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 많은 관객들이 <무간도>시리즈를 떠올렸겠지만, 개인적으로 <신세계>는 조니 뎁과 알 파치노 주연의 <도니 브래스코>와 더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도니 브래스코>를 보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신세계>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무간도>는 경찰에 잠입한 갱 조직원, 그리고 갱에 잠입한 경찰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도니 브래스코>와 <신세계>는 다르다.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 <도니 브래스코>, <신세계>의 내용이다. 

<무간도>와 비슷한 부분은 조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찰과, 그 경찰을 달래는 상관 정도 뿐이다. 물론, <무간도>에서는 경찰에 잠입한 갱의 조직원(유덕화)이 경찰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며 끝나게 된다. <신세계>와 <무간도> 사이의 연관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무간도>의 '반대' 경우라면 어떨까 싶은 결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도니 브래스코>를 보면서, <신세계>가 <도니 브래스코>를 리메이크 했다고봐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의 유사점이 있다는 점이다. 원래 있던 조직의 보스가 죽으면서, 조직 내의 2인자 다툼이라던가, 이정재가 황정민에게 하듯, 조니 뎁도 알 파치노에게 핀잔을 주거나 쏘아 붙이는 등의 특징들이 그렇다. 정체를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척 해주는 부분도 흡사하다. 그러니 <신세계>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도니 브래스코>를 이야기해야 한다. <무간도>가 아니라.


헐리우드는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과의 분업이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않다. 보통 감독이 각본을 겸하는 경우가 더 많다보니, 한국영화들이 대체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들이 든다. 예컨대 <박수건달>을 보면서 <헬로우 고스트>를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팔리는 스토리에 이런저런 요소만 바꿔놓은 한국영화들의 한계점이 아닌가 싶다. 

<신세계>또한 이런 한국영화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근래에 개봉한 한국영화들과의 차이점을 둔다면 '멋'이 있다는 정도겠다. 일단 이 영화에는,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시키는 코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에서 마음이 짠해지는 그 무엇을 느낄 수는 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멋'있게 만들어졌다. 


그 멋의 정점에는 역시 이정재가 있지 않았을까. 과거 이정재 주연의 영화 <불새>가 개봉했을 무렵, 이정재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불새>의 주인공에 대한 신분상승을 알려주는 아이템으로 '듀퐁 라이터'를 들었다. <신세계>에서도 '듀퐁 라이터'는 등장한다. 처음에는 황정민의 아이템이었지만, 이후에는 조직의 정점에 오른 이정재의 손에 들려있게 되었다. '듀퐁 라이터'를 손에 쥐고,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이정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영화는 '멋'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한 배우라고 한다면 '최민식'이 되겠다. 최민식은 점점 안성기와 그 성향이 비슷해져가는데, 이들은 '연기의 레전드'지만, 너무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교과서 적으로 연기를 해서인지 배역에 몰입이 되지 않고, '아, 그 배역을 잘 연기하는구나'싶은 생각이 먼저 들게된다. 

반면,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았던 배우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 왜 배우 황정민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전까지 황정민이 보여주었던 연기는 '맡은 배역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려 했던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신세계>에서는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겉은 짝퉁이나 찾아다니며 욕이나 내뱉은 양아치지만, 속은 주도면밀하고, 심지어는 잔인하기까지 한, 이중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꼭 챙겨봐야 할 배우' 명단에 황정민을 집어 넣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정재'의 모습이 인상깊다. <하녀>에서 연기의 변신이라면 변신을 했던 이정재는 <신세계>에서 물이 올랐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최민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정재의 표정연기, 그리고 대사전달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보려는 모습 등에서 그의 변신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정재의 재발견을 위한 영화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국내 배우 중 '멋'이 있는 배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직도 이정재만한 배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정재는 감정의 절재, 과하지않은 표현,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대사를 해야 멋지고 잘 어울리는지에 대해 아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들이 호평을 했던 '엘리베이터 격투씬'의 경우, 나는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에필로그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이 있었으므로 해서 <신세계>가 비로소 완성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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