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 6s Plus




  스타벅스는 훌륭한 품질의 최고급 원두로 커피를 제조하지는 않는다. 더 고급스럽고, 양질의 원두로 커피를 제조하는 브랜드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커피 브랜드 중 하나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스타벅스의 커피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스타벅스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는 스타벅스와 비슷한 브랜드들이 있다. 

  애플도 그런 회사들 중 하나이다. 애플의 제품들은 동종의 업체들이 만든 제품들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뛰어난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제품들은 끊임없이 팔려나간다. 누군가는 그것을 혁신이라 치켜세우고, 또 누군가는 감성팔이라고 평가절하시키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늘 IT업계의 중심에 존재한다. 애플은 끊임없이 논란과, 이슈들을 몰고 다니며, 업계의 아이콘이 되어갔다. 그 배경에는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인물의 영향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의 사후에도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다. 

  

  나는 한 때 애플 제품의 전도사 역할을 자청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애플의 아이폰과 맥은 최고의 궁합이었고, 더할나위없이 편리한 플랫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약점으로 지적했던 폐쇄적인 부분들이나,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불편함도 사랑했다. 그러나 한동안 맥미니와 맥북을 쓰면서 나는 애플 제품들에 대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맥의 경우가 그렇다. 내게 있어 맥이란 무척 편리하고 생산적인 플랫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IT관련 커뮤니티에서 맥과 관련된 질문들, 주로 "내가 맥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시점에 '맥'이라는 컴퓨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으며, 한편으로는 맥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내가 맥을 구입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1. 용도


  나는 한때 맥과 윈도우즈 시스템을 '용도'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맥도 어차피 컴퓨터인데 딱히 용도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나는 하나의 PC를 구입할 때 '용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한 맥을 왜 구입하느냐"는 비아냥을 던지는 것 조차도 이제는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험한 산에 사는 사람이 세단을 구입했을 때, "이렇게 험한 곳에서 4WD가 아닌 세단을 구입한 이유가 뭡니까" 라고 충분히 질문할 수 있는 것이다. 

  맥의 용도에 대해 가장 많은 궁금증을 가진 부류는 아마도 '대학생'들일 것이다. 예쁘고, 값비싼 이 맥이라는 PC가 과연 내게 적합할 것인가. 단순히 디자인이나, 카페에서 허세용으로 쓰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우선 애플에서 제공하는 OS X은 게임을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물론 OS X용 게임들도 있다. 그 유명한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한글채팅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MS오피스나 한컴 오피스도 있다. 그러니 사실상, 윈도우즈 기반의 컴퓨터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윈도우가 필요하면 버추어 박스나 패러럴즈, VM웨어와도 같은 가상화 프로그램에 윈도우를 설치해서 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로 한국이라는 특수성이 발목을 잡는다. 액티브 엑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틀이나 폰트, 그리고 규격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맥용 MS오피스나 한컴 오피스로 작업한 결과물이 윈도우즈 기반의 프로그램들로 작업한 결과물과 100%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용할 수는 있으나 어딘가 어설프거나 부족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한국에서 맥을 구입했을 때 겪는 가장 큰 곤란일 것이다. 

  가상화 시스템을 통해 윈도우즈를 설치해서 쓰는 것또한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상화 프로그램을 구입해야하고(버추어 박스 같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그와 함께 윈도우즈도 구입해야 한다. 그렇게 가상화 시스템으로 윈도우즈를 설치하면 결국 오피스와 같은 프로그램들도 윈도우용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즉 '한국에 적합한 작업환경'을 맥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이중으로 준비를 해야하고, 그것은 제법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요즘 판매되고 있는 델이나 레노보의 랩탑들 중 하이엔드 제품군들은 오히려 맥북보다 더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PC들은 윈도우즈 라이센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게임들과의 호환성도 높다. 그러니 대학생들이 맥북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했던 불편함들을 전부 감수하는 수 밖에 없다. 맥으로 윈도우즈 못지 않은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해 특별한 재미나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 이상, 맥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자신의 용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본인이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을 생각해보고, 그것에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편견


  앞서 잠시 언급했듯, 맥 유저들은 주변의 다양한 편견들과 싸워야 한다. 딱히 편하지도 않은, 그러나 가격은 더럽게도 비싼 그 맥북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특히 회사나 팀 플레이 같은 협업과정에서 나 혼자만 편하다고 맥의 시스템을 고수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수도 생긴다. 그러니 맥 유저들은 이런 편견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1번에서 언급했던 '용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맥을 구입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면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그러나 질책에 가까운 오지랍들을 받아 들일 준비를 해야한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들에게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다. 누군가가 "도대체 맥이 뭐가 그리 편하고 좋단 말이오? 한 번 나를 납득시켜보시오" 라고 질문을 한다면, 굳이 내가 가진 맥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맥이 왜 편하고 좋은지에 대해 남에게 설명한들, 그 사람이 구입할 것이 아닌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간혹 존재하는 이런 편견어린 질문을 받았을 때는, "나중에 구입하시게 되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넘겨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3. 어떤 맥을 구입할 것인가


  1번이 맥과 윈도우즈 시스템과의 용도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이번에는 맥과 맥 사이의 용도에 대한 고민이라 보면 된다. 

  맥 또한 여러 종류가 있다. 크게는 랩탑과 데스크탑으로 나뉘고, 세부적으로 랩탑은 극단의 휴대성을 중시한 '맥북' 과 '맥북 에어', 그리고 휴대성과 성능에 대한 일종의 타협적 성격이 강한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 제품군들과 휴대성을 포기하고 성능을 우선시하는 15인치 제품군들이 있다. 데스크탑은 일체형인 아이맥, 라이트하고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맥미니, 그리고 프로유저들을 위한 맥 프로와 같은 제품군으로 나뉜다. 

  만약 내가 활동이 많지 않고, 주로 집에서 작업한다고 하면 15인치 맥북과 데스크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가끔 밖에 나가서 작업할 일이 있지만, 그 빈도수가 적다면 데스크탑보다는 15인치 맥북프로를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밖에서는 일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이맥과 맥 프로, 그리고 맥미니를 선택할 수 있으며 주로 사진이나 화면을 오래 보아야 하는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아이맥을, 고성능의 처리 작업을 요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맥 프로가 적합하다. 맥미니의 경우, 과거에는 램과 하드디스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업그레이드가 거의 불가능하게 나왔으므로, 라이트하게 쓸 분들에게만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외부로 출장을 많이 다니는 이들에게는 맥북이 유용하다. 성능을 요구하는 일이 아닌, 주로 문서작업 위주의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사실 12인치 맥북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능과 휴대성을 타협할 여지가 있다면 13인치 맥북이 좋은 선택일 것이다. 문제는 15인치 맥북인데, 이 제품은 휴대성과 성능 사이의 경계면에 위치해 있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정에 맞춰 고민하는 수 밖에는 없다. 

  맥은 한 번 구입하면 제법 오래 쓸 수 있으므로, 만일 금전적 여유가 있다는 램과 SSD용량은 충분히 확보를 하거나, 혹은 CTO로 구입하는 것을 권한다. 


4.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후회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값비싼 제품을 구입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깐이다. 친구들이 게임을 하자고 해도, 아마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맥북이나 데스크탑형 맥은 그런 여러분들의 니즈를 충족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사항들도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는 ActiveX를 이용하는 웹사이트들이 있겠다. 

  그러나 사실 맥도 다른 윈도우즈 기반의 PC들과 다를 바가 없다. 블로그 작성도 되고, 페이스북도 되고, 심지어는 인터넷을 결제도 된다. 물론 다른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도 존재하겠지만 일단은 맥으로도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맥을 구입할 때는 평소보다 더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이 좋다. 맥을 대체 할 수 있는 다른 랩탑들도 많이 존재한다. 굳이 맥이 아니어야 한다면, 맥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디자인이나 OS X이라는 운영체제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제품을 구입했다가는 십중팔구 후회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 맥이라는 PC가 새로 생긴다면, 여러분들은 후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맥을 구입한 것이라면, 여러분들은 그 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하며, 한편으로는 맥의 활용 방법을 배우는 것에 대해 즐기는 마음가짐도 필요할 것이다. 

  

5.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 자신


  맥을 구입하면 그 맥을 이용하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들 자신이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좋아서 구입했다면, 그것으로 여러분들은 충분히 돈값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모든 소비가 그렇지만) 충분한 숙고와 활용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일단 그렇게 구입을 했다면 최대한 빨리 '나'에게 편리하고 필요한 셋팅을 하는 것이 좋다. 필요해서 구입한 것이라면, 가능한 빨리 맥이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Canon EOS 6D



일전에 광화문의 스타벅스를 간 적이 있었다. 그렇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첨단기기들,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IT기기들의 박람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스타벅스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참으로 진귀한 풍경을 목도했다. 모두가 최신형의, 예쁜 노트북을 펼쳐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구석자리에 앉아 상판이 거의 벗겨진 채 간신히 '델'이라는 상표만 확인 가능한, 원래의 형태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낡은 노트북 한대를 펼쳐놓고, 역시나 평범해 보이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어떤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인상깊었다. 그 노트북은, 마치 여기저기 헤진 낡은 가죽가방을 보는 것 같았다. 빈티지(Vintage)란 진정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지, 라고 품위있게 과시하는 듯 보였다. 정말로 멋졌다, 고 밖에는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고백하건데, 내게는 디지털 결벽증이 있나보다. 씽크패드 노트북을 쓸 때나, 2G 휴대폰을 쓸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모든 유형의 물건들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흠집'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나는 내가 쓰는 제품들에 흠집이나 생채기가 생기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파우치를 씌우고, 백팩의 노트북 수납칸에 고이 모셔둔 채 다녔다. 내 몸에 난 흉터는 거슬리지 않는데,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이 공산품들이 상처가 나면 왜 그리도 신경이 쓰일까. 이쯤 되면 디지털 결벽증에 걸렸다고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어여쁜 IT 기기들에 생채기가 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사회적 이해관계와 심리상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한 문화는 '중고거래'이다. 특히 IT, 그것도 모바일 분야에서 중고거래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약정'이라는 무형의 감옥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고거래는 더욱 더 활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중고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외관'이다. '외관'이 얼마나 깨끗한지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새것은 부담스럽고, 그런데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흔적들은 보고 싶지 않은 구매자들이 '외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편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계를 판매하고, 그 돈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한다. 그들은 최신 디지털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혹은 다양한 제품들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경험주의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디지털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다음에 중고로 파는 경우'이다. 당연히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외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애플에서 '리퍼비시'라는 생소한 서비스 방식을 들고 왔을 때, 유저들은 이런 방식의 서비스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마치 '새로운 제품'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런 방식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고장 난 부분만 수리를 해주는 것이 깔끔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두 의견 모두 맞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리퍼비시' 방식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외관'이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 있다. '외관'에 찍힌 자국이라던가, 떨어뜨려 생긴 생채기들이 있으면, 서비스 센터에서는 고장의 원인을 소비자 과실로 여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폰이 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서비스 센터에 갔다가, 휘어졌기 때문에 서비스를 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휜 부분을 폈다는 에피소드들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그것이 결국 제품상의 초기 불량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초기불량인지, 혹은 소비자의 과실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제품의 '외관에 문제가 생기면' 1차적인 책임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Canon EOS 6D



자, 이쯤에서 내가 디지털 결벽증에 걸리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휴대폰이 떨어진다 한들, 노트북의 모서리가 벗겨지고, 키보드가 번들거려도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왜냐하면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새로운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장이나서, 회복 불능 상태가 아닌 다음에야, 표면에 보이는 상처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폰을 바꿈질하기 시작하고, 맥북의 외관에 손톱만큼의 스크래치라도 날까봐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이나 맥북을 활용하는데 투자하는 시간보다, 이들을 보호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 된 상황이 아닐까. 

이미 현대의 디지털 기술은 폭주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처럼 '속도'에 연연하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 시대는 '기능'의 시대이다. 어떤 종류의 '기능'을 지원해 주느냐, 혹은 그렇지 못 하느냐로 나눠지는 것이다.  

내 씽크패드 노트북은 2011년에 구입했다. 액정을 한 번 교환하고, SSD를 달아주고,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해주었다. 4년차를 맞이한 이 노트북은 여전히 (게임을 제외하고)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교체주기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반면에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최신형' 기기들이 극적인 진보를 한 것도 아니다. 몇 년 쯤 전 제품들이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결벽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너무 쓸데 없는 것들에 우리의 시간을 낭비한다. 아이폰이나 맥북의 외관을 원래의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 좋은 기기들을 '즐기는' 시간들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그것은 마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외모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조금 벗겨지고, 조금 찌그러지더라도, 이 디지털 제품들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중고로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결국 남의 것을 '대여' 한 것과 느낌상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언젠가 팔아야 할 물건, 혹은 너무도 아꼈는데 흠집 하나로 인해 마치 내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내가 소유한 제품들의 생채기들 조차도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바꿔서 생각해보자.

모르긴 몰라도 조금 더 생산적이고, 조금 더 내 IT기기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1. Favicon of http://ilogin.tistory.com BlogIcon 큄맹 2015.10.26 02:03 신고

    특히 제품들의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넘어 간 이후 그런 경향들이 더 심해진거 같네요.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2. Favicon of http://medgongbu.tistory.com BlogIcon 김배당 2015.10.26 09:08 신고

    오래 전에 서랍에 모셔두었던 소니 바이오 노트북을 꺼내봐야겠네요... 8년 전쯤 사서 몇 년간 사용하고 데스크탑으로 갈아탄 뒤 사용하지 않았던 녀석인데 동작하려나..궁금합니다.

  3. Favicon of http://dusdjajrwk.tistory.com BlogIcon 마무리한타 2015.10.26 11:16 신고

    모르ㅜ는걸 이렇게 또 하나 알게되는거 같은기분이 즐거운걸요 ㅎㅎ

  4. Favicon of http://jisick-in.tistory.com BlogIcon ♠헤르메스♠ 2015.10.26 23:05 신고

    예전에는 흠집이 나면 자꾸 신경쓰이곤 했는데, 흠집이 계속 늘어갈수록 오히려 신경을 안쓰게 되네용.

  5. Favicon of http://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5.10.26 23:10 신고

    저는 아직도 5년 전쯤에 50만원 주고 산 노트북 써요 게임할 때에는 애로사항이 있지만 블로그 하는 용도로 아니면 업무 처리할 용도 정도로는 아직도 쓸만합니다 앞으로도 심하게 고장만 안나면 계속 쓸려구요 ㅋㅋ


<사진출처 : APPLE 홈페이지>



애플이 새로운 '맥북'을 발표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 이 완전히 새로운 맥북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 그리고 의구심이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1kg이 채 되지 않는 무게. 이어폰 잭과 USB-C타입의 충전겸용 포트 한 개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포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응당 노트북이라면 있어야 할 팬이 없으며, 화면은 레티나 화면이고, 색은 무려 세 가지 색을 적용시켰다. 


얼핏보기에 이 새로운 '맥북'은 아이폰 -> 아이패드를 잇는, 캐주얼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연장선상처럼 보인다. 아마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의 색이 추가되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고, 포트가 하나 밖에 없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가격은 무척 애매하다. 우리나라 돈으로 159만원. 고급형은 199만원이다. 아이패드 에어2의 최고급형 가격이 99만 9천원임을 감안하면, 아이폰, 아이패드와 이어지는 '캐주얼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범주에 넣기엔 다소 비싼 가격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 새로운 '맥북'의 CPU성능에 의심을 갖는 유저들이 늘었다. 그러나 키노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새로운 '맥북'에 들어가는 기술력들이나 만듦새를 고려해 본다면 누군가는 납득할만한 범주에 있는 가격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맥북'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일까. 우리는 이미 휴대성 = 맥북 에어, 성능 = 맥북 프로 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분류에 익숙해져 있다. 그 안에, 맥북 에어보다 가벼우면서도, 더 성능이 좋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새로운 제품군이 포함된 것이다. 이 포지션이 애매하다면 애매할수도 있고, 보다 구체적이라면 구체적일수도 있다. 


아마 다수의 아이패드 유저들은 아이패드에 별도의 키보드를 장착하여 문서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로 문서작업을 함에 있어서 성능의 제약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서작업이 고성능을 요구하지는 않으니까. 

아이패드에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장착해서 작업하는 것이 처음에는 간단하고, 편리해보이지만, 이내 "차라리 이럴 바에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게 낫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문서 작업을 위주로 하는 유저들에게 절실한 것은 아이패드만큼 가볍고, 키보드가 달려있는 그런 랩탑일 것이다. 그렇다면 맥북에어가 있다. 지금까지는 맥북에어가 이런 조건에 부합했지만, 맥북에어의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액정에 있지 않을까. 이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접한 유저들은 그 깨끗한 화면이 아마도 계속 맴돌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나온 '맥북'의 포지션은 좀 더 명확해진다. 이 제품은 '학생'들과 같이 가성비를 요구하는 집단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이 제품은 출장을 자주 다니고, 문서작업을 위주로 하는 유저들, 그리고 CEO들을 위해 포지셔닝 된 것은 아닐까. 무게와 크기를 위해서라면 160만원 정도는 고민하지 않고 지불할 수 있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디자이너, 사진작가 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을 스펙이지만,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와 아이패드를 연결해서 작업을 하던 여행작가, 출장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들과 CEO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다. 부족한 USB포트에 대해서는 최근 거의 대세처럼 굳어진 클라우드 시스템들(드롭박스, 아이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원드라이브 등)을 이용하면 그럭저럭 해결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싸다고 느껴지는 가격, 그리고 함께 출시된 액세서리들을 보고 있자면 쉽게 지갑을 열기가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동성'이라던가 '휴대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던 유저들에게는 특히나 더할 나위 없는 제품이 아닐까.

내가 애플의 '아이폰'을 처음 구입했던 것이 아마도 2010년 9월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우연치고는 참 웃겼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아이팟터치 1세대 모델을 가지고 있던 나는, 당시만해도 모토로라에서 나온 '모토로이'를 거의 7개월 정도 쓰고 있었다. 아이폰 3GS가 국내에 발매되었고, 그 아이폰의 열풍이 뭐랄까, 어느 정도의 반감 같은 것을 불러 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토로이를 선택했고, 곧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동네 휴대폰 가게에 들러 아이폰이 혹시 있느냐고 물었고, 예약자들 모델 밖에 없다는 말에 그냥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마침 예약 취소 물량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버스에서 내려 바로 구입했던 것이다. 




<필자의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아이폰4. 사진 출처는 위키피디아>


어쨌든 아이폰4를 구입했던 그 순간부터, 필자의 '아이폰'에 대한 첫사랑이 시작된 모양이다. 애플이 좋았다기보다는 '아이폰'이 좋았다. 끊김없이 부드러운 스크롤.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었던 갖가지 어플리케이션. 무엇보다도 음악감상을 하는 맛이 있었다. 한동안은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어팟을 내내 귀에 꼽고 다녔다. 그 뒤로 필자는 소위 말하는 애빠가 되어 여기저기에 아이폰 자랑을 늘어놓고 다녔다. 


매년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2년의 약정을 전부 채우지 않고 신형 아이폰으로 갈아치웠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리퍼'를 받았고, 그러면 마치 새 아이폰을 구입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폰을 쓰고 나니 내게는 별 쓸모가 없어보였던 아이패드까지 욕심이 생겼다. 아이패드2를 구입하던 날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냥 아이폰의 화면을 키워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패드가 실제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진정 애플은 대단한 회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애빠들이 나와 비슷한 식으로 테크트리를 탔으리라. 아이패드를 갖고 나니 맥에 관심이 생기고, 그래서 우선은 저렴한 맥미니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맥미니에 레티나 맥북 프로까지 가지고 있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나의 애플 사랑은, 점점 '애플이라는 회사' 자체의 사랑으로 변해갔다. 아이폰은 어느새 6+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아이패드 에어까지 가지고 있게 되었다. 나름대로 용도도 정해두었다. 맥미니는 일반적인 웹서핑이라던가, 서버, 자료 검색용으로 이용하고, 글을 쓸 때는 맥북프로로, 논문이라던가 이북을 볼 때는 아이패드를 이용한다. 나름 성실하게 애플 제품을 이용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나의 애플'이 조금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스티브 잡스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의 애플은, 어딘가 모르게 예전같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하나의 트랜드처럼 인식되어왔던 애플은 왠지 다른 평범한 IT회사와 별반 다를 바 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새로운 제품들이 매년 꼬박꼬박 나오지만, 나올 때마다 어딘가 중요한 하자들이 보였다. 아이폰 5때는 코스메틱 이슈들이 있었고, 아이폰이 휘어지는 현상도 있었다. 아이폰의 매력 중에 하나였던 부드러운 스크롤은 언제부터인가 버벅거리기 시작했고, 애플의 자랑이었던 iOS는 늘 버그에 시달렸다. 


국내에 애플 스토어가 들어오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그렇게나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열광한 애플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정식 애플 스토어 하나가 없는 것이다. 그 뿐인가. 여전히 itunes로 음악을 구입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애플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폰 6/6+가 국내에 출시되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아이폰 6+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은 해도해도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아이폰이 휘어진다는 제보들이 들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SSD가 64기가 부터는 TLC와 MLC가 혼용이 되고, 128기가는 전량 TLC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성능이나 수명이 MLC가 훨씬 뛰어남에도, 아이폰 64기가 부터는 MLC와 TLC가 혼용되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같은 제품인데, 어떻게 다른 부품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 차라리 전부 TLC를 넣던가. 성능이나 수명을 떠나서, '장삿속'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이폰이 휘는 문제도 그렇다.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휘어져 온 아이폰을 인증하는 유저들이 커뮤니티에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손으로 눌러서 폈다, 센터에 가져가봐야 고객과실이라는 말만 들을 뿐이다, 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한 개인이 문제가 있는 아이폰을 센터에 가져갔더니 동의도 없이 무조건 유상리퍼를 진행하고, 비용을 청구했다는 뉴스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전부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문득 내 자신이 애플과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 그냥 혼자만의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회의감 같은 것이 밀려왔다. 그렇게 애플에 열광을 했는데, 애플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홀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던 그 시절을 회상한다. 애플의 키노트를, 자막도 없이, 단지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이유로 밤을 꼬박 새어가며 보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때는 키노트 장소에서 누가 몰래 촬영하는 화질도 좋지 않은 화면을 보던가, 아니면 트위터나, 관련 커뮤니티의 소식들을 '새로고침'해가면서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팟캐스트에 키노트가 올라오면 다시 한 번 좋은 화질로 감상했다. 지금도 그 시절의 키노트들을 가끔 돌려 볼 때가 있다.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잡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열광하게 된다. 

그때가 좋았지, 그러니까 요즈음의 애플은, 그냥 불친절한 거대 IT기업 중에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애플의 제품들을 구입한다. 그리고 구입할 때마다 늘 흥분이 되지만, 예전처럼 그 흥분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제는 불평불만들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작업환경을 맥의 OS X과 iOS에 맞춰 놓았는데, 점점 불평불만만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다른 회사 제품을 구입해서 쓰자니 그들도 애플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러니 울며겨자먹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익숙해진 플랫폼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많은 않은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서 애플 제품을 쓰는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겠지, 싶은 기대감도 이제 차츰 사라져간다. 팀 쿡의 애플은, 이름만 같을 뿐, 지난 시절의 애플과는 전혀 다른 회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에도 나는 물론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면 늘 그래왔듯이 또 바꿈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무렵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애플의 제품이 좋아서 바꾼다기보다는, 기존의 아이폰이 '구리기 때문에' 바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하나

<머지않아 대단한 아티스트가 될 친한 동생녀석이 내 얼굴을 아이패드2로 그려주었다.>

아이패드2가 생겼다. 내가 산건 아닌데 내것이니 그냥 '선물'받았다고 하자.
SKT 64G 용량을 가진 제품으로 월 2G의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두고 열광한다. 한 때 태블릿 PC가 꿈틀거렸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단지 그런 '시대'가 있었을 뿐이다. 태블릿 PC를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활용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패드가 등장했다. 그러더니 삼성에서는 '갤럭시 탭'이 나왔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책 한 권 크기만한 아이패드와, 문고판 크기의 갤럭시 탭을 들고다니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뭘 넘기나 싶으면 그건 아이패드 아니면 갤럭시 탭이었다. 그러니 이제 '태블릿 PC'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가막히게도.

아이패드를 어디에 써먹느냐는 말들이 있었다. 맞는 말이다, 라고 생각했다. 이 넙적한 디지틀 판떼기를 도대체 뭐에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북 단말기라면 널리고 널렸다. 스마트 폰으로도 비록 화면은 손바닥만했지만 책은 볼 수 있었다. 그 커다란 화면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도 우스웠다. 버스에 앉아서 리듬게임을 터치하고 있는 것도 좀 우스웠다. 아무리 얇고 가볍다 한들, 들고 다니기도 애매하다. 어쨌든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지 않던가. 그러니 태블릿 PC의 활용성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말들도 많았다. 이걸 도대체 어디에 써먹느냐고.

이야기 둘

<GQ는 언제나 내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게 만들어준다. GQ를 읽고나면, 나는 언제나 그동안 잘 하지도 않던 통장정리를 한다.>

내가 아이패드를 받고 가장 처음 한 일은 잡지를 다운 받는 일이었다. 오호라. GQ, 에스콰이어, 맥심. 쿨한 남자가 되기 위해 매달 지갑을 열게 만드는 '월간 쿨한 남자가 되기 메뉴얼' 들이 아이패드에 앱으로 있었다. 아이폰에는 없는 컨텐츠 들이다. 그러고보니 아이패드 컨텐츠에는 잡지 컨텐츠가 많았다. '론리 플래닛'은 독특하게도 과월호만 유료정책을 쓰고 있다. 현재 호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이달 잡지에 만족하면 옛날에는 얼마나 더 좋은 컨텐츠가 있었겠어요? 한 번 보시겠어요? 라는 식이다. 씨네21은 '디지틀 잡지란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는 교본같았다. 다양한 예고편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창간호는 무료. 이번달에 새로 발매된 호는 담배 한갑 가격도 안되는 0.99 달러다. 근사한 여성모델들을 10인치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GQ나 맥심, 에스콰이어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여성을 위한 잡지들도 있다.

책장을 올려다보니 옛날에 샀던 GQ 과월호들이 보인다. 세상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생기고, 누렇게 변색이 된 저 잡지들이 아직도 내 책장 한 구석에 쌓여있다니. 저 자리에 차라리 프루스트의 책들 열 한권을 꼽아두면 더 보기 좋을 텐데.

그렇다. 디지털 잡지들은 '혁신'이다. 잡지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 단지 그 잡지가 발간된 달(月)의 추억정도만을 되새길 뿐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성향이 강한 잡지들은 유행이 지나면 쓸모없어지기 때문에 오래오래 가지고 있기가 애매하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시절 처럼 꼼꼼하게 스크랩할 시간도 없지 않은가? 이러한 불편을 모두 해소한게 디지털 잡지들이다. 여행을 다닐 때, 잡지가 보고 싶다면 그냥 아이패드만 꺼내면 되는 것이다. 그 두꺼운 잡지들을 여러권 끼어넣고 다닐 필요도 없다. 가격도 저렴하다. 화질도 좋다. 필요한 기사를 읽기 위해 찾기도 어려운 차례를 뒤적거릴 필요도 없다. 그냥 '터치'만 하면 된다.

이야기 셋

<이상(李箱)은 이 세상에 없는 작가들 중에서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작가이다. 나는 지금도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원래 아이패드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은 논문읽기였다. 아이폰으로 논문을 읽으려니 글씨가 작아 눈이 아팠다. 확대해서 보면 됐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볼 수 없어서 답답하다.
프린트를 해서 보자니 얼마전에 우리집 프린터의 흑백토너'만' 교체하는데 육만원이 넘게 들었다. A4 용지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논문 서너개 프린트 하고 나면 왠만한 책 한권 두께가 나온다. 그걸 어디 보관하기도 힘들다. 이면지로 쓰자니 언젠가 그 논문이 다시 필요할 것 같다.

아이패드에는 PDF뷰어들이 있다. 이 뷰어들의 놀라운 점은 '필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을 수 있다. 정전식이기 때문에 손바닥이 패드에 닿으면 다른 메뉴가 활성화 된다던가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바닥을 패드 위에 얹어두면 터치가 안되게 하는 기능까지 있다. 심지어는 정전식 펜도 있다. 몇 개의 PDF파일을 한 번에 열수도 있다. PDF Notes 어플과 iAnnotate PDF 어플은 축복과도 같다. PDF 노트 어플에서 열었던 PDF파일을 iAnnotate PDF 어플로 옮겨서 볼 수도 있다. PDF 노트 어플은 무료버전과 유료버전이 있는데 차이는 하단에 조그맣게 등장하는 광고유무다. 무료버전을 이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iAnnotate PDF 어플은 다소 비싼 9.99달러(아이패드 어플은 보통 4.99달러, 9.99달러정도 한다.). 그러나 돈값을 한다.
게다가 학술 사이트에 들어가서 바로 논문을 검색하고, 그것을 '저장'해서 아이북이나 위의 어플들로 볼 수도 있다.(방법은 다음 포스팅에서 해드리겠다.) 이건 환상적인 기능이다.
아무리 넷북이 가볍다 해도 노트북으로 PDF파일을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로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고
둘째로 부팅과정이나(혹은 절전모드에서 바로 켜지게 한다 하더라도) 노트북 덮개를 열어 윈도우 창이 뜨기를 기다려야 하며
셋째로 파일을 찾아 더블클릭하고 파일을 읽어오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이런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없다.
그냥 아이패드를 꺼내서 어플을 실행시키고 읽고 싶은 PDF를 고르면 된다. 그 이후부터는 일반 종이 논문을 보듯 보면 된다.

이야기 넷

<웹툰이란 정말로 신선하다. 심심할 틈이 없다. 이 작가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알기에. 나는 이들의 노력을 소홀하게 생각 할 수 없다.>

만화책을 보는데 이보다 더 좋은 어플은 존재할 수 없다.
Comicglass라는 어플을 이용하면 진짜 만화책을 보듯이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본다. 다음에서 출시한 아이패드용 웹툰 어플은 만화보기 어플의 종결자라고 보면 된다. 심심할 땐 웹툰을 이용하자. 혹시라도 불법으로 만화책을 다운 받은 분이 계시다면, 서점으로 가서 그 만화책을 구입하는 배려 정도는 하자. 개인적으로 만화가 한 분과 친분이 있는데, 우리나라 만화시장이 그렇게 관대하지는 않다.

이야기 다섯

<소설가에게 첫 문장은 언제나 중요하다. 완성본이 나오기 전까지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첫 문장이다. 나 또한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소설가다. 그래서 뭔가를 끊임없이 필기하고 싶다. 넷북을 구입하였지만 그 활용도는 거지같았다. 왜냐하면 넷북도 무겁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넷북을 꺼내 글을 쓰려고 하면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로웠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넷북이라 한들 '어디 갈 때 노트북과 어댑터를 챙겨' 가야 하는 압박감은 벗어날 길이 없었다.
아이패드 어플중에는 Pages 라는 어플이 있다. 애플사에서 만든 iWork 안에 속해있는 어플이다. MS워드와 호환성이 있다. 가격은 9.99 달러. 어차피 밖에서 소설 한 편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면 페이지스라는 어플로 간단하게 몇 문장 정도는 써보자. 애플의 터치감은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속타는 불가능할지라도 몇 문단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다.

이야기 여섯

<미국 드라마 'The Killing'은 트윈픽스에서 오컬트한 부분만을 뺀 스릴러물이다. 다작을 한 것도 아닌 여주인공은 그러나 묘한 매력이 있다. 스토리 또한 무겁고 암울하고 흥미롭다. 원작은 이보다 덜 무겁다던데. 그러나 스릴러는 역시 무거워야 제맛 아닌가?>

당신이 밖에서도 영화를 보고 싶다면 어김없이 스마트 폰을 꺼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밖에서 영화나 동영상을 잘 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영화나 미드 같은 건 침대에 누워 치토스를 씹으며 콜라를 마시면서 보는 것이 제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아이패드로 동영상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밖에 나가서 너무도 할일이 없을 때, 책도 음악도 게임도 다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미드나 아니면 굿다운로더 사이트에서 받은 영화 한두편 정도는 넣고 다닌다. 용량이 64기가나 되니 압박도 없다. AV플레이어 HD 버전은 놀랍게도 720p 동영상을 '무인코딩'으로 돌려준다. 다음 굿다운로더에서 다운 받은 황해의 경우, 별다른 인코딩 없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야기 일곱

<개러지 밴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다. 아무렇게나 눌러도 음악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노래 두 곡을 만들었다. 신난다.>

나는 아직도 접지 못한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음악이다.
지금도 오래된 일렉기타를 만지면서 언젠가는 꼭 밴드를 해 볼 것이라고 다짐을 해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음악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이 마당에 밴드는 고사하고 기타 연습할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아이패드의 개러지 밴드를 다운 받았다. 연주를 하는데 꼭 필요한 악기들이 모여있는 이 앱은 심지어 기타를 연결할 수도 있고, 아이패드에 달린 마이크로 보컬도 녹음할 수 있다.
유튜브를 보면 개러지 밴드를 이용한 다양한 연주장면을 볼 수 있는데 본인도 노래를 두어곡 만들어보았다. 물론 어디가서 다시 연주해보라면 못하겠지만.
어쨌든 개러지 밴드는 현실때문에 잊혀져 가던 내 오랜 꿈을 실현시켜 줄 도구로서 충분하다. 원맨밴드, 아니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밴드를 구상하고 있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신이 난다.

이야기는 끝나고...

이렇게 보니 아이패드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얇아서 아무 가방에나 잘 들어간다. 특히 PDF를 위한 활용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패드의 용도는 나름 정해졌다. 이북으로서 활용할 수 있지만 활용도 면에서는 그 이상이다. 이른바 '생산성' 항목에서 만족스럽다.
취미용으로도 훌륭하다. 개러지 밴드는 내 어린시절 감성을 다시 깨우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이 블로그에서 본인이 작곡한 음악을 들을 날이 올 것이다. 머지 않았다.

어떤 분들은 아이패드가 여전히 무겁다고 한다. 그러나 노트북이나 넷북에 비하면 그 무게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감수할 수 있는 무게라는 뜻이다. 편의성이 더해진다면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간단히 가방속으로 들어간다.
어떤 분들은 또 아이패드의 만듦새를 논한다. 빛샘, 액정안의 먼지나 불량화소나 데드픽셀, 유격 등등 문제도 많다. 그런데 나는 이런 분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하고 싶다. 어차피 신경 안쓰면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다. 일단 샀으면 즐기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존재한다. 그 안에 리퍼를 받으면 또 새로운 아이패드가 생긴다. 처음에는 모두 애지중지 소중히 여기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딴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아이패드를 즐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뿐인가? 아이패드3가 나오고, 아이패드4가 나올텐데, 우리가 언제까지나 아이패드2 만을 만지고 살진 않는 것이다. 내 아이패드2는 양품중에서도 양품인데, 옥의 티라면 액정 어디 한가한 쪽에 먼지인지 데드픽셀인지 알 수 없는 흐릿한 점 하나가 있다. 신경안쓰면 보이지도 않고, 신경써도 잘 보이지 않는다. 본인도 처음에는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그 시간이 아까웠다. 그 시간에 즐겨야 할 것을 신경쓰느라 즐기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패드2는 축복이다. 아이패드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 출시되는 태블릿 PC들은 활용도가 좋다. 특히 학업, 연구를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과도 같다. 현재 아이패드2 물량이 없다고는 하지만 대리점에 전화해보면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곳이 꼭 한두군데는 있다. 그러니 만약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아이패드를 구입해야 할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면 다시 처음부터 정독해보시라. 그리고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이패드를 구입하시면 안된다. 만약 이 포스팅을 다시 읽어보고 아이패드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바로 대리점으로 달려가라. 하나 더 충고해보자면 역시 와이파이 버전보다는 3G 버전이 더 괜찮다. 데이터 2기가 요금제를 사용하는데 아직도 한참 남았다. 1기가도 월씬 못섰다. 그래서 3G 버전이 더 마음이 편하다. 

이 포스팅을 읽고 아이패드를 사신분이 계시다면, 나중에 아이패드로 본 블로그를 다시 찾아주시거나 덧글이라도 달아주시면 본인또한 이런 포스팅을 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1. 장지영 2011.06.19 21:04 신고

    정신없이~ ^^
    잘 읽었습니다.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논문 읽을려고 큰소리 치고 산 아이패드를
    활용도를 몰라, 논문 읽기는 커녕 하루의 대부분을
    검색하고 질문하는데 소요하는 중입니다.--;

    빨리 이 무궁무진한 녀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어야 할텐데..^^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6.20 00:50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 저도 어서 더 마스터를 해야겠네요 ^^

  2. 왕장풍 2011.06.20 08:35 신고

    오우 그림보니까 정말 꽃미남이신데요. 정말 부럽습니다.

    • Favicon of http://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6.20 08:56 신고

      ㅋㅋ 부럽긴요. 실물은 아니랍니다. ㅠ.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3. Yim-YH 2011.07.19 13:44 신고

    이 글을 보고 확신을 얻었네요. ㅎ
    저는 직장인이지만, 항상 논문쓰고 읽고...
    이제 곧 출장도 다닐 예정이라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논문은 출력해서 읽고, 컴퓨터에 논점이나 참고사항을 적어놔야 하는데요.
    출력해서 보면 보려는 내용과 다른 논문들이 상당수 있고,
    회사에서 출력하다보니 사실 눈치도 좀 보이고(일 안하는 것 처럼 보이죠),
    참고사항을 적어놓기 위해서는 다시 컴퓨터를 켜야하기도 하고,
    그리고 논문을 작성하다보면 출력해서 읽고 다니며, 수십번 이상 수정해야 탈고하게 되죠.
    오늘 주문했는데, 함 써보고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암튼 올리신 글 보고 하루도 안지나서 구매를 결심했는데,
    부디 실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4. 닭백숙 2011.10.22 04:41 신고

    너무 좋은 포스팅입니다
    아이패드2 쓰는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기를 사는 것 보다 활용하는게 더 중요한듯 합니다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