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카시오 EX-Word 홈페이지 (http://www.excellent-word.co.kr)

나는 원래 아이리버의 D26이라는 전자사전을 가지고 있었다. 
사전은 종이사전이 최고라는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었지만 단지 소신이었을 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토익공부에 열중이던 시절이었으므로 나는 당시에 가장 최신형인 D26을 큰맘먹고 구입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는 법학과 석사를 마치고 국문학과 대학원을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국문학과에서 요구하는 책을 읽기위해서는 한자가 필수였고 D26으로 한자를 찾는건 옥편을 펼쳐놓고 찾기보다 더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그 작은 글자들을 눈으로 보면서 찾아야 한다는 그 부담감. 
최근들어 한자가 많이 섞인 옛날 서적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컴퓨터로 한자를 찾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자면 사실 좀 번거로웠다. 물론 컴퓨터로도 필기 인식 등의 방법으로 한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단점은 컴퓨터가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돈이 아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사전을 하나 더 마련해보기로 했다. 하루를 사용기와 평을 찾는데 보내야 했다. 사실, 아이리버 D26은 괜찮은 사전임에는 분명했다. 일단 국어사전이 마음에 들었다. 펜타그래프 형식의 자판도 괜찮았고 디자인도 나름대로 이뻤다. 그러나 무게가 만만찮았고 무엇보다도 나는 '충전방식'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충전식은 항상 충전을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만든다. 공부하다 배터리가 나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도 생기게 마련이다. 애용하고 있는 펜탁스의 DSLR들도 모두 AA배터리를 넣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자사전을 추가로 구입할 때는 나름대로 몇 개의 원칙을 정해두었다. 
무엇보다도 AAA배터리를 넣을 수 있어야 했다. 혹자는 충전식이 더 편하고 배터리 교환식이 더 번거롭지 않느냐, 잘 때 충전하고 자면 된다. 라고 말하지만 어림도 없는소리. 복잡하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최대한 간결한 것이 좋다. 자기 전에 깜빡 잊고 충전이라도 안시키게 된다면? 정말이지 충전방식은 너무도 귀찮다. 
그리고 잡기능이 없어야 하며 흑백이어야 했다. 잡기능이 있으면 공부를 안하는게 아니라 그 잡기능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동영상 기능이 있으면 전력소모가 너무 커서 전자사전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진다. 차라리 PMP를 하나 구입하는 것이 좋다. MP3 플레이어는 아이팟 터치가 있으므로 전혀 필요없다. 그러니 차라리 사전으로서의 기능이 충실하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본 것이 '자필 인식' 기능이다. 
사실 나는 무엇보다도 '자필 인식' 기능이 가장 절실했으며 중요했다. 전자사전을 새로 구입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자'를 '자필 인식'으로 쉽게 찾을 수 있기 위함이었다. 다른 기능은 다 필요없었다.

Atree의 UM10이 혹했다. 다나와 최저가로 14만원대. 동영상 기능에 자필인식기능에 외장메모리등등은 14만원짜리 PMP에 가까웠다. 게다가 DMB도 된다니까. 하지만 이 Atree 사전은 위의 조건에 단 하나도 일치하지 않았다. 자필 인식이 괜찮다는 평도 있었지만 그 반대의 평도 심심찮게 봤던 것도 이유다. 게다가 액정화면이 작고 버튼 누르기도 다소 불편하다니 나처럼 신경쓰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화려한 부가기능 보다는 불편하기 짝이 없어보이는 애물단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사야 할 것인가?
조금 비싸더라도 카시오의 L6200으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자필 인식 기능도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고 대체로 전자사전으로서는 이보다 더 훌륭한 사전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사전을 처음 구입하고 불만스러웠던 점은 일단 액정이 비교적 어둡다는 점이었다. 밝기 조절 옵션이 있었는데 이건 밝기가 아니라 '흐리게, 진하게' 옵션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두운 곳에서는 보기 힘들듯 싶었지만 백라이트 기능이 이를 보완해준다. 사전을 뚫어지게 쳐다볼 것도 아니고 그냥 한자만 찾은 후에 다시 닫아 놓을 것이라면 백라이트 기능은 유용하다. 일반 독서실 같은 곳에서는 사실 백라이트 기능도 필요 없을 것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는 전등이 다소 어두운 편이라 사전이 더 어둡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자필인식기능은 말 그대로 '훌륭' 하다. 어려운 한자 몇 개를 찾아보았다. 이를테면 懷疑(회의) 같은 획수가 많은 한자였는데 한번에 인식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좀 버벅거리게 마련이다. 정자로 똑바로 쓰면 90% 정도는 인식이 잘 되니 처음에 잘 인식이 안된다고 당황하지 말자.
그 이외의 사전들은 나름대로 훌륭한 구성을 갖추었으나 기존의 D26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주로 한자 전용사전으로 이 사전을 구입했으므로 다른 기능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전자사전을 사기위해서 이리저리 검색해보고 찾아오는 분들일 것이다.
사전을 구입하는데 간단한 조언을 적어보고자 한다.

1. 멀티미디어 기능이 있는 사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나는 mp3도 없고 PMP도 없다, 라고 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자사전에 멀티미디어 기능은 필요하지 않다. mp3 정도라면 몰라도 동영상 기능은 정말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동강을 봐야한다면 차라리 넷북을 구입하는 것이 낫다. 버스 안에서 비는 시간에 강의를 보고 싶으시다고요? 버스 안에서는 그냥 쉬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편이 좋다. 공부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불편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팟 터치는 동영상을 볼 수 있고 화질도 괜찮지만 나는 아이팟 터치로 동영상을 보지는 않는다. 인코딩 작업이 너무 귀찮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그 인코딩 하는 시간을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멀티미디어 기능은 배터리만 잡아먹을 뿐. 별도의 PMP를 구입하거나 mp3를 구입하는 편이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다.

2. 수많은 컨텐츠에 현혹되지 마라.
사실 영어공부하는 데는 영한, 영영, 한영 이 세가지만 있으면 끝이다.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있나? 예전에는 사전이 너무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어 일부러 얇은 사전을 가지고 다녔다. 사전이란 그저 '뜻'만 알면 끝이다. 한자나 일어같은 경우에는 '자필인식' 기능이 있는 사전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한자에서 '자필인식'은 축복과도 같은 기능이었다. 시간을 십분의 일은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한자 자필인식기능이 필요없다면 되도록 간결하고 저렴한 사전을 구입하자. 고장도 잘 나지 않는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전자사전으로 하는 일은 그저 뜻만 알면 되는 것이었다. 굳이 비싼 컬러사전도 필요없었다.

사실 우리는 '기왕 사는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기왕사는거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그런데 막상 구입해보면 알겠지만 이것도 안쓰게 되고 저것도 안쓰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턴테이블 따로, 카세트 데크 따로, 앰프 따로, 스피커 따로 구입했다. 그것이 훨씬 효용성이 좋고 용도로서 훌륭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전자사전을 구입하고 싶다면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되는 사전들은 물론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 기능들을 다 쓰지 않게 된다. 내 경우 그 기능많다는(지금 사전들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만) D26을 구입하고 부가기능 중에 유일하게 사용해봤던 것이 음성녹음이다. 이것은 아주 유용했다. 그러니 너무 부가기능에 목매지 말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AAA배터리는 정말 편리하다. 일단 마음이 편하다. 어디서든 배터리가 나가면 구멍가게만 찾으면 된다.
D26은 국어사전 용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D26의 가장 훌륭한 점은 바로 국어사전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메모기능이나 쓰면 모를까.
  1. 빈디젤짱 2009.06.02 00:41 신고

    오 좋은글잘읽고갑니다 저역시 편입시험을 준비차 전자사전 정보를 검색하던중이었는데 염두에두고있던 l6200 관련리뷰를 읽게되어 매우 기쁩니다 조언같은것도 적어주셔서 저처럼 전자사전초보에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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