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가장 어필한 것은 Wi-Fi였다. Wi-Fi의 강자였던 KT는 결국 아이폰 덕을 보면서 자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자랑했다. 많은 사람들이 KT로 넘어갔고, 사실, KT로 넘어갔다기 보다는 아이폰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되는데, 이 때부터 KT는 스마트폰의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지원군과, '와이파이'가 있었다.

SK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SK가 내던진 승부수는 '3G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 3G요금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격역시 절묘하게 책정해서 이정도 쯤은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5만 5천원 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를 시작으로(버려진 옴니아는 차치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KT 또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무제한 요금제를 만들었다. KT와 SK, 고객과 통신사간의 진흙탕 싸움은 이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3G 무제한 요금제가 실행되고부터 언론에서 사라진 뉴스가 있었는데 바로 '요금폭탄' 이었다. 무제한 요금제가 있으니 요금폭탄을 맞을일이 없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산간 오지에서도. 어디서나 배터리가 허용되는 한도내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바로 '품질'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KT의 아이폰4를 비롯해서 KT망의 '통화' 품질에 점점 불만을 갖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제한 요금제가 과다한 3G 트래픽 현상을 유발시킨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패턴도 일단 '무제한 데이터 요금 폐지 할 수 있다'는 요지의 기사들이 먼저 나오고, 그 이후에 통신사와 방통위가 '그럴 일은 없다' 식으로 무마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스마트폰 고객들은 통신사에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통화품질이나 3G 인터넷 품질등은 '망 확보'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스마트 폰 사용자들이 월 5만5천원 이상을 꼬박꼬박 지출하는 것이다. 이 요금안에는, 당연히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 되어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도 나름대로 할말이 있다. 거북이보다도 더 느린 인터넷 품질 저하의 원인은 이른바 '헤비유저'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헤비유저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그래서 다수의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3G로 토렌트 까지 돌린다는 말이 있으니 통신사들의 입장도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한 가지 실수하고 있는 것은 그 해결책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 폐지'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경쟁으로 인해 탄생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버린다는 것은 두 남녀가 실수로 사고를 쳐서 아이를 가졌는데 감당하기 어려우니 해결책으로 어디 고아원 같은 곳에 맡겨버리겠다는 논리와 흡사하다. 그러면서 외국 사례를 들먹거린다. 외국에서도 이미 없어져버린 요금제라며.

그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인터넷 종량제이다. 현재 스마트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건은 마치 과거 인터넷 종량제이야기의 오마주처럼 보인다. 물론 실행되지 않은채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을 이야기지만 언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지 모른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마음먹는다면 언제든 가능한 이야기다. 칼자루는 통신사들이 쥐고 있으므로,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수한' 브레인들만 뽑는다는 대기업에서, 고작 생각한게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니, 개인적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KT는 그래도 할말이 있어보인다. 경쟁이 밀리지 않기 위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폐지되면 대신에 와이파이가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발표하는 곳은 바로 SK 텔레콤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현재 언론에 보도되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이야기는 고객 길들이기용 떡밥일 가능성이 크다. 헤비유저들을 제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 때 '무료통화' 어플들을 차단시키기도 했던 통신사들 아닌가? 분명 데이터가 폭증하는 곳을 찾아 차단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고 만약에 없다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브레인들'의 역할 아닌가?
SK는 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이슈로 인해 큰 이미지 광고 효과를 얻었다. '우리는 그럴 일이 없다' 는 식의 언론보도를 통해 KT에게 빼앗겼던 '스마트폰 선구자' 타이틀을 빼앗으려 한다. 반면에 KT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현재로서는 오로지 하나. 와이파이 밖에 없다. 사실 스마트폰 유저들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유저들도, 카페에서 와이파이 잡는 법 정도는 모두 알고 있다.

통신사들의 '안되면 없애버리겠다' 식의 문제해결방식은 마치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 같다. 해결책을 다각도로 연구해볼 생각은 안하고 일단 '폐지'부터 생각하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광고/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물론 고객들이다. '폐지'라는 것은 해도해도 안될 때 극단적으로 꺼내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여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폐지'라는 단어는 너무도 흔하게 사용되서 '없애버리는' 행위 자체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으면 사용하기 힘든 컨텐츠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컨텐츠들은 통신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무료통화 어플들이 그렇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으로 요금을 정말 많이 잡수시지 않았던가? 이제는 좀 베풀어야 할 때가 왔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그들도 베푸는 마음을 좀 배워야 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통신사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로 고객들을 약올리는 것은 이제 멈추고, 정말로 '해결책 다운 해결책' 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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