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순이' 라는 용어가 있었다. 내 기억에, 이 용어의 어원은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이른바 '오빠부대' 들을 통틀어 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빠순이라는 단어가 비록 이러한 '오빠부대'들을 비하하는 단어들일지라도, 나는 이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어떤 하나의 관심사에 열중하는 시기가 인생에서는 몇 번 정도 있다.

내게 감동을 주는 것들이 있다. 킹 크림슨의 아일랜드를 듣고 눈물을 흘려보았으며, Porcupine Tree의 Stop Swimming을 듣고 우울증에 빠질 뻔 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처음 내게 각인된 그룹들은 못내 잊혀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런 것들이 생각난다.

내게 감동을 줬던 IT 기기들이 있다. 아이팟과 씽크패드가 그렇다. 아이팟 터치 1 세대를 처음 구입하여 음악을 감상했을 때의 감동은 잊혀지지 않는다. 씽크패드의 TP240의 키보드는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전율'이었다. 이 기기들은 내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기기들이다. 나는 그러니까 이들의 충실한 '빠'가 된 것이다.

얼마전에 갤럭시 탭 10.1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처음으로 덧글들이 '전쟁터'화 되었다. 누구는 나를 보며 '앱등이'라고 했고, 누구는 내 글에 공감을 해 주었다. 좋다. 개인적인 견해는 충분히 존중한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진정한 '빠'는 사실 다른 기기에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를 '빠'로 만든 그 회사 제품에만 신경써도 모자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빠' 들은 전장의 가장자리에서 싸움판을 구경하고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결코 전쟁터 안에 총알을 날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손에 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에 그 이외의 회사들 제품들은 안중에도 없다.

나는 그렇다. '애빠'에 가깝다. 단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는 맥북보다 씽크패드가 더 좋고, 아이맥보다는 내가 조립한 PC가 더 좋다. 애플의 키보드는 정갈하고 좋지만, 역시 지금 쓰고 있는 IBM의 키보드가 훨씬 마음에 든다. 모니터는 역시 LG 라고 생각하며, 피처폰은 그래도 삼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손에 들고 다니는 것들은 전부 '애플' 제품이다.

나는 애플의 서비스 정책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인간미가 없기 때문이다. 증상을 듣고, 리퍼 제품으로 교체를 하면 끝이다. 자신의 기기를 분해하여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부분을 수리하면서 생기는 '서비스 센터 기사와 고객'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없다. IT 기기의 장점은 기계 자체를 가지고 노는 재미도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있다. 아주 옛날, ADSL이 주류를 이루었던 시절. 나는 KT 인터넷 기사님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ADSL 모뎀' 이 고장이 나거나 인터넷이 끊길 때면 나는 어김없이 그 분을 불렀다.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전화선에 알루미늄 호일도 붙여보고, 모뎀도 바꿔가면서 어떤 정보교환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간혹 삼성 AS 경험담을 보거나 듣고 있으면, 옛날의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삼성에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내가 산 것만 잘 쓰면 되지 꼭 남이 쓰는 것을 비방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어떤 글에 대해 언제나 '오독'을 하게 마련이다.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내가 비난해야 할 부분만 읽는 것이다. 글쓴이의 '의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다.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애빠'나 '삼빠'나 이런 '오독'에 있어서 내가 나무랄 형편이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 역시 완전한 '빠'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기를 비교하고, 그 차이점을 파악하여,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빠'이다. 내 것이 더 좋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비난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회사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삼성과 애플의 라이벌(경쟁)구도는 흥미롭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정치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제품으로써 삼성의 최근 근황은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옴니아의 문제는 개인의 견해 차이라고 생각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외로 해두고 싶다.

한때 잉베이 맘스틴이 스티브 바이에게 '음을 낭비하는 기타리스트' 라고 비난 한 적이 있다. 스티브 바이도 잉베이를 비난했다. 그러던 두 기타리스트가 한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은 적이 있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라이벌이란 그런것이다. 서로 공생관계에 있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다. 이러한 공생관계에 있어서 '빠'들의 역활은 중요하다. 우리는 '빠' 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사실 '서포터'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아이폰이 좋네 갤럭시가 좋네 이러면서 의미없는 돌던지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자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돌팔매질을 유도한 것이 내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들 어쩌랴. 여기는 내 공간이고. 내 공간에서 내가 어떤 빠돌이짓을 하던 그건 자유니까. 독자들도 읽고 싶은 것만 읽든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하려 애쓰든 그들 마음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인생사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뫼비우스의 띠 처럼.

  1. Favicon of http://anygadget.tistory.com BlogIcon 언제나닝겐 2011.07.23 11:01 신고

    저역시 제 블로그에 비슷한 주제로 포스팅을 하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댓글 남깁니다. 맘의 상처를 좀 입었었더랬죠..^^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2. 아 드러운 앱등이 ㅋㅋ

  3. 아 드러운 앱등이 ㅋㅋ

  4. Favicon of http://sym0379.tistory.com BlogIcon 심영민 2011.08.28 15:28 신고

    글 중에.. 진정한 빠는 참여가 아니라 방관만 한다는 부분을 읽고 뜨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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