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모바일 기기들의 세상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전에 30만원 가까이 주고 아이리버 사의 딕플 D-26을 구입했다. 노트북을 축소시켜놓은 것 같은 그 전자사전 안에는 무려 40여가지가 넘는 전자사전들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MP3 플레이어 기능까지. 이런 모든 기능을 다 합쳐놓고도 가격은 고작 27만원 정도. 각각의 사전 가격은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휴대성에서는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 아이리버 딕플 D-26 관련 사용기는 후일 심심하면 작성토록 할 것이다.

어쨌든 이런 모바일 기기들의 난립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는 모바일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 가정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탑의 존재가 희미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우두커니 버스 창가를 쳐다보며 오늘 하루 내가 무슨 삽질을 해야하며 오늘 하루 내가 무슨 삽질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눈은 모두 가방위의 휴대폰으로, PMP로, 게임기로, UMPC로 향해있다. 버스 안에서 틀어주는 라디오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리는 DMB 방송 소리에 비하면 이어폰으로 들리는 최고 볼륨의 음악소리는 애교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모두 모바일 기기에 열광하고 있다. 월화 드라마를 보기위해 칼같이 집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은 보기 드물다. DMB의 생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은 누구였더라?

어쨌든 나 역시 전자사전을 하나 구입하고 나니 휴대용 기기에 관심이 생겼다. 평소 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나 간혹 먼거리를 오고 갈 때 단지 MP3에서 나오는 음악만으로는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없었다. 가만히 버스 창문을 보고 있으려 해도 비가 오는 날은 그나마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점철된 나날들. 정말로 뭔가 기분전환이 될만한 뭔가를 지르고 싶었다.

처음에 나는 PMP를 생각했다. 그러나 PMP를 선뜻 지르기 힘들었던 구체적인 이유는 바로 가격이었다. 최근 PMP는 가격이 3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하지만 역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PMP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단지 짬짬히 동영상을 보기 위한 이유만으로 30만원을 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동영상 강의, 전자사전, mp3 같은 기능들이 섞여 있음에도 이러한 부가 기능들은 동영상에 '특화' 된 PMP에는 괜히 가격만 덧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요즘에 소지하고 다니기 부담스럽지 않은 조그마한 MP3 플레이어가 얼마나 하던가?

그래서 처음에 내가 생각한 것은 닌텐도 DSL이었다. 이 제품은 14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어 현재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없어서 못살 정도로 인기였다는 이 닌텐도 DSL은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장동건과 이나영을 모델로 찍은 F는 매우 전략적이었으며 성공적이었다. 게다가 닥터라는 이름의 주변기기를 통하여 여러 에뮬레이션 게임들과 복사게임들을 구동시킬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듀얼 스크린에 터치스크린, 타 플레이어 와의 대전 등등이 매력적인 기능이었다. 또한 '온 가족이 즐기는' 이라는 컨셉은 한국 정서에 비교적 잘 먹혔으며 두뇌트레이닝이나 영어삼매경 같은 타이틀은 교육열에 불타오르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을 꼬시기엔 충분한 타이틀이었다.

닌텐도 NDSL은 분명 게임을 즐겨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일단 나는 동영상이 보고 싶었고 NDSL 또한 동영상 재생 기능이 있었으나 그 화질은 실로 조악하다는 말에 나는 일찌감치 NDSL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여자친구가 PSP를 제의하기 전에는 그저 2기가 메모리가 내장된 동영상 기능이 포함된 MP3 플레이어를 하나 더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친이 PSP를 구입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나는 여자친구와 테크노마트를 들렀다.

PSP는 베이스팩으로 구입했다.(주:테크노마트에 PSP 베이스팩은 씨가 말라있었다.) 나는 PSP를 구입하기 위해서 여자친구와 함께 테크노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절대로 게임관련은 테크노마트에서 구입하면 안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바가지와 수고를 곁들여 PSP와 2기가 샌디스크, 아머케이스와 중고 몬스터 헌터1 을 구입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PSP를 사용하면서 느낀 몇 가지.

PSP가 하드웨어적으로 매우 훌륭한 기기다. 그 중 가장 놀라운 것은 PSP의 인터넷 기능이다. PSP로 인터넷을 해봐야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고 실제로도 불편하긴 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이트들은 대부분 PDA나 PSP에 최적화된 페이지를 가지고 있다.(주:예를 들면 psp.daum.net, pda.naver.com 이런식이다.) 그러니 무선 인터넷만 지원이 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메일을 볼 수 있고 블로그에 글도 쓸 수 있다. 단지 글을 쓰는데 있어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불편함은 감수해야하나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괜찮은 속도로 글을 쓸 수 있었다. 휴대폰 보다 아주 약간 불편한 정도랄까.

PSP의 동영상 기능은 매우 만족스럽다. 게다가 정식펌웨어 3.30 부터 소니는 PSP에게 고해상도를 지원할 수 있게끔 해 놓았으므로 굳이 커펌(주:커스텀 펌웨어라고 한다. 일종의 개조 펌웨어. 정식펌웨어 3.30 이전에는 고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소니에서 막아놓았기 때문에 이 커스텀 펌웨어를 이용하여 고해상도로 영화를 감상했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PSP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어쩌면 유일한 단점인데 바로 액정문제이다. 동영상을 보면 잔상이 좀 남는데 이는 액정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영화보는데 지장이 없다. 화질을 신경쓸거면 노트북이나 컴퓨터로 마음편하게 보는 것이 낫다.

PSP와 PMP를 비교해보았다. 당연히 PMP가 동영상 보기에는 좋다. 그러나 화면 크기가 PMP와 같아서 잔상 문제와 동영상 변환 문제를 제외하고는 PMP의 장점을 찾기 힘들었다.

PSP를 변환시키는데는 곰인코더가 비교적 편하다. 내 노트북인 소니 VAIO N15L(Cel 1.7, 2G Ram)로 영화 한장을 초 고화질로 인코딩하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그러니 인코딩을 걸어놓고 다른 작업을 하거나 잠이 들어버리면 된다. 나같은 경우 사무실에서 일할때 생각없이 인코딩을 걸어놓고 생각나면 PSP에 담아놓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PSP가 나에게 의미하는 것.

처음에 전자사전인 D26을 구입했을때 아쉬웠던 부분은 D26과 동일한 스팩에 동영상 기능이 추가된 에이트리의 유딕이 나왔다는 것이다. D26에 동영상 기능까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은근히 있었던 나는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PSP로 인해서 이런 아쉬움은 사라졌다. 물론 두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압박은 있지만 PSP로 게임도 즐길 수 있으며 동영상, 무선인터넷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무시 할 수 없는 메리트다.

PSP와 닌텐도DSL

PSP는 나온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게다가 현재 소니는 PS3 로 인해서 어수선한 상황에 있고 닌텐도의 파상공세에 정신을 못차리는 중이다.
아쉬운 점은 PSP가 에뮬레이션 게임을 구동할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에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 불법이기는 하다. (아닐지도 모른다.) PSP가 1.5 버전이었을 때는 에뮬레이션 게임이 돌아갔다. 그러나 상위버전부터는 이것이 불가능해졌는데 이정도는 소니가 눈감아주었다면 지금쯤 PSP의 판매량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아마 고해상도를 지원한 것을 보면 에뮬 정도는 언젠가는 은근슬쩍 풀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NDSL은 아기자기한 게임과 다양한 타이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거품이 보인다. 예컨대 예전부터 게임을 즐겨했던 마니아들에게 NDSL은 사실 가뭄의 비와도 같다. 5~6만원 가량 하는 '닥터' 라는 기기를 구입하면 아주 많은 종류의 게임들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닥터와 메모리를 따로 구입하면 가격이 사실 만만치 않게 올라간다.
이런 게임매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적인 사람들은 보통 NDSL하나, 영어삼매경, 두뇌트레이닝, 마리오 시리즈 같은 잘 알려진 타이틀만 구입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소프트웨어는 많이 생기나 그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판매될지는 미지수가 될 것이다. 게임을 아주 즐겨하는 사람들이 아닌 그저 타이틀과 장동건, 이나영만 보고 NDSL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그 이후에 나오는 타이틀을 굳이 돈 주고 구입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PSP나 NDSL이나 수요는 같다. 게임기 업체들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로 먹고 산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것도 힘들어 보인다. 국내 같은 경우 PSP의 문제점은 정품 타이틀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한글화가 부족하고 신작 소프트웨어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먹힐 만한 킬러타이틀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점이다.

NDSL같은 경우 문제점이란 역시 두뇌트레이닝이나 닌텐독스, 영어삼매경, 마리오 같은 킬러타이틀의 약발이 떨어지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어쩌면 PSP와 같은 전철을 되밟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PSP 구입기를 가볍게 적어보려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두서도 없이 글이 길어졌다. 몇 줄로 요약해보자면.

1. PSP는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놀기 매우 좋다.
2. 무선 인터넷 기능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내가 가진 전자사전인 D26 + PSP 조합이 매우 훌륭하게 느껴진다.
3. 동영상 플레이어로도 손색이 없다. 단, 화면의 잔상 문제는 하드웨어 특성상 어쩔 수 없다.
4. 메모리는 비교적 2기가 이상으로 권한다. 왜냐하면 고화질 동영상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니 동영상의 사이즈가 무척 늘어났기 때문이다.
5. 나는 소니가 에뮬레이션 게임을 돌릴 수 있는 펌웨어를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흠...요즘들어서 많이 질렀는데...이젠 더 지를 것이 없겠지?
있다면....파산 ㄳ

  1. Favicon of http://www.sueslove.net BlogIcon sue 2007.05.17 22:44 신고

    즐거운 사용후기, 잘 읽고갑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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