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우정호'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내 나이 어느덧 삼십대 후반. 그래도 삼십대 중반에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즐겨보던 기억이 났다. 어쨌든 젊은 나이에 사망한 '우정호' 선수에게 명복을 빌어줘야 하는데...

 

기사의 덧글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악플'보다도 더 저질인 덧글들이 수두룩히 달려있다. 한숨부터 나온다. '도대체 인터넷 세상은 정화가 가능하기나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비단 '우정호'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덧글로 상처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죽은 사람은 그렇다쳐도 그 가족들이 덧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에는 아마도 '비수'보다 더한 것이 꽂혔으리라.

 

'대한민국'은 병에 걸렸다. 중원 무림도 아닌데 칼부림이 난무한다. 여성들은 늘 불안한 귀갓길을 걸어야 한다. 인터넷 악성덧글이나 학생들의 욕을 통한 언어폭력은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병리현상의 이면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가. 이미 이 나라는 언제쯤부터 제정신이 아닌 나라로 변해버렸다. 사회구성원들은 모두가 불만을 하나씩 품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불만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근래들어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당장에 정치나 연예관련 덧글을 보라. 이건 '덧글'이 아니라 '배설'이다.

 

인터넷 덧글은 꾸준히 오염되어 왔다. 채팅방에 들어갈 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던 시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로 남아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도덕이란 자취를 감춰버린지 오래다. '부모 욕이나 안하면 다행'인 시절이다.

무차별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는 또 어떤가. 무엇이 이들을 광기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는가. 나름대로 분석해본 바로는 현재의 시대가 '광기의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나의 국가가 파산하는 시대. 갈수록 선정적이고 강도가 높아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세계화가 꼭 좋은 것일까? 좋은 것 뿐만이 아닌, 나쁜 것들까지 수입되지는 않았는가? WWE 프로레슬링이 폭력적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의 이종격투기 산업을 보자면 프로레슬링은 귀여워보이기까지 한다. 공중파에서는 꾸준히 선정적인 소재, 즉 불륜을 소재로 한 내용의 드라마들이 끊임없이 재탕되고 있으며, 음악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걸그룹들의 복장과 춤은 또 어떠한가.

성과 폭력이 상품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제정신이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이 있다. 그렇지. 과연 위에 언급한 문제들이 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병리적 현상의 원인일까? 나는 '원인의 한 부분' 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그건 바로 '개인의 문제'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모호해지고, 그에 따라 자제력을 상실한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폭력적인 영화가 등장하면 그러한 폭력성에 불쾌감을 느끼는 도덕적 기능이 상실해버린 것이다. 오히려 그 폭력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이 사회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다. 자체정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인터넷은 이들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표현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인터넷으로만 그치던 이러한 폭력적 현상이 이제는 '오프라인'으로 번져간다는 점이다. 롤플레잉 게임의 PK(Player Kill)가 '현피'로 발전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제는 누가 때려서 맞고 다치고의 문제가 아니다. 목숨의 문제로 번져간다.

 

우리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와 게임을 하는 이면에는 '대리만족'이라는 구실이 붙는다. 이러한 '대리만족'은 이를테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에 한해 적용된다. 이러한 대리만족의 다른편에는 '불쾌감'이라는 감정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불쾌감'이야 말로 인간의 도덕적 작용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감정인데, 불쾌감이 사라지면 이는 곧 '대리만족'에서 '직접만족'으로 이어지는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

불쾌감이 사라진 세상. 비단 인터넷의 덧글이나, 현실에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인가. 이러한 '불쾌감'이라는 감정을 거세시킨 이 사회에 어떤 곰팡내나는 병폐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누구이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