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잘 가고 있는데

 

뭐 굳이 가야 할 길이 따로 있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마도 지금의 삼성은 만취상태에서 좀 깨어나서 전봇대 밑에 쭈그리고 앉아 위를 게워내고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는 개인적으로 참 잘 만든 스마트 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성공에 만취된 삼성은 마케팅만 더 잘했더라면 훌륭한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를 갤럭시 S3를 17만원짜리 버스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17만원 대란'에는 통신사들간의 가입자 유치경쟁도 한몫했을테니 꼭 삼성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리무진 버스'가 될 수 있었던 갤럭시 S3를 순식간에 마을버스로 만들어버린 데에는 삼성도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빠름~ 빠름~ 빠름~

 

모 통신사의 광고문구가 생각난다. 이렇게 빨리 갤럭시 S3는 흔하디 흔한 폰이 되어버렸다. 갤럭시 노트를 생각해보자. 평범하지 않았던 CF,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르신들에게 충분히 어필 할 수 있었던 대화면, 아날로그 적인 감성을 자극했던 필기기능 등등. 삼성답지 않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광고로 성공을 했고, 지금도 갤럭시 노트는 꾸준히 팔리고 있다. 반면에 갤럭시 S3는 삼성이 무리수를 뒀거나 아니면 잠깐 정신줄을 놓은 것이 분명하다. 삼성의 '플래그십' 모델이 바로 갤럭시 S3였을 텐데, 이 플래그십을 미드십도 아닌, 보급형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아이폰5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을게다.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납득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 하는 중이다. 예컨대 아이폰5와 갤럭시 S3와의 비교광고. 과거 옴니아와 아이폰3GS와의 광고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옴니아가 아이폰3GS보다 더 잘팔리고, 더 평이 좋았던가? 그 실패의 쓰라린 맛을 삼성은 충분히 보지 못했던가? 갤럭시 노트에서 보여주었던 그 재기 발랄함은 잠깐 반짝였던 아이디어를 잡은 것에 불과한 것일까?

 

삼성에게 부족한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다. "살 사람은 어차피 다 삼성 사게 되어있다"는 식의 마인드는 기업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 삼성이 타켓으로 삼아야 할 것은 '살 사람들'이 아닌 '사지 않을 사람들'이다. 애플에게 충성적인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삼성의 잠재적 구매고객들이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지금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잠재고객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삼성에게는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아이폰이 특별한 기능이 있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만듦새, 지속적인 지원, 뻔뻔함 등이다. 삼성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라인업을 그렇게 많이 만들어봐야 관리만 힘들어지는 법이다.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올인' 할 수 있는 하나의 완성도 높은 제품이고, 갤럭시S3는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이제 삼성이 가야 할 길

 

애플의 뻔뻔스러움을 본받아보라. 애플의 집요함과 집착, 그리고 광기를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애플이 아닌 스티브 잡스의 그것이라 해야 할까.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지만 마치 담임 선생님이 부재중인 학교 교실을 연상케 하듯 어딘가 어수선한 면이 없지 않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5를 만들었다면 그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을 것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지금이 기회다. 하나의 제품, 누구나 감탄할 만한 만듦새, 장인정신, 그리고 그 제품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굳이 혁신은 필요없다. 하나의 잘 만든 제품은, 고객을 끌어들인다. 유저들은 새로운 기능들이 넘실거리지만 종종 꺼지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평범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도, 큰 문제 없는 안정적인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삼성이 가야 할 길이 보일법도 하다. 하나의 제대로 된 제품에 품격과 가치를 넣어두고, 그것을 훼손시키지 않으면 된다. 이미 갤럭시 S3를 토해내고 필름도 끊겨봤으니, 갤럭시 노트2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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