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국에서 패키지 게임이 몰락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게임시장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다. 물론 어느 이름모를 국가에게 패한 국가대표 축구팀의 성적을 보며 실제로는 별로 관심도 갖지 않던 K리그의 몰락을 운운하거나 일본문학의 침공속에 한국문학의 몰락...처럼 무게를 두지는 않았지만 게임계에서는 나름대로 심각하게 보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패키지 게임시장이 초토화 된 것은 불법복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법복제가 만연하기 때문에 패키지 시장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음 이유로는 버그나 스토리를 운운했다. 게임성 이야기도 나왔다.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이 망한것은 국내 유저들이 스스로 무덤을 팠다며 불법복제 근절에 좀 더 신경써야 하지 않겠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간혹 들려왔다.

어쨌든 국내 패키지시장은 망했다. 적어도 PC게임 부분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그 부분을 요즘 말로 온라인 게임 부분이 '치고들어'왔다. 온라인 게임의 무기는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강력한 인터넷 망과 피시방,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이었다. 수집과 거래. 타인과의 커뮤니티는 온라인 게임을 일순간 대한민국의 트랜드로 바꿔놓았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 강대국이 될 뻔했다. 리니지, 바람의 전설이 그 시작을 알렸다. 스타크래프트 처럼 나온지 십년도 넘은 리니지는 지금도 인기순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폐인을 양산시켰고 현거래가 난무했으며 작업장이라는 것이 등장했고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다.

우리나라 게임이 온라인에서 강했다면 일본은 오프라인에서 더 강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게임기 시장에서 일본은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게임은 컴퓨터가 아닌 게임기로 즐겨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사고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온라인 게임은 큰 의미가 없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조차도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미쪽은 상황이 좀 다르다. 워낙 대가리수가 많다보니 그쪽 게임시장은 양분되어있다. 온라인게임과 오프라인 게임. 호전적인 성격답게 그쪽에서 강세는 FPS게임이다. 민족성이 그렇다 보니 해외 발매작에 FPS나 스포츠게임, 레이싱 게임등이 강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게임업계가 가지는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일까? 이미 온라인 게임에서는 최강인데.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국내 패키지시장이 망한 이유에 불법복제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쯔바이'같은 경우 불법복제때문에 정식발매를 안하겠다고 선언했던 게임이었으니까.
그러나 국내패키지 게임이 망한 이유에는 좀 더 복잡한 다른 문제들이 있다.

예컨대 스타 크래프트의 경우, 이 게임은 불법복제가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게임중에서는 대박난 경우다. 그 이유는 바로 배틀넷 때문이었는데 한 때 스타 크래프트도 불법복제가 많이 있었고 불법복제한 시디키로 배틀넷도 되었었다. 그러나 이런 '불법복제 시디키가 너무도 많이 풀린 탓에' 어느날인가 시디키가 막혀버렸고 사람들은 '차라리 하나 구입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들었을수도 있다.
이런 게임이 몇 개 더 있는데 디아블로도 그 중 한 케이스.

나는 패키지 게임의 몰락이 꼭 불법복제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불법복제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게임이 불법복제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게임 제작사에서 '정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게끔' 하는 컨텐츠가 부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2의 경우, 오프라인으로 싱글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온라인 배틀넷에 접속해서 게임을 하는데 시디키가 중복이 되면 짜증이 나는 것이다. 스타 크래프트나 디아블로2는 결국 유저들이 '배틀넷' 때문에 구입을 하게 되는데 그 '배틀넷'이 불법복제로는 힘들기 때문에 돈을 주고 구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컨텐츠의 개발 역시 게임 개발업체들의 몫이다. 그들은 당연히 자사의 게임을 구입해서 몰입하게끔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은 뒤로 한 채 단지 유저들이 불법복제를 너무 많이 해서 게임을 못팔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해외게임을 수입하는 업체에서 특히 이런 횡포가 심한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국내에는 게임기 시장이 타국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그럭저럭 되는 편이다. 특히 요즘 같은 경우는 과거보다 더욱 더 게임기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우이다.
그런데 게임기 수입업체는 '불법복제 때문에 한글화를 못해주겠다' 는 협박이나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글화를 해주고 소장가치가 충분하게끔 패키지를 만들면 불법복제가 줄어들 것이고 더 다양한 층의 유저가 구입해서 즐길 것이다.' 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게임이 팔리지 않는 모든 이유는 바로 불법복제라는 것이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하나의 강박관념 처럼 자리 잡았나 보다.

수집, 한정판, 예약판매, 이런 것에 대한 열정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원하는 게임이 나오면 매장에서 줄을 서서 구입하고 전날부터 진을 치고 기다린다고 하니 이것은 게임에 대한 열정이 우리나라 유저보다 더 강하다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다. 소장한다는 것, 수집한다는 것, 그리고 플레이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에 비하면 어찌보면 우리나라 비디오 게임시장은 그리 매력이 없는 시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대가 지났고 정품구매가 그 어느때보다도 높은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각주:1] 답답한 것은 게임 수입업체가 보다 다양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현지화에 노력을 하는 것과 '사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비디오게임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세계 여러 유수 게임업체들은 각자의 행사들이 있다. 블리자드도 그런 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행사를 볼 수 없었다. 특히 엔씨 소프트의 경우. 잘나가는 타이틀을 두개나 보유하고 있고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을 위한 이렇다할 행사하나 없다는 것은 국내 게임유저들이 자꾸 국내 게임업체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중에 하나일 것이다.

  1. 최근 닌텐도 DSL과 PSP의 판매량, PS3의 발표등을 보면 그렇다. [본문으로]
  1. Favicon of http://www.erniea.net/ BlogIcon erniea 2007.07.02 20:17 신고

    이올린에서 링크타고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디스가이아1을 한글화 해서 한국에 들여왔다가 판매량 부진으로 공중분해된 카마 엔터테인먼트같은 선례가 있는 한, '한글화를 해주고 소장가치가 충분하게끔 패키지를 만들면 불법복제가 줄어들 것이고 더 다양한 층의 유저가 구입해서 즐길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한글화가 그냥 뚝딱뚝딱 만들어지는것도 아니고, 사고싶게끔 만들어도 사지 않으니 말이죠.
    정품 구매율이 높다고 하셨는데, ds, psp가 꽤나 팔리면서 게임들도 팔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R4, 커스텀펌웨어 등의 불법복제용 개조 역시 판을 치고 있구요. ps3의 판매량 저조 역시 아직 불법복제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정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게끔 하는 컨텐츠'를 게임에 넣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는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지 않으면 당연히 불법복제를 할 것이다.'라고 해석됩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건 저런 컨텐츠보다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건 되지 않건 당연히 불법복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도덕성이 아닐까요? 어드벤처게임이나 RPG게임의 경우까지 배틀넷처럼 정품을 사용해야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넣어달라고 게임 개발사에 요청하는건, 돼지에 닭날개가 달려 있으면 사람들이랑 닭싸움을 할 수 있으니 돼지에 닭날개를 달아서 팔아주세요. 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것 같네요.

    조금 따지는듯한 어조가 된것 같은데,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PC 패키지 게임 개발자 지망생의 입장에서, '우리도 힘들어요' 하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

    좋은하루 되세요.

  2. Favicon of http://LiNs.dnip.net/ BlogIcon LiNs 2007.11.28 18:10 신고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만 윗분말 처럼 게임 이용자들의 도덕성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모 사이트에서 봤던 내용이지만 어느 한사람이 돈없으면 게임하지 말라는거냐 라고 하면서 엑박개조하는법을 물어보더군요. 댓글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거고요.

    조금만 바꿔생각해보면 게임도 개발자들이 피땀흘려 만들었듯이 농부가 피땀흘려 지은 쌀을 "돈없으면 밥먹지 말라는 거냐" 라고 해석한거랑 같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이 휭설수설했습니다만... 요점은 도덕성이...중요한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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