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이 개통되고, 춘천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불만에 가득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각주:1]
이 학생들의 요지는 이렇다. 학교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전철에서 꼬박 서서 가야 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디가서 말도 하기 뭐하다. 유교적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어르신들은 '신의 영역'에 계시기에 감히 누구도 터치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동방 예의 지국' 아니던가.

그러나 젊은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힘들게 지하철을 탔는데 등산화를 신으신, 그것도 경로 무임 승차로 타신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계시면 맥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젊은이'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어르신'들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문제는 '문제'라고 말 할 것까지도 아니다. '어르신'들에 대한 문제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전철에서 앉아있는 젊은 사람에게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잡아끌고 그래요. 경로우대석도 아닌 건 둘째치더라도 꼭 소리지르고 잡아끌고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최근들어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분께서 얼마 전에 문자 메시지로 알려 준 상황이다. 지하철을 탔는데 다짜고짜 나이드신 어르신께서 의자에 앉아있는 젊은 승객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신경질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지하철에는 없었지만 충분히 눈 앞에 그려지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섬찟한 경험을 했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고 버스가 출발하려는 순간 어르신 한 분이 유유히 신호등을 건너고 계신 것이다. 그것도 버스를 손으로 막는 흉내를 내면서 여유있게 끝까지 길을 건너고 계셨다. 뒤에서는 당연히 기다리는 차들의 클랙슨 소리로 시끄러웠다. 버스기사는 욕을 하려다가 참는 것 같았다.
이런 경우가 한 번 더 있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두 어르신이 그냥 길을 건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냥 건너면 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정말로 황당했다.

우리는 어르신들을 배려해야 한다. 그들이 힘겹게 일궈놓은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격동의 한 시대를 풍미하셨고, 그것은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이러한 존중과는 별개로 행동하는 어르신들의 상식밖의 행동들이다. 일단 어르신들은 사람들이 많으면 결코 사람들을 피해가지 않고 일부러 부딪히고 가신다. 필자는 지하철이 답답하여 잘 타지는 않는 편인데, 간혹 지하철을 탈 때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꼭 이렇게 지나가는 분들이 계신다. 대충 피해서 갈 법도 하신데, 어떤 자존심이라도 있으신지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어떤 어르신이 나를 밀치고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신 적도 있다.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
 
어르신들은 대체로 존대말을 하지 않는다. 길을 물어보거나, 아니면 길에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르신들은 다짜고자 반말부터 하신다. 네가 뭐 어쩔건데? 식이다. 할 말이 없다. 버스에서 다음다음 정거장에 내리기 위해 서 있었는데 어떤 노인이 신경질부터 낸다. 내려야 하는데 왜 안 비키냐는 것이다. 문 앞에 서 있었던 나도 잘못이 있었지만, 그것을 꼭 반말로 신경질을 내면서 이야기를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는 모두 나이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그린랜턴에 등장하는 '가디언'들 같은 존재는 아니어도 우리는 어르신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요즘 어르신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최소한 횡단보도가 '빨간불, 파란불'로 구분이 된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것은 우리가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살면서 지켜야 하는 법이다. 또한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초면에는 나름대로의 예절을 갖춰서 대우를 해줘야 하는 법인데 이 어르신들은 처음부터 반말을 한다. 나는 스물여덟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선배들한테는 언제나 존댓말을 썼고, 초면인 사람들에게도 존댓말을 썼다. 이것은 기본적인 예의이자 상식이다.

이러한 것 또한 어떤 유교적인 통념에 갇혀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구세대적인 발상이 아닌, 사회를 살아가며 남을 존중하고, 남에게 존중받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사회에 널려있는 소위 '기득권 세력' 들은 젊은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현세대를 공존하는 '어르신'들도 젊은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사태의 이면에는 젊은이들의 문제들도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니, 당연히 어른들도 젊은이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정말이지 무단횡단이나, 지하철에서의 예절 같은 것은 어르신들도 좀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늙어 갈 것이고, 그 때의 젊은이들이 우리를 볼 때 비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그렇게 늙고 싶지 않다. 내가 존중 받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12/30/0200000000AKR20101230150200062.HTML?did=1179m [본문으로]
  1. 제말이요 2011.07.02 21:36 신고

    꼭 그런분들은 노약자석 안앉고 일반좌석에만 앉을려고 하시더군요

    지하철 가보시면 아시겟지만

    자리 꽉차지 않은이상

    경로석앉는분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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