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컴퓨터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접했고, 최신정보나 기술들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습득했다. 모교에서 컴퓨터 관련 부서에서 일 년간 일도 했다. 팀장이든 누구든 윈도우를 깔 일만 생기면 나를 찾았다. 컴퓨터에 관해서 물어볼 것이 생기면, 사람들은 언제나 내게 전화를 했다. 내 자신이 컴퓨터를 좋아했으므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컴퓨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또한 그렇다. 예전에는 최고급 사양을 지향했지만 이제는 현실에 타협을 보고 구입을 한다. 게임도 잘 안하게 된다. 그냥 '답답하지 않게'만 돌아가면 충분했다. 한 때 '스타2'를 한다고 오버클럭도 했지만, 이젠 그 조차도 관심이 없다. 과거처럼 '극한의 오버'를 체험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적정선에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쓰면 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버를 해도 안해도 체감이 오지 않았으므로, 그 오버 조차도 풀어놓고 쓴다. 

무엇보다도 컴퓨터를 켜놓으면 요즘엔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든다. 논문이나 글을 쓰기 위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한 시간 넘게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고 있는 내 모습 부터가 한심스럽다. 미드 몇 편을 다운로드 받아 멍하게 하루를 때우는 모습도,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나누는 대화들이나 트위터, 페이스 북의 방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고침을 몇 번씩 누르는 모습도 짜증난다. 무엇보다도 컴퓨터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거슬린다. 특히 노트북 처럼 작은 컴퓨터들은 발열과 소음때문에 여름에는 불쾌한 기분이 앞선다. 스마트 폰 또한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인터넷을 보게 된다. 뉴스를 보고, 스포츠 뉴스도 보고, 연예 가십기사도 읽는다. 그런 것을 즐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이렇게 시간을 때우는 것이 몹시도 불편하다. 근래에는 그렇게 느껴지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언젠가는 컴퓨터를 끈 채 잠깐 시간을 보내봤다. 단순히 책을 읽고, 뉴스는 좀 멀리해본다. 일정은 노트로 관리를 하고, 글은 대학노트에 만년필로 써본다. 밖에 나가 산책도 좀 하고,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다녀보기도 한다. 기차표 예약도 컴퓨터가 아닌, 직접 가서 표를 구입한다. 영화도 극장에 가서, 시간이 맞으면 표를 구입하고 아니면 다른 할거리를 찾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만 해도 피로감이 50%는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내가 컴퓨터를 함으로써 무의식중에 받는 스트레스가 50%는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컴퓨터는 용도가 따로 있었다. 기껏해야 게임에 PC통신 정도였다. 그 때는, 컴퓨터가 신기했으니, 화면에 움직이는 영상들, 타인과의 대화가 신기했으니 그렇다 쳐도, 요즘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컴퓨터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컴퓨터를 좀 꺼보고 싶다. 글을 쓰거나 블로깅을 하거나, 논문을 쓸때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이외에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횟수를 줄여보고 싶다. 아예 꺼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컴퓨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내 새해 목표는, 글을 쓰는 시간을 제외하면 최대한 컴퓨터를 오랜시간 끄고 사는 것이다. 그 대신에 좀 더 내 자신을 켜두고 살아야겠다.
  1. 바바 2011.01.03 23:31 신고

    좋은글 잘봤습니다.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좋은 기계를 쓰는것보다 현명하게 기계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같습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1.03 23:35 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어떤 기기를 살 때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사려합니다 ^^

  2. Favicon of http://windtalgia.tistory.com BlogIcon 유토니움 2011.01.04 00:33 신고

    많이 가진 만큼 많이 얽매인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1.04 13:17 신고

      단순한게 좋은 것 같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3. Favicon of http://unji-s.tistory.com BlogIcon 운지(運指) 2011.01.04 01:24 신고

    너무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저도 언제부턴가 컴퓨터에 너무 얽매여서 사는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는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이도 재미있게 잘 살았던 것 같은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1.04 13:17 신고

      가끔은 컴퓨터를 멀리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www.kyotime.com BlogIcon Kyotime 2011.01.04 08:35 신고

    으으 하루에 저와 가장 많이 붙어있는 것이 내복이고, 그다음이 컴퓨터네요.
    그 다음이 회사 사람들, 어떻게 된게 인생의 동반자라 하는 여보야는 보는 시간이 이리도 짧은것인가요. ㅠㅠ 이상한 월드입니다요.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1.04 13:18 신고

      안타깝네요 ㅠ.ㅜ 저도 지금 제가 사는 세상이 좀 이상해보이긴 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

  5. Favicon of http://thebiggestdreamer.tistory.com BlogIcon soraholic 2011.01.04 17:31 신고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저도 컴퓨터를 좋아해서 주변에서 뭐 안되거나, 혹은 윈도우 다시 깔거나 할 때 항상 호출받고, 저 자신도 그런 걸 싫어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기상과 함께 자연스러운 부팅, 집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부팅 하다보니 뭔가 자괴감을 느끼게 되곤 합니다.

    언제 한 번 컴퓨터 없이, 혹은 스마트폰 없이 시간을 보내 보면 유익할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1.04 22:55 신고

      기계는 우리를 편리하게 하지만 또 피곤하게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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