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진중권이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 파더'에 대해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정확한 이야기는 기억이 안나는데 대략 누군가 영화는 보고 까라고 하니 한번 데인 식당에 또 가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는 요지였다.

아이폰4와 갤럭시S가 출시되고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 '성능논란'이다. 아이폰이 좋네, 갤럭시가 좋네 이런 문제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국가적으로, 이념적으로 확산되어 다양한 의견들과 논란들을 만들어냈다. 판매량이 갤럭시S가 아이폰을 눌렀네, 아이폰4가 성능이 더 우월하네 이런 식의 TV보도들도 그렇다.

조금전에 아이폰4의 스펙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작년에 어떤 블로그에서 삼성과 애플을 비교해놓은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내용은 갤럭시S가 더 우월하다는 내용이었다. 순전히 스펙상의 비교였는데 갑자기 진중권의 말이 생각난 것이다. 써보지 않고도 그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것은 영화를 굳이 '볼 필요도 없다'는 식의 논리하고는 다르다. 차라리 써볼 필요가 없으니 안썼고 관심도 없다는 태도가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삼성빠'들과 '애플빠'들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싸우는 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스트 갓 파더'는 볼필요도 없다, 고 못박았던 진중권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왠지 진중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 갤럭시S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되지 못한다. 사실, 삼성은 자사의 모든 전자제품을 '가전제품'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컴퓨터는 컴퓨터여야 하고, 핸드폰은 핸드폰이어야 하는데, 삼성에서 나온 제품들은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한다. 삼성의 인식은 예전부터 AS잘되고, 무난하게 쓸수 있는, 그러나 오래는 쓰기 힘든 이미지가 있었다. 게다가 삼성의 디자인은 언제나 고만고만해서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

그런 삼성에게도 장점은 있다. 크게 세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사후지원이다. 어쨌든 삼성의 AS가 아무리 더럽다 할지라도, 외국계 회사들에 비할바가 못된다. 물론 제품 가격에 AS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언정, 집에서 몇 발자국만 나와도 삼성 AS센터가 보인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메리트인 것이다.

둘째는 트랜드를 잘 쫒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미 타사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그것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뛰어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하이브리드 카메라'와 '넷북'이다. 이 두가지 제품들 중 삼성이 최초로 시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한국형'으로 재빠르게 바꿔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은 그들의 기획력이 보여주는 장점이다.

셋째는 스펙이 좋다는 것이다. 삼성은 디자인보다는 스펙으로 승부를 걸었다. 거기에 한국사람들에게 맞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응용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갤럭시S다. 외관은 아이폰 같은데, 스펙은 아이폰보다 더 좋고, 편리함도 아이폰보다 더 편리하다. 거기에 아이폰보다 더 내세울 수 있는 스펙, 즉 아몰레드 액정이나 고성능 CPU등을 채택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갤럭시S를 안살래야 안살수가 없는 것이다. 스펙좋고 편리한데 디자인은 무난한 제품이 바로 삼성의 제품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주로 젊은 사람들이) 삼성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폰의 단점은 무수히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선택하는 이들은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애플이 제시한 '인간 친화적'인 기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삼성의 편리함과 애플의 편리함은 그 태생이 다르다. 삼성의 편리함은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 혹은 손쉽게 핸드폰을 꾸미고 AS를 받을 수 있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 아이폰의 편의성은 아이폰 자체에서 나타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가장 편리한 상태로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을까를 제시한 것이 아이폰이다. 그리고 얼마나 인간과 기계간의 거리감을 좁혀나갈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 터치 방식이 '감압식'이 아닌 '정전식'을 채택한 이유도 어쩌면 그런 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타인이 타인에게 접촉하듯 조심스러운 접촉에서 시작하여, 그 쌍방이 친해졌을 때까지의 접촉과정을 우리는 '정전식' 터치 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의 제품은 아이폰과 컴퓨터를 연결했을 때 상당히 불편하다. 왜냐하면 아이튠스가 있어야 하니까. 그러나 일단 그 과정이 숙련이 되고 나면 상당히 편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폰 자체의 조작만을 봤을 때, 꼭 필요한 기능은 정말 편리하게,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기능은 아예 넣지 않았다.

삼성의 편리함이 더 우월하냐 애플이 더 우월하냐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태생이 다르니까. 그러나 우리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스마트폰들 속에서 한가지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 동일한 스펙에서 훨씬 부드럽게 움직이는 아이폰을 보고 '최적화'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양사 제품들을 놓고 싸울 필요가 없다. 삼성빠, 애플빠 이런 말은 진정 무의미하다. 삼성의 장점이 애플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고, 애플의 장점이 삼성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국물이 있는 짬뽕을 먹느냐, 그냥 짜장을 먹느냐식의 취향의 문제인 것이다. 아이폰의 장점은 최대한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디자인,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구닥다리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벌써 3~4년전에 구입한 아이팟터치 1세대만 봐도 그렇다.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성능이 거지같지도 않다. 오히려 음질은 현재 나온 아이폰들보다 더 좋은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3~4년전에 나온 삼성의 MP3를 보게 되면 아마 아...오래썼지, 이제 바꿀때가 됐지 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애플과 삼성의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대답은 나온다. 삼성은 자신들의 단점을 AS와 스펙으로 보완했다. 애플은 디자인과 최적화로 매꿨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내 아이폰의 약정이 끝나는 2년 후에도, 아이폰4는 여전히 현역으로 자주 보일 것이다. 디자인도 그리 틀리지 않겠지. 반면에 갤럭시 S는 또 다른 최신기술로 중무장한 신형 전화기들을 대량으로 쏟아낼 것이다. 삼성은 그럴 수 밖에 없다.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자신들이 그 흐름을 만들어내고 지배하지 못한다면 트랜드에 맞춰 최신의 제품들을 자꾸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트랜드 조차 뒤쫒지 못한 곳이 바로 LG다. 안타깝게도 LG는 스마트 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LG는 애플의 감성도, 삼성의 스펙도 모두 잡지 못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반면에 팬텍의 스카이는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그들은 애플의 장점과 삼성의 장점을 골고루 잘 버무렸다. 삼성이 시대의 흐름을 뒤쫒는다면, 팬텍은 그러한 삼성을 뒤쫒아 최소한 국내에서 2인자의 자리에는 간 것이다.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1인자라 할지라도, 세계에서 1인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난 두고두고질리지 않는 애플이 좋다. 나를 애플빠라 욕해도 좋다. 삼성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 하지도 않는다. 진중권의 말처럼, 어차피 써보지도 않았고, 써보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욕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만 삼성이 좋네 애플이 좋네 같은 말들은 그저 공허한 언어의 낭비같다. 그 시간이면 차라리 내 스마트폰을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남들이 쓰는 스마트 폰을 씹기 위해서 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잘 쓰기 위해서 구입했다면, 내가 잘 쓰기 위한 방법에 시간을 투자해야 함이 옳을 것 같다.

그런의미에서 넥서스S의 출시가 임박했다. 삼성은 자신들의 모든 인력을 넥서스S에 투자할 것이다. 갤럭시S는 어찌 되는가? 그 좋은 디바이스는 곧 '버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풀리겠지만 사람들의 눈은 이미 넥서스S에 고정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폰5의 발표도 멀지 않았다. 아이폰4는 어찌되는가? 아이폰은 버스가 거의 없다. 밖에 나갈일이 있다면, 아이폰3GS를 아직도 쓰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제 한 물 간 제품을 쓰니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는 아이폰 유저'라는 동질감과 함께, 어쩌면 디자인 만큼은 아이폰 3GS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폰을 구입할 때 한가지 팁을 드리겠다. 만약에 당신이 어떤 두 제품 가운데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최초에 생각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아이폰과 갤럭시S에서 고민하는데 억지로 아이폰을 구입하게 되면, 아마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내가 구입한 기기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시작할 것이다. 손에는 아이폰이 들려있지만, 결국에는 갤럭시S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이폰을 살까하다가 어떻게어떻게 해서 갤럭시S를 구입했다면, 그리고 아이폰은 배터리도 하나야, 아이튠스로 동기화를 해야해서 불편해, 이렇게 자위를 한들, 결국 아이폰을 쓰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쪽으로 눈이 고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만일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지금 스마트 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내가 가장 먼저 사고 싶었던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설령 더 좋은 제품이 나왔을지라도.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1.02.05 07:34 신고

    단점이 있어도, 그 단점조차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해요ㅎ 아직 아이폰 활용에 서툴지만ㅠㅍ

  2. 레알.. 2011.02.05 15:25 신고

    간만에 좋은글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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