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추억의 노래들이 있는 법이다. 어린시절, 내가 이문세에서 막 벗어났을 때, 내 앞에 등장한 것은 부활, 시나위, 백두산, 아시아나 등의 밴드들이었다. 부활을 너무 좋아하던 나는, 우연히 레코드 점에서 '이승철' 이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앨범 하나를 구입했다. 그 앨범은 다름아닌 '디오니서스'였고, 디오니서스의 보컬 '이승철(지금은 이시영으로 개명)' 씨가 부활 보컬 이승철씨와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나는 배재범씨의 기타 솜씨에 반해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 배재범씨가 솔로 앨범을 내었을 때, 우연히 나는 그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 전에, 그의 솔로 콘서트를 간 적이 있었고, 몇 명 없던 관객들을 향해 "마치 동창회를 하는 기분이네요." 라고 농담처럼 말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우연히 그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빨간색 ESP 기타며, 그의 연습 방법등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그는 하나도 귀찮아 하지 않으며, 당시 '기타 키즈' 였던 내게 이것 저것 친절히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요즘에는 과거 락 밴드들이 하나 둘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어쩌면 그들의 절정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을 TV에서 보는 것은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락밴드들이 혹시라도 지금 다시 재결성해서 등장하지는 않을까 싶은 작은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역시 한 때 인기였던 '바로크 메탈' 의 선봉장이라고 한다면, 역시 위에 언급한 배재범의 디오니서스를 잊을 수 없다. 이시영의 보컬은 지금 생각해도 신선했다. 그 외에 안회태가 활동했던 미스테리도 있었다. 안회태와 이시영이 만나 결성한 이 그룹은, 역시 콘서트를 찾아 다닐 정도로 좋아했던 밴드였다. 스트레인저 라는 밴드도 있었다. 보컬은 역시 이시영. 그러나 나를 정말 감동시켰던 밴드가 있었으니 바로 '아마게돈' 이라는 밴드였다.
부산출신(당시에는 부산과 인천등지에 락 밴드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이었던 아마게돈이라는 밴드는 독특한 보컬, 그리고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로 한동안 내 워크맨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민치영이 보컬로 있었던 '더 클럽', 그리고 '더 클럽' 출신의 뮤지션들이 만든 '제이워커' 등의 밴드들도 이제는 추억의 한자리로 자리잡고 있었다.
한 때 내 기타 스승이었던 최일민씨 또한 요즘 잠잠하다. 인스트루먼틀 앨범으로 데뷔한 최일민씨의 기타 솜씨와 감각은 외국의 기타리스트들 못지 않았다. 나는 최일민씨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참으로 불운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만약 외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익스트림이나 드림씨어터 같은 훌륭한 밴드의 기타리스트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이런 저런 소문을 들어보면 이들은 이미 음악을 그만 두고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한 때 '국내 메탈' 쪽에 연줄이 좀 있던 분을 알고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밤무대, 혹은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부활이나 시나위, 백두산 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국내 락 음악의 계보에서 그들은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들이다. 지금도 나는 간혹 그들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혹시라도 그들이 재결성을 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곤 한다. 이런 작업은 때로는 설레이기도 하지만, 설레임이라고 하는 것이 곧 실망감으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사십줄, 혹은 오십에 가까워 오는 그들이겠지만, 글쎄, 요즘 처럼 천편일률적인 음악만이 나오는 시대에, 다시 한 번 그들이 등장하여 '언더그라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겠다.

내 살아생전에, 디오니서스나 아마게돈, 스트레인저, 최일민, 더 클럽 과도 같은 밴드들의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더 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그럴일은 없겠지 하면서도 백두산이나 부활의 근래 모습을 보자면 조금씩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지금쯤 직장생활에 찌든 그들이, 한 번 놀아볼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제발 그러기를. 다시 한 번 그들의 연주를 볼 수 있기를.


  1. 맛소금타로 2011.12.20 18:02 신고

    잘 읽었습니다. 배재범씨와 통화까지 하셨다니 정말 너무 부럽습니다.
    저 역시 배재범씨가 긴긴 잠수(?)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활동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1人입니다. 디오니서스 2집은 지금 들어도 너무너무 좋네요 ㅠㅠ
    제가 너무나 어렸을 시절에 이 음반들이 나왔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2. ㅇㅁ 2013.07.19 19:16 신고

    부산쪽에서 직장인밴드연합하거나 실용음악학원하시거나 그러시더군요
    이시영씨는 서강전문대학 교수님이며 모비딕이라는 밴드하시고 잇고요 배재범씨야 지금일본에서 퓨전음악하시고 잇으시답니다
    언젠가 다시빛을 볼 그날까지 ㅎㅎ

  3. ㅇㅁ 2013.07.19 19:45 신고

    부산쪽에서 직장인밴드연합하거나 실용음악학원하시거나 그러시더군요
    이시영씨는 서강전문대학 교수님이며 모비딕이라는 밴드하시고 잇고요 배재범씨야 지금일본에서 퓨전음악하시고 잇으시답니다
    언젠가 다시빛을 볼 그날까지 ㅎㅎ

  4. 2015.05.08 23:5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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