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 6D



일전에 광화문의 스타벅스를 간 적이 있었다. 그렇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첨단기기들,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IT기기들의 박람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스타벅스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참으로 진귀한 풍경을 목도했다. 모두가 최신형의, 예쁜 노트북을 펼쳐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구석자리에 앉아 상판이 거의 벗겨진 채 간신히 '델'이라는 상표만 확인 가능한, 원래의 형태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낡은 노트북 한대를 펼쳐놓고, 역시나 평범해 보이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어떤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인상깊었다. 그 노트북은, 마치 여기저기 헤진 낡은 가죽가방을 보는 것 같았다. 빈티지(Vintage)란 진정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지, 라고 품위있게 과시하는 듯 보였다. 정말로 멋졌다, 고 밖에는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고백하건데, 내게는 디지털 결벽증이 있나보다. 씽크패드 노트북을 쓸 때나, 2G 휴대폰을 쓸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모든 유형의 물건들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흠집'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나는 내가 쓰는 제품들에 흠집이나 생채기가 생기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파우치를 씌우고, 백팩의 노트북 수납칸에 고이 모셔둔 채 다녔다. 내 몸에 난 흉터는 거슬리지 않는데,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이 공산품들이 상처가 나면 왜 그리도 신경이 쓰일까. 이쯤 되면 디지털 결벽증에 걸렸다고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어여쁜 IT 기기들에 생채기가 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사회적 이해관계와 심리상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한 문화는 '중고거래'이다. 특히 IT, 그것도 모바일 분야에서 중고거래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약정'이라는 무형의 감옥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고거래는 더욱 더 활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중고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외관'이다. '외관'이 얼마나 깨끗한지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새것은 부담스럽고, 그런데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흔적들은 보고 싶지 않은 구매자들이 '외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편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계를 판매하고, 그 돈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한다. 그들은 최신 디지털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혹은 다양한 제품들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경험주의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디지털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다음에 중고로 파는 경우'이다. 당연히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외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애플에서 '리퍼비시'라는 생소한 서비스 방식을 들고 왔을 때, 유저들은 이런 방식의 서비스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마치 '새로운 제품'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런 방식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고장 난 부분만 수리를 해주는 것이 깔끔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두 의견 모두 맞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리퍼비시' 방식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외관'이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 있다. '외관'에 찍힌 자국이라던가, 떨어뜨려 생긴 생채기들이 있으면, 서비스 센터에서는 고장의 원인을 소비자 과실로 여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폰이 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서비스 센터에 갔다가, 휘어졌기 때문에 서비스를 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휜 부분을 폈다는 에피소드들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그것이 결국 제품상의 초기 불량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초기불량인지, 혹은 소비자의 과실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제품의 '외관에 문제가 생기면' 1차적인 책임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Canon EOS 6D



자, 이쯤에서 내가 디지털 결벽증에 걸리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휴대폰이 떨어진다 한들, 노트북의 모서리가 벗겨지고, 키보드가 번들거려도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왜냐하면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새로운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장이나서, 회복 불능 상태가 아닌 다음에야, 표면에 보이는 상처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폰을 바꿈질하기 시작하고, 맥북의 외관에 손톱만큼의 스크래치라도 날까봐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이나 맥북을 활용하는데 투자하는 시간보다, 이들을 보호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 된 상황이 아닐까. 

이미 현대의 디지털 기술은 폭주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처럼 '속도'에 연연하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 시대는 '기능'의 시대이다. 어떤 종류의 '기능'을 지원해 주느냐, 혹은 그렇지 못 하느냐로 나눠지는 것이다.  

내 씽크패드 노트북은 2011년에 구입했다. 액정을 한 번 교환하고, SSD를 달아주고,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해주었다. 4년차를 맞이한 이 노트북은 여전히 (게임을 제외하고)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교체주기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반면에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최신형' 기기들이 극적인 진보를 한 것도 아니다. 몇 년 쯤 전 제품들이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결벽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너무 쓸데 없는 것들에 우리의 시간을 낭비한다. 아이폰이나 맥북의 외관을 원래의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 좋은 기기들을 '즐기는' 시간들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그것은 마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외모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조금 벗겨지고, 조금 찌그러지더라도, 이 디지털 제품들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중고로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결국 남의 것을 '대여' 한 것과 느낌상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언젠가 팔아야 할 물건, 혹은 너무도 아꼈는데 흠집 하나로 인해 마치 내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내가 소유한 제품들의 생채기들 조차도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바꿔서 생각해보자.

모르긴 몰라도 조금 더 생산적이고, 조금 더 내 IT기기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1. Favicon of http://ilogin.tistory.com BlogIcon 큄맹 2015.10.26 02:03 신고

    특히 제품들의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넘어 간 이후 그런 경향들이 더 심해진거 같네요.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2. Favicon of http://medgongbu.tistory.com BlogIcon 김배당 2015.10.26 09:08 신고

    오래 전에 서랍에 모셔두었던 소니 바이오 노트북을 꺼내봐야겠네요... 8년 전쯤 사서 몇 년간 사용하고 데스크탑으로 갈아탄 뒤 사용하지 않았던 녀석인데 동작하려나..궁금합니다.

  3. Favicon of http://dusdjajrwk.tistory.com BlogIcon 마무리한타 2015.10.26 11:16 신고

    모르ㅜ는걸 이렇게 또 하나 알게되는거 같은기분이 즐거운걸요 ㅎㅎ

  4. Favicon of http://jisick-in.tistory.com BlogIcon ♠헤르메스♠ 2015.10.26 23:05 신고

    예전에는 흠집이 나면 자꾸 신경쓰이곤 했는데, 흠집이 계속 늘어갈수록 오히려 신경을 안쓰게 되네용.

  5. Favicon of http://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5.10.26 23:10 신고

    저는 아직도 5년 전쯤에 50만원 주고 산 노트북 써요 게임할 때에는 애로사항이 있지만 블로그 하는 용도로 아니면 업무 처리할 용도 정도로는 아직도 쓸만합니다 앞으로도 심하게 고장만 안나면 계속 쓸려구요 ㅋㅋ


오랜만에 서점을 가봤더니


'자기계발' 코너에 '스마트 워킹'과 관련된 책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모바일 시장이 발달하면서 함께 변화한 것이 '자기계발', '업무'와 관련된 분야이다. 이른바 '스마트 워킹'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들은 연말(혹은 연초가 되면) 그 해의 다이어리를 구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새해의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것이 일종의 연례행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가방에는 각자의 개성으로 잔뜩 꾸며진 다이어리와 펜이 들어있었다. 전부 과거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다이어리'를 이용하는 이들은 차츰 감소하기 시작했다. 뭔가 메모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수첩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메모를 다른 이들과 손쉽게 공유했다. 그 뿐인가, 업무, 일정등도 손쉽게 공유가 가능했고, 이런 일들은 스마트폰의 발전이 가져온 순기능들이었다.


편리함을 얻은 대신 개성이 사라진 시대


사실 갤럭시 노트가 성공한 이유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결합 때문이라 여겨진다. 뭔가를 필기하는 손맛을 느끼고 싶은데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버리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절충안이 노트 형태의 스마트폰인 것이다. 

갤럭시 노트의 성공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근래들어 우리는 무조건 적인 편리함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피로감의 이면에는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가독성, 그리고 분단위로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강박 같은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분명 스마트폰을 이용한 업무나 시간관리는 간편하고 효율적이며 편리하다. 예전 '자기계발', '시간관리', '업무'와 관련된 책들에서는 수첩과 펜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집, 회사, 외부 어디에서든 인터넷과 전원이 남아 있다면 편리하게 내 업무를 이어서 진행하거나 시간관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인터넷과 전원이 있는 곳에서까지 일을 연장해야 하고,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따라온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일정이 빼곡이 적혀 있는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도 수첩을 이용하면 그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쉴새 없이 울려대는 알람, 전원을 꺼버려도 언제 부재중 연락이 올지 모르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편리하게 시간을 관리하고 업무를 하고자 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마치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만 하는 로봇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수첩 어플리케이션이나 다이어리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기 어렵다는 단점들이 있다. 다이어리나 수첩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을 대변했다. 다른 사람들이 유니크하게 꾸며놓은 다이어리나 수첩들을 펼쳐볼 때면 자극을 받거나, 혹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곤 했지만, 스마트폰용 어플은 그런 소소한 재미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유지비용


스마트폰 어플의 장점은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나 수첩을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냥 처음 구입한 어플을 꾸준히 이어서 쓰면 되는 것이다. 펜의 잉크를 교환할 필요도, 속지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공간절약이라는 측면에서 이점도 있다. 지난 수첩이나 메모들을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여 보관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종이로 된 수첩이나 다이어리, 펜이 비효율적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취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위에 적어놓은 내용 전부가 취향의 문제이다. 기분에 따라 다양한 질감의 종이를 쓴 수첩이나 노트로 교환을 해보고, 다양한 필기감의 펜을 써보는 것은 자기관리나 업무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아날로그 적인 면이 업무나 자기계발 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듯, 꾸민다는 측면에서 시각적인 만족감(혹은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우리는 효율적으로 살고 있는가, 구속되어 살고 있는가


자기관리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중요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효율성'이라는 틀 안에 너무 구속시키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노트와 펜의 미덕은 자율성이다. 배터리의 잔량이나 무료 와이파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훨씬 더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잉크의 흐름, 펜의 필기감 같은 것들은 작은 화면의 키보드를 터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쾌적한 느낌을 제공한다. 아시다시피, 능률은 쾌적함에서 나온다. 물론 디지털의 편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히 절충한다면 훨씬 '즐거운' 자기관리(혹은 자기계발)과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절충방법은 후에 다시 포스팅해보기로 하겠다. 



이 리모컨은 리디북스에서 지원 받은 것이 아닌, 내 돈 주고 구입한 제품임을 미리 언급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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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데,


리모컨까지 필요할 줄은 몰랐다. 리디북스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이 리모컨을 발견했다. IT 관련 커뮤니티에서 리디북스에서 나온 리모컨이 있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났다. 솔직히 아이패드로 책 보는데 리모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리모컨에 대한 소개를 보니 단순히 책장만 넘기는 기능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몇몇 문구들이 내 시선을 끌었다. 가격은 15,000원. 적당해보인다. 그래서 일단 구매를 했다.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리모컨을 수령한 뒤에 생각했다. 이 리모컨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IT기기들'을 지원한다. 아이폰,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거니와, 윈도우 기반의 PC나 맥도 지원한다. 물론 이 기기들은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야 한다.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프레젠터'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강의를 하면서 괜찮은 프레젠터를 하나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레젠터의 가격들이 만만찮다. 내가 원하는 것은 파워포인트의 화면만 컨트롤하면 됐는데, 보통 프레젠터들이 쓸만한 것들은 몇 만 원정도 했다. 그런데 리디 리모컨은 기본적으로 이 프레젠터 기능을 지원한다. 별다른 설정도 필요없이 단순하게 블루투스만 연결하면 된다. 

실제로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프레젠테이션을 애플의 키노트 프로그램으로 불러와 실행시켜보았다. 아주 깔끔하게 프레젠터의 기능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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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이 아니다. PC나, 아이폰/아이패드 등의 미디어 기기를 비교적 편리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 마치 애플의 적외선 리모컨의 기능과 비슷한 것이다. 애플 리모컨과 다른 점이라면 블루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호환성이 좋다는 정도이다. 버튼도 직관적이며, 무엇보다도 재질이 괜찮았다. 무광재질이 가격에 비해 고급스러웠고, 무게는 무척 가볍다. 



PENTAX K-5


깜짝 놀란 점은, 안에 숫자 키패드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 2G/3G 폰처럼 슬라이드를 밑으로 내리면 숨겨져 있던 버튼들이 나온다. 저 숫자 키패드를 어디에 쓰는지는 아직 테스트해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일단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비밀번호 입력같은 것은 됐다.

좌측에 블루투스 버튼은 페어링 버튼이다. 이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어야지만 장치에서 인식한다. 



이와 같이 블루투스에 연결이 되면 숫자를 입력하라고 나오는데, 그때 리모컨의 키패드를 이용해서 숫자를 입력해주면 연결이 된다. 

배터리는 내장이어서 충전을 따로 시켜줘야 하며, 별도의 USB케이블이 동봉되어 있다.



PENTAX K-5


특별히 단점은 없다. 사실, 가격이 15,000원인데 프레젠터 기능만해도 충분히 제 값은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 아이패드로 책을 읽고 싶어도 무게에 못이겨 금방 포기했던 분들에게도 이 리모컨은 충분히 제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가격대 성능비 뿐만이 아닌, 활용도가 높은 이 리모컨은 현재 리디북스의 리디샵에서 구입할 수 있다. 



 

  1. Favicon of http://coffee001.tistory.com BlogIcon Bimil 2014.12.24 19:31 신고

    와.. 아이디어 좋은 제품이네요. ^^ 혹시 아이북스와도 연동이 되려는지요?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12.24 19:45 신고

      애석하게도 아이북스와는 연동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테스트를 해봐야겠네요. 일단 아이폰에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애플의 '아이폰'을 처음 구입했던 것이 아마도 2010년 9월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우연치고는 참 웃겼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아이팟터치 1세대 모델을 가지고 있던 나는, 당시만해도 모토로라에서 나온 '모토로이'를 거의 7개월 정도 쓰고 있었다. 아이폰 3GS가 국내에 발매되었고, 그 아이폰의 열풍이 뭐랄까, 어느 정도의 반감 같은 것을 불러 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토로이를 선택했고, 곧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동네 휴대폰 가게에 들러 아이폰이 혹시 있느냐고 물었고, 예약자들 모델 밖에 없다는 말에 그냥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마침 예약 취소 물량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버스에서 내려 바로 구입했던 것이다. 




<필자의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아이폰4. 사진 출처는 위키피디아>


어쨌든 아이폰4를 구입했던 그 순간부터, 필자의 '아이폰'에 대한 첫사랑이 시작된 모양이다. 애플이 좋았다기보다는 '아이폰'이 좋았다. 끊김없이 부드러운 스크롤.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었던 갖가지 어플리케이션. 무엇보다도 음악감상을 하는 맛이 있었다. 한동안은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어팟을 내내 귀에 꼽고 다녔다. 그 뒤로 필자는 소위 말하는 애빠가 되어 여기저기에 아이폰 자랑을 늘어놓고 다녔다. 


매년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2년의 약정을 전부 채우지 않고 신형 아이폰으로 갈아치웠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리퍼'를 받았고, 그러면 마치 새 아이폰을 구입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폰을 쓰고 나니 내게는 별 쓸모가 없어보였던 아이패드까지 욕심이 생겼다. 아이패드2를 구입하던 날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냥 아이폰의 화면을 키워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패드가 실제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진정 애플은 대단한 회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애빠들이 나와 비슷한 식으로 테크트리를 탔으리라. 아이패드를 갖고 나니 맥에 관심이 생기고, 그래서 우선은 저렴한 맥미니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맥미니에 레티나 맥북 프로까지 가지고 있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나의 애플 사랑은, 점점 '애플이라는 회사' 자체의 사랑으로 변해갔다. 아이폰은 어느새 6+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아이패드 에어까지 가지고 있게 되었다. 나름대로 용도도 정해두었다. 맥미니는 일반적인 웹서핑이라던가, 서버, 자료 검색용으로 이용하고, 글을 쓸 때는 맥북프로로, 논문이라던가 이북을 볼 때는 아이패드를 이용한다. 나름 성실하게 애플 제품을 이용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나의 애플'이 조금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스티브 잡스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의 애플은, 어딘가 모르게 예전같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하나의 트랜드처럼 인식되어왔던 애플은 왠지 다른 평범한 IT회사와 별반 다를 바 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새로운 제품들이 매년 꼬박꼬박 나오지만, 나올 때마다 어딘가 중요한 하자들이 보였다. 아이폰 5때는 코스메틱 이슈들이 있었고, 아이폰이 휘어지는 현상도 있었다. 아이폰의 매력 중에 하나였던 부드러운 스크롤은 언제부터인가 버벅거리기 시작했고, 애플의 자랑이었던 iOS는 늘 버그에 시달렸다. 


국내에 애플 스토어가 들어오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그렇게나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열광한 애플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정식 애플 스토어 하나가 없는 것이다. 그 뿐인가. 여전히 itunes로 음악을 구입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애플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폰 6/6+가 국내에 출시되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아이폰 6+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은 해도해도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아이폰이 휘어진다는 제보들이 들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SSD가 64기가 부터는 TLC와 MLC가 혼용이 되고, 128기가는 전량 TLC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성능이나 수명이 MLC가 훨씬 뛰어남에도, 아이폰 64기가 부터는 MLC와 TLC가 혼용되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같은 제품인데, 어떻게 다른 부품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 차라리 전부 TLC를 넣던가. 성능이나 수명을 떠나서, '장삿속'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이폰이 휘는 문제도 그렇다.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휘어져 온 아이폰을 인증하는 유저들이 커뮤니티에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손으로 눌러서 폈다, 센터에 가져가봐야 고객과실이라는 말만 들을 뿐이다, 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한 개인이 문제가 있는 아이폰을 센터에 가져갔더니 동의도 없이 무조건 유상리퍼를 진행하고, 비용을 청구했다는 뉴스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전부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문득 내 자신이 애플과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 그냥 혼자만의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회의감 같은 것이 밀려왔다. 그렇게 애플에 열광을 했는데, 애플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홀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던 그 시절을 회상한다. 애플의 키노트를, 자막도 없이, 단지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이유로 밤을 꼬박 새어가며 보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때는 키노트 장소에서 누가 몰래 촬영하는 화질도 좋지 않은 화면을 보던가, 아니면 트위터나, 관련 커뮤니티의 소식들을 '새로고침'해가면서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팟캐스트에 키노트가 올라오면 다시 한 번 좋은 화질로 감상했다. 지금도 그 시절의 키노트들을 가끔 돌려 볼 때가 있다.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잡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열광하게 된다. 

그때가 좋았지, 그러니까 요즈음의 애플은, 그냥 불친절한 거대 IT기업 중에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애플의 제품들을 구입한다. 그리고 구입할 때마다 늘 흥분이 되지만, 예전처럼 그 흥분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제는 불평불만들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작업환경을 맥의 OS X과 iOS에 맞춰 놓았는데, 점점 불평불만만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다른 회사 제품을 구입해서 쓰자니 그들도 애플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러니 울며겨자먹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익숙해진 플랫폼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많은 않은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서 애플 제품을 쓰는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겠지, 싶은 기대감도 이제 차츰 사라져간다. 팀 쿡의 애플은, 이름만 같을 뿐, 지난 시절의 애플과는 전혀 다른 회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에도 나는 물론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면 늘 그래왔듯이 또 바꿈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무렵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애플의 제품이 좋아서 바꾼다기보다는, 기존의 아이폰이 '구리기 때문에' 바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와서


다시 팬택 사태를 끌어 올리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겠다. 쌍용차 사태를 봐온 우리들로써는 낯선 풍경도 아니다. 벤처의 신화라고까지 불렸던 팬택의 몰락은, 그래서 사람들에게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가려졌다. 하지만 팬택 사태를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IT강국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대한민국에서, 팬택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팬택의 흥망성쇠는 어딘가 익숙하다. 어쩌면 팬택이라는 회사가 대한민국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택은


재기발랄한 회사였다. 다소 컬트적인 면도 있었다. 팬택이 공략해야 할 소비자 층은 10대 학생들부터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이었다. IT에 관심이 많거나,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은 애플이나 삼성 제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팬택은 그 틈새시장을 그럭저럭 잘 공략해 나갔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팬택의 한계였다. '스카이'라는 프리미엄 급 브랜드를 버리고, '베가'라는 생경한 브랜드를 들고 나타났을 때부터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던 삼성이나, 스마트 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도 다른 제품들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사 LG와는 사정이 달랐다. 팬택은 오로지 스마트 폰만 만들었다. 그것이 처음에는 약이 되었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성이 성겼는지 오히려 독으로 변해버렸다. 삼성이나 애플의 공세 속에서 팬택이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팬택의 스마트 폰에는 부수적인 수입을 유발시키는 그 무엇인가가 없었다. 이를테면 액세서리 같은 것들 말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산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그리고 아이패드를 구입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맥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은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려 놓았고, 삼성 모바일 프라자 같은 직영점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으며, 심지어는 전용 케이스를(무척이나 비싼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갤럭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을 구입하면서, 기왕이면 깔맞춤으로 정품 케이스나 커버를 구입하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팬택에는 이런 것들이 없었다. 팬택이 운영해오던 '랏츠'는 사실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팬택 제품들 전용 액세서리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한데 매장만 있다한들 소용이 없는 것이다. 팬택을 컬트적이고, 매니악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했던 CF조차 그 개성을 잃어버렸다. 이병헌의 '단언컨대'는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그 후속 CF가 에러였다. 마치 논문의 자기표절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물론 좋지 못했다. 사람들은 '단언컨대'를 외치는 이병헌만 기억했다. 


우리나라 IT의 딜레마, 창조성


스티브 잡스가 입버릇처럼 '혁신'을 물고다니다 보니 국내 기업들조차 '혁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혁신이 아닌 것도 혁신이라고 우기는 판이 된 것이다. 그런데 혁신의 비료는 창조성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나지 않듯 창조성도 고갈되어 있었다. '혁신을 강요하지만 창조성은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앞에 붙어있던 'IT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져버렸다. 삼성이 전 세계적으로 갤럭시를 쉴새 없이 팔아치우고 있지만, 그런다한들 그것이 IT 강국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긴지 오래되었다. 팬택의 몰락 또한 이와 같은 우리나라 현실의 분위기에 떠밀려 발생한 일이다. 팬택은 이제 세계 IT 시장에서 곧 난파선이 될지도 모를 우리나라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팬택은 훌륭한 회사였지만, 발전은 더뎠다. 그렇다고 그들이 현실에 안주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신제품을 냈고, 틈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팬택이 더 괜찮은 회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싹수가 노란 것이 아닌, 팬택은 떡잎이 나쁘지 않았던 회사였다. 고음질 하이파이 음악 감상 기기로 회생한 아이리버의 경우와 같이, 팬택도 조금 더 궁리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맞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팬택은 충분히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견에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이나, 엘지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삼성이나 엘지가 어떤 시스템에 묶여, 그 안에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내용물만 바꿔 제품을 찍어내는 것과 달리 팬택은 오히려 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까웠다. 그들은 원한다면 삼성이나 엘지, 아니 애플보다 더 창조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런 기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택에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약간 자만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나는 팬택을 응원한다


고백하건데 팬택의 제품을 구입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팬택을 응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가끔씩 보여주던 팬택의 게릴라 적인 면모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들이 얼마든지 삼성이나 엘지를 엿먹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안타깝다. 나는 팬택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팬택을 응원하고 싶다. 그들이 세계의 IT를 지배하는 일은 없어도, 매니아들만 팬택을 찾는다해도 팬택은 존재해야한다. 삼성이나 엘지는 이미 글로벌 기업화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팬택은 그렇지 않다. 팬택은 어찌보면 우리나라 IT의 마지막 '가능성'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능성 조차 사라져버린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IT 회사'를 차리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팬택이제 막 IT업계에 진출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팬택의 몰락은 '우리나라에서 IT는 절대로 안돼'라는 비관적인 양상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거대 통신사들의 갑질, 대기업들의 물량공세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팬택의 모습은 그래서 우리나라 IT의 어두운 이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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