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창시절 때, 수학 공식이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공식을 적고, "그냥 외우면 돼."라고 말씀하셨고, 그냥 외워서 적용을 해보려 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나는 수학이 언제나 꼴찌였다.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하고, TAB악보를 보며 기타를 연주하다가 어느날 '코드'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어느 학원에 가도 그 코드가 '왜' 그렇게 이루어지는지 설명해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F라는 코드가 있다면, 왜 6개의 줄을 그런 식으로 잡아서 연주를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학원 선생은 그랬다. 일단 코드부터 '외우'라고. 왜 코드가 그런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평생을 가도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기타를 포기했다. 그 땐, 눈물이 났다.

요즘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디지털 찌라시들이 그렇다. '기자'라는 양반들은 '왜' 그런 기사들을 쓰는지, '왜' 낚시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기자란, 펜과 종이를, 검과 망또삼아 정의를 이루는 사람들 아니었던가? 그러나 내가 인터넷으로 보는 기사들 중에, 정말로 정의로운 글을 쓰는 '언론'인들은 거의 없었다. 언론의 양심? 그런건 일찌감치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우리가 흔히 '조중동'이라 부르는 보수 언론들이 있다. 근래들어 '낚시기사'를 남발하는 기자들을 보고 있자면(심지어 그들은 맞춤법도 틀리고, 문맥도 맞지 않는 글을 쓰는데) 이 '조중동'은 글 참 잘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들도 나름대로 정의가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의. 우리가 보기엔 정의가 아닌 것 같은데,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종이에 휘갈겨 쓰는 그 기사들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걸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어느쪽에 발을 들여놓든, 그건 자신들의 신념이고, 개인의 신념을 무너뜨릴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

근본도 모르겠는 '디지털 찌라시'들의 홍수 속에, 간혹 읽을만한 기사들이 보인다. 맞춤법도, 글의 구성도, 문장력도 훌륭하다. 이러한 기사들은 보통 '오 마이 뉴스'에서 나오더라. 납득하긴 어렵지만 간혹 '조중동'에서도 잘쓴 기사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언론'이라는 전쟁터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들의 스킬들을 갈고 닦았으리라. 어디가서 무시당하지 않도록. 찌라시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려면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해야했으리라.

어느 날, 어떤 기사 중에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 파더'에 대한 정진영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제목을 보고 상당히 놀랐는데, 제목은 이랬다.

정진영 "'심형래 영화, 왜 봐?'..그게 바로 관객 모독"

도대체 이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제목만 봐서는 정진영이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대놓고 씹은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내용은 심형래 영화를 '왜 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관객들을 모독하는거니 그런 말은 쓰지 말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제목을 저렇게 써놨다. 나는 이 기사를 쓴 기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의도로 이런 제목을 썼을까? 이 제목은 분명 낚시인데, 기자의 아슬아슬한 조크였나? 싶었다.

그 이외의 '낚시'기사들이 요즘들어 늘어나고 있다. 기자가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심산치고는 너무 재미가 없다. 실은 아침에 이런류의 낚시기사를 보면 기분이 불쾌하지기까지 한다. 이런 농담들은, 동료기자들끼리나 내뱉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이런류의 기사들은 옛날 '종이신문' 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정반대의 이념을 가진 기자들이, 각자의 신념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썼던 그 기사들 말이다. 한겨례 신문과, 조선일보를 동시에 펼쳐놓고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읽고 있으면,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밌었던 시절들. 이젠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단순히 흥미위주의 기사들, TV 쇼프로그램을 캡춰하고 내용이나 알려주던 기사들, 낚시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TV쇼프로그램을 캡춰해서 내용을 간단히 알려주는 기사는, 예전에 'TV편성표'에 잠깐씩 나왔던 방송 소개보다 더 질이 나쁘다. 이런 기사들은, 어찌보면 종로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성인 광고 전단지보다도 더 선정적이고, 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사를 골라 읽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종이 신문을 읽어본게 언제였더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집밖으로 나가 '한겨례' 신문과 '조선일보'를 사서 어디 카페에 앉아 비교하며 읽어봐야겠다. 읽다가 분통이 터진들, 낚시기사 보다 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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