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다시 팬택 사태를 끌어 올리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겠다. 쌍용차 사태를 봐온 우리들로써는 낯선 풍경도 아니다. 벤처의 신화라고까지 불렸던 팬택의 몰락은, 그래서 사람들에게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가려졌다. 하지만 팬택 사태를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IT강국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대한민국에서, 팬택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팬택의 흥망성쇠는 어딘가 익숙하다. 어쩌면 팬택이라는 회사가 대한민국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택은


재기발랄한 회사였다. 다소 컬트적인 면도 있었다. 팬택이 공략해야 할 소비자 층은 10대 학생들부터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이었다. IT에 관심이 많거나,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은 애플이나 삼성 제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팬택은 그 틈새시장을 그럭저럭 잘 공략해 나갔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팬택의 한계였다. '스카이'라는 프리미엄 급 브랜드를 버리고, '베가'라는 생경한 브랜드를 들고 나타났을 때부터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던 삼성이나, 스마트 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도 다른 제품들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사 LG와는 사정이 달랐다. 팬택은 오로지 스마트 폰만 만들었다. 그것이 처음에는 약이 되었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성이 성겼는지 오히려 독으로 변해버렸다. 삼성이나 애플의 공세 속에서 팬택이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팬택의 스마트 폰에는 부수적인 수입을 유발시키는 그 무엇인가가 없었다. 이를테면 액세서리 같은 것들 말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산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그리고 아이패드를 구입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맥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은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려 놓았고, 삼성 모바일 프라자 같은 직영점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으며, 심지어는 전용 케이스를(무척이나 비싼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갤럭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을 구입하면서, 기왕이면 깔맞춤으로 정품 케이스나 커버를 구입하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팬택에는 이런 것들이 없었다. 팬택이 운영해오던 '랏츠'는 사실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팬택 제품들 전용 액세서리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한데 매장만 있다한들 소용이 없는 것이다. 팬택을 컬트적이고, 매니악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했던 CF조차 그 개성을 잃어버렸다. 이병헌의 '단언컨대'는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그 후속 CF가 에러였다. 마치 논문의 자기표절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물론 좋지 못했다. 사람들은 '단언컨대'를 외치는 이병헌만 기억했다. 


우리나라 IT의 딜레마, 창조성


스티브 잡스가 입버릇처럼 '혁신'을 물고다니다 보니 국내 기업들조차 '혁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혁신이 아닌 것도 혁신이라고 우기는 판이 된 것이다. 그런데 혁신의 비료는 창조성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나지 않듯 창조성도 고갈되어 있었다. '혁신을 강요하지만 창조성은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앞에 붙어있던 'IT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져버렸다. 삼성이 전 세계적으로 갤럭시를 쉴새 없이 팔아치우고 있지만, 그런다한들 그것이 IT 강국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긴지 오래되었다. 팬택의 몰락 또한 이와 같은 우리나라 현실의 분위기에 떠밀려 발생한 일이다. 팬택은 이제 세계 IT 시장에서 곧 난파선이 될지도 모를 우리나라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팬택은 훌륭한 회사였지만, 발전은 더뎠다. 그렇다고 그들이 현실에 안주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신제품을 냈고, 틈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팬택이 더 괜찮은 회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싹수가 노란 것이 아닌, 팬택은 떡잎이 나쁘지 않았던 회사였다. 고음질 하이파이 음악 감상 기기로 회생한 아이리버의 경우와 같이, 팬택도 조금 더 궁리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맞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팬택은 충분히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견에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이나, 엘지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삼성이나 엘지가 어떤 시스템에 묶여, 그 안에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내용물만 바꿔 제품을 찍어내는 것과 달리 팬택은 오히려 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까웠다. 그들은 원한다면 삼성이나 엘지, 아니 애플보다 더 창조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런 기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택에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약간 자만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나는 팬택을 응원한다


고백하건데 팬택의 제품을 구입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팬택을 응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가끔씩 보여주던 팬택의 게릴라 적인 면모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들이 얼마든지 삼성이나 엘지를 엿먹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안타깝다. 나는 팬택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팬택을 응원하고 싶다. 그들이 세계의 IT를 지배하는 일은 없어도, 매니아들만 팬택을 찾는다해도 팬택은 존재해야한다. 삼성이나 엘지는 이미 글로벌 기업화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팬택은 그렇지 않다. 팬택은 어찌보면 우리나라 IT의 마지막 '가능성'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능성 조차 사라져버린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IT 회사'를 차리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팬택이제 막 IT업계에 진출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팬택의 몰락은 '우리나라에서 IT는 절대로 안돼'라는 비관적인 양상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거대 통신사들의 갑질, 대기업들의 물량공세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팬택의 모습은 그래서 우리나라 IT의 어두운 이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갑자기 삼성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삼성이 출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갤럭시 기어(GALAXY Gear)'는, 기존의 삼성이 보여주었던 행동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출시를 했다. 

삼성이라고 하면, 일단 타사에서 실험적으로 만든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연구한 뒤에, 이 제품들이 트랜드가 될 것이라 판단이 되면 재빨리 한국에서 약간 변형을 시킨 뒤 출시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던가. 

삼성은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늘 2인자의 자리에 존재하는 회사이다. 삼성은 혁신적인 기업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삼성은 대기업이고, 기술력이 있지만 전형적인 대한민국 관료형 시스템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것은 자유로운 사고, 발상이 밑받침 된 창조적인 환경에서 나오는 법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같은 것들이 '거의' 불가능하고, 삼성은 이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기 전까지 삼성은 '남들이 일궈놓은 혁신을 따라가는' 기업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삼성이 세계에서 최초로 스마트 시계를 만든 것이다. 삼성은 늘 '먼저 하는 모험'은 하지 않았다. 삼성은 도전정신 같은 것이 없었고, 늘 안전빵을 추구해 온 기업인데, 갤럭시 기어는 이러한 삼성의 정신에 위배되는 제품인 것이다. 

물론 이 제품이 잘 팔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삼성은 갤럭시 기어가 대략 80만대 정도 팔렸다고 했다.[각주:1]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기어가 잘 팔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 주변에 아무도 이 제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숫자로 나타나는 판매량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체감하는 판매량은, 내 주변에 '누가 들고 다니나'를 보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두 명의 남성이 손목에 갤럭시 기어를 차고 있다면, 그것은 언론에 이야기한 '80만대'라는 숫자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어쨌든 갤럭시 기어는 삼성이 (적어도 내가 볼땐) 최초로 '먼저 움직인' 혁신이다. 갤럭시 기어의 존재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최초', '혁신' 같은 단어들이 삼성의 앞에 따라다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늘 안전빵만을 고집했던 삼성이 '최초'로 '모험'을 걸었다는 것에서 비록 이 제품이 똥망수준이긴 하지만 그 가치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삼성 자체도 갤럭시 기어가 대한민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상관없다. 삼성이 기존의 '카피캣' 이미지를 벗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탈바꿈 하게 만드는 계기를 '갤럭시 기어'가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에는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제품이 있는데 바로 '갤럭시 S4 줌'이라는 제품이다. 



이 기괴하고 병신같이 생긴 제품은 똑딱이 카메라가 아니라 심지어 '스마트 폰'이다. 나는 이 제품을 지난 번 당구장에서 어떤 외국인이 들고 있는 것을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분명 그 외국인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 폰에는 저런 식의 '돌출된 렌즈'가 있었던 것이다. 

내 기억은 그렇다치고, '갤럭시 기어'가 비록 잘 팔리지도 않고, 디자인도 어린이용 시계 같다지만, '최초', '혁신' 같은 단어들을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삼성의 영리한 한 수였다면, 이 갤럭시 S4 줌의 경우는 삼성이 최대한 빨리 묻어버려야 할 제품이 분명하다. 과거로 역행한 듯한 디자인과 감성이 기껏 갤럭시 기어로 이미지 전환을 이끌고 있는 삼성에게 거의 독극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TV광고까지 하는 모양인데, 이 제품은 최근 삼성이 만들어 낸 제품 중 가장 최악이다. 


나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업체, 삼성의 상품 두 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삼성의 주력 상품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다. '갤럭시 S' 시리즈는 잘 팔리긴 하지만, 삼성의 기술력과, 한국인들의 특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시리즈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 S4 줌 이야기를 왜 했을까. 

이 두 제품이 대한민국 IT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작 팔리지 않는 혁신', '역방향으로 나아가는 디자인과 컨셉'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삼성은 '정작 팔리지 않을 것 같은 혁신'들을 오히려 찾아서 자신들 것으로 만들어 성공했다. 넷북의 경우가 그렇고, 미러리스 카메라도 그렇다. 특히 삼성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오히려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런 삼성이, 이제는 본인들이 '정작 팔리지 않는 혁신'을 보여주었고, 삼성의 이런 경솔한 혁신이 경쟁사들로 하여금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삼성의 경쟁사들은 '갤럭시 기어'를 벤치마킹하며 훨씬 더 좋은 디자인과 기능으로 무장한 신제품들을 만들 것이다. 또한 '갤럭시 S4 줌'을 보며 경쟁사들은 '저런 제품은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니 삼성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남 좋은 일만 시킨 것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 IT는 이제 거의 몰락에 가까워왔다. 옛부터 대한민국은 혁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혁신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이득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갤럭시 기어'가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들은 '많이 팔리고 이쁜 디자인'의 스마트 워치만 기억할 것이다. 모토로라가 최초의 핸드폰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외국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가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지불방식 등이 등장하지만, 정작 그러한 '새로움'을 이끄는 것은 전부 외국기업들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해서 새로운 뭔가를 이끄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한때 IT 선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IT의 변방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저 기술력이 좋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혁신적'일 수가 없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갤럭시 S4 줌'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나라에서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도대체 '갤럭시 S4 줌'이 대한민국 IT 혁신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갤럭시 S4 줌'은 대한민국 IT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은유'이다. 


'갤럭시 S4 줌'은 별다른 고민없이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컨대 성능좋은 카메라에 스마트 폰 기능을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별 고민없는 대답인 것이다. 

삼성이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4천만 화소 짜리 루미아 1020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은 대신에 1600만 화소에 10배의 광학줌 기능을 넣었는데, 스마트폰에 10배의 광학줌을 넣어야겠다는 발상부터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차라리 갤럭시 카메라처럼 아예 카메라에 스마트 폰의 '일부' 기능을 넣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이엔드 카메라 조차도 그 크기를 줄이는 판에 오히려 스마트 폰에 '돌출된 커다란 렌즈'를 같아 붙였으니 정말로 단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IT는 이런 식이다. 별다른 고민없이 흘러간다. 언젠가는 사진가를 위한답시고 노트북 덮개에 열배 광학줌을 붙여놓고 '사진을 찍고 바로 포토샵 편집이 가능한 노트북'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두 개의 각각 다른 용도의 상품을 어떤 디자인으로, 어떻게 하면 보기 좋고 혁신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프랑켄슈타인처럼) 붙여버리는 것이다.


나는 갤럭시 노트2를 썼던 적이 있다. 갤럭시 노트2를 쓰면서 내가 삼성에 대해 느꼈던 점은 '그래도 근성이 있구나'였다. 삼성은 근성이 있다. 그들은 혁신적인 마인드는 없지만, 그래도 '근성'을 가지고 경쟁사를 추격해왔다. 갤럭시 노트2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잘만든 스마트 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제품이었다. 갤럭시 노트3도 그렇다. 그러나 삼성이 그 외의 제품들, 예컨대 '갤럭시 S4 줌'같은 제품들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제품수를 줄이고, 대신에 그 돈으로 연구를 하고, 좀 더 창조적인 일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총알이 빗발치는 그런 전쟁이 아니다. IT전쟁이다. 이 전쟁의 결과로 인해 하나의 국가가 다른 국가에 종속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청 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전쟁통에서, 삼성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국내에서의 인지도이다. 

'이쯤이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눈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애플의 자국내 충성도를 보면 삼성도 아마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이 삼성 제품을 좋아하게끔 만들어도 모자랄 판이다. 안에서 견고하지 못한데, 어떻게 해외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갤럭시 기어는 분명 혁신적인 제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자인부터가 후졌다. 아무도 갤럭시 기어와 같은 디자인의 시계를 자신의 손목에 걸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꼭 죄수들이 차고 다니는 전자 발찌의 손목 버전 같이 생겼다. '갤럭시 S4 줌'은 심지어 그냥 카메라보다도 못해보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삼성이 IT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 그러니까 트랜드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찾아내서 자신들 것으로 만드는' 전략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삼성의 단점은 불필요한 제품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 제품군에는 밀도가 없다. 디자인도 그렇다. 디자인은 분명 창의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경직되어서는 결코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 삼성이 이 두 가지를 명심한다면, 그래도 최소한 IT전쟁에서 승리는 어렵더라도 살아남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1.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3&nkey=2013121900942000121&mode=sub_view [본문으로]

 

 

대한민국은 한때

 

IT 강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막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화 되고, MP3 플레이어들, 모바일 기기들과 '대작' 게임들이 등장할 무렵이었다. 이 시점은 2000년 무렵, IT 버블 시절과 관련이 있다. 희망적인 시대였다.

IT라는 거품이 꺼질 때쯤, 스마트 폰이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옴니아라는 바람에서,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태풍이 몰아쳤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에는 '무료 와이파이'들이 생겨났고, '무제한 3G 요금제'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그것이 꼭 '아이폰'의 영향이냐고 반문하신다면, 100%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아이폰의 영향이 컸다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그렇게 대한민국은 개척해야할, 비옥함이 흐르는 IT의 '기회의 땅'이 되었다. 아마 해외의 IT 업계들은 대한민국을 보면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와 아이폰이 들어왔을 때는 어딘가 유사한 점이있다. 무엇보다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국내에서 대박을 친 이후, 해외 유수의 게임사들이 국내의 게임업계 문을 두들겼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노키아, HTC 등이 스마트 폰의 전략적 공략처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대부분의 외산게임들은 문을 닫거나 문닫기 직전의 상황이 되었다. 아이폰이 들어온 후 4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존재하고 있는 외산 스마트 폰은 소니가 거의 유일하다.

 

모토로라도, 야후도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배틀필드에서 철수했다. 그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모토로라나 야후가 IT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국내에 진출한 업체들도 아니었다. 이들은 예전부터 대한민국이라는 전쟁터를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좋았던 시절도 물론 있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로, 야후도 네이버나 구글 이전에는 황금기였다.

 

IT 폐허가 된 대한민국

 

은 이제 몇몇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외산기업들의 전쟁터가 되었다. 그나마 삼성조차도, 한국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대한민국에 아예 정식 스토어나 지니어스 바 같은 CS 센터를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삼성에게 버림받고, 애플에게 초컬릿이나 받아먹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LG와 팬택만이 힘겹게 이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힘겨워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이제 IT의 폐허가 되었다. 프로그래머들은 힘겨워하고, 유저들의 불만은 차츰 쌓여가고 있으며, 잡다한 디지털의 찌꺼기들만 거리에 굴러다닌다.

무엇이 대한민국를 IT의 폐허로 만들었을까. 어쩌면 국내 시장은 이미 자신들의 텃밭이라 생각하고 외국으로 눈을 돌려버린 대기업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시장은 자국의 대기업이 지배했다고 생각하며 건성건성 지원해주는 외국계 기업들 때문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IT분야는 대부분 외국기업체들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아이폰. IT업계의 앙꼬와도 같은 부분들은 전부 외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자국 기업의 제품을 이용하려 해도, 그들은 모방에서 창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더디게 밟아간다. 그러니 '모방품'이 '창조품'으로 변하는 시간에, 차라리 안쓰고 말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트랜드를 이끌어가야 한다. 프로그래머들이 포르쉐를 끌고 다닐 정도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경쟁이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엔지니어들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대기업의 역할은 크다. 해외 시장도 중요하지만, 국내 시장이야 말로 가꾸고 발전시켜야 할 텃밭이다.

'IT 강국 한국의 삼성, 엘지'가 더 듣기 좋은가, 아니면 'IT 변방 한국의 삼성, 엘지'가 더 듣기 좋은가. 자국의 IT가 발전해야지만, 세계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자.

갤럭시 시리즈나 옵티머스 시리즈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스마트 폰 업계의 트렌드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대기업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꿋꿋이 삼성과 엘지를 구매하려는 소비층이 유지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국 고객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결국 기술의 발전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삼성의 광고가 그렇지 않았던가?

우리는 폐허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 IT 강국의 역사가 재건되지 말란법은 없다. 우리의 의식과, 대기업들의 노력, 중소기업들의 발전이 있으면 가능하다. 경쟁속에 발전이 있음을, 영원한 일인자란 존재하지 않음을 누군가가 인식이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ku ku 2013.01.05 10:15 신고

    엠비 고소영 정부가 최초로 한일이 정통부 없앤겁니다.
    지금도 고려대동창회 가보면 지들이 정통부 없앴다고 자화자찬이 만발합니다.
    그래서 고려대는 화이트칼라들 사이에서 삽질고대로 불리는 겁니다.
    삽질고대... 지금 현실은 성균관대에 개발렸고, 경희대와 한양대에 멱살잡혀 있습니다.
    특목고 외고 출신들은 점점 삽질고대가는것 쪽팔려하고 외면합니다.

 

 

안 그래도 잘 가고 있는데

 

뭐 굳이 가야 할 길이 따로 있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마도 지금의 삼성은 만취상태에서 좀 깨어나서 전봇대 밑에 쭈그리고 앉아 위를 게워내고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는 개인적으로 참 잘 만든 스마트 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성공에 만취된 삼성은 마케팅만 더 잘했더라면 훌륭한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를 갤럭시 S3를 17만원짜리 버스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17만원 대란'에는 통신사들간의 가입자 유치경쟁도 한몫했을테니 꼭 삼성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리무진 버스'가 될 수 있었던 갤럭시 S3를 순식간에 마을버스로 만들어버린 데에는 삼성도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빠름~ 빠름~ 빠름~

 

모 통신사의 광고문구가 생각난다. 이렇게 빨리 갤럭시 S3는 흔하디 흔한 폰이 되어버렸다. 갤럭시 노트를 생각해보자. 평범하지 않았던 CF,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르신들에게 충분히 어필 할 수 있었던 대화면, 아날로그 적인 감성을 자극했던 필기기능 등등. 삼성답지 않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광고로 성공을 했고, 지금도 갤럭시 노트는 꾸준히 팔리고 있다. 반면에 갤럭시 S3는 삼성이 무리수를 뒀거나 아니면 잠깐 정신줄을 놓은 것이 분명하다. 삼성의 '플래그십' 모델이 바로 갤럭시 S3였을 텐데, 이 플래그십을 미드십도 아닌, 보급형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아이폰5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을게다.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납득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 하는 중이다. 예컨대 아이폰5와 갤럭시 S3와의 비교광고. 과거 옴니아와 아이폰3GS와의 광고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옴니아가 아이폰3GS보다 더 잘팔리고, 더 평이 좋았던가? 그 실패의 쓰라린 맛을 삼성은 충분히 보지 못했던가? 갤럭시 노트에서 보여주었던 그 재기 발랄함은 잠깐 반짝였던 아이디어를 잡은 것에 불과한 것일까?

 

삼성에게 부족한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다. "살 사람은 어차피 다 삼성 사게 되어있다"는 식의 마인드는 기업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 삼성이 타켓으로 삼아야 할 것은 '살 사람들'이 아닌 '사지 않을 사람들'이다. 애플에게 충성적인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삼성의 잠재적 구매고객들이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지금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잠재고객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삼성에게는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아이폰이 특별한 기능이 있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만듦새, 지속적인 지원, 뻔뻔함 등이다. 삼성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라인업을 그렇게 많이 만들어봐야 관리만 힘들어지는 법이다.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올인' 할 수 있는 하나의 완성도 높은 제품이고, 갤럭시S3는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이제 삼성이 가야 할 길

 

애플의 뻔뻔스러움을 본받아보라. 애플의 집요함과 집착, 그리고 광기를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애플이 아닌 스티브 잡스의 그것이라 해야 할까.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지만 마치 담임 선생님이 부재중인 학교 교실을 연상케 하듯 어딘가 어수선한 면이 없지 않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5를 만들었다면 그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을 것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지금이 기회다. 하나의 제품, 누구나 감탄할 만한 만듦새, 장인정신, 그리고 그 제품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굳이 혁신은 필요없다. 하나의 잘 만든 제품은, 고객을 끌어들인다. 유저들은 새로운 기능들이 넘실거리지만 종종 꺼지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평범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도, 큰 문제 없는 안정적인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삼성이 가야 할 길이 보일법도 하다. 하나의 제대로 된 제품에 품격과 가치를 넣어두고, 그것을 훼손시키지 않으면 된다. 이미 갤럭시 S3를 토해내고 필름도 끊겨봤으니, 갤럭시 노트2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애플은 어제 새로운 형식의 교육방법에 대한 이벤트를 실시하였다. 잡스 사후 첫 공식 행사인데, 이 교육 이벤트는 잡스 생전의 숙원사업이었다고 한다. 내용들이야 각종 블로그, 언론 기사를 통해서 다들 보셨을테니, 그냥 이 이벤트를 보고 생각나는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위의 스크린샷을 보면 뭔가 익숙한 국가가 보인다. 바로 대한민국(Korea South)이다. 우리나라가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서 상위권에 속해있다는 점은,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굉장하다' 까지는 아니어도 '대단한' 정도로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을 본받고 싶다는 오바마의 발언도 있었으니까. 

애플은, 자사의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이 혁신의 중심은 바로 '흥미를 가지고 즐기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공부를 '지겨워' 하거나 '재미없어' 하는 미국의 학생들에게 의지를 불태우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무거운 책가방'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바로 '흥미'를 갖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이 대한민국에서 통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 부분에서 비관적이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교육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중에 하나는 '어른들의 편견'이 있다. 
스크린 샷의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굳이 아이패드 없이도'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전 세계에서 상위권이다. 그런데 거기에 '아이패드'를 접목시키면 더 잘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아이패드란 그저 '공부를 망치는 장난감' 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예전에 '노트북' 혹은 '컴퓨터'로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의 어른들 반응과 다르지 않다. '컴퓨터 = 게임, 아이패드 = 뻘짓' 이 바로 '어른'들의 마인드인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정책이 국내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중에 하나로 '학생'들을 생각하실 것이다. '애들이 아이패드로 공부하겠어? 게임이나 하겠지' 같은 생각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이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정책에 문제거리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이 또한 편견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이미 나름대로 자정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수업시간에 아이패드로 딴짓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선생의 재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을 믿는다. 물론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는 학생들을 믿는 것이지만.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이 국내에서 성공하기 힘든 문제중에 또 다른 하나 역시 '어른'들이다.
요즘에야 스마트 폰이 대중화 되어 5~60대 아저씨들도 카톡을 두들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가 아니라 삼성의 '갤럭시/갤럭시 탭'이다. 근본적으로(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귀찮은걸 무척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애플의 모바일 기기들은 '어떤 면'에서는 사용하기에 무척 귀찮다. 예를 들어 '아이튠즈'가 그렇다. 애플의 모바일기기들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튠즈가 필수인데, 스마트 폰을 외장디스크 처럼 컴퓨터에 연결해서 '복사/붙여넣기' 만으로도 피곤해하는 5~60대 어르신들이 과연 이런 부분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물론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연령대가 20대 후반에서 30~40대 정도로 젊어진 것은 긍정적이나 굳이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한 기기들이 널려있는데 애플의 아이패드를 가지고 수고스러움을 감당해야 할지는 의문인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대학교육'에서 대한민국은 커다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집단 중에 '권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집단이 바로 '교수집단'이다. 연령층이 높으면 높을 수록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익숙한 것을 찾는 습관들이 있어서, 예컨대 "애플의 아이폰을 사시겠습니까? 삼성의 갤럭시를 사시겠습니까?" 라고 그들에게 묻는다면 열에서 여덟은 아마도 삼성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 애플의 아이패드에 아무리 좋은 컨텐츠가 있어도, 그 컨텐츠를 보는 과정을 '피곤해'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늘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디지털 교육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는 없을까?
역시 여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애플의 아이패드가 모든 사람들이 거부 할 수 없는 특별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할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꼼수다'가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애플의 팟캐스트에서만 들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꼼수다'를 듣고 싶은 사람들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팟 캐스트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고자 할 것이다. 만일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패드에만 존재한다면, 뭐든 새로운 것에는 뒤쳐지고 싶어하지않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진 대한민국에서도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삼성'이다.
대한민국의 5~60대 어르신들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없을지언정 '삼성'에 대한 신뢰만큼은 대단하다. 만약에 삼성에서 갤럭시 탭을 이용한 교육 컨텐츠를 내놓고, 그것을 학교차원에서 지원한다면, 어른들도 수긍할 지도 모른다. 늘 '트랜드'가 될 것을 찾아 다니는 삼성은, 한 술 더떠서 '교육용 갤럭시 탭'을 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러한 애플의 교육정책을 삼성이 그냥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어떤 새로운 비전을 누군가가 들고 나오면, 삼성은 그 비전이 트렌드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승산이 있겠다 싶으면 발빠르게 로컬라이징화(현지화)시켜서 마치 그 트렌드의 주체가 삼성 자신인양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러니 이러한 교육정책도, 삼성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미국에서(혹은 다른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올 예감이 온다면 언제든 교육사업에 뛰어 들 것이다.

어쨌든 디지틀 교과서는, 혹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정책이 국내에서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 IT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고, '기득권' 세력들이 버티고 있는한 대한민국에서 '혁신'은 바라기 힘들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북' 시장만해도 그렇다. 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반면, 국내 이북시장은 어떤가? 어쩌면 국내의 디지틀 교육 정책은 바로 지금의 이북시장과 크게 다를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애플의 교육 이벤트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쩌다 입에 넣는다해도, 대한민국에서 그 떡은 달콤하지 않고 쓸테니, 전부 뱉어버릴 그런 떡. 현실은 이렇다.

  1. Sang 2012.01.20 19:06 신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일단 미국이랑 한국 교육 여건이 달라서 한국에서는 안 되고 안 할 듯.

    • ddf 2012.01.25 11: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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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cseru 2012.01.24 13:28 신고

    아이패드 지원 문제도 있을꺼같아요
    학생이 몇몇인데 그거 다 지원해줬다간 어휴;;;
    그렇다고 학생한테 사라고 하기도 뭐하고

  3. 20대 보수 2012.01.26 16:55 신고

    저는 어르신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시대에 뒤쳐지지만 20~30년 전에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위대한 세대"입니다. 그분들 스스로는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납니다. 틀린 말도 아니고요. 마치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분들과 우리가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고 기득권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입니다. 기득권은 어차피 없애봤자 새로운 기득권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득권이 어떻게든 권력을 내놓도록 차근차근 설득하는 것이죠.
    변화는 한번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에 걸쳐서 차근차근 찾아오는 것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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