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 6D


나는 프로 사진가는 아니다. 그냥 취미로, 혹은 내 자신의 평화(?)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취미로 사진을 찍는 누군가에 불과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십 년 찍었다. DSLR을 쓴지는 대략 육 년. 다른 사진가들에 비해 미천한 경력이다. 그러나 이런 경력을 가지고도 내 나름대로의 사진에 대한 철학은 꾸준히 쌓아왔다. 마음가짐이랄까. 거창해보이고 싶진 않지만 나 자신이 사진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있다. 

어쨌든 사진을 취미로 삼고, 진지하게 접근해보려는 이른바 '초보'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러나 그들을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사진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펜을 잡고, 종이에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이 포스팅은 카메라를 구입했지만, 좋은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다. 그들에게 이 포스팅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약간이나마 사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필자 역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1. 장비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장비. 취미 생활의 장점은 바로 장비에 있다. 아니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있다고나 할까. 카메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고성능, 뽀대, 편리한 조작. 언제부턴가 카메라 장비는 그 장비를 소유한 사람에 대한 실력의 척도가 되었다. 마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부의 척도가 되듯. 보급기를 든 사람은 초보, 혹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중급기 이상 플래그십 수준의 장비를 지닌 사람은 거의 프로작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장비가 좋다고 프로작가(나는 프로작가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장비에 대한 집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첫 카메라'의 구입이다. 나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한 방에 가라'는 말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용어는 '합리적 선택'이다.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바로 '중급기'를 구입하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는 입문기 카메라보다는 가격이 더 나가고, 플래그십(혹은 고급장비)보다는 가격이 덜 나간다. 그러나 중급기는 플래그십 장비에 준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화소가 조금 부족하다거나, 연사가 조금 딸린다던가, 고감도 노이즈가 조금 더 생길 뿐이다. 

카메라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면 나는 주저없이 '조작의 편리함'을 들겠다. 고화소도 아니고, 판형(풀프레임, 혹은 크롭바디)도 아니다. 바로 조작이 얼마나 편리한가에 따라 사진을 찍는 재미며, 더 나아가서는 사진의 질이 판가름난다고 본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손은 오른손일 것이다. 굳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더라도, 오른손만으로 카메라의 여러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쾌적하고 편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 손에 카메라가 얼마나 익숙해지느냐는 얼마나 좋은 사진을 빨리 찍을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명제와 이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카메라는 다이얼이 두 개이며, 노출고정 버튼이라던가 ISO 버튼, 측광버튼, 화이트밸런스같은 필수적인 기능들의 버튼이 외부로 나와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사진을 조금 더 찍다보면, 이 세 개의 버튼과 두 개의 다이얼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필자가 주로 쓰는 카메라 중 캐논의 6D는 결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메라는 아니다. 화이트밸런스 버튼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캐논 6D의 경우는 Q버튼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 버튼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화이트 밸런스를 바꿀 수 있다. 그런면에서 필자가 메인으로 쓰는 또 하나의 카메라인 펜탁스 K-5는 조작성 면에서 거의 만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필요로 하는 모든 버튼들이 외부에 나와있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가 소위 말하는 장비병에서 우리를 구원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장비에 대한 집착은 자칫 후에 이야기할 '피사체'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장비는 계급이 아니다. 더 좋은 장비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으리란 보장은 없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구색을 맞춘답시고 화각별로 렌즈를 구비하는 일이 많은데 그것은 솔직히 말해 돈낭비나 다름없다. 렌즈는 자신의 사진촬영 성향에 맞게 구입해야 하는데, 아직 처음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일반 번들렌즈로도 충분하다. 번들렌즈는 보통 18미리에서 55미리(혹은 50미리)까지의 화각을 커버하는데, 광각에서 준 망원까지를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 번들로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이 어떤 화각의 사진을 즐겨 찍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진촬영, 그러니까 스포츠 촬영이라던가 새를 찍는 것이 아니라면 망원렌즈는 솔직히 구입해도 별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여행을 가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의외로 광각렌즈이다. 광각렌즈는 거의 '전천후' 렌즈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다면 렌즈는 18-50 정도에 조리개 값이 밝은(보통은 F2.8 고정조리개) 렌즈 하나를 구매하면 된다. 만약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했다면, 거기에 50mm 표준 단렌즈 하나 정도를 더 구매하면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겉멋만 들어 잘 쓰지도 않는 백통이니 뭐니 이런저런 값비싼 렌즈들을 잔뜩 구매해서 장비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약간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불필요한 렌즈들을 살 돈이면 여행경비로 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를 구매할 때 포인트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성능을 가진, 그러니까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높은 사양의 카메라를 사는 것이다. 렌즈는 두 개 정도가 적당하고, 욕심을 낸다면 화각별로 한 개씩(광각, 표준, 망원)만 갖추면 된다. 50mm표준렌즈는 가능하다면 1.4렌즈로 구입하면 좋고, 여의치 않으면 F1.8렌즈도 상관없다. 다만 표준줌 렌즈를 구매한다면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로 구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본다. 망원렌즈는 무리해서 낮은 조리개값을 가진 렌즈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F4정도면 적당하고, 거기에 손떨림방지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망원렌즈를 쓰려면 조리개를 적당히 조여야 하고(이것은 광각도 마찬가지다. 풍경사진을 찍는데 최대개방을 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광각의 경우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를 가진 서드파티 렌즈군들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관계로 가급적이면 F2.8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사는 것이 두루두루 좋을 것이다. 특히 표준줌렌즈 하나만 쓴다면 더욱 더 F2.8 고정조리개 렌즈가 좋다.) 어차피 삼각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장비에 대한 집착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방해가 된다. 좋은 장비를 가질 수록 더 좋은 장비를 원하게 된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비병 환자'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대들은 과연 가지고 있는 장비의 성능을 100% 전부 이용해 본 적이 있는지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진 장비를 100%, 아니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플래그십보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노력과 열정으로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에게는 장비보다 피사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피사체에 집착하라


여기서 피사체에 '집착'하라는 의미는 좋은 피사체를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한 장소에서 기다린다거나,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순간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장비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결국 우리는 '장비에 잠식당하는' 꼴이 되겠지만, 피사체는 그렇지 않다. 피사체는 마치 두더쥐 게임과 같아서, 그럴듯한 피사체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피사체에 대한 집착'은 '피사체에 대한 집중'과도 같은 말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피사체를 찾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얼핏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피사체를 발견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고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것과, 카메라의 렌즈가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했던 것과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것의 간극을 좁혀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같은 피사체를 여러번 찍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좋은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피사체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예컨대 희귀한 꽃을 찍고 남이 찍지 못하도록 꺾어버린다던가 하는 식의 상식밖 행동들은 집착이 아닌 광기나 다름없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집착'이란, 마치 글을 쓸 때 좋은 문장, 좋은 단어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다.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피사체, 더 좋은 풍경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3. 걸어라, 카메라를 메고. 


자기 소유의 차가 있다면 물론 사진촬영을 하는 데 더 없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많이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차를 이용하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풍경도, 대중교통이나 기차를 이용하면 놓치지 않거나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피사체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되도록 가방은 가볍게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방이 무거우면 몸이 지치게 되고, 그렇다보면 결국 여행의 의미도 없어질 뿐더러 초반부터 기운이 빠지게 마련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다면 그날의 컨셉을 정해서 그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만 가지고 다니자. 

많이 걷는 것은 비단 사진촬영 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하게 되면 운전에만 집중하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것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사색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취미가 주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일게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늘 맞부딪히게 되는 근원적인 고민, 그러니까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는 것. 그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장점들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이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회생활에 찌들어사는 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이며, 사진이라는 취미는 충분히 여러분들에게 여유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4. 혼자 공부하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필자 또한 사진을 찍으면서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 익혔다. 이론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혼자 여러 방법으로 찍어보다보니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 있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배운다며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된다. 혹은 단체로 출사를 가거나.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과연 여러분들에게 얼만큼의 도움이 될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사진집이라던가, 혹은 유명 사진가들의 홈페이지를 보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순수하게 사진 자체에 대한 탐구를 하는 모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동호회라는 것이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는 내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하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단체 출사라던가 동호회 출사 같은 것을 거의 가 본적이 없다. 어디가서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다. 필자는 철저하게 혼자 공부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커뮤니티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 데 있어 카메라 메뉴얼이 큰 도움을 주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 적인 것, 즉 조리개, 측광, 화각 만 알면 거의 다 배운것과 다름없다. 나머지는 테크닉의 영역이고, 이런 테크닉들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5. 빛을 이용하라


카메라는 빛의 예술이다. 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피사체라도 사진은 달라진다. 요즘에는 디지털 기술이 좋아져서 빛을 임의로 조작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자연광만큼 훌륭한 빛은 없다.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다. 이 시간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이 때의 빛은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가장 짧기도 하다. 

빛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측광'을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카메라 메이커마다 명칭은 약간씩 틀리지만 일반적으로 평가 측광, 부분 측광, 스팟 측광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보통은 평가 측광을 많이 이용하지만 스팟 측광도 잘 이용하면 독특한 사진이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무 햇빛이 밝은 시간에는 어떤 피사체를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빛이 밝을 때는 그 밝음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빛이 거의 없을 때는 남아있는 최소한의 빛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빛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사진의 고수나 다름없다. 


이렇게 다섯 가지 외에도 몇 가지 덤으로 충고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일단 카메라는 늘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DSLR이 부담스럽다면 똑딱이라도, 똑딱이 조차도 여의치 못하다면 스마트폰으로라도 꾸준히 사진을 찍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가 된다면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으로 간단히 보정하는 방법 정도는 배워두는 것이 좋다. '보정은 진정한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DLSR은 기본적으로 각 메이커마다 보정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찍는 JPEG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보정'을 해서 출력해 보여주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니 DSLR로 사진을 찍으면서 '보정은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모순인 것이다. 과도한 보정이라도 사진의 컨셉에 맞는다면 상관없다. 사진은 내가 표현하기에 따라 보급기나 중급기, 고급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도구로써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벼슬이 아니다. 카메라가 나를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더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크롭바디를 가지고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 똑딱이로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장비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요즘에는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내가 이 카메라를 살 때만 해도 큰 돈을 주고..." 따위의 말들은 소용이 없다. 카메라를 박스에서 꺼내는 그 순간부터, 그 카메라는 구형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라. 이런 일련의 행동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가진 장비로 했던 노력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1. 깊은눈 2014.05.06 18:52 신고

    공감되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_^

  2. Favicon of http://ran.innori.com BlogIcon 선배/마루토스 2014.05.07 09:59 신고

    좋은 피사체...조차도 큰 주제를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 부분만 빼고 공감합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05.07 11:39 신고

      사진 생활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결국 결론은 마루토스님의 말씀대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주제'에 대한 문제를 잠시 간과하고 있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고수'님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PENTAX K-5

 

 

1. 최대한 가볍게


다녀야 한다. 우리는 기자가 아니니까. 크기가 작은 단렌즈 두어 개라면 몰라도, '혹시 몰라서' 집에 놓고 온 렌즈가 필요한 일은 정말 드물다. 어떤 순간을 찍을 때, 지금 내 카메라에 마운트되어 있는 렌즈로 찍을 수 없는 순간이라면, 가방 속에 들어있는 렌즈로 바꾼다 해도 찍을 수 없다. 무슨 말이냐고?

망원렌즈를 광각렌즈로 바꾸는 순간, 단렌즈를 줌렌즈로 바꾸는 순간, 줌렌즈를 단렌즈로 바꾸는 순간 여러분들이 보았던 그 찰나의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뜻이다. 나중에라도 찍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찍은 그 순간은 그저 시간이 먹다 버린 찌꺼기 뿐이다. 


우리는 출사를 나갈 때, 쓸데없는 걱정들을 하게 된다. 혹시 망원렌즈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 혹시 광각렌즈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 

가방이 무거우면 일단 몸이 피곤해진다. 렌즈 서너개를 넣기 위해서는 일단 가방이 커야하고, 그러면 부피도, 무게도 커진다. 도심에서는 특히 더하다. 그 복잡한 곳에서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면 아무리 좋은 피사체가 나타난다해도 여러분들은 그 피사체가 좋은지 판단할 기력조차도 없을 것이다.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꾸리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이자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http://www.thesartorialist.com)'의 운영자인 스콧 슈만은 심지어 카메라만 달랑 들고 다닌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목적'을 생각해보자.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카메라와 렌즈뿐이다. 거기서 굳이 필요한 것을 추가하자면 여분의 배터리나 메모리, 간단한 청소도구 정도. 

명심하자. '장비는 가볍게, 카메라의 메모리는 가득 채워서'.

 

PENTAX K-5


PENTAX K-5

 

2. 장비가 아닌

 

시간에 투자하자. 한번 지나간 시간을 장터에서 중고로 구매할 수는 없다. 내게 있어서 중고로 되팔 수 없는 유일한 한 가지는 바로 '시간'이다. 한 장의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이 과연 시간 낭비일까? 긴 시간 장터링을 해서 '쿨매'를 구했다고 외치면서, 좋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오후 한나절을 소비했다고 비난 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는 아마도 시간일 것이다. 싸구려 렌즈 하나만 있어도, 시간만 투자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PENTAX K-5

 

 

3. 좋은 모니터

 

PENTAX K-5

 

는 하나쯤 가지고 있자. 기껏해야 손톱만한 스마트 폰 액정이나 책 한 권 크기의 랩탑 모니터로 사진을 감상할 거면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충분하다. 고수들은 카메라 장비보다는 정확한 색을 표현하는 모니터에도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SLR클럽 메르카츠님의 다음(링크) 사용기를 읽어보자. 내 사진생활에 큰 전환점이 된 사용기다.

사진을 찍는 취미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행위'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찍은 뒤에는 감상을 해야하는데, 되도록이면 정확한 색 표현력을 가진 모니터로 감상을 하거나 보정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모니터'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사진을 감상'하기 위한 작업인 셈이니까.

'좋은 모니터'라고 하니 몇 백만원짜리 최고급 모니터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링크의 사용기를 보면 저렴한 광시야각 모델을 선택해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20만원대 초반에 ips패널을 장착한 저렴한 모니터들이 많다. 예의상 이정도 모니터만이라도 갖춰보자.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를수 있다.

 

PENTAX K-5

 

4. 단렌즈가 줌렌즈보다 더 낫다?

 

PENTAX K-5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단렌즈가 줌렌즈보다 더 낫다고들한다. 이러한 일반론에 태클을 걸 생각은 없다. 다만, 전 구간 조리개값 2.8 인 줌렌즈는 단렌즈보다 '편하다'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크롭바디'를 쓰는 사람들에게 줌렌즈는 정말이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조리개값을 조금만 포기한다면, 그러니까 뒷배경 날아가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면 단돈 30여만 원에 줌렌즈를 단렌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단렌즈의 장점이라면 역시나 작고, 가볍게, 좋은 화질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단렌즈의 장점이 다른 면으로는 단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작고, 가볍지만 화각에 따라 렌즈를 교환해야하고(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쓰니 당연한 행동이지만) 무엇보다도 쓸만한 단렌즈는 가격이 비싸다. 1.4의 조리개값을 가진 단렌즈가 신품 가격으로 30여만 원이 넘는다는 점을 보면 차라리 개방조리개 값을 포기하고 성능좋은 표준 줌 렌즈 하나를 마운트 하고 다니는 것은 어떨까.

서드파티들의 2.8 표준 줌렌즈는 중고가격으로 대략 20~30만 원 선에 거래된다. 핀이 잘 맞는 줌렌즈 하나를 구매하면 출사를 나갈 때 무척 유용하다. 특히 '최대한 가볍게' 다니고자 한다면 일단 줌렌즈 하나를 마운트 하고 각 구간별 특성을 익힌 후에, 가장 많이 쓰는 화각의 단렌즈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17-50 줌 렌즈 하나를 구입하여 이용해보니 평소 내가 자주 쓰는 화각이 30mm라고 한다면, 30mm 단렌즈를 하나 구매해서 함께 쓰면 되는 것이다.

 

PENTAX K-5

 

 

5. 많이 걷자

 

PENTAX K-5

 

내가 차가 없으니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차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그 차 때문에 사진을 못찍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처럼 대중교통이 잘 발달된 나라에서는 차가 없어도 어디든 여행을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걷는' 것이다. 걸어다니면 차를 타고 가면서 놓쳤던 수많은 피사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차 안에서 스쳐지나갔던 모든 풍경들을 걸어간다면 모두 담을 수 있다. 차 안에서는 '다음에 담지 뭐' 라고 생각하지만, 다음은 없다. 얼마나 '멀리'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찍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마치며

 

PENTAX K-5

간혹 커뮤니티 사이트를 구경하다보면 렌즈 사용기등을 볼 수 있다. '차트의 곡선이 아름답네요', '차트상에서 보면 선예도가 예술이네요', '날카로운 화질과 색감이 마음에 들어요' 등등

솔직히 나는 이런 말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다. 나는 초보니까. 좋다니까 좋은가보다 싶지만 그것이 가격과 연결이 될 때면 문제는 달라진다. 코딱지만한 웹용 사이즈로 우리가 도대체 판단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된다는 말인가. 여건이 되면 이런저런 장비들을 구입해서 써보고 팔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진' 그 자체이다. 클라이언트가 똑딱이 하나를 던져주고 작품 사진을 찍어오라면 웃으면서 찍어 올 수 있는 것이 프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를 얼마나 활용하여 사진을 찍을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수'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런 말을 들어본적도 없거니와 듣고 싶지도 않다. 사진은 '예술'인데 '예술'에서 '고수'란 없다. 누가 얼마나 더 창조적이느냐, 어떤 시선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소설가 이외수씨와 공지영씨를 사이에 두고 누가 더 고수냐고 논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진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모두가 똑같아진다. 단지 누가 어떤 피사체를 발견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고 장비를 등한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화각의 손실 없이 풍경사진을 찍고 싶다면 당연히 풀프레임 장비를 사야한다. '필요한' 장비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별 필요도 없는데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 해서, 무시당한다 해서(카메라로 누구를 무시한다는 행위 자체가 웃긴다), 그래프 상의 스펙이 좋다고 해서 장비들을 다 구입한다면 그만큼 비합리적인 사진 생활도 없다.

나도 얼마전까지는 팔고 사고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내가 어떤 장비를 산다면, 그 장비는 '끝까지' 이용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언젠가는 쓰다가 팔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모셔두기 바빠서 제대로 장비를 활용해보지도 못할 것이다. 한 번 사면 다시는 방출하지 않는다, 는 생각을 가져보라. 지를 때 더 신중해진다. 내게 꼭 필요한 것들만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애착을 갖으며 오랜시간 이용을 하게 된다.

'새로운 장비'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가진 장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단 가진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자. 못쓸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최대한 가볍게, 최대한 많이 걷고, 최대한 셔터를 많이 눌러야 한다. 이것이 전제가 되지 못하면 여러분들의 사진 생활은 공허해질 뿐이다.

나는 사진 초보다. 고수도 아니다. 멋들어지게 뒷배경을 날리거나 천조가리 몇 장 걸친 모델들의 사진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얼만큼 사진을 즐길 수 있는가, 얼만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얼만큼 풍요로운 사진생활을 할 수 있느냐가 주된 관심사일 뿐이다. 위에 열거한 글들은 바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수많은 장비들이 나를 풍요롭게 해주지는 못한다. 단 한 개의 렌즈라도, 수많은 결과물, 그리고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풍요로워 지는 것이다.

이 블로그를 찾는 많은 '초보 찍사'님들도 이렇듯 풍요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설렁탕을못먹는홍첨지 2012.12.17 07:57 신고

    좋은 글입니다. 많은 생각과 lx7 뽐뿌를 같이 얻어갑니다. (음?)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