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K-5




봄이 오기 조금 전


어떤 날 오후



Canon EOS 6D


PENTAX K-5


충청남도 서산에 태봉리라는 곳이 있다. 

딱히 볼 만한 경치도, 풍경도 없는 이 한적한 곳은, 그러나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어떤 것이 있다. 

도시의 삶을 살아왔던 내게 시골은 라캉이 말했던 소문자 a, 혹은 프루스트의 소설에 나오는 마들렌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음산하지만, 한적한 이 곳에서 아주 잠깐 눈에 띄는 풍경하나를 발견했다. 웅장하지도, 아기자기하지도 않은, 그러나 잠시 머물게 하고 싶은 기분이다. 

이제 시골은 사라지고 있다. 산의 높이가 낮아지는 대신, 아파트의 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시의 편리함이 시골에서의 한적함을 잠식한다. 

시골은 한 때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안락의자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시골들이 사라져가고, 점점 그럴 듯한 도시화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Fin.



iPhone 6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전, 필름을 쓰던 어떤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글의 처음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 시절, 가장 설레이던 순간은 하루 종일 찍었던 사진들이 들어있는 몇 롤의 필름을 충무로 사진관에 맡겼을 때 였던 것 같다. 조금 일찍 찾아가면 필름을 맡기고, 커피를 한 잔 마시던가, 혹은 근처 카메라 샵에서 빈티지 카메라들을 구경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필름을 찾아 올 수 있었다. 아니면 보통 하루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필름을 찾아 컴퓨터에 연결된 스캐너로 현상된 필름, 혹은 인화된 사진을 스캐너로 스캔을 했다. 



iPhone 6


영화 <스모크>에서는 담배가게 주인인 하비 케이틀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매일 똑같다고 여겨지는 일상을 촬영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일상이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그리고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갖는 힘이다. 일상, 기록, 그리고 '즐거움'.



iPhone 6


이 글은 사진을 잘 찍는 법이 아닌, 사진을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한 글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사진을 잘 찍는 어떤 노하우 같은 것을 배우리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할 뿐더러, 그런 노하우 같은 것은 가지도 있지도 않다. 언젠가 나는 사진의 모든 것들에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카메라, 렌즈, 화질 같은 것들이 사진의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집착들은 그러나 사진을 즐기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슬럼프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일 년 정도,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도대체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 쓸 수 있을 것인가. 커뮤니티에 올려서, 덧글로 칭찬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사진을 즐기는 것이라면, 그건 딱히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뭐랄까, 그냥 무료할 때 시간 때우기 정도의 작업이랄까. 



iPhone 6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필름 시절의 어느 때가 기억난 것이다. 한 장의 필름이라도 아끼던 그 시절. 피사체에 집중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던 그 시절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사진을 즐기고 있었다기보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느낌으로 사진을 찍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즐겨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진을 찍는 세 가지의 방법을 발견했다. 



iPhone 6


째는 수집이다. 물론 카메라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장비를 수집하는 것으로 사진의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괜찮다.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는 수집의 즐거움을 준다. 빈티지 카메라들이나 렌즈들을 수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제안하고 싶다. 장비도 장비지만, 이미지를 수집해 보는 것은 어떤가. 사진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피사체, 즉 이미지를 간직하는 것이다. 그 시간, 그 순간을 갈무리 하는 것은 사진의 본질이자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장비에 너무 집착하는 나머지, 정작 이미지 수집에는 소홀하다. 그러나 최근 카메라들은 전부 '좋다'. 우리는 스마트폰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글에 올라온 사진들은 전부 아이폰6로 촬영된 것들이다. 출사를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바리바리 챙겨야 한다, 이런 식의 강박관념은 사진을 즐기는 것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여러분들은 늘 고성능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여러분들의 스마트폰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면, 사진에 대한 즐거움이 극대화 될 것이다. 


둘째는 보정작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보정을 마치 사진에 대한 순수함을 더럽히는 패악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사진은 '수정하지 않은 원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모든 디지털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고유의 프로세싱에 의해 '보정이 되어서' 나온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카메라 단에서 보정이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펜탁스 색감, 캐논 색감, 니콘 색감 같은 말들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진은 보기 좋아야 한다. 보정이란 근본적으로 사진을 더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다. 보정작업은 마치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우리는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암실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내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블로그를 만들거나, 여러 사진 관련 커뮤니티, SNS 등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촬영한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면 사진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라고 충고하고 싶다. 가장 좋은 것은 블로그다. 블로그에 자신만의 작업실을 만들어보자. 여러분들은 좀 더 즐겁게 사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iPhone 6



사진을 즐기자. 우리는 충분히 사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척 근사한 일이다. 작품사진이라던가, 선예도, 화질 같은 것에 신경쓰지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피사체'를 발견하느냐이다. 피사체를 찾아 여행을 하고, 관찰을 하는 것은 사진이라는 메인 요리의 에피타이저에 해당한다. 사진을 보정하는 것은 디저트이다. 그리고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야 말로 즐거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제 여러분들은 카메라를 들고, 혹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사진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Canon EOS 6D


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몇 년 동안 보아왔던 풍경. 어느 날 새벽에 안개가 자욱했다. 

장막같은 안개는, 보이고 싶지 않은 풍경을 교묘하게 가린다. 그래서 늘 보아왔던 풍경은 신비롭게 느껴진다. 

나도 이것이 안개의 장난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뿌연 유리 너머를 보는 기분이다. 

유리 너머로 아마도 그 풍경의 짓궂은 미소가 보일지도.

  1. 2015.10.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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