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블로그를 보던 중에 '블로그 프레스' 라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가입을 하고, 그런데 딱히 그 사이트에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또 들지 않았기에 그냥 창을 닫고 나가려다가 '고 녀석 맛있겠다' 시사회를 보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여자친구가 어린이집 선생님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평도 좋아서 시사회 신청을 하고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메일이 와서 왕십리 CGV에서 보게 되었다.
이 리뷰는 '시사회'를 보게 되면 쓰는 조건이지만(사실 안써도 그만이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필자가 느낀 바가 있어 적는 리뷰에 더 가깝다.


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포스터만 보면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처럼 보인다. 실제로 미야니시 타츠야의 유명한 그림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가 생각났다. 판의 미로는 15세 관람가 영화였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는 못되었다.


포스터는 그럴듯하게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처럼 되어 있겠지만 길예르모 델 토로가 누구인가? 포스터에도 보이듯 헬보이나 블레이드2 같은 암울한 안티 히어로의 감독이었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는 잘 만든 영화이지만 역시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들이 많았다.

어쨌든 '판의 미로'는 우리나라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15세들이 보기엔 심란한 장면들이 많았다. <고 녀석 맛나겠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험 영화이다. 라이벌이 등장하고, 모성 및 부성 본능을 자극시키며, 비장미가 흐르는, '일본 식' 애니메이션의 순서를 그대로 답습한다. 그러니 당연히 재미가 있다. 아이들 또한 '쿵푸 팬더'를 연상시키는 '쿵푸 공룡'의 액션에 열광한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이면에는 조금 다른 면이 엿보인다. 이 영화를 '다문화 가정' 이라고 해석한 인터넷 상의 글도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봐도 큰 무리가 없지만 <고 녀석 맛나겠다> 는 기본 적으로 '본성'에 관한 이야기다.

육식 공룡인 '하트'는 초식 공룡의 손에서 키워졌다. 그러다가 그는 어떤 기회에 자신이 육식 공룡인 것을 알게 되고, 초식 공룡들(정확히는 자신의 엄마와 형제)을 잡아 먹을 걱정에 그 무리를 뛰쳐 나온다. 그리고 혼자서 살아 남기 위해 강해진 '하트'는 우연히 초식 공룡의 알을 발견하고,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 공룡이 '하트'에게 아버지 라고 부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폭력'과 '비폭력', 즉 먹는자와 먹히는 자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이다. 거기에 덧붙여 일본에서 사회문제화 된지 오래인 '왕따'현상, 그리고 '본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초식 공룡들 품에서 자란 육식 공룡 '하트'는 아무리 풀이나 열매를 먹어도 굶주림을 채우지 못한다. 그는 육식 공룡이기에, 결국은 '고기'를 먹게 되는데, 이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주인공인 '하트'는 육식공룡이어도 결국 고기를 먹으면 안되야 한다. 왜냐하면 요즘세상에는 '본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이들이 가져야 할 '미덕'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육식공룡이기에, 주인공은 결국 본성을 억누르지 않고 육식 동물 그 자체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타협이다.

이 영화는 타협을 이야기하고 있다. 포식자는 포식자의 본성대로 살아야 한다. 그것을 비포식자가 이해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타협' 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포식자, 즉 육식 공룡은 '강대국'을 의미한다. 초식 공룡은 당연히 '약소국'이다. 육식 공룡은 초식 공룡을 잡아먹고, 초식 공룡 또한 그 사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먹이사슬에 '타협'이라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본 아이들은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약자를 배려(?) 하는 타협의 원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순수한 아이들의 동화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보통 작가들은 자신의 이념을 작품속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집어 넣는 경향이 있고, 이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강자의 입장' 혹은 '강자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약자들의 틈에 들어간 강자는, '약자를 도와줄 수는 있을' 지언정, '약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애니메이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타협'이고 그 이전에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초식 공룡들은 육식 공룡들에게 무참히 짓밟히지만, 그럼에도 '육식 공룡'의 '도움'을 받게 되고 거기에 덧붙여서 '형제'로까지 맞이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애니메이션은 생각지도 않은 '수작' 이었다. 재미도 재미거니와 생각할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기엔 특별한 의미는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표면적인 주제는 '모성/부성애', '권선징악' 정도의 평이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아이들과 딱히 볼 영화가 없다면, 이 애니메이션 정도는 봐두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본 부모님들 만큼은, 이 애니메이션의 숨은 뜻에 관해 곰곰히 생각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룡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HI DINO 공룡 엑스포(www.hidino.co.kr)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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