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2를 구입하고 내가 활용(?)했던 부분은 '웹서핑', '이북', '일정관리' 정도였다. 그러나, 이 비싼 아이패드2를 이런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이패드2 활용에 관련된 포스팅을 해보고자 한다. 문제는,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팁에 대한 블로그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내 포스팅은 다른 블로거들의 포스팅에 비해 별 메리트가 없다. 그러나 많은 블로거들이 PC를 대체하는 용도로 아이패드2를 활용하는 모험에 도전했고, 나도 동참할 예정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아이패드, 아이폰은 어디까지나 '스페어', 즉 보조 활용도구일 뿐이다.

소설가들은 늘 글을 쓴다. 혹은 그럴 것이라 일반적인 사람들은 믿는다. 소설가는 딱히 '일정관리' 같은 것도 필요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작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상상하는 소설가들이란 골방에 처박혀 담배빵이 난 키보드를 두들기는, 혹은 카페에 앉아 전공서적 두께만한 노트북을 열심히 두들기고 있는, 보헤미안적인 삶을 사는 그런 존재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한때는 '소설가로 돈 벌어먹고 사는 것이 힘든' 세상이었고, 사실 작가들이 그렇게 돈에 집착하지 않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작가들도 최소한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떠올랐다. 물론 다른 직업에 비해 '궁핍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약간은 나아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면, 실은 소설가보다는 다른 '자기계발서'나 혹은 요즘의 트랜드를 책으로 쓰면 소설가들보다는 더 낫다고 본다. 여전히 소설가란 배고픈 직업이고, 설령 한동안 배가 불러도 언제 다시 고파질지 모르는 신세이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족이 길었는데 하여튼 소설가도 이제는 좀 편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과 종이가 여전히 내게는 메인이지만, 대부분의 도구들이 디지털로 변화된 이 시점에, 아이패드 같은 '도구'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아이패드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면 PC나 종이, 펜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글쎄...'다.

우리는 답답한 집에서 빠져나와 노트북을 바리바리 챙겨 인근 카페로 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나의 '착각'을 하게 되는데 바로 '카페에서 작품 하나를 완성' 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카페에서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는 커녕, 챕터 하나 쓰기도 힘들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음악을 듣는 행위를 무척 꺼려하는데, 글에 집중이 안되고 음악에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페는 사실 최악의 장소나 다름없다.
게다가 들고다녀야 하는 노트북의 무게도 만만찮다. 근처 카페를 가는데 차를 가지고 나가기도 그렇고, 노트북의 무게도 고려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이패드'다. 아이패드는 가볍고, 부담이 없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글을 쓴다고 하면, '아이패드로 소설 한 편을 다 써야지'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이패드는 어디까지나 보조글쓰기 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버스 안이나, 카페등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축내고 싶지 않을때(하릴없이 시간을 축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아이패드는 그 효과를 발휘한다.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다면 그 효과는 배로 뛰어오른다. 워드 입력기는 아이패드의 Pages를 추천한다. 4.99달러의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 값이라 생각하면 감수 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Pages로 작성된 문서는 iCloud.com에서 MS Word 파일로 내려 받을 수 있다. MS 워드로 소설을 쓰는 분들에게는 더 없이 편리하고 한컴의 한글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MS워드 상에서 복사 붙여넣기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옮겨적는 것 보다는 편리하다.
잠깐잠깐의 아이디어를 적을 때는 에버노트가 유용하다. 에버노트에는 사진을 첨부할 수 있는 기능과 에버노트 사이트와의 실시간 동기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잠깐 떠오른 아이디어를 저장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창작 업종에 계신 분들은 여행을 자주가는데 시간이나 금전의 제약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구글지도나 다음, 네이버 지도등을 이용한다. 실제 가는 것 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어느정도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원하는 지역을 아이패드의 '스크린 샷' 기능으로 저장해두고 사진파일로 만들어서 자료로 이용해도 좋다. 아이폰이나 스마트 폰이 있다면 사진을 틈틈히 찍어 에버노트에 저장, 아이디어와 함께 저장해두면 좋다. 이렇게 모아놓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집으로 돌아가 한 편의 소설을 온전히 작성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도구들을 이용하는 보다 자세한 포스팅을 할 것이다. Pages를 이용해 글을 작성하고 그것을 MS 워드로 불러오는 과정들을 그림과 함께 보여드릴 것이다. 창작, 더 나아가 작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뭔가를 기록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메인은 자신의 정든 노트북이나 원고지, 펜이겠지만, 이러한 메인을 보조해줄 보조 수단으로서의 아이패드는 충분히 제 값을 한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의지, 언제 어디서든 창작을 하겠다는 의지임을 잊지 말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적인' 전기(傳記)라 할 수 있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10월 25일 오후 12시에 출간되었다. 나는 이 책을 오후 1시 20분 경에 구입했고, 한 시간 후인 2시 20분 경부터 읽기 시작하여 다음 날인 26일 밤 11시 50분 까지, 페이지 수로 총 925페이지인 이 전기를 전부 읽었다. 
나는 총 이틀 간 이 책을 읽었고, 하루 정도 책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읽고나서 바로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주의깊게, 이틀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읽었기 때문에, 그냥 건성건성 평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공들여 읽은 만큼, 평도 공들여 쓰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구입하는 독자분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팬이거나, 혹은 IT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라면 25,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 900페이지라는 살인적인 두께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스티브 잡스 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미국 IT 동향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 혹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뉴스 코퍼레이션의 현 회장인 '루퍼스 머독'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하여, 스티브 잡스만이 아닌, 현재 미국을(혹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물들의 성격을 훔쳐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을 읽기 위한 돈과 시간은 IT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그 문제점은 때로는 문제점이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의 진실된 모습의 이면을 보며 우리는 적잖은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번역판을 구입하신 분들은 아마도 번역의 질에 대해 다소간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우리는 애플이라는 IT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스티브 잡스라는 IT 업계의 스타에 대한, 생각컨대 불편한 진실들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때로는 '폭로'에 가까운 내용들을 담고 있고, 우습게도 국내 언론들(인터넷 미디어를 포함한)은 이러한 내용들을 선정적으로 포장하여 기사화 시키고 있다. 그러나 900페이지를 전부 읽지 않고는 그 기사들이 설령 이 책에서 인용을 했다 하더라도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낱 가십거리의 소스로, 혹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이 블로그를 통하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애플'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이런 이면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국내 미디어의 어줍잖은 싸구려 가십거리들을 보고 스티브 잡스나 애플에 대해 오해를 하는 선량한 독자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본인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해보았고, 그 부분들에 대해 다른 독자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라는 IT업계의 거물의 진실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만큼이나 잘 짜여져 있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재미 이면에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들, 생각거리들이 있다. 그 부분을 살펴보자.

불편한 진실 1

럭키 스트라이크 두 갑을 옆에 두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책의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한참을 읽다가 이 책을 언제 다 읽지? 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읽었던 페이지를 보면 어느새 1/3을 읽었다던가 하는 식이다. 적절한 때에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를 넣음으로써 지루함을 없애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오로지 '월터 아이작슨'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이력을 본다면 아마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CEO라는 경력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 책의 서두에서는 월터 아이작슨이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쓰고 싶지 않다는 대목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전기 작가로 월터 아이작슨을 선택했을 때, 그의 생각에는 아마도 그가 아직은 '전기 대상'이 될 준비가 안되어 있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오만한 CEO로 비추어 졌으리라.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투병중이라는 사실에 그는 마음을 돌린다. 이미 그 전부터 마음을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주 기묘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예컨대 총 4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이 끝날 무렵에는 스티브 잡스의 '칭찬'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장'의 내용에는 온통 잡스의 독선적인 성격과 괴팍한 행동들에 대한 인터뷰 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고, 잡스의 전기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는 일관성이 없다. 심지어 초반 스티브 잡스의 어린시절을 묘사한 몇 장은 그를 '천재'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불우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극복했지만 다소 괴팍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주도한' 인물로 아예 작정한듯 정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삶이 전혀 틀리다고 볼 수는 없으나 초반에 잃었던 객관성이 중후반쯤에 등장하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잡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는 천재, 혹은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비꼬기를 시도했다는 말일까?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꼭 그렇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초반의 스티브 잡스를 묘사한 부분에는 확실히 객관성이 떨어진다. 

'불우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업가' 와 같은 극적인 서사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카타르시스가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일관적인 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월터 아이작슨이 묘사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만큼이나 복잡하고 난해하게 작성되어 있다. 예컨대 책의 어느 한 부분을 펼쳐서 그 부분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성격을 보고 있지만 그 만한 난봉꾼도 없다. 그러나 전 내용과 이후의 내용을 읽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연결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애플의 수석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의 인터뷰가 그렇다. 스티브 잡스는 종종 자신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경우가 있는데, 조나단 아이브(책에서는 조나선 아이브로 번역되었다.)의 경우도 다를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으면 제 디자인은 빛을 보지 못했겠죠' 식의 끝마무리는 어딘가 엉성하게 느껴진다. 마치 사형선고가 확실한 죄수를 어떻게든 변호하려 애쓰는 국선변호인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의 전개는 읽는 내내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의 괴팍하고 용인될 수 없는 성격은 그저 '사족'일 뿐이다. 진실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영혼이며 그가 트랜드를 이끌어간 현대 IT 계의 정점이라는 점이다, 가 월터 아이작슨의 의도가 아닌가. 스티브 잡스의 괴팍한 행동들의 원인은 대부분이 그 주변사람들에게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심지어는 스티브 워즈니악 조차도, 스티브 잡스의 재능을 막은 인물이 되어 버린다. '개방형 플랫폼'을 주장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을 따랐다면, 현재의 애플도 없다는 식의 내용이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데 스티브 워즈니악을 희생양으로 삼을 필요가 있었겠느냐가 내가 주장하는 핵심중에 하나이다. 즉, 월터 아이작슨은 인터뷰 대상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스티브 잡스를 더 위대하게 보이게끔 했다. 정신분열증 환자 처럼 행동하는 스티브 잡스의 행동마저도 그를 위대하게 보이는 극적인 장치중에 하나일 뿐인 것이다.

불편한 진실 2

이 책의 가장 즐거운 점은 바로 인터뷰에 있다. 스티브 잡스 주변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그를 좀 더 잘 알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상당히 불쾌했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펩시 콜라 CEO였던 존 스컬리를 애플의 CEO로 데려오는 장면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를 데려오기 위해 유비가 제갈량을 데리고 오기 위해 했던 노력을 그대로 답습한다. 잡스 이후 애플을 말아먹었던 장본인이 존 스컬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존 스컬리를 데리고 온 것은 스티브 잡스였고, 이 둘의 관계는 거의 남녀간의 사랑처럼 묘사해놨다. 존 스컬리는 스티브 잡스가 기뻐할 일들을 하고 싶어하고, 그러나 이러한 존 스컬리를 비웃고 있던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애초부터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를 데려온 것 자체가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그는 IT 업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는데) '언제까지나 설탕물이나 팔며 살거냐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여 그를 데리고 온 스티브 잡스는 훗날 그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난에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가 애플을 말아먹은 멍청한 CEO였을 지언정, 이 책에는 그를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인식을 주어 상대적으로 존 스컬리를 바보 멍청이로 묘사해 놓았다. 이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명백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적 결함은 그저 그가 어린 시절 '선불교'에 몸담았고, LSD와 요가 같은 것에 심취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양부 밑에서 자라났다는 '피해의식'때문이라고 그를 감싸는데 급급해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그의 선구자적 능력을 높이 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상처를 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한 제리 맥과이어의 생일 파티에 그간 그가 사귀었던 여자들이 처음에는 그를 칭찬하다가 나중에 비난을 하는 장면이 떠오르게끔 한다.

언제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이고, 이 책의 목적이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월터 아이작슨과 인터뷰를 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마도 굉장히 불편한 기분을 느꼈으리라고, 분명히 그들에게도 미국드라마 식으로 따지면 '스핀 오프'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진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훌륭하다. 왜냐하면 읽다보면 스티브 잡스가 아닌 다른 인물들에게, 그리고 미국 IT 업계의 발전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자.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어린시절이었던 1960년대부터 소급해 올라가 2011년의 현재까지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들은 하나같이 '미국 기업'들이었다. 2010년과 2011년대에는 삼성전자와도 대립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삼성 전자는 딱 한 번 등장한다. 아이폰의 A4 프로세서를 삼성이 '생산' 했다는 부분이다. (본인의 이전 포스팅 덧글에 '앱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음을 감안할 때)나는 삼성을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기분은 든다. 외국인, 특히 미국의 시각에서 삼성이라는 존재, 혹은 한국이라는 존재가 IT 업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 스티브 잡스는 아시아에 있는 국가 중에 '일본'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의 결혼식 주례를 일본의 선불교 승려인 '오토가와 고분 치노'가 맡았다는 등, 혹은 딸과 함께 일본에서 장어초밥을 먹은 추억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그렇다. 혹시나 하고 덧붙이지만 나는 이 문제를 한일문제로 비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2010년 부터는 애플과 삼성의 관계가 두드러졌고, 그러한 문제들이 한 번쯤은 언급이 되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편으로는 일본의 '소니'사를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일본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는 동양 문화(정확히 말하면 일본문화)를 선망했음에도, 아시아의 테크놀러지들은 무시했음을 알 수 있다.
잡스가 생의 마지막 즈음 힘겨워 할 무렵에는, 그의 라이벌들이 하나 둘 씩 찾아오고, 그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음을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그의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라던가, 구글의 현 CEO인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들과의 극적인 화해를 보여준다. 이러한 부분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냥 독선적이었던 스티브 잡스를, 위장약이 위벽을 보호해주듯 잠깐 보호해주는 보호막 정도일 뿐이다.

One More Thing...

번역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터였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다른 말로 대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터였다'로 끝나는 문장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초반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화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읽기 편했고, 한글로 옮겨놓은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읽을만 하게 번역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잡스 사후에 변경된 일정에 따른 고통이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END

원래 본인은 이 책을 각 페이지를 표시해가며 조목조목 분석해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의 허탈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린시절 우상이었던(컴퓨터 잡지에 심심찮게 등장했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다른 모습에 혼란도 왔다. 게다가 900페이지가 넘는 과격한 두께의 이 책을 차마 이리저리 찾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 이게 논문도 아니고, 그냥 블로그에 휘적거리는 수준인데 뭣하러 그런 노력을 들여야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글이 이모양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 들어있는 포스팅이다. 아마도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 중에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은 해석의 자유를 준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전기만큼 '해석의 자유도'가 높은 책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스티브 잡스가 우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실망한 분들.
그러나 나는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으려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책에는 분명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것 외에 다른 것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세계 IT의 발전사 같은 것이 이 책 안에 집대성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읽어본다면 꽤 괜찮은 IT 역사를 그려 놓은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동안 많은 논란거리들이 이 책으로 종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성향이 이 책 안에 다 들어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객관성'을 그렇게 씹어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흡입력이 있고, 또한 꽤 공정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우리는 왜 스티브 잡스가 삼성이나 HP, 구글의 태블릿을 보고 '카피캣'이라고 했는지 이 책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의아할 것이다. 분명히. 맥 OS의 시초가 제록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비난하기도 뭣한 예리한 속임수를 스티브 잡스가 써왔다는 것. 그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이 책을 읽고,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러나 그 비전을 만들어 간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주변인들'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애플의 모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러나 책을 읽은 후에는 스티브 잡스의 진정한 능력이 그런 것들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정말로 '인내심'이 강한 여러 인물들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스티브 잡스 전기>는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드디어 애플이라는 기업과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공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한민국 기업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혁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조금의 자유로운 관점과 그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의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대한민국의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관점이란 절대 용인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언제나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다. 국가적으로 IT를 육성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창의력을 존중해주는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굳이 '국가적으로 IT를 육성' 한다는 식의 거드름을 피우지 않아도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인식의 문제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그에게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반항했을 때 상당히 좋아했다. 우리나라였다면? 해고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중요시 했다. 어쩌면 그가 종교적인 삶을 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이 없이는 기술도 없음을, 기술이란 인간과 융합이 되었을 때 그 기능의 정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IT업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창의력과 예술감각이 중요시 된다. 예술이란, 정해진 틀 안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음을, 창의력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나라 위엣분들이 인식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IT 강국이 될 것이다. 그래봐야 소귀에 경읽기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1. 2011.10.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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