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편지를 보내던 시절을 기억한다.
낡은 모나미 볼펜으로, 혹은 좀 살았던 애들은 파커 볼펜으로 우리는 하얀 백짓장에 글을 쓰고, 우체통에 편지를 보내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기다린다.
지금 생각해보니 꼭 택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제를 하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기다리고, 물건을 받고.

어쨌든

이제는 디지털 시대이고, 인터넷 시대. 우리는 스마트 폰을 손에들고 과거에는 종이와 펜으로 했던 일을 전화기 하나로 끝낸다. 편지?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이 있는데 왜 편지를 쓰겠으며 메모장과 캘린더가 있는데 왜 다이어리가 필요하겠는가.
과거의 소통은 온가족이 함께 쓰는 유선전화기와 문방구에서 백원이면 한 묶음을 살 수 있었던 편지지가 전부였다. '펜팔'이라는 것이 있어서 모르는 외국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을 수도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편지를 한 통 써서 감동을 시킬 수도 있었다.

감동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내가 감동을 받아본게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이 든다.
수첩으로 빼곡히 집주소와 전화번호, 생일을 적어두었던 기억이 있지만 이제는 스마트 폰 주소록에 달랑 전화번호와 이메일만이 적혀있다. 메신저는 내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알아서 알려주고, 단축 번호만 누르면 바로바로 연결이 되니 우리는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다.

그런시대에 트위터가 등장했다. 이른바 인터넷으로 나누는 잡담들이다. 쉬는 시간 교실에서, 사내 흡연실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들고 노닥거리던 것을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트위터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구석이 있다.
밤을 새워가며 정치에 대해 토론을 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최신 IT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혼자서 떠들고 있음을 우리는 언제부턴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딘가 모여서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커피나 따뜻한 차(혹은 소주나 막걸리)를 앞에 두고, 어쩌다 있는 외박의 시간들. 모두가 둘러 앉아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웃고, 화를 내고, 자리를 떠나 잠시 조용한 밤공기를 마시던 어떤 순간들 말이다.
트위터에는 그런 것들이 부재되어 있다. 그저 읽고 쓸 뿐이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참하지 못하겠으면 그냥 접속을 종료해버리면 그만이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으니 그 사람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알 수 없다. 저 사람은 그저 진실'처럼' 말하나 보다, 저 사람은 그냥 화가 났나 보다, 라고 생각할 뿐인 것이다. 그게 인터넷이고, 디지털이며 트위터인 것이다.

오늘 논문을 쓰기 위해 참조문헌 목록을 적으려다가 문득 내가 펜과 종이를 찾고 있음을 알았다. 스마트 폰에 입력해 놓으면 끝인데...라고 생각하니 나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사람들과, 말하자면 이 시대의 '소통'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나는 그들과 정말로 잡담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사람인가? 아니면 트위터인가? 이 가상의 공간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오늘, 나는 모토로이 때문에 잠시 내버려두었던 몰스킨 노트와 몽블랑을 꺼냈다. A4 용지로 출력한 논문에 뭔가를 적으면서, 만년필의 서걱거림을 느끼면서, 사람들이 스마트 폰의 가상 키보드 보다 블랙베리의 키보드를 더 선호하면서도, 왜 키보드보다는 만년필이나 펜을 더 선호하지 않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어떤 것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있지만 애써 그 향수를 지우려고 하는 건 아닐까?
기계는 만능이 아니고, 그렇다면 종이와 펜이 만능이냐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결국 종이와 펜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최소한 그것들이 소실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결국 시대가 지나 먼지 쌓인 종이에 적힌 과거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기분좋은 향수에 빠질 수 있도록은 해주는 것이 종이와 펜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이, 더 자주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것이 진정한 '소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결국은 사람들이 모여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혹은 힘들게 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기다리는 며칠의 기다림이 지금보다는 최소한 '인간적인' 소통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쩌면, 거짓 소통에 속아 정말로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주말 오후의 어느날이다.

  1. BlogIcon ^0^ 2014.04.20 17:08 신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네요

  2. BlogIcon ^0^ 2014.04.20 17:08 신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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