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는 말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여건이 그렇게 변했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지면서, 사람들의 책읽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특히 전자책(E-Book)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태블릿의 영향때문이라 볼 수 있겠다. 굳이 태블릿이 아니더라도 스마트 폰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글자의 가독성이 향상되었고, 출퇴근길에 짬짬이 '책'을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쉽게 독서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의 발전이 가져다 준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전자책 업체들이 등장했다. 당장에 교보문고가 이쪽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리버와 합작으로 이북 단말기 '스토리' 시리즈를 내놓았고, 나름대로 선방하는 모양이다. 리디북스는 전자책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어 성공한 케이스다. 그 밖에 YES24와 통신업계인 KT 올레가 이 바닥에 발을 담궜다. 후발주자지만 나름대로의 특성화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쯤에서 불편한 진실 하나


미국의 경우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킨들이야기다. 킨들은 미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이패드'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잡고 있다. 킨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보고 우리가 알 수 있는 점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외국 출판업계가 이제 거의 디지털화 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독서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다. 킨들이 많이 팔린 이유는 그 만큼 킨들을 원하는 수요자가 많다는 뜻이고 이들은 주로 '독서가'들이다.

애플의 경우도 비슷하다. 아이북스(IBOOKS) 스토어에는 꾸준히 책들이 올라오고 있다. 애플은 이미 종이교과서를 없애버리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iTunes U 라고 볼 수 있다.

이쯤에서 무엇이 불편한 진실인가. 많은 사람들이 '킨들'의 국내 정식 발매를 기다리고있으며, 아이북스 스토어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열악하지 않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킨들과 아이북스 스토어의 국내 진입을 기다리겠는가.

교보문고의 '스토리'나 예스24의 '크레마 터치'가 킨들보다 못한 제품일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이패드'가 없는가? '하드웨어'는 부족함이 없는데 소프트웨어가 없다. 즉, 책은 있는데 책 안에 내용이 없는 빈 공책을 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출판업계가 간과하는 것은


순수과학분야의 책들이다. 이북으로 발매된 책들은 보통 '베스트셀러'들이다. 요즘이야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나 펭귄 클래식 같은 책들이 발매가 되어 그나마 읽을거리가 있다지만 그 뿐, 다른 읽을거리들은 화제가 되고 있는, 서점에 가도 가판대에 놓여져 있는 베스트셀러들 밖에 없다.

사실 그쯤이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전자책의 '인문학' 코너를 살펴본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내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인문학'이라고 나와있는 책들은 대부분 '심리학', 그것도 인간관계나 자기계발 관련 책들이다. 사람들이 '혹'할 만한 제목을 가진 예쁘장한 책들이 끝이다. 프로이트 전집이나, 푸코, 융, 라캉 같은 인문학자들의 정통적인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거나 있어도 요약본 정도밖에 없다. 대학교재들은 보통 그 두께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민법총칙'같은 두꺼운 법학 전공책들이 이북으로 등장하면 어떨까. 두꺼운 교재를 가방에 무겁게 넣어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 폰을, 그것도 보통 4인치 이상의 큰 화면을 가진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마 민법총칙 같은 두꺼운 전공교제들이 전자책으로 출판된다면 많은 대학생들이나 교수들이 구매를 할 것이다.

인문관련 분야도 그렇다. 중요한 사상가들이나 인문학자들의 책들은 가급적 전자책으로 만들어 제공을 하면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전자책 업계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팔릴만한 책들만 내놓는 것이다. 국내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모든 책들이 전자책화 되어있거나 그렇게 될 예정이라면, 사람들은 굳이 킨들이나 아이북스 스토어의 한국 런칭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하드웨어는 둘째 문제다. 우리나라 기술력이 '킨들'같은 하드웨어 하나 못 만들 정도로 허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하드웨어라면 대한민국은 최고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컨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잘 팔리지 않는 분야라 할지라도, 분명 필요한 수요자들은 있는 법이다.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이북으로 만들어봐야 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두꺼운 두 권의 책을 기다리는 '학자'들이나 '연구자'들도 분명 어디엔가는 존재한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발전하려면


하드웨어만 좋으면 소용이 없다. 무조건 컨텐츠가 필요하다. 아마존의 킨들이나 애플의 아이북스에 '대항하는' 하드웨어만 만들면 무엇을 하겠는가. 한국에 맞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한 선결과제일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을 갑자기 완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인문/과학 분야의 책들에 관심을 갖는다면 머지 않아 충분히 우리나라도 이북 강국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 박정구 2013.10.24 23:14 신고

    컨텐츠 공감합니다. 그런데 크레마같은 소프트웨어도 쓰레깁니다. 기기간 북마크 동기화도 제대로 구현이 안돼요

  2. 김영랑 2015.02.06 10:20 신고

    동감입니다. 푸코책 무거워서 이북 알아보는데 없네요 ㅠㅠ

얼마전에 무척이나 두꺼운 도스또예프스끼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세 권을 구입했다. 읽으려고 하니 뭐랄까. 책은 가벼운 편인데 두께가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했다.

iPhone 4


어디 괜찮은 이북은 없나 고민을 해보았다. 교보문고는 일전에 아이패드 어플이 아직 나오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 이북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기저기서 들은 적이 있는 '리디북스' 라는 곳을 찾게 되었다. 일단 아이패드로 어플을 다운받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과연, 찾는 책의 전부는 아니어도 필요한 책들은 찾아 볼 수 있었다.



책을 구입하면 나오는 책장이다. 처음에 리디북스 어플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면 두 권의 책을 무료로 준다. 그리고 현재 진행하는 행사에 따라 책을 더 주기도 한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이미 종이책으로 샀으므로, <죄와 벌>을 구입했다. 가격도 종이책보다 저렴하다.


어플을 실행시킨 화면이다. 글자가 커서 좋다. 가독성은 상당히 좋다. 일전에 판매했던 이북 단말기들에 비하면 퀄리티는 훌륭하다. 아래 나오는 메뉴들은 화면의 가운데를 터치하면 사라진다. 좋은 점 중에 하나는 '검색' 버튼을 누르면 사전도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원서를 볼 때 유용하다.


리디북스에서는 원서를 구매 할 수도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리너스'와 '율리시즈' 원서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이 두 소설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단어를 길게 누르면 단어나 문장을 선택해서 SNS서비스로 공유 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걸맞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책갈피 기능도 있다.


다양한 책들이 준비되어 있다. 원하는 책들이 전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청을 한다면 차차 늘어 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나는 리디북스와 단 하나의 관계도, 인연도 없는 사람이다. 단순히 아이패드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책을 읽고 싶었을 뿐이고, 우연히 리디북스를 보니 원하는 책들이 있었을 뿐이다. 넓은 아이패드의 화면으로 책을 읽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두께나 부피를 고려하지 않고 짐을 챙겨도 된다. 화면이 넓어 쾌적하다. 또한 일전의 이북 단말기들은 페이지를 넘길 때 화면이 깜빡거리는 것이 무척 신경쓰였는데 아이패드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글자도 큼직하여 나이드신 분들이 읽으시는데도 부담이 없다.

그런데 이런 이북을 보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그래도 책은 종이를 넘기면서 보는 맛이 최고라는 것이다. 종이의 질감과, 냄새, 잉크의 번짐, 두툼한 무게감 등이 책을 읽는다는 것의 매력 아닐까? 생각해보니 책을 읽을 때는 언제나 펜, 메모지를 준비해 놓고 좋은 구절이 있으면 그것을 메모지에 적어 책의 한 페이지에 꽂아 두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 할아버지가 나타나도 절대로 디지털 상에서는 구현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책을 선물할 때, 책의 빈 장에 간단한 메모를 적어주는 낭만도 흉내낼 수 없다. 책은 어디까지나 책이다. 책의 존재는, 종이와 잉크 만으로도 위대한 것이다. 아무리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편하게 책을 읽더라도 나는 종이책 사기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을 모으는, 그래서 그 책에서 풍겨나오는 그 모든 것이 좋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디지털'에서 벗어나고 싶어 '책'을 손에 쥐었던 내가, 이제는 그 '책'마저도 '디지털'로 읽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약간 슬픈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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