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성이라는 사람이 있다. 에버노트와 드롭박스에 관련된 책을 냈으며, 에버노트에 관련해서 최근 낸 책은 이쪽 분야에서 거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IT전반의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건드려보는' 다른 'IT전문가들'과는 다르게 에버노트 '하나만'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는 점이다. 마치 '제임스 조이스'만 연구해오던 김종건 교수를 생각나게 한다. '제임스 조이스' 하면 '김종건 교수 번역본'이 떠오르듯, '에버노트' 하면 '홍순성'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그가 '에버노트 전문가'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현재 '스누피 박스(SnoopyBox)'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분은 '윈도우'만 팠다. '윈도우 전문가' 하면 스누피박스 블로그를 찾는 것이다. 수많은 다양한 '윈도우 관련 팁'들이 이 블로그에 있다. 

누가 봐도 이 두 명은 IT 관련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IT 관련 전문가들이 참 많다. 이들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발빠르게 관련 정보들을 포스팅한다. 특히 '스마트 폰' 관련해서는 거의 경쟁적으로 포스팅을 한다. 이로 인해 다툼도 생긴다. 그렇다면...


어디서 그 많은 IT 전문가들이 왔을까


IT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근래들어 궁금한 것은 이 많은 IT관련 전문가들이 도대체 어디서 왔냐는 점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IT 분야를 섭렵하고, 나름의 전문지식들을 활용하여 글을 쓰지만 한편으로는 그 블로그 포스팅들이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느낌을 준다는 점을 간과하기 힘들다. 전문적인 활용분야를 깊이있게 추적했다는 느낌은 어디서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어떤 포스팅은 '글을 쓰다가 만' 느낌도 든다. '깊이의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한다면 그 분야의 어떤 부분정도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심도있는 연구를 했어야 '전문가' 라는 칭호를 달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석사 논문으로 이상(李箱)을 쓸 때...


가장 많이 접한 이름은 '권영민 교수'였다. 이 분의 전문분야는 문학, 그 중에서도 '이상'인 것이다. '이상'에 관한 연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권영민 교수의 논문이나 책들, 혹은 해설본 등을 보게 된다. '권영민'이라는 이름으로 이상관련 서적이 나오면 우선 '신뢰'부터 생기게 된다.

홍순성씨는 에버노트에 관해 글을 썼다. 그는 '생산성'에 IT를 활용하는, 이른바 생산성 분야의 전문가다. 그렇다고 그가 기계에는 문외한일까. 그 또한 맥북을 애용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을 이용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에버노트에 대한 활용법을 가지고 있으며 에버노트를 시작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생산성 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몰두라니...


요즘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들 글을 가끔 보자면 '몰두'라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그렇지. 사진하나는 예쁘게 잘 찍더라. 누구나 관심있고,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분야라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게 과연 전부일까. 기술의 진보에 대한 비전, 생선뼈를 바르듯 뼈까지 다 들어내는 철저한 활용,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기술의 소개 등이 IT 전문가들의 몫이다. 홍순성씨 이전에, 일반인들은 '에버노트'라는 프로그램의 존재조차도 몰랐다. 필통 속에 들어있는 USB메모리가 여전히 드롭박스의 접근을 허용치 않았다. 몇몇 선구자들만이 이 프로그램들에 관심을 갖고, 활용을 했다. 


기술을 소개하고 활용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혹자는 IT관련 소식들을 전해주거나 '사용기'를 쓰는 사람들도 전문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물론, 그들의 노력들을 평가절하 시키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마니아'와 '전문가'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IT라는 하나의 커다른 필드 안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이들을 나는 전문가라고 부르고 싶으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사람들이 적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에버노트와 관련된 서적이 일본에서는 3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들 전부를 '전문가'로 칭하지는 않는다. 물론 '마니아'가 '전문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마니아'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존재들이 '전문가 집단'이다. 


물론, 한 분야만 파기는 힘들다


하지만 힘들기에 '전문가'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집착, 노력, 희생등이 그들을 전문가로 만드는 것은 아니겠는가. 그들 또한 왜 '새로운' 기계들이나 기능들에 관심이 없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주 분야'에 집중한다는 것은 비단 IT 뿐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중요하다. 


나는 IT 블로거들이


조금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활용'과 '팁'은 IT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활용하지 못하는 기계나 프로그램은 그저 기계덩어리나 0과 1의 낭비에 불과하다. 그저 예쁘게 사진을 찍고, 스펙을 나열하고, 주관적인 비교 정도를 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것을 찾아내어 활용하는 법을 소개하는 것이 '전문가'가 할 일이다. 독서광들은 제임스 조이스를 읽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를 분석하여 내제된 함축성이나 숨은 의미를 발견하지는 않는다. 설령 그렇다해도, 그들의 관심은 또 다른 책으로 가기 때문에 이를 전문가의 몫으로 남겨둔다. 혹시, 독서중에 발견한 무엇인가를 좀 더 확장 발전 시키는 독서광이 있다면 그는 독서광이 아닌 '제임스 조이스 전문가'로서 한 걸음 내딛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IT 전문가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 포스팅의 목적이었는데. 목적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화두만 던지고, 수습이 되지 않는구나. 할 수 없지. 나도 'IT 전문가'들에 대한 전문가는 아직 되지 못한 모양이다. 상관없다. 나는 'IT 전문가들에 대한 전문가'는 되고 싶지 않다. 대신에 다른 공부중이다. 그게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공부만 하고 살아야 하는 인생이 때론 슬프게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재미,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 그리고 그것을 공유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야 말로 '공부하는 자' , '전문가'들의 특권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 Favicon of http://thdev.net BlogIcon taehwan 2012.08.21 12:39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문가가 되기란 멀고도 먼 길인것 같네요!!

  2. Favicon of http://hrmac.tistory.com BlogIcon 후드래빗 2012.08.21 13:29 신고

    IT블로그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3. Favicon of http://ran.innori.com BlogIcon 마루토스 2012.08.21 14:17 신고

    저는 사진블로거지만 상당히 공감합니다.

    일례로..아이폰에 대한 소식, 아이폰의 이모저모를 다루는 블로거는 그토록 많은데도,
    아이폰/패드 각 기종마다 아이튠즈를 통해 사진동기화를 하면 각각 어떤 사이즈로 들어가는지, 해상도는 얼마고 압축율은 어느정도인지, EXIF는 유지되는지 변경되는지,
    수메가가 넘는 원본사진을 넣고 빼는 가장 쉽고 편한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용적 레벨의 정보를 제대로 포스팅하고 있는 블로그가
    농담아니라 단 한군데도 없더군요. 아이폰관련 블로그가 만단위가 넘는데도!

    그들은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아이폰에 "몰두"해보긴 한건지
    실제로 아이폰/패드로 콘텐츠를 크리에이트 해본적이 있기는 한건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저는 사진을 실제로 아이폰에서 편집하고 작업해야하기때문에
    결국 저 답을 찾지 못해 스스로 많은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야 했어요.
    물론 그렇게 해서 얻은 답은 블로그를 통해 사진사분들께 공개했지만요..

    공감가는 글 보고 경험을 털어놓고 가네요..;

  4. Favicon of http://ihoney.pe.kr BlogIcon 허니몬 2012.08.21 17:47 신고

    전문성을 가지는 글을 쓰기는 참 어렵습니다.

    다만, '자신을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칭해주는 사람의 차이는 크죠.
    우리나라의 수많은 전문가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결국은 자신이 사랑하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깊게팔 수 있는 애정과 노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5. Favicon of http://rgm-79.tistory.com BlogIcon RGM-79 2012.08.21 19:32 신고

    오늘 읽은 글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글인데요..
    전 it쪽은 아니고 역사쪽이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아요.
    요즘은 사료를 보고 쓰는 게 아니라
    책상에서, 모니터 앞에서 지어내는 게 많아서...

    공감하고 갑니다.

  6. NR 2012.08.22 00:52 신고

    '니아와 전문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정말 깊게 공감되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7. Favicon of http://moneyhacker.tistory.com BlogIcon 테크노타이거 2012.08.22 01:27 신고

    우리가 생각하는 전문가들의 영역은 너무나도 멀어보이지만, 남들보다 더욱더 열심히 파고 들어가면 그 전문가도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더군요.
    공감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8. BlogIcon 쿠우 2012.08.22 13:27 신고

    전문가와 마니아의 개념적 구별.
    좋은 아이디어를 만났습니다.
    단순한 마니아는 분명 전문가는 아니지요.
    우리 사회에 마니아임과 동시에 전문가이기도 한 사람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에버노트라는 어플이 있다. ios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PC, 맥 OSX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 노트(note)를 영원히(ever) 기억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이른바 '생산성'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 에버노트를 근래 사용하면서 '몰스킨' 노트가 생각났다. 아티스트들이 애용했다는 그 노트는 단지 '노트'일 뿐이었다. 문방구에서 파는 몇 백원짜리 노트와 다를 바 없지만 몰스킨은 '아티스트'들의 필수품 처럼 여겨졌다. 


에버노트는 디지털 시대의 몰스킨으로 각광받고 있다. IT분야의 다양한 업종에서 에버노트를 활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이 에버노트로 책도 쓴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어플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에게 에버노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소설 자

료들을 스크랩하고, 아이디어를 적어두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문장들과 소설 제목들을 저장하는데는 안성 밎춤인 듯 하다. 시대가 변했으니, 우리의 기억은 절대로 잊혀질 일이 없게끔 만들어주는 '툴'아니겠는가. 심지어는 이 에버노트로 소설을 한 편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이라...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펜도, 종이도 필요없다. 그저 배터리가 충분히 남아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배터리? 가만있어보자. 그렇다면 내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절단나면, 내가 '저장해두었던 기억'도 절단 나는 것이 아닌가. PC로 에버노트를 실행시키면 되겠지만 PC가 없다면? 설령 배터리를 충전하고, PC를 찾아 에버노트를 실행시켰다 한들, 그 사이의 공백만큼이나 내 기억은 소멸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완전한 의미의 영원함(ever)은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을 디지털에 의존해야 하는 세상이, 이리도 일찍 찾아온 것이 당혹스럽다. 스마트폰이나 PC가 없다면 '기억'하지 못한다니. 만약에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멘토를 만들 때 에버노트가 있었다면 몸에 새기는 문신 대신 에버노트를 이용하여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시대는 보다 더 많은 치매환자들을 양산해 낸다. 슬픈일이다. 종이에 펜으로 적는 것과 다를바가 무엇이냐고, 수첩에 만년필로 뭔가를 적던 시절에도 치매는 있었다고 한다면 난 이렇게 말 하고 싶다. 수첩에 메모, 펜의 흔들림, 물기에 번진 잉크는 그 때의 기억의 총체, 즉 내용뿐만이 아닌 당시의 감정조차도 기억할 수 있다고. 잉크를 번지게 만든 것은 눈물이었고, 글자가 흔들린 것은 내가 흐느껴서 그런 것임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종이와 펜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나도 '편리한 기억'을 해보겠다며 시작한 에버노트 라이프는 그래서 슬프다. 손바닥 크기의 디지털 기기에 내 기억을 맡긴다니. 산소호흡기에 생명을 맡기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럭저럭 시대의 흐름(디지털)을 잘 쫓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 펜과 종이를 찾아헤메고(전화를 받으면서는 에버노트를 쓸 수 없으니까)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무엇보다도, 터치(혹은 클릭) 한 번이면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가끔은 전율하게 만든다. 노트에 적은 메모를 찢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노트를 찢을 때 손에 느껴지는 '찢겨짐'은 마음의 '찢겨짐'과 동일한 감정상태를 만든다. 찢고 구기고 쓰레기통에 던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자살행위같다. 노트를 찢는 행위는, 클릭 한 번으로 삭제하는 행위와는 감정의 궤를 달리한다. 


그래도 나는 홍순성씨의 '에버노트 라이프'라는 책을 사서 이 어플을 공부한다. 세상에. 프로그램 자체는 무료인데 이 것을 활용하려면 왠만한 교양 과목 교과서와 비슷한 두께의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저자가 쓴 다른 책을 두 권이나 구입했다. 하나의 어플을 이리도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람의 책은 돈을 주고 구입해도 아깝지 않다. 그 노력을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버노트 뿐만이 아닌 다른 모든 '생산성' 프로그램들, 일정관리 프로그램들을 나는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것은 머릿속에 그냥 기억해 두고 있다가 그 때가 되면 갑자기 떠오르게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스미트폰 달력에 일정을 넣어두면 그 시간에 맞춰 알림이 뜬다. 우리 머릿속에 기억 해 둔 것이 '갑자기 떠오르는'것도 이러한 알림과 다를바 없지 않을까? 아, 이쯤이면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매트릭스? 너무 진부하다. 토탈리콜? 조금 낫긴 하지만 여전히 진부하다. 기억에 대한 메타포들은 널렸다.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기억하기 보다는, 때로는 뭔가를 잊기도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들을 기억하는 삶을 산다면, 우리는 기계가 될 테니까. 우리가 인간이길 원하기에, 뭔가를 잊어버리길 바란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래서 이 어플, 에버노트는 잔인하다.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도구지만, 가끔은 내 자신을 인간이 아닌 '배터리가 충전되어 있는 한 영원히(ever) 기억'하게 하니 말이다. 그렇구나. 방금 전의 문장, '배터리가 충전되어 있는 한 영원히 기억'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로봇, 혹은 컴퓨터를 정의하는 문장 아닌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에버노트라이프스마트라이프를위한최적의툴에버노트사용자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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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홍순성 (영진닷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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