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미야베미유키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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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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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를 책으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90년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어느 다중채무자

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는, 그러니까 '신용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내가

과연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한 인간이 '파산' 하기 까지

는 복잡한 경제적 시스템이 밑바탕 되어 있지만, 그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르고, 누

적되고, 지르고, 누적되고.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누적' 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이다. 예컨대 30만원짜리 물건을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했을 때, 한 달에 나가는 돈

은 고작 5만원 뿐이라는 사실만 인지 할 뿐, 자신이 앞으로도 25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상 진정한 문제는 지

금부터 시작이다. 30만원짜리 물건을 '하나만' 지른다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는데 거기에

뭔가를 '덧붙여' 구입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100만원짜리를 10개월 할 부로

구입하면 월 지출되는 돈은 15만원, 거기에 할부이자가 붙어 15만 5천원 정도라고 가정하

면 여기에도 '자신이 빚을 지고 있다'는 관념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몇 개를 덧

붙이면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개별 품목을 할 부로 구입했을 때는 고작 몇 만원이지

만 카드 명세서를 보게 되면 곧 몇 십만원이 된다는 것을 몇 달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

고 그때부터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화차'는 이러한 시스템의 폐단에 대해 일침한다. 그 시스템이, 그러니까 일본의 '신용카드'

시스템과 채무자의 관리 시스템들이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해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소설의 배경은 90년대 초반이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역시 적용이 된다. 오히려

업그레이드 되어있는 것이다. 돈을 빌리기는 더 쉽고, 갚기는 더 어려운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실은 90년대 후반, 김대중 정권 이후 우리나라에도 카드 대란이 있었다. 내가 군대

에서 막 제대하여 복학한 시점이었는데 당시 내 신용카드 한도는 900만원, 말 다한 것이

다.



물질 문명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폐단은 마치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를

처묵처묵해서 어느 샌가 살이 쪄버린 쥐처럼, 점점 겉잡을 수 없이 살이 찌고 있다. 온갖

'포인트', '혜택'을 미끼로 사람들은 '최소 20만원'을 쓰게 된다. 왜냐하면 전월 실적이 '최소

20만원'은 되어야 '물건을 살 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 한 달에 20만원 쓰는

거, 신용카드로 사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혜택'이라는 것이 '뭔

가를 사야지만' 받을 수 있는 혜택임을 깨닫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

카드로 최소 20만원을 질러야 하고, 그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또 뭔가를 질러야 하는 것

이다. 그런데 그 '혜택'이라는 것이 (비대해진 쥐의 몸통에 반해) 쥐꼬리 정도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서 차라리 매월 '기왕' 20만원

쓰던 걸 줄여서 17만원만 쓰게 된다면, 차라리 혜택 1~2만원 받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효율

적일 것이다. 3만원을 세이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근래에 금융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우연히 '화차'를 읽게 되었고,

이것이 영화든 책이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한 번쯤 '인식'하고 있어야 할 내용

이 아닌가 싶다.
 
  1. 밥집아저씨 2012.03.17 21:08 신고

    저는 그러다 보니 할부로 구매한 품목이 한개 발생하면 그것이 마무리 될때까지 할부는 하지 않습니다. 살짝 무서워서요 ㅠ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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