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방대이긴 하나, 어쨌든 늦은 나이에 박사라는 과정에 들어갔다. 학교 등록금이 타 학교보다 저렴한 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한 번 공부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공부에 끝은 없다 할지라도 눈에 보이는 과정으로서는 박사가 끝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박사과정에 들어가기까지 투자한 돈이 얼만지 궁금해졌다. 산수에는 영 잼병이라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지만 1억 정도는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순수한 등록금만으로 따지면 몇 천정도 되겠지만 어디 생활이란것이 그런가. 학교에 가려면 차비가 들고, 그게 아까워서 자취에 기숙사에 식사도 해야하고 책도 사야하니 넉넉잡아 1억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방 대학의 대학원은 좀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박사과정'에 들어갔다고 한다면 어쨌든 그 안에서는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학구열에 불타서' 혹은 '뭔가 뜻이 있어서' 정도로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지방대의 대학원 과정은 그게 아닌가 보다.
일단 지방대에서 대학원 과정이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은데 하나는 돈 좀 있으신 분들이 과거에 못했던 공부, 혹은 자신의 이력에 한 줄 더 넣어보려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돈있고 시간있다면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내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두번째 이유다.
학부를 졸업하고 '취직을 못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 대학원이라는 인식이 아무래도 그 학교 직원들 내에서 있는 모양이다. 정확히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내가 받는 느낌은 그랬다. 아니 무슨 취업 전문 대학도 아니고 명색이 4년제 종합대인데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게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는 것이다. 좀 웃긴다. 왜 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 뭔가 다른 일을 해야하는 것일까? 대학원이라하면 학부시절 익혔던 학문을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면 학부때 보다는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실은 '취직 못하면 들어가는 곳이 대학원' 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학교의 교직원들 인식이 '지방대 대학원 나와봐야...'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근무하는 곳이니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더라도 시선이라는 것이 있다. 쟤는 특별히 할 것도 없으니 대학원을 왔는데 그게 하필 지방대 대학원인 것이다.
언젠가 학교 직원 한 명에게 대학원에 다닌다니가 '너 아직도 취직 안했어? 아직도 학교에 있어?'라는 말을 했다. 취직을 할 것이었으면 벌써 했겠지. 그 직원의 말에 나는 '모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마치 죄를 짓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방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개설했다는 것은 그 학교의 품격을 높이는 하나의 방편이다. 그런데 정작 그 대학원은 무시를 받는다. 그 이유는 '지방대학교'라는 태생적인 한계점과 '취업 우선주의'가 판을 치는 국내 대학계의 현실 때문이다. 이 현실의 근간에는 '돈이 있어야 공부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취업을 하지 못하면 이 사회의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공존해있다. 때문에 국내 지방대에서 '순수 학문'을 없애버리고 인기 있어 보이는 학과를 만드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지방대학교의 목적은 오로지 '취업'인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의 대학교는 그 사정이 다른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서울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류 대학이 아니라면 오로지 '취업'에 촛점이 맞춰진다.

그나마 공대는 사정이 좀 괜찮은 모양이다. 연구할꺼리가 있고, 연구비 같은 것도 나오는 모양이니. 그러나 인문학은 이야기가 틀리다. 연구한다고 해봐야 그네들 입장에서는 책이나 뒤적거리고 성과는 보이지 않으니 지원에 박하다. 그러니 지방대학교 입장에서 대학원은 큰 소득이 없는 애물단지에 불과할 뿐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에서 순수학문들이 멸종해가는 것은 슬픈일이다. 철학이 없이 어떻게 법을 논하겠으며, 수학이 없이 어떻게 세기의 발명품을 발명할 수 있단 말인가. 지식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들이 점점 '취업학원'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며, 행여나 고등학교도 이제는 '취업우선'으로 가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물론, 걱정해봐야 별반 다를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1. 고양이 2011.02.24 15:39 신고

    개무시해버려

  2. 공감 2017.02.09 17:24 신고

    극히 공감합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이 잘 안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죄인취급 받는 느낌이 너무 강하네요.
    친구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심지어는 교수님들께도 '너는 뭐하니?'라는 질문을 많이 받으니까요.
    제 분야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하려면 모교에 있기보다 외국으로 나가야겠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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