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일이었다. 안국동에 모임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12시가 넘었길래 집에 가려고 종로 1가 쯤에서 택시를 잡았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나처럼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마침내 택시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삼양도 가시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흔들며 가버린다. 옆에 있던 동생이 말한다. "그거 경기 택시에요."
그래서 서울 택시를 잡아보려 애썼다. 그런데 서울 택시들은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비는 내리고, 가뜩이나 잡은 택시들은 반대 방향이라 가지 않겠다고 하고.(반대 방향이지만 우회전 하면 충분히 돌아서 갈 수 있었다.) 혹은 교대시간이라 못태운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에 가까워 진다.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유독 비만 오면 택시 기사들의 '횡포'가 심해진다. 빈 택시인데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은 다반사다. 기껏 잡으면 갖은 핑계를 대고 그냥 가버린다. 비가 안오면 버스 정거장 앞에서 까지 와서 어디까지 가냐고 묻던 택시 기사들의 원하지 않는 친절(?)은 비만 오면 씻겨버린다.
간신히 버스 막차를 타고 중간에 내려 한적한 곳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에게 왜 비만 오면 택시가 안서느냐고 물으니 반대방향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왜 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싫어한단다. P턴을 요구하는 것도, U턴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광화문에서 돌아가면 요금도 더 많이 나오고 좋을 법한데 '그냥' 싫어한다고 한다.

나는 택시 기사들의 애환을 그래도 보통 일반인 보다는 많이 안다고 자부한다. 영업용 택시 기사들은 하루 일정한 '입금' 이 있어서 월 실수령액이 턱도 없다고 한다. 요금이 나오면 몇 백원 정도는 잔돈을 받지 않는 센스도 나름 있다. 옛날 장사하던 시절이 있어 택시를 많이 타고 다녀서 기사들이 어떤 부분을 힘들어 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택시 기사들이 힘든' 문제랑 '승차 거부'는 좀 다른 문제다. 그것도 '비 오는 날'만 승차거부가 이토록 심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비가 오지 않는 날, 종로 1가 버스 정거장에는 버스타기도 힘들 정도로 택시들이 정거장 앞에 줄서서 서 있었다. 이건 아니지 않는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만 있어도 택시는 그 앞에 서서 운전기사가 조수석 창문을 열고 무안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택시 탈거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면 비오는 날은 그렇게 많은 빈 택시들이 바람같이 스쳐지나가버린다. 

아무리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 처우가 어렵다 해도, 사실 개인택시들은 교대 시간도 없는데 그냥 지나쳐 버린다는 것은 우리나라 택시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택시를 타게 되면 택시 기사들의 친절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골라 태우는' 택시 기사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비 오는 날, 택시 좀 탑시다."
 
얼마전 오전에 종로1가 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정류장에 내렸다. 그러나 버스는 정거장이 아닌 정거장 한 참 뒤에 내려주었다. 버스 운전기사의 불만 섞인 한 마디가 들린다. '이런 씨...'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버스 정거장 '바로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조계사에서 종로 1가로 우회전 하는 커브길에도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정거장 앞에까지 그렇게 서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 택시들은 차선 하나를 완전히 잡아먹고 있었다.
정거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으니, 당연히 버스는 다른 차선에서 위태롭게 승객들을 내려주고 태운다. 심지어는 정거장 한참 전에서 사람을 내려주고 그냥 가버리는 버스들도 있다.

버스 기사들은 언제부턴가 정거장에서 몇 미터만 벗어나도 사람들을 태우지 않았다. 교통법에 걸려서 그런거란다. 아무리 버스문을 두들겨도 요지부동이던, 그렇게도 법규를 준수하던 버스 운전기사들은 자신들이 불편할 때는 정거장 한참 전에 사람들을 내려준다. 그리고 정거장에서 1M라도 떨어진 곳에서 태워달라고 문을 두들기면, 마치 뭔가 대단한 선심을 쓰는듯 인상을 쓰며 마지못해 문을 열어준다.
그러면서도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 급정거는 흔하고, 위태롭게 차선을 바꿔가면서 운전을 하니 가끔 버스에서 자리가 없어 서서 갈 땐 몸이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버스를 탈때 인사를 하면 그냥 무시해버리기 일쑤며 정거장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람을 내려주는 버스가 정거장 까지 오길 기다리면 기다리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냥 가버리는 버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앞에서 다른 차들이 약간이라도 서있거나 그러면 클랙션을 울려댄다.

택시라고 별반 다를바 없다. 일단 정거장에 차를 대 놓고 움직이지 않는 택시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빈 택시가 와서 나를 한 번 쳐다보고 기분 나쁘다는 듯 슥 지나가버리는 택시도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택시 잡는건 더 힘들다.

게다가

횡단보도가 파란불로 바껴서 길을 건너려고 할 때, 갑자기 질주하는 택시들을 보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대한민국에서 '횡단보도'란 사실 밤에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신호등이 아무리 파란불로 바뀐다 한들, 건너가는 사람이 한 명 뿐이거나 거의 없으면 빠른 속도로 차들이 달려가 버린다. 이런 적도 있었다. 파란불이라 길을 건너려 하는데 급하게 승용차 한 대가 횡단보도 중간에서 멈췄다. 운전기사를 쳐다보니 신경질을 내고 있다. 당연히 횡단보도가 파란불일때 차들은 멈춰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만인 것이다.
어떤 택시기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파란불이라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데 뒤에 있는 차가 자꾸 클랙션을 울려대더라는 것이다. 횡단보도에 건너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지나가지 왜 기다리냐는 뜻이다.

지방은 더 하다. 아예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고장난 채 방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신호등은 없고 그냥 바닥에 건널목 표시만 그려진 곳도 있다. 길을 한 번 건너려면 어떤 비장한 각오까지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통은 거의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편해야 할 교통수단들이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통법규를 어긴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아무리 파란불이라도 횡단보도에 길을 건너는 사람도 없는데 왜 서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래서야 총기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에 뭐가 다른가. 작은 사고야 보험처리로 끝내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도 이런 무법지대를 만드는데 한 몫하는 것 같다.

준법정신...같은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길을 건널 때는, 신호등이 파란색일 때 만큼은 마음편히 길을 건널 수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안전하다지만 때로는 버스나 택시의 곡예운전들이 더 위험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도로를 아무렇게나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버스와 택시의 기싸움. 결국 피해보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아니던가. 버스기사나 택시기사의 가족들도, 결국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이 분명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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