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블로그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삶에 찌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방문자 수나 추천수에 연연하여 IT관련 흥미위주의 블로깅을 한 적도 있으나 이제는 제 블로그를 책, 영화, 음악과 같은 문화 관련 블로그로 개편하였습니다, 라고 해봐야 메뉴만 바꾼 것이지요. 그동안 제가 읽은 책들, 본 영화들, 들은 음악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습니다. IT 블로거들은 참 많잖아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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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색이 글쟁이라며, 마르케스를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됐다는 점을 고백하고 싶다. 최근 열흘 동안 구입한 책이 30만원 어치 정도 되었는데, 마르케스를 그동안 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일까,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구입했다. 마르케스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백년의 고독> 보다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먼저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 분량이 그리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의 여운이 길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12살 부터 사창가를 경험하여 인생의 대부분을 '돈을 주고 여자를 산' 90세의 신문기자 주인공이 자신의 90번째 생일에 14살의 숫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은 그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일단 이 줄거리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손녀도 아닌 증손녀뻘이다. 이쯤에서 우리에게 스쳐지나가는 것은 바로 박범신의 <은교>일 것이다. 우리는 <은교>조차도 충격으로 받아들였으니,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은교>가 인간의 늙음을 한탄하고, 젊음을 부러워하는 질투의 향연이었다면,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늙음'을 받아들이고, '젊음'을 질투하지 않는, 온전한 사랑이야기 그 자체다.

이 소설은 젊음의 생기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관조의 태도를 유지한다. 문장은 세련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느껴진다. 성(sex)을 넘어선, 정신적인 사랑에 도달하기 까지의 단촐한 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90세의 나이에 이러한 여행을 떠난다. 그의 인생에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사랑. 그 모습은 슬프기도, 그리고 애처로와 보이기도 한다.

제목만 가지고 다양한 상상들을 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이여. 소설의 마지막을 읽고 책을 덮을 무렵, 그대들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이 책이 조그마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내슬픈창녀들의추억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음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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