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상(李箱)의 새로운 시가 발굴되었다.[각주:1] 『가톨릭少年』1936년 5월호에 '해경'[각주:2]이라는 이름으로 올린 <목장>이라는 동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상은 『가톨릭少年』1936년 5월호에 <목장>을 올리면서 잡지의 표지도 직접 그렸다는 것이 특징이다.

<목장>[각주:3]

- 해경

송아지는 저마다
먼산바래기

할말이 잇는데두
고개 숙이구
입을 다물구

새김질 싸각싸각
하다 멈추다

그래두 어머니가
못잊어라구
못잊어라구

가다가 엄매-
놀다가두 엄매-

산에 둥실
구름이가구
구름이오구

송아지는 영 영
먼산바래기

이상은 1937년 4월 17일, 도쿄에서 그 생을 마감하였다. 그러니 이상이 생을 마감하기 대략 1년 전 쯤에 씌여진 글이다. 이 아름다운 동시는 이상의 빼어난 글 솜씨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기존의 이상 시(詩)와는 다른 스타일의 정갈함과 정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동시 <목장>의 7연에 이르는 연들은 2-3-2-3-2-3-2와 같이 2행연과 3행연이 질서 있게 교체되어 나타난다. 그렇게 작품 전체인 7개연이 질서 있게 행수를 교체해 리듬의 묘미를 살려나간 점 이외에도 동시 <목장>의 형태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여럿 나타난다. 3음보 또는 4음보로 다듬어진 음보의 가락, 세 번에 걸친 3행연에서의 동음 반복, "싸각싸각", "엄매", "둥실" 등 자연스러운 의성어, 의태어의 활용, 1연, 7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수미쌍관(首尾雙關)의 시문장 등이 그렇다.[각주:4]
 
이러한 이상의 <목장>은 사실상 이상의 처음이자 마지막 동시인데 과연 이 동시를 지은 '해경'이 이상과 동일 인물임에는 어찌 알 수 있을까?

"가톨릭소년 二號 표지화와 동시 <목장>의 작가인 김해경 선생님이 어디 게십니까? 그리구 무얼 하시는지 퍽 알구 싶은데 알으켜 주실수 없을가요?"

"(記者) 김해경 선생님이 바루 李箱 先生님입니다. 詩人으로 이름 높으시구 또 그림으로도 몰으는 이가 없을 많큼 이모저모로 유명하신 선생님이심니다. 지금 서울에 게신데, 하시는 일은 퍽 여러가지 방면에 애쓰시는 어룬이시십니다. 가장 잡지출판에 애를 쓰시는 가운데두 우리 『가톨릭少年』출판에 땀을 많이 흘리심니다"[각주:5]

독자의 질문에 출판사가 한 대답으로 미루어 볼 때 이상의 작품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동시가 발굴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상을 좋아하고 연구하는 국문학도들에게는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가 발표 된 것은 1936년 5월이고 이상은 1937년 4월 17일 도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발표된 이 동시는 우리에게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난해하고 어두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상'이라는 필명을 버리고 '해경'이라는 본명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각주:6]
개인적으로 이상을 존경하고 연구하고 싶은 국문학도로서, 이번 이상 시의 발굴은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온다. 시를 읽을 수록, 그 기분이 달라지는 것은, 여느 이상의 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1937년 이상의 죽음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우리는 <목장>과 같은 아름다운 시들을 더 많이 만나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이상이 썼다는 이유로 이 동시는 아직도 해석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상의 시를 해석하는 것은 곧 즐거움이다. 애틋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이 아름다운 동시에 대한 설명은 문학사상 11월호에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해보자.

  1. 문학사상 11월호 참고 [본문으로]
  2. 이상(李箱)의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이다. [본문으로]
  3. 『문학사상』,2009년 11월호 , 22페이지. [본문으로]
  4. 앞의 책, 33면, 권오만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본문으로]
  5. 앞의 책, 35면. [본문으로]
  6. 앞의 책, 31면. [본문으로]
  1. Favicon of http://garimtos.tistory.com/ BlogIcon 가림토 2009.11.18 22:23 신고

    이상의 동시라뇨. 처음 들었습니다. 아주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송아지', '먼 산', '구름', '어머니'로 이어지는 향토적 서정은 기존 이상의 시와 너무 달라 생경합니다. 도시적 에고이즘이라 할 수 있는, 이상의 작품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필명이 아닌, 실명으로 시를 발표한 것도 신기하구요. 호오~ 신기합니다.

    • Favicon of http://juliantime.net BlogIcon juliantime 2009.11.18 22:33 신고

      그렇죠 ^^ 아무래도 생소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합니다. 역시 이상이 천재였다는 것을 증명해 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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