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마케팅을 잘 하는 회사들이 있다. 가만히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걸 광고한다. 그리고 그것이 먹힌다. 평범한 기능을 독특하게 포장을 시키고 그것을 트랜드로 바꾸어 버린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특별하단 말인가?

1. 아이폰

http://www.apple.com/kr/iphone/iphone-3gs/

위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아이폰 3GS의 기능들이 나열되어있다. 특별한 것은 없다. 스마트 폰이면 이 정도는 해야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정도의 기능이다. 문자메시지가 되는것이 특별할 것은 없지 않은가? 다른 스마트 폰들도 대부분 지원되는 기능들이다. 그러나 아이폰의 TV 광고를 보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려두기, 배껴두기, 붙이기 등의 기능이 그것이다. 이 기능은 정말로 간단하다. 다른 스마트 폰들도 된다. 그러나 아이폰의 '오려두기, 배껴두기, 붙이기'의 기능은 뭔가 특별해 보인다. 왜 그럴까?

아이폰을 써 본 분이라면 웹브라우저에서 별도의 작업 없이 한 번에 웹페이즈를 선택하고 복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토로이에서는 메뉴를 한 번 거쳐야 가능한 기능이다. 그러나 아이폰에서는 바로 가능하다. 사실 이 기능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막상 써보면 대단히 편리한 기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폰은 '심플하고, 사용하기 편한' 핸드폰임을 광고하고 있다.


2. 블랙베리

블랙베리는 이메일에 특화된 핸드폰이다. 그 뿐 아니다. 일정관리 기능도 있고 쿼티 키보드도 달려있어서 업무용으로 적합하다. 그런데 사실 다른 스마트 폰도 이메일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쿼티 키보드가 달린 스마트 폰도 해외에는 많이 있다. 블랙베리는 화면 크기도 다른 스마트 폰에 비해 작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블랙베리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블랙베리가 '이메일에 특화된, 업무용으로 적합한' 핸드폰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 계정을 '10개 까지' 만들 수 있다. 일정관리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덤으로 '웹서핑'도 가능하다. 쿼티 키보드는 편리한 타이핑으로 인해 '업무효율'을 더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도 특별한 기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평범한 기능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3. 몰스킨

몰스킨은 이탈리아의 문구회사이다. 몰스킨 노트는 기본적으로 무척 비싸다. 특히 몰스킨 다이어리는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대 초반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 몰스킨을 다이어리로 쓰기엔 좀 난감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칸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물론 몰스킨 자체가 작은 크기로 나왔기에 그렇다 치지만 안의 구성도 일반 수첩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몰스킨 노트에 열광하고 있다.

왜 별 것도 아닌 노트 한 권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과거의 예술가들이 사용한 노트' 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몰스킨 노트는 창의력을 대변한다. 몰스킨 노트를 쓰면 왠지 창의력이 향상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끔 광고를 하는 것이다. 단순한 디자인에, 만드는 건 또 중국에서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몰스킨은 이미 명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빈 노트를 펼쳐서 마음껏 창조하세요. 이것이 몰스킨이 주장하는 몰스킨의 특징인데 사실 모든 노트들이 다 비어있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게다가 몰스킨에는 커버가 펼쳐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주는 밴드가 있는데 이게 참 간단하지만 강력한 기능인 것이다. 마치 아이폰의 '오려두기, 배껴두기, 붙이기' 기능이나 블랙베리의 '이메일' 기능처럼 말이다.


성공한 제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디자인이 있고, 기능들이 있는 것이다. 위에 언급했던 애플의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나 몰스킨이 광고에서 내세우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평범한 기능들을 특별하게 포장시키는 재주가 있다.
문제는 국내의 다른 회사들이다.

엘지는 최근에 국내 휴대폰 회사로는 최초로 안드로이드 폰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안드로원'.
안드로이드 OS 1.5에 쿼티 키보드를 달고 나왔다. 문제는 이 안드로원이 그리 많이 팔린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OS가 안드로이드 1.5를 달고 나왔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저가형 안드로이드 폰' 을 표방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드로원의 광고를 보고 있으면 왜 안드로원이 그렇게 인기가 없는지 알 수 있다. 
키보드를 달았고, 터치가 되고, 인터넷이 되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쿼티 키보드가 달렸다면 쿼티 키보드로 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강조해야 한다. 안드로원의 포인트는 바로 '쿼티 키보드' 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친구들과 문자를 보낼 때 더 편리하게 보낼 수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성능도 좋고, 비교적 저가 폰에 '친구들과 더 편리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인 쿼티 키보드를 강조했다면 아마 학생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른다.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는 CF가 더 답답하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다양하게 모토로이를 즐길 수 있음을 강조한 모양인데 이미 어플리케이션으로는 애플에 쨉도 안된다는 사실은 전세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양만 놓고 봐도 애플이 몇 배나 더 많은 것이다. 뻔히 불리한 것을 굳이 강조한 이유가 대단히 궁금하다. 
모토로이는 모토로이만의 장점이 있다. 모토로이의 장점은 '진화'에 있다. 모토로이는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 폰이고,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더 많은 스마트 폰이다. 게다가 모토로이는 구글의 지메일과 연동도 간단하다. 예컨대 주소록, 일정등을 구글에 동기화 하면 더 편리한 업무를 볼 수 있다. 블랙베리 처럼, 지메일로 이메일이 오면 바로바로 확인 할 수도 있다. 
모토로이의 장점은 '구글과의 연계 서비스로 더 편리하고 안전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PDF나 문서파일을 볼 수 있고 첨부파일을 다운 받을 수도 있다. 왜 이러한 장점은 다 빼버리고 어플리케이션만을 특징으로 CF를 만들었을까? 
과거 모토로라의 CF는 감각적이어서 보는이로 하여금 사고싶게끔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레이저'의 CF를 생각해보라. 그때만 해도 모토로라는 자사 제품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는 광고를 찍었다.

삼성의 옴니아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삼성의 옴니아는 윈도우 모바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아모레드 액정으로 인해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스마트 폰을 광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성' 이다. 편리한 기능성.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일을 간단히 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스마트 폰의 장점이다. 그런데 삼성의 옴니아는 그런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스타를 섭외해서 광고를 할 뿐이다. 아모레드의 강점은 단지 '선명한 아모레드' 로 끝이 난다. 그리고 나머지는 김연아 같은 스타빨에 의존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처폰'인 일반 휴대전화기라면 스타의 얼굴이 먹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마트 폰은 다르다. 스마트폰의 얼굴은 '편리한 기능' 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모닝글로리의 마케팅은 대단하다. 고시생들을 열광시킨 '마하펜'이 그것이다. 저렴한 가격과 대용량의 잉크, 일본제품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내세웠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단돈 천원 남짓한 돈으로 몇 천원짜리 일제펜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마하펜은 한때 구하고 싶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애플, 블랙베리, 몰스킨은 장사하는 법을 안다. 소비자들이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를 잘 캐치해내는 것이다. 애플의 맥킨토시 컴퓨터가 '어렵다'는 것은 이제 백만년 전의 전설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 이라고 하면 트랜드와 편리함, 디자인을 먼저 생각한다. 일관된 디자인들, 사용하기 편리한 UI가 애플을 대변하고 있다. 하드웨어 스펙? 최근들어 여자분들이 아이폰을 많이 들고 다니는데 그들이 하드웨어 스펙을 보고 샀을까? 그들은 '애플의 아이폰' 이라는 이름을 보고 구입했다. 쉽고 편하고 재미있는 핸드폰. 그것이 아이폰인 것이다.
블랙베리는 또 어떤가. 블랙베리 = 업무효용성, 블랙베리 = 워커홀릭 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일을 잘 하려면 블랙베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미지가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아르마니'가 명품 양복을 대변한다면, '블랙베리'는 업무용 스마트 폰을 대변한다.
몰스킨은 창조성을 대변한다. 헤밍웨이도, 고흐도 몰스킨을 썼다. 이들은 대단한 예술가들이다. 그러니 당신도 대단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막상 몰스킨을 구입해서 펼쳐보면 단지 검정색 표지에 보통보다 약간 좋은 품질을 가진 빈 종이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몰스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예술가가 된 듯한 느낌을 갖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스마트 폰들의 CF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왜 저런식으로 광고를 만들었을까. 왜 가지고 있는 더 좋은 장점들이 많은데 굳이 불리하기 짝이없는 기능을 내세우고 있을까. 왜 뛰어난 기능'만' 보여주고 그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광고를 만들지 못할까. 왜 일반 피처폰이랑 똑같은 형태의 광고를 만들까. 이것은 창의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창의력을 강조하면서 압박을 주는' 윗대가리들의 잘못이다. 창의력이 필요하다면? 생각할 수 있게 놔두어야 한다.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모험도 해야한다. 제품의 '핵심',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윗대가리들은 창의력을 강조하면서 압박만 해대는 것이다.
우리나라 광고에도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품을 잘 팔고 싶은가? 그렇다면 CF나 광고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핵심적인 것 하나를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면된다. 하다못해 전혀 관련이 없더라도 감각적으로라도 만들어보라. 그러면 아마 그 제품은 보통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지도 모른다.

누가 그걸 모르냐고?

이해할 수 있다. 훨훨 날지 못하는 관련업계 분들의 애타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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