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위기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애플의 주가가 떨어졌다느니, 아이폰 5가 별로라느니, 혁신이 사라졌다느니, 중역들의 퇴진. 

이즈음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더라면?


애플의 주가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산악인처럼 끊임없이 오르고 있었을 것이며, 아이폰 5가 한 줄 길어지는 일도 없었을테고, 여전히 혁신적인 비전들을 내보였을 것이며, 스콧 포스탈 같은 핵심 멤버가 사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만약 부처나 예수가 살아있었더라면?


전 세계는 지금 극락이나 천국과 같을까? 평화만이 존재하고 악은 없는, 말 그대로 살만한 세상이 도래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악마도 등장했을 것이고 전쟁도, 살육도, 사기나 범죄들도 나름대로 존재했을 것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더라도 애플은 여전히 위기설에 휩쌓였을 것이다. IT업계의 '부처'나 '예수'였던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한 인간으로 남아 세상을 떠났지만, 만약 그가 살아있었더라도 애플은 늘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는데 애플의 위기설이 등장했다면 모든 비난은 스티브 잡스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애플의 '혁신'을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가 진정 사랑했던 것은 무엇일까. 애플의 팬보이들이 정녕 추앙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늘씬한 몸매의 잘빠진 맥북 에어나 태블릿 붐을 일으킨 아이패드, 3.5인치의 작은 화면을 가지고도 당돌하게 스마트 폰 업계를 지배했던 그 아이폰일까?


애플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스티브 잡스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랄프 로렌' 옷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옷'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랄프 로렌'이라는 디자이너를 구매하는 것이다. 애플의 제품이 그렇다. 우리는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스티브 잡스'를 구매했다. 우리 손에 쥐어진 애플의 기기들은 각각 고유의 이름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 이름들은 모두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으로 통일된다. 예컨대 디자이너의 이름을 보고 옷을 구매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을 보고 애플의 기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지금


이 생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슬픈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가브리엘 샤넬이 죽었다고 해서 샤넬의 가방이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가방으로 전락하진 않았다. 우리가 샤넬 가방을 구매하면서 샤넬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샤넬의 주가가 떨어졌다한들, 그것을 샤넬의 죽음 탓을 하지 않는 것처럼 애플의 제품들에 혁신이 없고, 설령 오히려 품질이 조금 후지게 변했다 한들, 장인의 손으로 한땀한땀 빚은 수제 핸드폰이 아닌 이상 우리는 (죽던 살았던)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보고 애플의 기기들을 구입한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만들었다. 이들은 IT업계의 돌체 앤 가바나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돌체와 가바나중 누구 한 명이 세상을 떠난다 한들, 돌체 앤 가바나는 여전히 명품의 반열에 있을 것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명품인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결코 애플을 '명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수많은 IT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돌체 앤 가바나도 그렇지 않은가? 수많은 의류 메이커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명품 이미지는 고객들이 만들어낸다. 언젠가 애플이 '명품 이미지'를 가진 적도 있었다. 지금처럼 애플의 제품들이 흔치 않을때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패션'의 한 자리에 애플 제품을 가져다 놓는다. 왜 똑같은 책상인데 맥북을 올려 놓으면 예술가의 작업실처럼 보이고, 타사의 노트북을 올려놓으면 사무용 책상으로 보일까. 그 이미지는, 즉 패션의 어느 한 조각으로써의 '애플'을 만들어 놓은 것은 사실 스티브 잡스나 스티브 워즈니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애플의 제품들을 구매한 '고객'들의 작품이다. 


스티브 잡스가 설령 살아있었더라도


지금과 다를 바는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다. 이제 세상은 '이미지'를 구입하는 시대로 변했다. 어차피 비슷한 기능이면 보다 예뻐보이고, 보다 있어보이는 제품을 원한다. 예술가들이 맥을 선호하는 이유는 맥이 예술하기에 더 편해서일까? 물론 실용적인 부분이 일반 윈도우즈 PC보다 더 탁월한 부분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이미지' 때문이다. 전문작업에서는 '맥'이 더 훌륭하다는 이미지. 혹은 예술가들은 '맥'을 써야할 것 같은 이미지. 마치 작가들은 전부 만년필로 글을 쓸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아이폰 5가 허접해


졌더라도 여전히 아이폰은 아이폰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편견'일지도 모른다. 애플의 기기들이 전부 패셔너블하고, 세련되었다는 편견. 실제로 사용해보면 딱히 실용적이지도 못하고, 디자인만 예쁜 값비싼 디지털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샤넬의 가방이나 돌체 앤 가바나의 세련된 옷들도 생각보다 실용적이지는 않다. 실용성을 생각해서 구입한다면 우리는 기백만원을 들여 샤넬같은 명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플의 제품들이 '명품'은 아니다. 다만, 애플은 '실용성'이전에 디자인을, 그러니까 패션의 어느 부분을 차지해왔다. 초창기 아이맥을 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우리의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아이맥의 실용성이 아닌 디자인이었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더라면? 같은 생각은


이제 버리는 것이 낫겠다. 애플은 이미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를 판매하고 있다. 샤넬이 40년 전에 죽었어도 우리는 여전히 한달 월급보다도 비싼 샤넬의 가방이나 제품들에 지갑을 연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대신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있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이미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 '이미지'를 남기고 갔다. 그 이미지는 끊임없이 애플이라는 회사에 의해 재생산되어지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고객들의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예컨대 이제 혁신의 싸움은 지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번뜩이는'이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혁신이란 이렇게 세상이 물 흐르듯 흐르는 와중에 갑자기 등장한다. 그것이 애플일지도 모르고 삼성일지도 모르며 엘지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 '혁신'이 등장하기 전에는 계속해서 미약하게나마 발전을 해야한다. 오늘까지 등장할 혁신은 그럭저럭 다 등장한 셈이다. 이제 내일부터는 더 새로운 혁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미지'를 구입하게 된다. 상향평준화된 IT 업계에서, 기왕이면 좀 더 보기좋고, 좀 더 쓰기 편한 것을 우리는 원한다. 아직까지는 애플의 제품들이 그렇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모니터와 키보드가 분리도 되고, 합체도 되는 노트북 형 태블릿이 나온다 한들, 그 과정 자체를 번잡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혁신은 그런식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것이 혁신이다. 


자, 이제


고민할 필요는 없어졌다. 아니, 꼭 고민을 해야겠다면 '내게 어울리는' 메이커를 찾는 것이겠다. 애플도 좋고 삼성도 좋다. 그러나 죽은 '스티브 잡스'만은 이제 그만 내버려두자. 그는 IT업계의 혁신적인 디자이너였다. 그걸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몫을 했다. 후배들의 설자리를 위해 은퇴하는 선배 야구선수처럼,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환호를 받으며, 혹은 눈물로 은퇴를 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시간에, 우리는 이미 혁신 하나를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혁신적인 기기들을 가지고, 새로운 혁신을 놓쳐버린다면 값비싼 낚싯대를 가지고 물고기를 놓쳐버리는 격이 아닐까?


  1. Favicon of http://companyjit.tistory.com BlogIcon 컴퍼니제이 2012.12.21 17:02 신고

    글 쓰시는 방식이 너무 재미납니다!!ㅋ 특히 예수와 부처가 살아있더라면 하는 그부분도..ㅋㅋ 잡스가 살아있을때도 분명 위기는 존재 했습니다. 아마 이 모든 위기를 잡스의 부재로만 돌리는 여론은 너무한 겁니다!!ㅋ

 

 

 

애플의 진정한 혁신은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맥북에어도 아닌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혁신(Revolutionary)'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평범한' 기능도, 잡스의 손에 들어가면 '혁신'으로 탈바꿈 하였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분식집에서 파는 평범한 라면을 프레젠테이션 한다면 그 라면은 아마도 '혁신적인 맛'을 가진 라면으로 변화하여 불티나게 팔리겠지. 그러니 애플의 '혁신'은 사실 스티브 잡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이 잘만들어졌든, 아니면 안테나가 줄어들거나 카메라에 멍이 생기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애플 제품'을 산다기보다는 '스티브 잡스'를 사는 것이니까.

 

아이폰5에 혁신이 없다고

 

여러 언론에서 떠들어대는데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스티브 잡스가 없으니, "이것은 혁신입니다."라고 말할 사람도 없다. 애플에서 '혁신'이란 스티브 잡스가 '혁신'이라고 말해야지만 그렇게 된다. 그런데 사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왜 애플은 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만 할까? 그냥 평범한, 만듦새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되는데, 사람들은 늘 애플의 혁신을 기대한다. 사실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애플의 혁신이 아닌, 스티브 잡스가 '혁신'이라고 말해주는 것 아닐까?

 

아이폰5도 잡스가 없을뿐

 

기존 애플제품과 다를바 없다. 단지 잡스가 있었다면 다양한 요소를 '혁신'이라고 소개했을 뿐이겠지. 만약 아이패드를 스티브 잡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소개했다면 그렇게 열렬히 환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나온 아이폰5도 마찬가지다. 단지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반응들은 시큰둥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아이폰5도 변화된 것이 많다. AP, 디자인, 두께, 화면, 터치스크린. 사실 아이폰4에서 4S로의 변화만큼이나 4S에서 5로의 변화도 의미심장하다. 애플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일반인들에게는 '혁신'이 아닐지언정, 애플 자체에서는 '혁신'이나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 없이 만든 첫 아이폰 아니겠는가?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을 유지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혁신'이었다. 그러나 아이폰5는 바로 노력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 아이폰5가 혁신적이지 못하다고

 

까지 말라. 애플이 늘 혁신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미 모바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그리고 여전히 혁신적이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국내 음악계의 판도를 뒤집었다해서 싸이가 늘 강남스타일 이상의 음악을 만들고 불러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남스타일 하나로 대한민국 음악계가 변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일테니까. 애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혁신적이어야 할 의무는 없다. 여전히 그들은 '갖고 싶게 만드는'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가치는 증명된다. 혁신이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시점에서,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때에 등장하는 것이 혁신이다. 이미 예측한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다. 이젠 애플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혁신이 등장해야 한다. 삼성이라도 좋고, 엘지라도 상관없다. 혁신은 어디서 등장하든 늘 우리를 흥분시킨다. 맨날 애플만 혁신을 만들어내면, 그것 만큼 재미없는 삶이 또 어디 있으랴.

 

 

  

  1. 종이컵 2012.09.18 14:29 신고

    공감합니다. 혁신이란 단어를 가지고 애플을 공격하는 쉬레기 언론들이지요. 마치 도덕을 가지고 안철수를 공격하는 헌누리당처럼..
    제게 아이폰은 없지만 개떡같은 애니콜의 독재를 종식시킨 아이폰의 가치는 결코 작아질수 없습니다.

  2. BlogIcon TISTORY 2012.09.19 10:01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아이폰5'를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editor@daum.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juneywoo.tistory.com BlogIcon 주니우 2012.09.19 14:37 신고

    님의 글에 일부 수긍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어마어마한 사람이죠.
    그러나 아이폰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가 있기에 가능했지만, 스티브 잡스 혼자 아이폰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을 하지 않아서 혁신스럽지 않다는 님의 글은 조금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제 생각에 아이폰 시리즈는 앞으로 대단히 혁신적인 모습을 가지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시리처럼 오히려 iOS에서 혁신이 발생할 수는 있겠죠.

    오히려 혁명에 가까운 혁신은 기존 Line제품이 아니라 애플이 다른 영역에서 시도하는 것들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예를 들면 Apple TV나 자동차 등 말이죠~

  4. Don 2012.09.28 08:02 신고

    아이패드 발표시에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했지만 언론은 시큰둥했지요. 혁신적인 것 하나도 없고 그냥 휴대하기 편리한 타플렛 컴퓨터라고 했지요. 물론 판매는 잘 되었지만요. 잡스가 했다고 다 혁식적인 것만 한 것은 아니었죠. 아이폰이 너무 혁신적이어서 다른 것은 그에 비길만한 것이 나오기 힘들어서일 수 있겠죠. 아이폰도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기보다 언젠가는 어느 회사에서든 나올만한 제품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그리고 아주 잘 만들어져서 나왔기 때문에 혁신적이라고 할만 했죠. 정말 말그대로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죠. 개념적으로 이미 다 생각할 수 있었던 제품이었기 때문이죠. 다른 회사에서 아이폰 같은 제품을 먼저 만들었다면 매무새가 좋지 못하고 기능이 썩 훌륭하게 수행되지 않아서 시장에서 사장되어 버렸을 수도 있겠죠. 그런 점에서 애플이 훌륭한 회사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회사가 될 수 있는거죠. 기술적으로 앞서가는 회사여서 혁신적인 것은 아니죠.

스티브 잡스의 '공식적인' 전기(傳記)라 할 수 있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10월 25일 오후 12시에 출간되었다. 나는 이 책을 오후 1시 20분 경에 구입했고, 한 시간 후인 2시 20분 경부터 읽기 시작하여 다음 날인 26일 밤 11시 50분 까지, 페이지 수로 총 925페이지인 이 전기를 전부 읽었다. 
나는 총 이틀 간 이 책을 읽었고, 하루 정도 책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읽고나서 바로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주의깊게, 이틀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읽었기 때문에, 그냥 건성건성 평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공들여 읽은 만큼, 평도 공들여 쓰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구입하는 독자분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팬이거나, 혹은 IT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라면 25,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 900페이지라는 살인적인 두께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스티브 잡스 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미국 IT 동향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 혹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뉴스 코퍼레이션의 현 회장인 '루퍼스 머독'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하여, 스티브 잡스만이 아닌, 현재 미국을(혹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물들의 성격을 훔쳐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을 읽기 위한 돈과 시간은 IT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그 문제점은 때로는 문제점이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의 진실된 모습의 이면을 보며 우리는 적잖은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번역판을 구입하신 분들은 아마도 번역의 질에 대해 다소간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우리는 애플이라는 IT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스티브 잡스라는 IT 업계의 스타에 대한, 생각컨대 불편한 진실들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때로는 '폭로'에 가까운 내용들을 담고 있고, 우습게도 국내 언론들(인터넷 미디어를 포함한)은 이러한 내용들을 선정적으로 포장하여 기사화 시키고 있다. 그러나 900페이지를 전부 읽지 않고는 그 기사들이 설령 이 책에서 인용을 했다 하더라도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낱 가십거리의 소스로, 혹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이 블로그를 통하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애플'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이런 이면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국내 미디어의 어줍잖은 싸구려 가십거리들을 보고 스티브 잡스나 애플에 대해 오해를 하는 선량한 독자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본인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해보았고, 그 부분들에 대해 다른 독자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라는 IT업계의 거물의 진실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만큼이나 잘 짜여져 있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재미 이면에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들, 생각거리들이 있다. 그 부분을 살펴보자.

불편한 진실 1

럭키 스트라이크 두 갑을 옆에 두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책의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한참을 읽다가 이 책을 언제 다 읽지? 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읽었던 페이지를 보면 어느새 1/3을 읽었다던가 하는 식이다. 적절한 때에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를 넣음으로써 지루함을 없애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오로지 '월터 아이작슨'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이력을 본다면 아마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CEO라는 경력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 책의 서두에서는 월터 아이작슨이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쓰고 싶지 않다는 대목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전기 작가로 월터 아이작슨을 선택했을 때, 그의 생각에는 아마도 그가 아직은 '전기 대상'이 될 준비가 안되어 있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오만한 CEO로 비추어 졌으리라.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투병중이라는 사실에 그는 마음을 돌린다. 이미 그 전부터 마음을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주 기묘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예컨대 총 4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이 끝날 무렵에는 스티브 잡스의 '칭찬'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장'의 내용에는 온통 잡스의 독선적인 성격과 괴팍한 행동들에 대한 인터뷰 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고, 잡스의 전기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는 일관성이 없다. 심지어 초반 스티브 잡스의 어린시절을 묘사한 몇 장은 그를 '천재'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불우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극복했지만 다소 괴팍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주도한' 인물로 아예 작정한듯 정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삶이 전혀 틀리다고 볼 수는 없으나 초반에 잃었던 객관성이 중후반쯤에 등장하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잡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는 천재, 혹은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비꼬기를 시도했다는 말일까?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꼭 그렇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초반의 스티브 잡스를 묘사한 부분에는 확실히 객관성이 떨어진다. 

'불우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업가' 와 같은 극적인 서사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카타르시스가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일관적인 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월터 아이작슨이 묘사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만큼이나 복잡하고 난해하게 작성되어 있다. 예컨대 책의 어느 한 부분을 펼쳐서 그 부분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성격을 보고 있지만 그 만한 난봉꾼도 없다. 그러나 전 내용과 이후의 내용을 읽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연결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애플의 수석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의 인터뷰가 그렇다. 스티브 잡스는 종종 자신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경우가 있는데, 조나단 아이브(책에서는 조나선 아이브로 번역되었다.)의 경우도 다를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으면 제 디자인은 빛을 보지 못했겠죠' 식의 끝마무리는 어딘가 엉성하게 느껴진다. 마치 사형선고가 확실한 죄수를 어떻게든 변호하려 애쓰는 국선변호인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의 전개는 읽는 내내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의 괴팍하고 용인될 수 없는 성격은 그저 '사족'일 뿐이다. 진실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영혼이며 그가 트랜드를 이끌어간 현대 IT 계의 정점이라는 점이다, 가 월터 아이작슨의 의도가 아닌가. 스티브 잡스의 괴팍한 행동들의 원인은 대부분이 그 주변사람들에게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심지어는 스티브 워즈니악 조차도, 스티브 잡스의 재능을 막은 인물이 되어 버린다. '개방형 플랫폼'을 주장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을 따랐다면, 현재의 애플도 없다는 식의 내용이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데 스티브 워즈니악을 희생양으로 삼을 필요가 있었겠느냐가 내가 주장하는 핵심중에 하나이다. 즉, 월터 아이작슨은 인터뷰 대상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스티브 잡스를 더 위대하게 보이게끔 했다. 정신분열증 환자 처럼 행동하는 스티브 잡스의 행동마저도 그를 위대하게 보이는 극적인 장치중에 하나일 뿐인 것이다.

불편한 진실 2

이 책의 가장 즐거운 점은 바로 인터뷰에 있다. 스티브 잡스 주변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그를 좀 더 잘 알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상당히 불쾌했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펩시 콜라 CEO였던 존 스컬리를 애플의 CEO로 데려오는 장면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를 데려오기 위해 유비가 제갈량을 데리고 오기 위해 했던 노력을 그대로 답습한다. 잡스 이후 애플을 말아먹었던 장본인이 존 스컬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존 스컬리를 데리고 온 것은 스티브 잡스였고, 이 둘의 관계는 거의 남녀간의 사랑처럼 묘사해놨다. 존 스컬리는 스티브 잡스가 기뻐할 일들을 하고 싶어하고, 그러나 이러한 존 스컬리를 비웃고 있던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애초부터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를 데려온 것 자체가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그는 IT 업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는데) '언제까지나 설탕물이나 팔며 살거냐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여 그를 데리고 온 스티브 잡스는 훗날 그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난에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가 애플을 말아먹은 멍청한 CEO였을 지언정, 이 책에는 그를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인식을 주어 상대적으로 존 스컬리를 바보 멍청이로 묘사해 놓았다. 이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명백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적 결함은 그저 그가 어린 시절 '선불교'에 몸담았고, LSD와 요가 같은 것에 심취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양부 밑에서 자라났다는 '피해의식'때문이라고 그를 감싸는데 급급해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그의 선구자적 능력을 높이 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상처를 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한 제리 맥과이어의 생일 파티에 그간 그가 사귀었던 여자들이 처음에는 그를 칭찬하다가 나중에 비난을 하는 장면이 떠오르게끔 한다.

언제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이고, 이 책의 목적이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월터 아이작슨과 인터뷰를 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마도 굉장히 불편한 기분을 느꼈으리라고, 분명히 그들에게도 미국드라마 식으로 따지면 '스핀 오프'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진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훌륭하다. 왜냐하면 읽다보면 스티브 잡스가 아닌 다른 인물들에게, 그리고 미국 IT 업계의 발전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자.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어린시절이었던 1960년대부터 소급해 올라가 2011년의 현재까지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들은 하나같이 '미국 기업'들이었다. 2010년과 2011년대에는 삼성전자와도 대립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삼성 전자는 딱 한 번 등장한다. 아이폰의 A4 프로세서를 삼성이 '생산' 했다는 부분이다. (본인의 이전 포스팅 덧글에 '앱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음을 감안할 때)나는 삼성을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기분은 든다. 외국인, 특히 미국의 시각에서 삼성이라는 존재, 혹은 한국이라는 존재가 IT 업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 스티브 잡스는 아시아에 있는 국가 중에 '일본'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의 결혼식 주례를 일본의 선불교 승려인 '오토가와 고분 치노'가 맡았다는 등, 혹은 딸과 함께 일본에서 장어초밥을 먹은 추억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그렇다. 혹시나 하고 덧붙이지만 나는 이 문제를 한일문제로 비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2010년 부터는 애플과 삼성의 관계가 두드러졌고, 그러한 문제들이 한 번쯤은 언급이 되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편으로는 일본의 '소니'사를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일본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는 동양 문화(정확히 말하면 일본문화)를 선망했음에도, 아시아의 테크놀러지들은 무시했음을 알 수 있다.
잡스가 생의 마지막 즈음 힘겨워 할 무렵에는, 그의 라이벌들이 하나 둘 씩 찾아오고, 그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음을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그의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라던가, 구글의 현 CEO인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들과의 극적인 화해를 보여준다. 이러한 부분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냥 독선적이었던 스티브 잡스를, 위장약이 위벽을 보호해주듯 잠깐 보호해주는 보호막 정도일 뿐이다.

One More Thing...

번역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터였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다른 말로 대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터였다'로 끝나는 문장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초반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화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읽기 편했고, 한글로 옮겨놓은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읽을만 하게 번역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잡스 사후에 변경된 일정에 따른 고통이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END

원래 본인은 이 책을 각 페이지를 표시해가며 조목조목 분석해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의 허탈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린시절 우상이었던(컴퓨터 잡지에 심심찮게 등장했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다른 모습에 혼란도 왔다. 게다가 900페이지가 넘는 과격한 두께의 이 책을 차마 이리저리 찾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 이게 논문도 아니고, 그냥 블로그에 휘적거리는 수준인데 뭣하러 그런 노력을 들여야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글이 이모양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 들어있는 포스팅이다. 아마도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 중에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은 해석의 자유를 준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전기만큼 '해석의 자유도'가 높은 책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스티브 잡스가 우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실망한 분들.
그러나 나는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으려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책에는 분명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것 외에 다른 것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세계 IT의 발전사 같은 것이 이 책 안에 집대성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읽어본다면 꽤 괜찮은 IT 역사를 그려 놓은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동안 많은 논란거리들이 이 책으로 종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성향이 이 책 안에 다 들어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객관성'을 그렇게 씹어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흡입력이 있고, 또한 꽤 공정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우리는 왜 스티브 잡스가 삼성이나 HP, 구글의 태블릿을 보고 '카피캣'이라고 했는지 이 책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의아할 것이다. 분명히. 맥 OS의 시초가 제록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비난하기도 뭣한 예리한 속임수를 스티브 잡스가 써왔다는 것. 그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이 책을 읽고,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러나 그 비전을 만들어 간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주변인들'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애플의 모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러나 책을 읽은 후에는 스티브 잡스의 진정한 능력이 그런 것들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정말로 '인내심'이 강한 여러 인물들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스티브 잡스 전기>는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드디어 애플이라는 기업과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공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한민국 기업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혁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조금의 자유로운 관점과 그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의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대한민국의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관점이란 절대 용인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언제나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다. 국가적으로 IT를 육성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창의력을 존중해주는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굳이 '국가적으로 IT를 육성' 한다는 식의 거드름을 피우지 않아도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인식의 문제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그에게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반항했을 때 상당히 좋아했다. 우리나라였다면? 해고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중요시 했다. 어쩌면 그가 종교적인 삶을 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이 없이는 기술도 없음을, 기술이란 인간과 융합이 되었을 때 그 기능의 정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IT업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창의력과 예술감각이 중요시 된다. 예술이란, 정해진 틀 안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음을, 창의력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나라 위엣분들이 인식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IT 강국이 될 것이다. 그래봐야 소귀에 경읽기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1. 2011.10.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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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출시된 갤럭시 S2 는 국내에서 이미 150만대를 팔아 재꼈다.[각주:1] 두 달 만에 150만대면 갤럭시 S2는 이미 성공한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그 관련 기사들이 무수히 나와도, 갤럭시 S2의 판매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특히 최근 스마트 폰에 관심을 갖는 중장년층의 삼성에 대한 충성도 또한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삼성 전자 제품은 타겟층이 있다. 일단 젊은 층에서는 직장인들이다. 직장인들이 삼성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로서는 '안정성'이다. 기기의 안정성도 있겠지만,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고장이 났을 경우, 직장인들은 따로 AS센터를 찾을 시간이 없다. 일단 삼성의 이미지가 '기계는 잘 만드는 회사'로 정평이 나있고, 어디를 가든 삼성 AS센터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센터를 찾아야 할 경우에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찾아가기가 쉬운 것이다. 
또 다른 타겟층은 바로 중장년 층이다. 이들의 삼성에 대한 선호도는 견고하다. 어떤 전자제품을 구입하든, 그들은 언제나 삼성을 최우선시 한다. LG는 당연하지만 2순위다. 처음 삼성에서 SM5를 시판했을 때, 대부분의 개인택시 기사들은 SM5를 구입했다. 당연히 삼성에서 만든 차는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삼성이라는 이름에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다. 택시기사 한 명 한테 물어보니 "정말 잘 만들었어요. 삼성" 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아버지 또한 삼성에 대한 돈독한 신뢰가 있어서, 처음 LG의 27인치 모니터를 사들고 왔을 때 아버지께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삼성이 더 낫지 않나?" 셨다.

이러한 직장인, 중장년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서 삼성은 비난의 대상이다. 그 비난의 중심에는 정치적인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삼성의 제품은 일단 비난부터 받는다. '삼성 불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삼성이 싫어서' 라고 한다. 도대체 삼성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 를 발표할 때, 그는 공개적으로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비난했다. 갤럭시 S가 애플의 아이폰 3GS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아마도 애플이 iPad라는 태블릿을 발표하니 삼성도 애플을 따라 갤럭시 탭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삼성이 꼭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삼성은 단지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놓은 트렌드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원래 삼성의 방식이 그렇다. 어디선가 트렌드가 나오면, 삼성은 그 트렌드가 팔릴만한 것인지 판단하고, 그 트렌드에 동참한다. 삼성 카메라 NX시리즈도 그랬고, 넷북도 그랬다.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이라고 꼭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올림푸스도, 넷북을 최초로 만든 영국의 사이온(Psion)이나 넷북을 유행시킨 아수스도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유독 스마트 폰과 태블릿 시장에서만 삼성은 카피캣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스마트 폰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관심도 카메라나 노트북 보다 더 많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대체로 삼성을 경멸한다.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애플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삼성이라 하면, 그 경영체제로 인하여 '보수'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특성상 '창의력'보다는 '스펙'과 '실적'이 우선시 되고, 삼성은 이러한 '스펙'과 '실적'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불리기 때문인 점도 작용한다. 그런 의미로 삼성의 제품이 출시가 되어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까지 호평을 받으면, 일단 위와 같은 이유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거기에 더불어 옴니아 사건까지 발생했다.
신제품이 등장하면 무참히 과거 제품을 버린다는 인식이 삼성에게 박혀버리게 된 계기가 바로 옴니아2 였다. 반대로 현재 iOS5 를 발표한 애플은 출시한지 2년이 지난 아이폰 3GS를 아직까지도 지원한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삼성이 비난을 받는 부분이다.

삼성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라는 것은 확실하다. 영국의 가장 인기있는 프리미어 리그 팀인 첼시의 가슴에는 삼성 로고가 박혀있다. 그러나 자국에서 이토록 욕을 먹는 것에는 분명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성향이나 보수, 진보의 문제를 떠나서도 삼성은 판매 전략이나 대중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다. 기술 위주의 제품을 발표하기 보다는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기술위주의 사회로 변한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다. 이미 기술력은 포화상태이다. 아직 구현되지 않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구현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삼성은 아직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받는 비난의 근본은 여기에 있다. 삼성은 아직도 기술의 최정점에 서길 원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의 정점은 다른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은 그 어떤 경쟁사들이 등장해도 견고하게 지켜질 수 있다. 애플의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우리가 흔히 '신도', '종교'로 애플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만, 거기에는 애플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한 명의 유저를 '광신도'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애플의 저력이며, 애플이 기술 보다는 '인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삼성이 필요한 것은 자국 유저들에 대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과감히 인정하고, 최대한 사용자를 배려해야 하는 것이 기술 발전보다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만약에 사용자들을 충분히 배려하는 '사람 위주'의 경영을 삼성이 펼친다면, 그들의 정치적 색깔이나 세습 경영 같은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용자들이 세계 어디를 가서도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가 되려면, 기술 이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삼성에는 고스펙의 경영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 혹은 기술 전문가 보다는 한 명의 인문학자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삼성이 비난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1. 매경뉴스(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387893) [본문으로]
  1. 2011.06.27 17:37

    비밀댓글입니다

  2. jimoniko2048 2011.06.27 18:41 신고

    애플과 삼성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고속성장속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은 어떻게 보면 최적화를 한 기업이였던것 같습니다. 물론 삼성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서 기여한 부분을 우리는 생각해야할테지만 시대는 이제 단순한 스펙보다는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이 사회적으로나 이윤적으로 더큰 기여와 성장을 이룰수있는 사회에 사는 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 삼성이라는 큰 기업이 쉽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삼성제품 구매시에는 다나와에서 구매하는것이 좋은거 같습니다.^^. 가격비교나 제품에 대한 스펙을 쉽게 비교할수 있어서요~^^ www.danawa.com

  3. 윤정호 2011.06.27 20:28 신고

    삼성을 욕하고 애플을 칭송해야 좀 트랜드해보이거나 진보적으로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변에 애플 또는 삼성폰 들고 다니는 분들 비교해보면 그런 것 같던데.....

    • 2011.06.27 23:39 신고

      정말 뇌를 폼으로 달고사는 사람도 존재하는군

  4. 2011.06.27 21:58

    비밀댓글입니다

  5. .. 2011.06.30 10:12 신고

    옴니아는 써보긴 했어요?
    기존 옴니아 유져인데 솔찍히 삼성 옴니아 할만큼 한겁니다.
    옴니아 1이야 실질적으로 커스텀롬 올려도 버벅이기 때문에 6.5업 안한거 같고
    옴니아 2는 해줬어요. os에 대한 사후 책임은 ms에게 하시길..
    회사가 무슨 자선사업하는것도 아니고 이익창출은 당연한겁니다.
    유난히 모바일 분야가 진화가 빠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오래된 기기들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못해주는건 당연한거구요..
    삼성뿐 아니라 님이 쓰고 있는 전자제품 다 그래요. 예를들어 펌웨어 같은..
    어떤 사람들은 삼성이 망해야 된다고 하는데.. 삼성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삼성이 흔들려서 주식시장 무너지면 우리나라에 기업 뿐 아니라 개인들도
    다 무너집니다.
    삼성 아니면 누군가는 한다고 생각하실텐데.. 물론 삼성이 국가차원에서 지원도 많이 해줬지만.. 삼성이 위치가 단순히 국가지원만으로 올라간 위치가 아닙니다.
    일본, 대만 보면 국가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기업 많아요.. 그런기업들이 다 잘나가지도 않구요..

현재 모바일 시장은 혼전중이다. 아이폰 5를 두고 이래저래 말도 많다. 출시시기 부터 스펙까지.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건강까지 염려하는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장식한다. 삼성또한 마찬가지다. 갤럭시S2(세느)가 곧 출시 될 예정인데 이 갤럭시S2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스펙부터 '죽인다'.

삼성을 비롯한 다수의 스마트 폰 제조자들은 아이폰5를 따라잡기위해 '스펙'을 강조했다. 어쨌든 대한민국 사회가 '스펙'위주의 사회로 돌아가다 보니 한국의 모바일 시장또한 다를바 없는 것이다.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아이폰보다 스펙이 좋다'는 광고들이다. 듀얼 코어 CPU. 4인치 이상의 액정. DDR2 메모리...
그런데 여기서 삼성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애플은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할 때 '스펙'에 대한 자랑은 크게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볼 수 있는데 '스펙'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 발표회에서 갖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신제품에 '스펙' 보다는, 새로 추가된 기능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번에 '아이패드2'의 발표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패드2의 스펙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아이패드2에서 추가된 기능들과 어플들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아이패드2의 발표회라기 보다는 개러지 밴드나 전면 카메라, 스마트 패드를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설명을 해준 강의 성격이 더 강해보였다.

애플에게 있어 '스펙'이란 그저 거들 뿐인 것이다.

애플의 아이패드2는 하드웨어적으로는 별로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 요즘 추세에 걸맞게 듀얼코어 CPU를 설치했고, 배터리 향상이 더 늘어났다는 점, 전면 카메라가 추가되었다는 점뿐이다. 정작 아이패드2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개러지 밴드와 같은 어플이나 전면 카메라와 스마트 커버를 이용하여 즐기는 페이스타임 같은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설명회 말미에 인문학을 강조했다. 스펙보다는, 아이패드로 '사람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는 것을 중요시 한 것이다. 스펙이야 추가하면 되지만, 그 제품을 가지고 유저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그리고 즐길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어렵다. '스펙'에 신경쓰고 경쟁할 시간에, 그런 것들은 다 신경을 끄고 '사람들이 재밌게, 그리고 유용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애플의 철학인 것이다.

문제는 타 회사들이 이러한 애플의 방식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을 비롯한 제조사들은 '아이폰보다 더 큰 화면' '아이폰보다 더 화려한 액정' '아이폰 보다 더 빠른 속도' 만을 강조하지 '아이폰 보다 더 재밌고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애플과 대항 할 수 있다는 삼성은, 이런 부분을 이미 간과해버렸다. 이는 구글또한 마찬가지다. 제품의 스펙은 세월이 흐르면 변하게 되고,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지만, '재미와 유용함'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삼성보다 스펙이 더 좋은 스마트 폰이 나오면 사람들은 삼성을 버리고 더 좋은 제품을 찾는다. 그러나 애플보다 더 재미있고, 유용한 활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저들은 계속해서 애플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도 언급했듯이 스펙은 변하게 되어있고 언젠가는 구시대의 유물 대접을 받게 되지만 '활용법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거나 변하는 경우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은 이른바 '스펙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물론 어느 나라인들 그러지 않을까. 이러한 '스펙위주'를 삼성을 비롯한 다른 스마트 폰 제조사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우리나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재밌고 유용한 인재들'이 많고 많지만, 이러한 인재들은 '스펙'에 묻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의 이러한 사고방식, 즉 '스펙보다 더 중요한 활용'을 중시하는 이러한 사고관은 인문학, 즉 인간과 그대로 연결이 된다.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고 싶다면, 스펙보다는 이러한 부분을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스테디 셀러 모델인 갤럭시S도 그보다 더 '스펙이 높은' 갤럭시S2가 나오면 구 시대의 유물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된다.
그보다는 갤럭시S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용하게 활용하는데, 갤럭시S2를 구입하면 '보다 더 재밌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어필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갤럭시S를 이용하는 유저들은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것이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삼성 제품을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 이용자들 또한 '갤럭시S2'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듯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을 애플은 예전부터 이용해왔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다수의 제조사들은 이러한 마케팅을 등한시 한 채, 스펙의 향상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출시될 아이폰 5는 분명 지금의 제품보다 월등한 향상은 없을 것이다. 그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듀얼코어 CPU에 액정 크기만 좀 더 늘렸을 확률이 높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스펙 별거 아닌데? 요즘 나오는 최신 기종들과 다를바 뭐있어?'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최신 기종들과 별반 차이없는 스펙을 가진 아이폰 5'로 '요즘 나오는 최신 기종들과 확실히 차이가 나는 활용성'을 스티브 잡스는 어필 할 것이다. 그러면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이폰 5의 스펙' 같은 것은 순식간에 지워지고, 아이폰 5로 즐길 수 있는 활용성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유저들은 여전히 아이폰 5를 구입하겠지.

삼성의 갤럭시S2는 삼성제품 치고는 보기 드물게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초기대작이다. 그러나 삼성은 마케팅면에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인해전술로 유저들을 확보하려 하지만, 전자제품이 가지는 일정한 수명이 지났을 때, 이전의 이용자들을 묶어둘 '뭔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펙으로 사람들을 영원히 묶어둘 수는 없다. 다른 제조사들도 '스펙'을 올리지 못해서 못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의 성공으로 인해서 애플에게 자사의 부품을 공급하고 싶어하는 제조사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애플도 강력한 하드웨어 기기를 만들 기술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소비자를 묶어두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아이폰 4를 즐겁게 사용하셨습니까? 여전히 아이폰 4로 즐겁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더 활용성이 높은 아이폰 5를 선택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라고 스티브 잡스는 제안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폰3GS까지 아직도 OS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을 보고, 애플에게 있어 하드웨어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산 제품이 버려지지 않고 아직도 '즐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다시 애플의 제품에 지갑을 열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제품들은 그렇지 않다. 기존의 삼성제품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보다 '월등히' 향상된 스펙의 제품 출시에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것을 느낄 것이다. 삼성은 갤럭시S2의 속도와 성능, 스펙을 강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스펙이 떨어지는 삼성의 스마트 폰을 가진 사용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삼성이 변해야 하는 것은 간단하다. 삼성은 딜레마에 빠졌다. 아이폰의 인기가 하드웨어적인 특성인줄 알았지만 스티브 잡스는 하드웨어보다는 인간을 이야기했다. 기껏 애플보다 더 스펙이 좋은 기기를 만들어놨더니 이제와서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삼성은 기계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스펙을 버리고, 활용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 치열한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리 많은 수의 제품을 쏟아낸다 한들, 단순히 제살깎아먹기에 불과한 자멸의 길로 갈 뿐이다. 그러니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최고의 스펙을 가진 기술자들 뿐만이 아니라, 한 명의 인문학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1. Favicon of http://damduck01.com BlogIcon 담덕 2011.04.08 16:04 신고

    와~~ 처음 와본 블로그 같은데
    좋은 내용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최근 국내는 남을 평가하는데 미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대의 자격증 도입
    소셜미디어 강사 자격증까지..

    이런 스펙이 과연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4.09 05:03 신고

      요즘 군대에는 자격증도 도입하나봐요 ^^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 유쾌한인생 2011.04.08 17:12 신고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여 많이 공감하고갑니다

  3. Favicon of http://ghyonn.tistory.com BlogIcon ghyonn 2011.04.09 01:24 신고

    안 그래도 오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올해 삼성이 걱정됩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4.09 05:02 신고

      한 잔 드셨군요 ^^
      올해 삼성은 저도 걱정됩니다.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4. jjee 2011.04.09 03:46 신고

    삼성은 이미 외국에서 나가는 광고에 인문학이 담긴 광고를 많이 제작하고 있어요.
    다만 그런 광고의 방향성이 나라마다 각각 다르죠.
    한국처럼 스펙을 중요시하는 나라에서는 스펙위주의 홍보를,
    일본에서는 예술성이나 오다쿠적인 측면에서 유명뮤지션이나 스타워즈패러디같은 홍보를,
    미국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설정으로 재미와 휴머니즘이 섞인 광고를 많이 내보내죠.
    유럽은 다인종 다문화가 고루 즐긴다는 측면의 광고가 많구요.
    삼성의 브레인들이 그렇게 멍청이들은 아니에요. ^^
    국내 시장에 그런게 먹히니까 그렇게 하는거죠.
    상업광고는 관객을 선도하는 영화랑은 다릅니다. 철저히 시장에 맞추죠.
    국내의 삼성광고는 늘 지금 가장 핫한 연예인이 나와 춤을 추거나 날라 다니거나
    기능을 강조하죠. 그런 광고가 먹히는 시장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나와서 아무리 선한 얼굴로 인문학스러운
    휴머니즘을 강조해 봤자 아무 임팩드도 없다고 여깁니다.
    아이폰 나오기전까지, 그러니까 약 1년반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삼성 디자인이 세계에서 제일 예쁜줄 알고 살았었죠.
    그런 디자인이 먹히던 시장이었으니까요. ^^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4.09 05:02 신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삼성이 미국에서 광고한 3D TV 광고를 봤습니다. 저는 꼭 광고 뿐만이 아니라, 삼성이 제품을 만들 때 애초부터 스펙 위주로 플랜을 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CF도요. 광고만 인문학을 외쳐봐야 마인드 자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리려 한 것이고요 ^^
      아무튼 찾아주셔서 좋은 덧글 감사드립니다 ^^

  5. phlebus 2011.04.09 13:30 신고

    삼성은 지금 현재에 아주 만족하고 있을거에요.
    그저 지금처럼 2등만 하면서 돈만 쪽쪽 빨아먹으면 된다는 생각이죠.
    굳이 1등이 되기 위해서 전혀 모르는 어둠속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도박을 하는 기업이 절대 아니죠.
    언제나 2등만을 목표로 달리면서 돈만 챙기는 기업이니까요.
    그러다 1등 기업이 휘청이는 순간이 오면 냉큼 1등으로 치고 올라가는 전략을 써왔죠.
    가전에서도 그랬고 반도체에서도 그랬죠.그외의 지금까지 삼성이 해온 사업들을 보면 언제나 목표는 2등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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