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은 나의 첫사랑이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 촌스러운 앨범 재킷, 잠자리 눈 만큼이나 커다란 안경을 쓴 김태원이 팬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들고 있던 모습, 빤짝이 옷을 입은 이승철. 
나는 '부활'과 사랑에 빠졌었다. 그들의 음악은 강렬하고, 섬세했다. 첫사랑의 그 기분과 유사했던 것이다. 1집 앨범의 가장 첫 곡이었던 '인형의 부활'을 나는 몇 번이나 들었던가. 또래 친구들이 유행가를 흥얼거릴 때, 나는 '인형의 부활'을 흥얼거렸다. 애들이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부활'을 대변하던 수식어는 '서정성'이었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인데, 당시 '부활'의 서정성은 '종교적' 감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초기 음반들의 곡 구성과 가사들을 보자면 충분히 그럴법도 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2집을, 그것도 '회상2'를 가장 좋아했다. 곡 구성 자체가 한 편의 서사였다. 이승철의 보컬은 생각컨대 이 곡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곡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절박하고 애절한 보컬을 이승철에게서 들을 수 없었다. '회상2'는 이제까지 나온 '부활'의 모든 곡을 통틀어 그들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고, 보여준 곡이었다.
나는 한 동안 부활과 비슷한 그룹들을 찾아다녔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견고했고, 유일했으며,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첫사랑은 끝이 났다.

빠지지 않고 '부활'의 앨범을 모으던 나는 언제부턴가 그들의 앨범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바로 이승철이 다시 참여한 8집 앨범 '새벽' 이후였던 것 같다. 딱 그 앨범까지였다. '부활'은 8집 앨범을 낸 이후로 대중들이라는 용암속으로 몰락해갔다. 종교적 감성은 사라지고 대중적 감성만이 남았다. '부활'은 무늬만 '부활'이었다. 김태원을 TV로 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내 눈에 그는 더 이상 '락커'로 보이지 않았다. 락커의 흉내만 내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예전엔 '락커' 였던, 그래서 비주류였던 인물이, 이제는 '락커 흉내'를 내면서 주류로 들어온 것이다. 모순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그렇다. 흉내가 마치 그 모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그룹이 '백두산'이다. 그저 계속 묵묵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했다면 그들은 전설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TV에 얼굴을 알려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그들을 '흉내만 내는 광대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흉내내는 그들. 나는 실망했다.

보컬들

'부활'이 '음악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에는 보컬들이 있었다. 김태원의 장점은 재능있는 보컬들을 알아보는 것이었으며, 그 보컬들에게 가장 맞는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4집 '잡념에 대하여'는 처음 구입해서 들어본 이후로 두 번다시 듣고 싶지 않은 앨범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수록', '소나기'를 부른 김재기를 기억하지만, 내 기억의 김재기는 '작은하늘'에서 노래를 부른 그 김재기다. 이승철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었지만, 사실 가장 '부활'스러운 보컬이었을 수도 있었던 김재기. 그의 동생이 보컬로 참여한 앨범이 바로 4집이다. 형편없었다. 단 한 곡도 귀에 들어오는 노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형인 김재기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부활의 앨범중에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앨범은 6집 '이상시선'이었다. 이 6집 앨범은 부활의 역사에서,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킹덤' 출신의 보컬 김기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 성대결절로 음악생활을 접었어야 했던 그에대한 마지막 배려였던가. 그러나 나는 '부활'의 음악 연대기를 되짚어볼 때, 6집 '이상시선'은 초기 음반을 제외하고 가장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의 음악성, 그리고 보컬이었던 김기연과 무관하지 않다.

6집 '이상시선'

처음 '가능성' 이라는 곳을 들었을 때, 나는 뭐 이런 노래가 다 있나 싶었다. 조금 촌스럽게도 들렸다. 문제는 이 곡을 두 번째 들었을 때 처음 들은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들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바로 보컬이었던 '김기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기연의 보컬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의 창법이 단순히 고음위주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아는 보컬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노래가 있다면, 그것을 자기의 장점과 결합시키는 능력이다. 무엇보다도 6집 '이상시선'에 '회상2'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나는 앞서 '회상2'가 '부활'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곡이라고 말했다. 김기연이 부른 '회상2'는 완전히 다르게 편곡이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2집에서 들려주었던 '회상2'의 애절함을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회상2'는 8집 새벽에서 이승철이 다시 한 번 부르게 되는데, 재밌는 점은 2집의 '회상2'와 6집 이상시선의 '회상2'를 김태원이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8집 새벽에서 이승철이 부른 '회상2'는 역시 잘 부르지만, 생각해보면 2집 때 느껴졌던 감성이나 애절함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김기연 버전의 '회상2'가 보다 더 감성에 빛났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6집 '이상시선'에 중요성을 잊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부활'의 6집은 기존 1,2집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다. 이승철과 가장 유사한 보컬이라 한다면 나는 당연 '김기연'을 꼽을 것이다. 이승철과 많은 것이 틀리지만, 내가 1,2집에서 느꼈던 이승철의 감성을 김기연에게서 다시 느꼈던 것이다. 만약에 '부활'의 역사에서 꼭 지켜야만 했던 보컬이 두 명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김재기와 김기연이다.

몰락하는 '부활'

8집 '새벽'을 끝으로, '부활'은 적어도 내 기억속에서 몰락해버렸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첫사랑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락'이라는 장르에 유난히도 거부감을 나타냈던 대한민국에서, '부활'의 존재는 거대했다. '시나위', '백두산', '블랙신드롬', '블랙홀' 같은 거장들이 있었지만, '부활'은 그들과 궤를 달리하는 활동을 했다. 그들의 7집인 'Color' 에서, '아기천사', '신조음계' 출신의 이성욱을 보컬로 맞이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그마저도 비운의 앨범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별 빛을 보지 못했던 보컬들. 나는 그들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8집 '새벽'을 끝으로 '부활'의 음악성은 단순히 '서정성'만을 강조하며 나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존의 '고음 위주' 가수들을 배제시켜버린다. 현재 보컬인 '정동하'는 노래는 잘 부르지만, 슈퍼스타 K에서 이승철의 표현대로 하자면 딱 '슈퍼 위크' 정도의 솜씨만을 보여준다. 기존의 김재기, 김기연, 박완규, 이성욱 같은 보컬들에 비하면 그 존재감 조차 희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정동하는 '부활'을 젊게 만들어주었다. 프론트 맨이 아무래도 20대이다 보니, 팬들의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거기에 김태원의 입담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부활'은 '락그룹'이라기 보다는 애매모호한 세션밴드 정도로 밖에는 인식이 되지 않는다. 실력파 보컬들이 '부활'에 몸담고 있을 때, '부활'은 배고팠다. 결국 이 대한민국의 음악신이 요구하는 것은 실력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였던 것이다. 그 희생양은 '부활'이다. 우리나라가 '락음악'에 관대했었다면, '부활'은 지금쯤 대형 밴드로서, 그리고 젊은 락키즈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백두산'까지 예능에 참가하면서, 이제 음악만으로 승부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는 사실들을 깨달았다. 그것은 예전에도 그랬다. 그저 '아주 특출난' 몇개의 밴드만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부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김태원'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백두산'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유현상의 '입담'과 김도균의 멋들어진 포즈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대중들은 왕년의 락스타들의 과거 모습을 보며 신기해한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여전히 아이돌 스타, 그리고 감미로운 발라드 가수들, 힙합 가수들 뿐이다. 그렇게 '부활'은 내 마음속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락신에서 몰락해갔다.
그들은 타협을 했고, 그 타협을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조차도, 여전히 TV채널을 돌리다가 김태원의 모습이 보이면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는 것이다. 옛 추억을 되새기며.

그룹 '부활'은 다시 '부활' 할 수 있을까?

왕년의 그 '종교적 감성'과 애절함을 다시 찾을 수 있을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은 '김태원'을 좋아한다. 부활을 거쳐간 수많은 보컬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최근 '부활'과 '박완규'가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노래 '비밀'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그 노래는 박완규에 맞는 노래가 아니다. 차라리 정동하가 불렀다면 더 어울렸을 노래다. 이미 김태원의 기준은 '정동하'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비밀'의 멜로디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절실한 멜로디였던가. 그냥 '부활 스러운' 노래일 뿐이다. '부활'은 자신들의 노래를 '표절'하고 있다. 끊임없이 비슷한 노래들을 재생산하고 있다. 멜로디들이 전부 비슷비슷해서 그 노래가 그 노래처럼 들린다. 9집 부터는 한 곡이라도 귀에 들어오는 곡이 없다. '부활'에게 있어 심장은 '보컬'이었다. 정동하가 오랜시간 '부활'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나는 그가 솔로로 데뷔했을 때 얼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가능성 있는 보컬이, 그냥 비슷한 노래들과 과거 노래들을 재탕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지금의 '부활'은 이미 몇 번은 우려낸 녹차 티백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부활'에게 더 이상 옛날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는 것일까?
예능에서 한 껏 재주를 펼치고 있는 김태원은 계속해서 이런 비슷한 음반만 '찍어' 낼 것인가?
나는 적어도 한 줄기의 희망은 가지고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뭔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1집의 이승철이 2집에서 변신했듯, 지금의 정동하는 분명 변신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것은 온전히 김태원의 몫이다. 지금처럼 잘 나가는 상황에서, 그가 다시 과거의 감성을, 과거의 울분을, 과거의 슬픔을 가질 수 없으리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김태원이 만든 노래 중, 가장 훌륭한 노래는 '회상' 트릴로지였다. 김태원이 과거를 회상한다면, 분명 새로운 '부활'이 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집 이후로 '과연 부활이 또 음반을 낼까?' 라고 막연한 기대를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김태원에게 막연한 기대를 걸어본다.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 '부활'이 다시 '부활' 할 수 있기를.

  1. Wyldedrive 2011.12.13 05:37 신고

    제 생각엔 가장 정확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포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인형의 부활을 들었을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죠.

  2. 부활 2012.03.01 19:13 신고

    정말 좋은 포스팅입니다. 좋은 소식은 김태원 형님이 올해나올 13집은 2집으ㅢ 업글 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들어봐야 알겟지만 과연 부활 최고명반인 2집의 아성을 넘을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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