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LX7

 

나는 불교 신자지만, 가끔 이런 상징을 볼 때마다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내가 믿는 분에게 대답이 없을 때, 가끔은 다른 분이 대신 대답을 해줄 때가 있는 것이다.

 

그 분은 잠시 너에게 화가 나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대신 왔노라고.

 

2012. 10. 30.

 

LX7

 

 

타계한 박완서 선생의 1973년 작 '부처님 근처'에 대한 이야기는 책소개에 나온 것처럼 '비극적' 가족사를 담아냈다기보다는 '비극적' 가족사를 한 모녀의 '화해의 계기'로 승화시키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글이다.

'절'이라는 배경을 통해 한국 불교의 미신사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점이 독특하다. 그 안에 6/25라는 비극적 전쟁, 이념의 갈등, 그리고 모녀간의 화해가 짧은 분량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숨겨야 했던 과거를 품고 살아야만 하는 그 시대의 여성상을 '토해낸'것이리라 보여지지만 한편으로는 그와는 또 다른 주제, 즉 '부처님 근처'로 가기 위해 천번의 절을 해야하고, 앞다퉈 초를 켜고 보시금을 내야하는 한국 불교의 그릇된 모습을 살짝 들춰내기도 한다. 주인공 모녀는 결국 '부처님 근처'로 갔을까? 싶은 질문을 남겨둔 채 소설은 마무리를 짓는다.

뒷편에 부록처럼 딸려나온 짤막한 소설은 그저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전례동화 정도로 생각되지만,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볼 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나이어린 신랑에게 시집을 간 한 여인의 기지를 담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야 했던 시절의 여인들 모습을 간결하게 묘사했다.

'부처님 근처'도 그렇지만 짧은 내용 안에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집어 넣는 것이 박완서의 매력이리라. 복잡하지 않은, 그러나 박완서 선생의 밀도있는 글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라 하겠다.

 


부처님 근처

저자
박완서 지음
출판사
가교 | 2012-01-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박완서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담긴 자전적 소설!박완서 서거 1주기...
가격비교

어젯밤 11시 30분 쯤, 더워서 열어놓은 창문 밖으로 '합창'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TV를 크게 틀었나? 싶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했는데 이제는 어떤 남자가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목사인 모양이었다. 근처에 교회가 있었던가? 생각했지만 아무리 근처에 교회가 있었던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늦은 밤에 찬송가를 부르냐는 것이다.
나는 불교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성경에 나오는 좋은 구절을 인용해주기도 한다. 이는 내가 기독교 중학교, 천주교 고등학교 등을 다니며 젊은 시절에 다양한 종교를 접했기 때문이리라. 부모님이 불교셔서, 나는 정말이지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란것이다.

그러나 편견없이 타종교를 접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일이다. 특히 늦은 밤에 어디선가 찬송가소리가 들려올 정도면 더욱 그렇다. 중들이 치는 목탁소리에 잠을 못잤다면 나는 그 또한 타종교인들이 당연히 비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종교적 편견, 혹은 대립각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절에서 목탁소리는 보통 새벽 네 시쯤 들린다. 주변에 절이 있다면 하는 이야기다. 수요일과 일요일 아침에는 찬송가소리와 종소리가 울린다. 사실, 내가 전에 살던 집에서는 근처에 교회가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마다 울리는 교회 종소리, 교회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찬송가 소리가 싫지많은 않았다. 어떤 목가적인 분위기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몸에 잠자리에 들려는 밤 11시 30분에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는, 종교적 편견을 차치하더라도 불편했다. 그 소리는 비록 열두 시쯤에 끝났지만, 아마도 평소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비추어봤을 때 어떤 신도의 집에서 예배라도 봤나보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언젠가 또 다시 늦은 밤에 찬송가 소리가 들린다면, 그래, 주정뱅이가 골목에서 주정하는 소리보다는 낫지, 라고 생각하며 단념해야겠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