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산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주 작은 거짓말이라도 혹은 비밀이라는 고풍스러운 단어로 감싸고 산다. 이러한 거짓말들(혹은 비밀들)은 언젠가는 탄로가 나던가 아니면 영원히 묻히게 되어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치인들이라고 대답하겠다. 정치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적은 정치인들이므로. 포커판의 프로도박사들과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포커판의 칩이나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는 명분이 있다.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정당해보인다. 정말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비유를 들어보면 정치판은 포커판과 같다. 정치인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겠다. 그는 타고난 도박사는 아닌 것이다. 승리를 위한 패를 가지고 있으며 그 패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장거리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뻔뻔함이라는 것이 부족하다. 어쩌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도박사였고 좋은 패도 있었으며 승리했지만 2라운드까지 가지는 못했다. 2라운드까지 가기엔, 그는 뻔뻔하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못한 것이다.

나는 원래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관심있는 것은 이 블로그에 나왔다시피 한정되어 있다. 펜과 종이,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공간, 사랑하는 부모님과 여자친구, 책과 영화 같은 것들이 전부다. 하지만 정치는 아니다. 정치판은 도박판보다 더 고난이도의 무엇을 요구하는 곳이다. 나같은 사람들은 끼어들수도 없다.
그래도 가끔은 신문을 보고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을 본다. 정치관련된 이야기들을 보고,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미세하게나마 정치에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떤 정당이든지 야당일 때는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는다. 국민들을 위한 당 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여당이 되면 사정은 변한다. 더 유리한 패를 쥐게 된다. 확보한 칩들도 많다. 배팅을 해야하는데 내가 가진 카드를 상대(야당)가 보면 곤란한 것이다.

우리는 정치판을 뉴스나 신문으로 보면서 평생의 도박 중계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 가끔은 그들이 내 놓는 패를 보면서 대단한데?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가끔은 배팅을 하지 말고 그냥 죽었어야 했는데 싶을 때고 있다. 정치는 프로들의 싸움이다. 시사 전문가들은 일종에 해설자들이다. 바둑에서 수를 해설해주는 전문가들처럼 말이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정치인들의 게임에 우리가 얼마나 편안해지는가이다. 그들의 패를 우리는 읽을 수가 없다. 내가 응원하는 편이 보다 좋은 패를 들고 상대방을 멋지게 속일 수 있는 포커페이스와 거짓말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게임은 그래서 흥미롭다. 현재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패가 더 괜찮아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노림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당이 포카드를 들고 자신만만해 있다면 야당은 숫자 하나 빠진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받을 카드가 어떤 카드인가에 따라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가끔은 정치판을 실제로 구경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고 이주일씨가 정치판에 뛰어들고 나서 코미디 한 번 잘 배웠다고 말씀 하신 것이 생각난다. 정치인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프로들이 득실거리는 세계인 것이다. 그들의 세계를 구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가끔 난다.

그러고보니 우리 학교에도 시의원이네 뭐네 정치로 나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 프로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 포커페이스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행운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용기가 대단해 보인다. 오래된 홍콩영화 도신에서 슬로우모션으로 걸어가는 주윤발 같다.

정치판을 전쟁터로 표현하는 건 너무 평범해보인다. 전쟁터에는 숨을 곳이 있다. 운이 좋아서 호주머니에 넣어둔 지포라이터에 총알이 박혀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항복하면 제네바 협정에 따라 포로로 대우 받을 수 있다.  
포커판은 그렇지 않다. 보호해줄 곳도 없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오로지 몇 장의 카드 뿐이다. 승패는 확실하다. 지면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잔인하다. 포로도, 동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쥐고 있는 패와 포커페이스, 그리고 거짓말이 살길이다.
나는 그래서 좋은 정치인이든 나쁜 정치인이든 그들을 존경한다.
대단한 것이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 자비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견딘다는 것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요즘 정치판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달아올라있다. 승패는 곧 결정이 날 것이다. 누군가는 카드를 구겨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며 누군가는 칩을 쓸어 담을 것이다. 그것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예상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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