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몇 안 되는 분들에게, 오늘 고백하나 하자.

나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회수와, 방문자수, 다음뷰 순위에 환장해서 글을 썼다. 다음에서 지급해준다는 그 지원금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몇 번 정도 적은 금액의 지원금을 받아본 적도 있다. 대부분은, '애플'과 '삼성'에 관련된 IT 포스팅에서 다음뷰 순위도 올라갔으며, 방문자수도 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블로그를 한 번 훑어보니, 이건 무슨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따로 없어보였다.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복기해서, 그래, 방문자수 올라가고, 순위 올라가고, 지원금 몇 만원 받았는데 그게 그렇게 쪽팔리더라.

나도 블로그 경력 좀 된다고 자부한다. 나이 삼십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발전해왔던 IT 테크놀러지들을 그대로 따라갔으니까. 개인홈페이지도 만들고, 그렇게 십여년을 보냈다. 그런데 요즘 블로거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정직하게 말하면,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들을 보면서 배알이 꼴릴 때도 있었다. 블로그에 온통 광고를 떡칠해놓고, 나 블로그 해서 돈 이만큼 벌었소,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개인 블로그도 엄연한 1인 미디어가 되었고, 이걸로 전업해서 살아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상단에 광고 두개 달고, 하단에 광고 두개 달고, 양 사이드바에 광고 또 달고, 누구라도 관심을 갖는 주제를 써서 방문자수 모아볼까 생각도 했다. 

문제는 관심있는 포스팅이 있어 그 블로거의 글을 읽다보면 짜증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일단 처음에 광고를 봐야하고, 중간에도 '다음뷰' 버튼이 달려있고, 글을 다 읽고 나면 잘 봤다고 덧글이라도 남길라 치면 하단에 광고가 또 있다. 나같아도 이게 싫은데.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강요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파워블로거'들을 비난 할 수 없다. 블로그도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고, 이것도 나름대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생존경쟁에서 발을 빼고 싶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내 마음대로 쓰고 싶은데, '파워블로거'가 되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매일 최소 하나의 포스팅은 해야하고, 사건이나 새로운 소식이 하나라도 터지면 재빨리 글을 써서 올려야 되는데, 이쯤되면 이건 취미생활이 아니고 전쟁수준이다. 그러니 '파워블로거'라는 직업이 있다면, 나처럼 설렁설렁, 쓰고 싶을 때 포스팅하는 블로그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어제부터 외부와 연락을 단절하고, 잠수를 탔다.
내가 속해있던 삶에서, 잠깐 발을 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얼마나 많이 잃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하나 더 고백해볼까?
나는 소설가다. 책도 한 권 냈다. 신문에도 실렸다. 등단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을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등단'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서, '등단'에 맞는 글들을 써왔다는 것이다. 내가 다음뷰 베스트에 올랐던 날, 나는 몇 년 전 창비 신인상 본심에 올랐던 것이 기억났다. 조금만 더 잘 쓰면 등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그 날.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뷰 베스트를 밥먹듯이 하는 파워블로거가 되겠지라는 집착. 이러한 집착들이, 내게서 '소설을 쓰는 재미'와 '블로그를 하는 재미'를 빼앗아갔다.
삶도 마찬가지 같다. 외부와 연락을 단절하고, 잠깐 내 삶에서 물러나니, '성공'이라는 집착을 버리면 삶이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좀 즐겨보련다. 소설쓰기를 즐기고, 블로깅을 즐기고, 인생을 즐겨야겠다. 그럼 등단하지마시고, 블로그에 뷰애드 이딴거 다 없애버리시고, 인생 편하게 사세요, 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또 싫다고 말하겠다. 그러면 보람이 없으니까. 읽어주는 사람없이 글을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연연하지 않고, 집착을 버리고, 다시 옛날에 그 즐겁게 글을 썼던 시절로 돌아가려하는 것이다. '즐겨야 한다'는 것을 잊고 산지 몇 년 됐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즐길 것이고, 그래. 내 블로그 하루 한 명 와도, 좋다.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과 내 블로그에서 이렇게 저렇게 난장판을 만들고 즐길날이 오겠지. 등단 못해도 좋다. 언젠가는 내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겠지. 이런 희망 하나 가지고 즐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나니, 갑자기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그렇잖아도 아까부터 뭔가를 쓰고 싶어 근질거리던 참이었으니까.

  1. Favicon of http://rokmc1062.tistory.com BlogIcon 공감공유 2011.05.03 00:16 신고

    공감하고 반성하고 갑니다

  2. koolgirl20 2011.05.03 05:45 신고

    와하하 바로 어제 하루에 1000개씩 피드를 봐오다 문득 생각이 났어요 동감해요 저는 블로거는 아니지만
    문득 생각하면 지구상에서 동시에 같은 생각을 덕어도 10명은 한다는 누군가의 얘기지만 ㅡ.,ㅡ
    여하튼 님과 동일한 생각을 어제 했다니까요
    지구상의 10명중 이렇게 가까이서 생각을 하시다니..

  3.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1.05.03 10:57 신고

    백명이 한번 읽고 지나가는 것 보다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암만요...즐겨야죠......ㅎㅎㅎㅎ

    아자 아자 홧팅임다.

  4. Mr X 2011.05.04 08:58 신고

    요즘 파워블로거들이 광고 대행사 처럼 변해버렸죠…

    광고가 많이 붙은건 그렇지만 내용마저 광고라서 더더욱 보기가 껄끄러운 요즘 이런 내용의 블로그를 보니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만 써주시길…

  5.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 2011.05.04 11:41 신고

    참 쉬우면서도 참 어려운 선택을 하셨군요. ^^;

    이런 선택을 하고 나서도 미련은 쉽게 버리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놈의 방문자 수는 '신경을 안쓸꺼다 내 마음대로 글을 쓸꺼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의지를 살포시 즈려밟아주거든요. ㅜㅜ

    "니가 발버둥 쳐봐야 내 손바닥 안이다." 라는 말을 들은 손오공의 심정처럼 블로거들은 방문자수라는 손바닥 안에서 놀고있을 수 밖에 없더라구요.

    블로그에 관한 글을 써둔 것이 있어서 트랙백 하나 걸어두고 갑니다. ^^

  6. Favicon of http://dfg557.blog.me/ BlogIcon SpecialFirst 2011.05.09 19:44 신고

    글 잘 읽었습니다.
    물론 저도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방문자수에 집착하는건 버려야겠네요...
    뭐, 애초에 블로그를 '지식공유'를위해 운영했던 저이니까...
    잘 읽고, 반성하고 갑니다.

  7. Favicon of http://www.dramaconanpd.net BlogIcon 미디어코난 2011.05.14 08:27 신고

    저도 아직 파워블로거는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전업블로거 1인미디어는 맞습니다.
    저도 제가 만든 이 곳이 홈페이지처럼 꾸며지고 싶은 심정이엿습니다.
    어느 순간 베스트라는게 있고.. 지원금도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랭킹 방문자를 의식을 하더군요..
    이것이 바로 첫 입문하는 신입블로거의 혜택과 동시에 베스트로..
    블로거 경쟁을 뛰어드는게...
    초심을 잃게 만든 계기였네요..
    사실 저도 광고는 딱 4개입니다.
    상단에 배치되는 구글과 올블릿 뷰애드와 밑에 추천박스에 있는 리얼클릭 외에는 거의 없죠 대부분 소셜댓글창만 무성할뿐...
    그냥 다음에 베스트 필요없다.. 올리지 말라고. 랭킹도 필요도 없고... 등 없애 달팔해도 다음은 들은체 안하고 뷰 블로그 IP 차단해버리고...
    거대포털하고 싸우면 뭐하나요 정권하고 거의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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