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K-5




봄이 오기 조금 전


어떤 날 오후



Canon EOS 6D


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몇 년 동안 보아왔던 풍경. 어느 날 새벽에 안개가 자욱했다. 

장막같은 안개는, 보이고 싶지 않은 풍경을 교묘하게 가린다. 그래서 늘 보아왔던 풍경은 신비롭게 느껴진다. 

나도 이것이 안개의 장난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뿌연 유리 너머를 보는 기분이다. 

유리 너머로 아마도 그 풍경의 짓궂은 미소가 보일지도.

  1. 2015.10.23 11:41

    비밀댓글입니다

 

PENTAX K-5

 

당진가는 길 어딘가에서 이런 풍경을 만났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어떤 날이었던 것 같다.

햇빛이 눈 부셔 이 장면을 찍고 잠시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감은 눈으로, 풍경의 실루엣이 비춰보이는 듯 했다.

때로는, 어떤 장면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아마도 이 풍경이 그렇지 않을까.

카메라의 세계는 아주 이상하다. 장비의 외양, 가격과 스펙에 의해 사진을 찍는 이의 내공이 결정된다. 나는 실용주의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진을 취미로 가짐에 있어 '합리성'이라는 것을 꽤나 따지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프로'와 '아마추어', 혹은 '취미'와 '직업'으로 구분시킨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직업인 이들은, 자신들의 도구에 민감하다. 직업에 걸맞는 도구를 선택해야 하고, 평생직업이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독 '장비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신의 장비를 자랑하고, 타인의 장비를 깎아 내리는 등, 일종의 '계층'을 형성시킨다는 점이다. 자신이 고가의 장비를 큰 마음 먹고 구입했으니 다른 이들과 차별화를 두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대는 디지털 세계이고, 결국 디지털의 수명은 과거의 기계들 만큼이나 길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신제품이 등장하는 이 시대에, 상향 평준화가 되어있는 디지털 기기의 차별화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캐논의 6D가 사진을 취미로 삼는 이들에게 호불호가 나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6D의 단점으로 셔터속도를 지적한다. 적잖은 가격이고, 나름대로 중급기에 속하는 카메라의 셔터속도가 1/400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나도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니콘의 보급형(?) 풀프레임 DSLR인 D600의 경우도 셔터속도는 1/4000이다.

어떤 사람들은 6D를 사느니 돈을 더 보태 5D MARK III를 구매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가격차이는 무려 150만원 가까이 난다. 이 포스팅은 셔터 속도 때문에 6D의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작성되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그래도 이 포스팅이 참고가 되었으면 싶다.

 

먼저 아래의 사진들을 보자.

 

 

Canon EOS 6D

필터를 쓰지 않은 경우

 

Canon EOS 6D

B+W 007 CLEAR MRC nano XS - Pro Digital

Canon EOS 6D

B+W F - PRO ND4 필터

사진 아래 설명을 붙였지만, 차례로 보면 맨 위가 필터를 쓰지 않았을 경우, 그 다음 것은 일반적으로 장착하고 다니는 UV필터, 맨 마지막 사진이 ND4 필터이다. 촬영 환경이 실내 형광등 하에서 촬영하였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뒷 배경에서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D4 필터는 셔터 속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주광하에서 최대 조리개 값이 1.4인 단렌즈를 썼을 경우 셔터속도가 1/4000을 오버하였을 때, 셔터 속도를 낮춰주는 것이다. ND4는 셔터속도를 1/4로 낮춰준다. 위의 두 사진은 1/200초로 촬영된 반면, 마지막 ND4 필터를 장착하고 찍은 사진은 1/50으로 촬영되었다. 다른 사진을 보도록 하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ND4를 이용했을 경우, 색틀어짐 현상을 지적한다. 실제로 위의 사진에서도 약간의 색 변화가 있긴 하다. 그러나 다음 사진을 보자.

 

 

Canon EOS 6D

노필터

 

Canon EOS 6D

B+W 007 CLEAR MRC nano XS - Pro Digital

Canon EOS 6D

B+W F - PRO ND4 필터

Canon EOS 6D

노필터

 

Canon EOS 6D

B+W 007 CLEAR MRC nano XS - Pro Digital

Canon EOS 6D

B+W F - PRO ND4 필터

위의 여섯 장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색의 변화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촬영환경이 완벽하지 않다. 변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진촬영을 하는데 있어 ND4필터가 '색이 틀어질' 정도로 입시방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ND4필터는 그러나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면 실제로 색이 이상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ND4필터는 가급적 고급 제품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B+W제품이나 Kenko ZETA 제품 정도를 구입하면 별다른 색의 변화없이 1/4000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ND4 필터를 고려함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ND4로 구입할 것이냐 ND8로 구입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ND8의 구매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ND8은 셔터 속도를 1/8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1/4000초의 셔터스피드를 1/500으로 낮춰주는 것이다. ND4는 1/1000으로 낮춰준다. ND필터는 셔터속도를 낮춰주는 역할 이외에 특수한 다른 목적에도 이용된다. 저속 셔터가 필요할 때가 그때이다. 이러한 저속셔터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ND8은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다. 일단 ND4 필터만 써도 뷰파인더가 어두워진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다소 '불편할 정도'로 어두워지는 반면, ND8은 (써보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어두워질 것이 뻔하다. 그러니 만일 단순하게 셔터 속도 때문이라면 ND4 필터를 하나 구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사진촬영을 하면서 최대개방으로 뒷배경을 날려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보통은 6D의 감도를 50으로 내려서 찍는 방법이 있고, 그래도 노출이 오버가 되는 상황이 온다면 조리개를 1.6, 1.8, 2.0으로 조여주는 방법이 있다. 조리개 2.0만 해도 충분히 뒷배경은 날아간다. 그러면 왜 밝은 렌즈를 씁니까? 라고 누가 묻는다면 밝은 렌즈가 실내에서 무척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낮에 햇빛이 쨍한 날, 인물 사진을 찍는데 50mm F1.2L 렌즈로 최대개방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물론 답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은 1/8000초에서도 충분히 노출오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며, 설령 1/8000초에서 노출오버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ND4 필터를 쓰면 1/2000초가 되니 충분히 쓸만하다.

 

사진을 찍으면서 변수는 많다. 번번히 ND필터를 갈아끼울 수 있는 번잡함도 있다. 그래서 카메라에는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내가 ND4 필터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D4는 일단 야외에서는 굳이 뺏다끼웠다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 그냥 UV필터를 끼워 쓰듯, 쓰면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1/8000초를 쓸 일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1/8000을 쓸 일도 없다. 뒷배경이 스케치북에 번진 물감마냥 형체도 알아 볼 수 없도록 날아가 버리는 사진이 과연 얼마나 좋은 사진일까.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뒷배경을 날려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인물을 부각시킬 때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사진들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지 않는 이상, (설령 그런 사진들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더라도 6D에 ND4필터를 쓰면 된다.) 1/4000초의 셔터스피드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스펙이나 편의성을 두고 취미용, 전문가용을 구분한다. 그러나 나는 카메라만큼은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진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디지털 카메라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화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과물'만을 놓고 봤을 때 차이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중급기를 이용하고 있다. 5D라던가, 5D MARK 2가 그렇다. 이들의 센서는 구형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과 새로 나온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분간하기 어렵다. 물론 색감같은 것들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6D를 구매하고 싶지만, 몇 가지 단점들로 인해 구매가 망설여지는 분들은 자신이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사진이나 조류 사진처럼 빠르고 정확한 AF가 필요한 경우는 5D MARK 3 이상급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150만원의 가격차이다. 정확한 AF와 수시로 설정을 바꿔야 하는 환경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150만원이라는 가격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정적인 피사체, 혹은 인물, 혹은 스냅이나 풍경 같은 사진들을 주로 찍을 것이라면 이 150만원은 괜찮은 고급 렌즈 한 개 값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 6d 사용자 2014.11.10 11:32 신고

    필터 뭐쓸지 고르고 있었는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50/1셔터속을 유지 하는게 중요해서 nd4하나 장만하려합니다.

  2. 가이포크스 2015.06.24 12:37 신고

    정말 좋은글입니다. 셔속에 대한 지론에는 격공하고 ND4와 ND8을 검색하던중 발견했네요 ㅎㅎㅎ


Canon EOS 6D


Canon EOS 6D


충남 아산시 도고면



  1. Favicon of http://cgyou33.tistory.com BlogIcon 철없는남자 2013.07.08 21:03 신고

    푸른 논밭이 선선해지면 금빛으로 바뀌겠죠. 혼자 상상하면서 웃음 짓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3.07.09 01:13 신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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