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나는 근래들어 K리그를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K리그는 언제 중계를 하는지, 중계는 해주는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가 어떤 활약을 했는지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K리그가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K리그의 정보에 허기져 있다. 일단 언론부터 문제다. 프리미어 리그, 프리메라리가 같은, 사실 우리와는 조금 동떨어진 나라의 리그에 대한 소식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같은 선수들이 있으니 그 관심도가 높아진 면도 있지만 그와는 동떨어진 '메시', '호날도' 같은 선수들의 소식들은 1면을 장식하면서도, K리거들의 소식은 찾아 볼 수 없다. 기껏해야 승부조작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나 일면을 차지 할 뿐이다.

나는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 시스템에 불만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이천수다. 나는 이천수가 국내 프로리그, 그리고 국대에 뽑히지 않는 것이 영 불만인 것이다. 속된 말로 나는 이천수를 '실드' 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국내 프로 스포츠는 너무 점잖은 면이 있다. 유교사상의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수들은 너무 점잖고, 예의바르다. 화가 나도, 화를 억누른다. 예전에 기아의 로페즈가 화를 참지 못해 신경질을 부렸을 때, 그는 벌금을 냈다. 이천수는 관중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가 온갖 비난을 들어야 했다.

스포츠는 '투쟁'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를 간혹 보여주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는 라이벌 팀에게 온갖 비난을 쏟아붓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감정은 좋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스포츠에 있어서는 예외로 두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고향을 응원하는 것과 지역감정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만루 홈런을 맞으면, 글러브를 집어 던질 수도 있다. 팬들이 자신을 비난 하면, 그래, 가운데 손가락을 들 수도 있다.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징계를 받고, 그렇다라도 관중들은 그 선수를 욕할 것이고, 예상컨대 다음 경기에서도 그 선수를 욕하기 위해 또 경기장을 찾을 수도 있다. 이천수가 관객들에게 욕을 한 것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천수처럼 '튀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 스포츠에는 너무도 많은 규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제를 정하는 것은 '협회'들이고, 결국 '협회'는 자신들의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희생양들은 선수보다는 관객들이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재미 중에 하나는 선수들의 모습이다. 화를 내고, 싸우고, 즐거워하고, 이런 모습들에서 관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선수 자신들도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단지 자신들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저런 규제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는 선수를 비난 할 권리도, 선수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과거 이천수의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루니, 긱스 같은 선수들도 한 때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루니, 긱스에게 열광하고 이천수는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다. 나는 K리그가 좀 더 전투적이고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의범절 같은 것은 벗어버리고, 조금 더 거만해질 필요도 있다. 참고로 필자는 불교신자인데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를 비난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종교에 충실할 뿐. 그것이 비난은 될 수 없다. 선수들은 표현하고 싶어하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호를 긋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가, 특히 K리그가 살아남으려면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 언론이 더 많이 K리그에 대한 기사를 뽑아내고, TV에서 중계를 더 많이 해준다면, K리그도 더 많은 발전을 이룰 것이다.

이천수라는 선수가 있다.
대한민국 축구판에서 그 이름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트모트 처럼 불쾌한 이름이다. 팬들은 이천수를 욕하고, K리그 팀은 이천수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뭐가 어찌되었든 이천수라는 이름 석자가 갖는 분위기는 어둡다.

그런데 나는 이천수가 좋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이천수의 행동은 용납하기 어렵다. 연예인과 사귀다가 헤어지고, 말도 많고, 관중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운동선수는 운동이나 잘 할 것이지.

운동선수가 당연히 운동을 잘하니 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 쳐도, 운동선수가 꼭 운동만 죽어라 해야하는 법은 어디에 있나? 많은 사람들이 '프로'라는 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스타'라는 말도. 유교사상이 팽배한 이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스타로 살아가려면 정직하고, 운동잘하고, 예의바르고, 말도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해야한다. 소위 말하는 '안티'가 없어야 한다. '네티즌' 에게 찍히면 여지없이 매장당한다. 

내가 이천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할말을 하고, 항상 이슈거리를 만든다. 그 이슈거리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천수가 '축구선수'라는 것이고, 이천수가 뛰는 경기에는 사람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천수 경기에 사람이 몰리냐고? 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는데? 축구 팬들은 아마도, 자신들에게 욕을 한 이천수에게 들으라고 욕을 하러 갈지도 모르고, 이천수가 또 무슨 해괴한 짓거리를 하나 보고 싶기도 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천수를 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프로축구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과거 FC서울에 귀네슈 감독이 있었고, 수원에 차범근 감독이 있었을 때, 두 감독 사이에 설전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던 나 조차도, 두 팀이 붙었을 때의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게되었다. 감독들 사이에 신경전은, 언제나 팬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팬들을 흥분시킨다. 

우리나라는 스타들에게 너무나 많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보면 그렇다. 나는 축구를 본지 얼마 안된, 소위 '뉴비'다. 그런데 박지성 경기를 보면 좀 답답한 감이 있다. 그의 플레이가 다른 스타들에게 묻혀 다소 주눅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뚫으려고 하는 모습은 많이 볼 수 없었고 보통은 패스를 하거나 뒤로 돌린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런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며 '헌신적인' 플레이라며 칭찬한다. 헌신?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캡틴이, 다른나라가서 헌신이나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축구팬들은 없을 것이다. 비록 수비수들에게 막혀도, 자신들한테 패스 안해준다며 스타 플레이어들이 지랄거려도, 우리는(적어도 나는)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그런 박지성이 보고 싶은 것이다. 박지성은 겸손하고, 헌신적이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그건 미덕이 아니다.  프로에서 미덕이란, 루니처럼 스캔들이 많고, 타 팀으로 이적하겠다며 협박을 해도, 결국은 감독이 계속해서 기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생활이 좀 문란하면 어떤가? 스캔들이 많아도, 언제나 투정을 부려도 우리는 '뒤에서 보이지 않게 헌신'하는 박지성 보다는 '악동' 루니에게 더 열광한다. 

미키 루크 라는 배우가 있다. 
이 배우는 정말이지 성질이 너무나도 더럽고, 문란하고, 자멸해가던 배우였다. 자만과 오만에 휩쌓여 남들은 쳐다도 보지 않던 손가락질 받던 배우. 
그런데 이 배우가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그는 재기를 했다. 그게 바로 헐리우드 시스템이다. 비난을 받아도, 극적으로 재기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한때 그를 비난했던 팬들도, 지금은 미키 루크에 열광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대중적인 '공인'이란, 물론 가급적 좋은 영향을 팬들에게 각인시켜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우리가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니까. 

나는 우리나라 스포츠 팀들이, 너무 선후배에 얽혀있고, 그래서 너무 예의바르고 겸손한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축구에 '악동'은 없다. 그냥 선량한, 운동만 열심히 하는 그런 선수들만이 즐비하다. 당연히 욕심도 묻어둬야 한다. 팬들의 비난에 신경쓰지 않는 그런 선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이천수나 박주영같은 선수일 것이다. 나는 이 두 선수가 K리그에서, 좀 더 악동짓을 하거나 건방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개인적으로 있다. 그러면 팬들은, 그를 비난하겠지만, 행여라도 쟤네들이 또 무슨 행동을 보여줄지 궁금해서라도 경기를 볼 것이다. 

K리그에 필요한 마케팅이 있다면, 악동을 키우고, 거침없는 선수를 배출해내는 것이다. 팬들의 눈이 축구 경기장으로 쏠리게끔 만드는 악동들이 필요하다. 원조 악동 이천수는 일본으로 가버렸다. 그가 우리나라에, K리그에서 다시 뛴다면, 나는 평생 그의 팬을 자처할 의향도 있다. 정작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살지도 않으면서, 왜 우리는 스타들에게 도덕성을 강요하는가? 도태될 사람들은 알아서 도태될 것이고, 재기할 사람은 또 재기하게 마련이다. 권위주의에 빠진 윗사람들, 그리고 그 권위주의에 굴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 판을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온다. 그래놓고 K리그에 관심좀 가져달라 그러지? 그러면 관심좀 갖을 만한 이슈를 만들어보세요. 한 팀에 이천수 같은 애들 두 어명만 있어도. 나는 열광하면서 K리그를 볼 것이다. 정말로.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