데, 어떻게 해외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갤럭시 기어는 분명 혁신적인 제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자인부터가 후졌다. 아무도 갤럭시 기어와 같은 디자인의 시계를 자신의 손목에 걸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꼭 죄수들이 차고 다니는 전자 발찌의 손목 버전 같이 생겼다. '갤럭시 S4 줌'은 심지어 그냥 카메라보다도 못해보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삼성이 IT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 그러니까 트랜드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찾아내서 자신들 것으로 만드는' 전략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삼성의 단점은 불필요한 제품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 제품군에는 밀도가 없다. 디자인도 그렇다. 디자인은 분명 창의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경직되어서는 결코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 삼성이 이 두 가지를 명심한다면, 그래도 최소한 IT전쟁에서 승리는 어렵더라도 살아남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1.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3&nkey=2013121900942000121&mode=sub_view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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