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LX7


어떤 잘 찍은 사진을 봤을 때, 혹은 독특한 색감의 사진을 봤을 때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한다. 


"저건 보정발이야. 보정 없이 잘 나오는 사진이야 말로 진짜 좋은 사진이지."


500px.com 이라는 해외 사진 사이트를 가보면 사진들 대부분이 바로 이 '보정발'이다. 정작 엑시프 정보를 보면 기종은 별 것 없는 것들이 많다. 시체 색감이라고 하던 니콘의 카메라들, 그것도 심지어는 (흔히들 '고수'라고 불리는 분들이 그렇게 무시해 마지않던) '크롭바디'로도 환상적인 사진들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후보정'의 마법이다. 


나는 사진을 찍은 뒤 후보정 과정을 꼭 거친다. 때로는 사진을 찍는 것보다, 찍은 뒤 보정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더 즐기기도 한다. 내가 의도했던 색감의 사진이 나왔을 경우, 별다른 후보정 작업을 거치지 않지만, 어떤 경우의 사진들은 후보정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내 경우, 사진을 찍을 때는 항상 RAW + JPEG 으로 찍는다. 그것이 똑딱이든, 미러리스든, 크롭바디든 상관없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후보정과정을 무시하는 부류들이 있다. 보정없이 찍은 사진이야 말로 진정한 사진이라는 것이다. 사실 필름을 쓰던 시대의 보정이라 한다면 인화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세피아 톤을 만들어 내는 식의 간단한 보정들이 있었지만, 이후 컴퓨터와 포토샵, 그리고 스캐너라는 장비가 등장하면서, 슬슬 다양한 형태의 후보정 작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히는 피사체가 인물인 경우, 특히 후보정 작업이 빛을 발한다. 어떤 모델들이 자신의 피부가 깨끗하게 나오는 것을 마다하겠으며, 다리가 길어지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사진은 일종의 '환상'을 제공한다. 그것은 보는 이들이나 혹은 찍히는 이들 전부에게 해당된다. 사진과 실제가 틀린 것은, 사진이 주는 '환상'이 깨졌음을 의미한다. 비록 '보정발'이긴 하나, 우리는 그 '보정된' 피사체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피사체들도 자신들이 아름답게 찍히기를 바라지 있는 그대로 찍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이것이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이중성이며, 이러한 환상을 실현시켜주는 것이 바로 '보정'인 것이다. 


드물겠지만 '비싼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는 경우, 특히 '보정'에 대해 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그 대상이 저렴한 카메라였을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난다. '비싼 카메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좋은 센서, 더 편리한 기능, 더 좋은 화질(혹은 화소수)를 의미하는 것일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질', 즉 '결과물'이다. 더 저렴한 보급기종으로 사진을 촬영한다고 해서 고급기종보다 결과물이 떨어지는 것일까? 화각과 심도에서 오는 '표현의 한계'를 제외한다면 보급형이나 플래그십이나 결과물에는 큰 차이가 없다. 상업사진작가들이 고급기종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급기종들이 '상업사진을 찍는데 있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급기에는 '상업사진을 찍는데 있어 필요한 기능'이 없을까?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더 불편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카메라의 급수를 따지는데 있어 자동차와 비교를 하곤 한다. 그러나 자동차와 카메라는 비교의 범위가 다르다. 이들의 비교가 문제시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는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성을 배제하고 비교를 한다면, 비싼 자동차나, 저렴한 자동차의 차이는 '편의성'과 '속도'의 차이다. 고급차들이 시속 300km를 달리는데, 내 차는 고작 200km만 밟아도 벅벅거린다고 한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상 시속 300km를 달리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일단 카메라는 '생명'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편의성이 뒤떨어질 뿐이다. 물론 보급형으로는 전혀 찍을 수 없는 사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우는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다. 어쩌면 그 '특수한 경우'는 우리가 사진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하는 그런 상황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보정은 그렇다. 나보다 저렴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진을 찍었다고 했을 때, 필연적으로 이들은 '보정'이라는 방법에 기댔을 것이며, 그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사진은 여러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우리가 느끼기에) 잘 찍은 사진이 나오는 것이다. 빛과, 상황과, 조리개, 셔터 스피드, 손의 떨림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 비싼 장비만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면 당연히 형편없는 사진이 나오게 마련이다. 


보정이라는 것은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하나의 사진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컬러보다는 흑백이 더 괜찮은 사진이 있다면, 우리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후회를 할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게 컬러를 흑백으로 바꿔준다면, 그 사진은 그냥 삭제되는 사진이 아닌, 하나의 '내 마음에 드는' 생명력을 가진 사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제는 사진을 현상하기 위해 불을 끌 필요가 없다. 화학 약품의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저 컴퓨터를 켜고 보정 프로그램으로 내가 그날 찍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살펴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저 무작정 사이즈를 줄여서 웹에 올리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내가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날의 일상을 되돌아 볼 수도 있고, 내가 찍은 사진들에 대해 좀 더 애정을 갖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름이 아닌 대용량의 메모리라 해서 무작정 셔터를 날리는 것이 아닌, 좀 더 신중하게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될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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