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320

일전에 20년지기에게 빌려주었던 펜탁스 K200D가 43리밋과 21리밋 렌즈와 함께 돌아왔다.
한동안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빌려주었던 것이지만 막상 내 품을 떠나있을 때는 아쉬웠다.

나는 펜탁스 DSLR을 모두 두 대 가지고 있다. 두 대 모두 사연이 있는 카메라들이다.
K100D Super는 내 인생의 첫 DSLR이다. DSLR이 너무 가지고 싶던 시절, 여친님이신 SUE가 K100D Super를 구입하시고 얼마지나지 않아 나도 바로 구입했다. 카메라의 LCD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너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커플 DSLR이라며 둘이 좋아했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K200D는 바디가 너무 잘 나와서 구매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방진방습, 세로그립, 뛰어난 성능. 보급기의 껍질을 두른 중급기나 다름없었다. 투다이얼이나 버튼 조작의 편리성 때문에 K20D를 구입하려 했지만 K200D를 보고 바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격차이가 꽤 많이 났었던 것이다. 매장에서 K20D를 구입하고 계산까지 마쳤다가 다시 K200D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K200D는 내가 방황하던 시절에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심란했던 한 때, 나는 약 6개월 동안 사진만 찍었던 적이 있었다. 하루에 5~6시간씩 걸으면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주로 꽃과 벌들을 찍었는데, 그 때 처럼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었다.

사실 사진을 찍는데 바디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 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시선이다. 요즘 보급기들은 이러한 나의 시선을 포착해주는데 별 무리가 없다. 그렇다고 값비싼 중급기나 플래그십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과연 내가 얼마나 사진을 찍을 것이며 어떤 피사체를 찍을 것인가를 꼼꼼히 생각해본다면, 보급기로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언급한 펜탁스의 두 보급기종은 훌륭하다. 카메라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게다가 보급기 답지 않게 성능도 출중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K200D는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카메라가 돌아왔으니 이제 다시 카메라를 매고 돌아다닐 일만 남았다. 겨울에는 겨울나름대로의 피사체가 존재하는 법이다. 나는 아직 그 피사체들을 찾지 못했다. 내 시선이 완벽하지 않은 탓이다.
이제 카메라가 돌아왔으니, 이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겨울의 거리를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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