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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선호하는 필기구 메이커가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에 들어서는 만년필이나 몰스킨, 로디아 등 고급노트의 수요가 많아졌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할 수도 있겠다. 디지털이 우리에게 주는 것, 즉 편리함으로부터 오는 건조해진 삶 등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다시 끌어들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소 번거로움을 감안하고서라도 사람들이 '필기구'에 집착하는 모습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멋' 이상의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날로그란 즉 '모성'을 의미한다.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은 결국 부모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디지털은 편리함을 제공해주지만 안락하지는 않다. 


만년필에 있어서 내가 사랑하는 메이커는 '펠리칸'이다. 몽블랑도 써봤고, 워터맨도 써봤으며 라미, 파카, 파버카스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만년필 들은 대부분 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는 만년필은 '펠리칸'이다. 

펠리칸에는 '고시생 만년필'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닌다. M150에서 M200라인이 주로 그렇다. 그 이유는 일단 가격이 (다른 만년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필기감이 우수하며 잉크가 많이 들어간다. 크기도 아담하고 무게도 가벼워서 필기시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 이외에도 내가 펠리칸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그 '로고'에 있다. 펠리칸이란 어떤 새 인가. 늘 부리 속에 음식을 넣어 새끼들이 배가 고프면 그 음식을 주고, 음식이 떨어지면 자신의 살을 찢어 새끼들에게 먹인다. 이러한 펠리칸의 모성애를 표현해 놓은 로고가 바로 펠리칸의 로고이다. 




<펠리칸의 로고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처음에는 4마리였던 새끼가 한 마리로 줄어든 것은 로고의 심플함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핵가족화를 묘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 www.pelikan.com>


어미새가 둥지에서 새끼 새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 로고를 나는 사랑하는 것이다. 모성, 그리고 '희생'을 의미한다. '모성'은 앞서 말했듯이 '아날로그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했다. 펠리칸의 로고는 이러한 모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모성'이란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우리는 결국 부모들의 희생에 의해 살아왔고, 앞으로는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이러한 삶이 결국 이 펠리칸 로고 하나에 전부 담겨 있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만년필, 펠리칸은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보통 만년필이라 하면 '명품'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고시생들의 만년필' 이라니. 펠리칸은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고난을 상징'하는 만년필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고난을 '극복'한 만년필로 기억 될 수 있겠다. 진정한 의미의 명품이란, 브랜드에 '이야기'가 존재해야 하고, 그 이야기를 브랜드의 사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펠리칸의 로고에 대한 의미가 모성이나 희생이 아닌, 당시 독일의 정치적 상황이나 상업적 수단의 의미였었을지라도, 이 로고 자체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몽블랑의 눈꽃송이 로고는 당신의 수트 안주머니를 빛내 줄 수는 있을지언정 마음을 빛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펠리칸의 로고에서는 '모성, 희생, 치열한 삶'을 볼 수 있다. 이 만년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생. 바로 그 자체가 아닐까. 


  1. 오늘 2012.09.17 21:25 신고

    잘 읽었습니다.

  2. 라임오렌쥐 2012.10.25 13:27 신고

    저는 만년필에 관심이 없어 펠리칸이란 브랜드를 여기서 처음 봤지만, 줄리안님의 이글이 오히려 이 만년필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혀 생명력을 넣으신 느낌입니다.^^

  3. 유앤미 2013.08.27 22:42 신고

    펠리칸 만년필에대해 알아보다가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펠리칸과 몽블랑의 다른느낌, 그 속의 스토리 ! 정말 인상깊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4. Favicon of http://naver.com BlogIcon 민츠 2014.03.19 22:22 신고

    사실 펠리칸 로고는 그 아무 의미 없는 펠리칸 회사 주주의 가문 문장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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