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에서 최초에 '안드로 원'이라는 스마트 폰을 출시했을때, 시장의 반응이 그렇게까지 싸늘하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물리 쿼티 키보드를 장착했고, 화면과 스펙, 그리고 감압식이라는 불리한 면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팔려는 나갔다. 귀여운 디자인에, 물리 키보드가 한 몫 했으리라는 예상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물리 키보드가 그렇게 먹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키보드를 빼서 타이핑 해야 한다는 것은, 일단 뭐든 '빨리빨리' 해야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그 이후 엘지는 옵티머스 시리즈를 발표하고 모두 처참한 패배를 당한다. 물리 키보드가 달린 옵티머스 큐는,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LG텔레콤(U+)으로만 발표하여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엘지가 스마트 폰 시장에서 차츰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끊임없이 뭔가를 발표는 하고, 출시도 하지만 결국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과거에 스타였던 운동선수가 한동안의 공백기를 가진후 갑자기 등장했지만 기량이 예전만 못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 때 피처폰에서는 삼성과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엘지는 이제 팬텍에 까지 밀렸다. 팬텍은 베가 시리즈로 여성층을 공략, 의외의 선전을 펼쳐 보이고 있다.

엘지가 이렇게 스마트 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사후관리다. 안드로 원의 경우, 이클레어로 출시되었지만 프로요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주 않는다고 하여 사용자들의 원성을 받았다. 현재도 엘지 제품들은 전부 '안드로이드 2.2 프로요 버전'으로 들어가 있다.
보면 진저브레드로 올려줄 만한 기술력은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엘지는 국내 스마트 폰 시장에 늦게 뛰어든 경우인데, 그래서그런지 상당히 위축되어 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의 야심작이었던 옵티머스 2X를 발표했을 때, 유저들의 마음은 이미 엘지를 떠나 있었다. 바로 그 전 모델에서 유저들이 톡톡히 당했다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엘지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사용자들이 이전 모델로 인해 화가 난 마음을 되돌려야 하는 것인데 무조건 신제품만 출시를 하고, 그런데 그 신제품이 다른 제품들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신통치 못한 판매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엘지의 상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미줄에 엉켜 있는 듯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스펙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시장에서, 괜찮은 스펙의 제품을 출시했지만 반응은 시원찮고, 그렇다고 애플처럼 어떤 감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아니기에,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같은 사후관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패닉상태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데 엘지는 그 조차도 두려워하고 있다. 각종 스마트 폰 커뮤니티에서는 엘지의 스마트 폰인 '옵티머스'라는 이름이 적절치 못한 이름이라고 지적한다.
이 '옵티머스'라는 이름은 상당히 남성적인 이름인데, 그렇다면 구매 대상을 '남성'으로 정해놓았다는 이야기고, 하지만 엘지가 한 번이라도 핸드폰 가게를 둘러보았더라면 알 수 있듯이 '남성'을 대상으로 만든 스마트 폰은 널리고 널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스마트 폰에 관심있는 유저들의 성별이 남성임을 고려할 때, 옵티머스는 여성에게도 어필하지 못했고, 남성 유저들도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정체성의 부재다.
애플의 장점은 트랜드를 만든다는 것이고, 삼성의 장점은 이러한 트랜드를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하여 유행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팬텍의 경우에는 이러한 트랜드를 하나의 타겟(여성)으로 집중시켜 틈새를 공략해 나간 것이었다.
반면에 엘지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평이한 디자인, 평이한 UI, 평이한 스펙. 엘지의 모든 것들은 평범하다. 심지어 CF조차도 평범하다. 엘지의 휴대폰! 하면 뭔가 내세울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삼성이나 애플은 그렇다치고 HTC조차도 자랑으로 내세울 것들이 있다.

악순환의 연속에 허우적대고 있는 엘지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는 회사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LG스마트 폰이 옛날 같지 않다는 변화가 필요하다. 네이밍도 바꾸고, 디자인도 바꿔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펙이 전부가 아님은 이미 애플이 보여주었고, 스펙으로 밀고나가려면 확실히 밀고나가야 한다는 것은 삼성이 보여주었다. 엘지가 스마트 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으 확립시켜야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물리 쿼티 키보드'가 달린 스마트 폰을 예쁜 디자인으로 꾸준히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냈으면 지금보다는 덜 했을지도 모른다. '물리 키보드가 달린 스마트 폰을 사려면 엘지를 사면 된다' 라는 정체성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엘지전자 제품들을 좋아한다. 기왕이면 엘지로...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LG가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LG가 심기일전하여,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포스팅을 마친다.

 
  1. Favicon of http://boycrow.tistory.com BlogIcon 까마귀 소년 2011.06.24 22:39 신고

    네티즌의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하죠
    헬지 -ㅅ-
    소비자입장에선 치고받고 싸워서 더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6.25 22:27 신고

      예전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요. 명실공히 휴대폰 분야에서 삼성과 1,2위를 다투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엘지를 좋아하는데 좀 씁쓸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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