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진리' 가 되어버렸다.
나는 오늘 친구따라 남대문을 갔다.

보통 남대문은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서 간다.

그러니까 내 친구는 카메라를 구입하러 남대문에 간 것이고 나는 그냥 친구가 지르는 것을 구경하고 싶어서 따라갔을 뿐이었다.

사실 그 전에도 친구가 이 카메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냥 요즘 나온 디지털 카메라군. 이라고 생각하며 말 그대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평소처럼.

그런데 오늘 실물을 보고, 가격을 듣고, 서비스로 주는 구성품들과 성능을 본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299000원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내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내 친구와 점원이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구성품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점원은 우리에게 '둘이서' '현금으로' 구입했다는 이유로 충전배터리를 덤으로 얹어주고 액정보호 필름도 주었다.

중요한 것은 구성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카메라의 성능이다.

가격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XD 픽쳐 메모리 카드 1기가 짜리 하이스피드 포함하여 299000원이었다. 물론 잡다한 여러가지 서비스 품목들을 포함해서.
내가 처음에 장만했던 디카는 캐논의 A20 이었다. 지금도 나는 이 카메라를 사용중이다. 이 카메라는 5년전에 구입했는데 당시에 8메가 CF 메모리를 끼워서 하이마트에서 46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캐논 A20은 당시 최고 화소수인 200만 화소였다.

5년이 지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이 올림푸스의 카메라의 화소는 710만 화소이다.
710만 화소.
와닿지 않는다. 5년전에 비해서 가격은 절반으로 내려갔으며 화소수는 세배 이상 증가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카메라의 기능이다.
2cm까지의 접사기능
완전 오토에서 완전 수동 모드 지원.
ISO 800까지 지원.
셔터스피드는 1/2000 까지 지원.
흔들림방지기능(그러나 별로 기대 할 만한 기능은 아닌 것 같다.)
노이즈 감소 모드(역시 그다지 기대할 만한 기능은 아니다.)
메모리의 저장공간을 풀로 사용하여 저장할 수 있는 동영상 기능.
AA배터리 2개

자.

여기서 중요한 기능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2cm 접사기능.
이 기능은 무척 놀랍다. 사진은 본인이 차고 다니는 시계를 접사한 것이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 정도 피우므로 흔들림은 그냥 감안하시라.
이 접사기능은 무척 유용하다. 별다른 접사 렌즈도 필요없다. 단지 설정을 접사로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

두번째로 완전 자동에서 완전 수동까지 모두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완전수동 모드(AUTO), 프로그램 모드, 셔터 우선, 조리개 우선, 완전 수동을 지원한다.
놀라운 것은 이 좀만한 카메라가 스팟 측광을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똑딱이 디카에 수동기능도 감지덕지인데 스팟측광이라니? 사실 스팟측광이 불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기능이 스팟측광이다.
본인이 SLR 카메라를 구입할 때 NIKON의 F80D 를 구입한 이유도 어쩌면 스팟측광때문에 구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은 스팟측광을 거의 사용해본 적이 없다.

어쨌든 이런 기능까지 들어있는데다가 포커스의 위치를 조정해주는 기능도 있다. 카메라의 뒤에 보면 4개의 화살표 버튼이 있는데 이를 움직이면 가운데 있던 상자가 화살표를 따라 움직이며 상자 안의 부분에 자동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진다.

자.

이 카메라는 웃기게도 AA배터리 두개를 넣는다.
왜 이게 웃기냐 하면 요즘 나온 휴대용 기기들은 모두 전용충전기에 충전하는 충전식 배터리 방식이거나 아니면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휴대용 기기에 건전지를 사서 넣는 방식은 이미 구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의 신제품이라는 SP-320은 AA배터리 두개를 넣는다.
본인은 구입할 때 CR-V3 라는 충전지 두개와 충전기를 함께 받았으므로 이 두개의 충전지를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급할때는 천원에 두 개 들어있는 로켓트 배터리 하나 사서 넣으면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이 나를 지르게 만들었다. 얼마나 합리적인 방식인가. 가지고 놀다가 배터리가 나가면 집에가서 다시 충전해야하는 것이 아닌 단돈 천원만 주면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 디자인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카메라는 최근에 나오는 디카에 비해 크기는 비슷하나 결코 얇지는 않다. 왜냐하면 AA배터리가 두개 들어갈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악한 올림푸스는

배터리가 들어가는 부분을 그립으로 만들어놓았다. 손으로 쥐는 부분은 고무로 처리되어있어서 그립감이 매우 좋다. 나처럼 중간크기의 손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때문에 디자인이 보기에 따라서는 기형아 같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실용성으로 따지면 아주 좋은 디자인이다. 개인적인 미적 감각으로는 이 디자인도 가만히 보면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보이며 무척 작고 휴대성도 좋아보인다. (디자인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나온다.)
외관의 색은 메탈릭 그레이...비슷한 색이었는데 어쨌든 실제로 금속은 아니지만 고급스러워 보인다.
ISO 800으로 촬영했을 시에 결과물에 노이즈가 보이나 사이즈를 800 * 600정도로 줄여주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단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어떤 단점이든 299000원의 가격이 다 커버해준다. 그리고 그 안의 기능들은 결코 이 가격대의 카메라가 갖을 수 있는 기능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우 세심한 배려가 보이는 기능들이 잘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않게 이 카메라를 질렀다. 299000원이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백만원에 가까운 DSLR을 턱턱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299000원은 어쩌면 짜장면 값 밖에는 안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괜찮은 성능에 작은 디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본인에게 이 카메라는 성능면에서나 휴대성이나 디자인 면으로 백퍼센트의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제 이 카메라는 나와 함께 이 우울한 블로그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요즘 길거리를 가보면 누구나 카메라 하나쯤은 들고 다닌다. 보통은 DSLR을 들고 다니더라. 그렇게 비싸고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자면 정말 무거워 보인다. 게다가 그들이 찍고 다니는 것을 보자면 저것을 찍는데 과연 DSLR이 필요한가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DSLR의 기능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렌즈 구입비 등등을 고려하면 역시 DSLR은 나에게는 사치이다. SP-320은 DSLR의 기능들을 일부 가지고 있으며 렌즈교환은 아예 안되기 때문에 렌즈를 따로 구입하고 싶어하는 또 다른 욕구를 아예 원천봉쇄 시켜버린다.
이제는 기분전환으로 이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겠다. CANON A20은 5년간 나와 함께 고생했으므로 나의 노트북 TP-240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휴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가끔 팬서비스 차원에서 나를 돕겠지.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오만해보이기까지한 색과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이 저렴하고 자존심강한 카메라를 고려해보라.

삐까뻔쩍하고 얇삽한 디자인의 좀만한 카메라들의 홍수속에서 "나는 순수한 디카야!" 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올림푸스 SP-320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http://www.olympus.co.kr/
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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