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사진을 찍는 일이다.
이래서는 어디 제대로 된 블로거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어쨌든 인터넷만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인데, 굳이 찍을 필요가 있겠느냐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블로그니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겠다는 생각에 아이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어보았다.

 

iPhone 4


사진이 좀 개떡같이 나왔는데 이해하시라. 이 모든 것들이 귀차니즘 때문이니.

일전에 포스팅은 하지 않았지만, Ultimate Ear의 UE600을 구입했다. UE700을 팔고 한동안 애플 번들 이어폰만 썼는데, 그도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외부에서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전부 새어나가서 민폐를 끼치게 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예전 얼티밋 이어의 좋은 기억으로 인해 이번에는 UE600을 구입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U600은 UE700보다 한 단계 '레벨이 낮은' 이어폰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가 더 있다. UE700이 좀 곱상한 소리를 들려준다면 UE600은 좀 더 원시적인 사운드를 내 준다고나 할까. 뭔가 마초적인, 나쁜남자 같은 분위기다.

아무튼, 그래봐야 이어폰일 뿐. 근래들어 클래식과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뭔가 좀 더 고상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2만원짜리 로지텍 PC형 스피커를 유니버셜 독에 연결해서 들어보았더니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고상하지'는 못했다. 그냥 어디 카페 같은데서 흘러나오는 배경음 정도랄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뭔가 몰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슈처의 SRH440을 구입하게 된 배경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위에 언급했던 것 처럼 '고상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러니 '고상하고 우아한' 소리가 나는 리시버가 필요했고, 그럴려면 우선 헤드폰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검색을 해 본 결과 슈어의 SRH440이 '가성비'로는 저리가라 할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내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내 귀로 직접 듣지 않으면, 도통 사람들의 사용기 같은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내게는 소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공간감'이니, '저음'이니, '타격음'이니, '해상력'이니 이런 건 모른다. 알아봐야 골치만 아프니, 알고 싶지도 않다. 내게 있어서 '좋은 소리' 란 '내 귀에 좋은 소리' 인 것이다. 요즘엔 음질 측정 사이트도 있어서 그래프까지 나타내가며 음질을 설명해주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냥 '내 귀에 좋은 소리' 만 나면 된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더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있는 소리 그대로'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용어로 '플랫' 한 소리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음이 꽝꽝 울려대는', 소리를 좋아하지만, 내 경우에는 그런 소리를 싫어한다. '음장'도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꽝꽝 울려대는 저음' 과 '음장'은 일종의 '미원' 같다고 본다. 미원을 잔뜩 넣은 음식은 처음에는 맛이 좋다. 그러나 그 뒤에 '미원'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그 본래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미원'으로 인한 과장된 맛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꽝꽝 울려대는 저음' 이나 '음장'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애플의 기기들이 만족스럽다. 이것도 전자기기이기 때문에 '완벽한 생음'을 들려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애플 제품들의 디바이스는 내가 원하는 '플랫'한 음을 들려준다.

리시버도 그렇다. 어떤 리시버는 저음이 튜닝 되어있고, 어떤 리시버는 고음이 더 튜닝이 되어 있고, 이런 식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리시버도 비교적 플랫한 것을 좋아한다. 특히 '저음을 꽝꽝' 울려주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질색을 하는 편이다.

이러한 조건을 '대략' 만족시켰던 이어폰은 역시 UE600이었다. '보컬 백킹' 이라는 현상도 UE700보다 덜했다. 그렇다면 헤드폰은 어떤가.
헤드폰의 경우,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강조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편견이었다. 물론 이러한 편견은 이번에 소개하게 될 SRH440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헤드폰이란 곧 '웅장함'을 이야기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필자는 SRH440의 윗버전인 SRH840을 한 번 청음해 본 뒤로는 아예 염두해두지 않았다. SRH840은 그러니까 SRH440의 플랫함에 '베이스를 더한' 제품이다. 그런데, 내 귀가 병신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SRH840에서 들리는 베이스는 어딘가 어색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베이스라기보다는 너무도 확연히 "이건 베이스가 울리는 거야" 라고 알려주는 식으로 들렸다.
보스의 신형 OE2는 베이스가 너무 울려서 제외시켰다. 그렇다면, SRH440은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가? SRH840이나, 보스 OE2가 내 영혼을 짓밟는 듯한 사운드를 내주었다면, SRH440은 내 영혼을 정교하게 도려낸 듯한 음을 들려주었다.

1. 클래식

청음은 아이패드로 하였다. 어디서 주워 듣기로는 아이패드가 아이폰4보다 음질이 아주 미세하게 더 좋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어플중에는 "프리미엄 클래식"이라는 어플이 있어서, 이 어플은 와이파이 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애플 로스리스(Apple Lossless) 형식의 무손실 음원으로 다운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플레이는 어플 내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니 애플 로스리스 무손실 음원으로 클래식을 들어보았다.

먼저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들어보았다. 프리츠 라이너 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의 장대한 사운드트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웅장한 서사시는 사실, SRH440에서는 압도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통쾌한' 음을 들려준다. 소리 자체에 밀도가 있고, 그래서인지 어떤 감동같은 것이 밀려온다. 고작 12만 4천원짜리 헤드폰에서 '압도적'인 사운드 자체를 기대할수는 없지만, 사실 이 정도의 느낌을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UE600같은 이어폰과는 스케일부터가 틀린 것이다.

다음으로 들어본 곡은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하의 Sinfonia No. 9 in F minor BWV 795. 이 정적인 피아노 독주곡은 바로 옆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먼지 한톨 없는 청명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맑은 음질은 아마도 SRH440의 특징인 플랫함에서 오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곡의 명확함을 그대로 전달해주는데, 이 곡은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옆에서 설명해주는 것과 같은, 정교함이다.

다음은 클래식은 아니지만,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주제음악인 'A Love Idea' 라는 곡을 들어보았다. 무손실 음원은 아닌, 내 기억에 아마도 320k 음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크 노플러가 작곡을 하고, 데이비드 놀란의 바이올린이 일품인 아름다운 곡이다. 본인이 개인적으로 근래들어 심취해 있는 음악인데, 특히 가장 좋아하는 소절, 즉 54초부터 1분까지의 부분에서 들려주는 감동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2. 락/메탈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Telegraph Road를 들어보았다. 9분 32초 이후에 나오는 기타 솔로를 중점적으로 들어보았다. 마크 노플러의 기타 연주는 피크를 이용한 것이 아닌, '핑거 주법'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그의 기타 연주는 솔로 연주마저 리드미컬 하다. 이러한 '핑거 피킹'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피킹과 핑거링의 절묘한 조화를 한껏 살린 이 곡은, SRH440 특유의 플랫함과 클린함으로 인해 한결 더 경쾌하게 들린다.

다음은 Fall Out Boy의 Beat. 이 곡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보컬이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보컬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대로 청음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확트인 기분이 든다. 기타 솔로에서는 기타의 '벤딩(초킹)'의 강도 정도까지 '모니터링' 될 정도다. 결정적으로 본인이 청음샵에서 청음했던 곡이 이 곡인데, 강렬한 락에도 발군의 '해상력(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을 보여준다.

다음은 New Trolls의 The Knowledge 를 들어보았다. 아시다시피, 이 그룹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클래식컬한 맛과 락의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주목할 점은 비토리오 데 스칼지의 플룻 연주인데, 다른 악기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어서 나오는 Dance With The Rain 의 인트로 부분에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 음은 또렷하게 들린다. 비토리오 데 스칼지의 보컬 또한 이어폰에서 들을 수 없는 '풍성한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SRH440의 특징이라면 역시 보컬에 있다. 보컬 묘사가 섬세해서 듣는 맛이 남다르다.

3. 가요

롤러코스터의 '라디오를 크게 켜고' 는 이 SRH440 헤드폰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연주와 절묘하게 조화가 되어 어색함이 없다. 중간에 들려오는 기타 스트로크 연주부문에서는 다소 맥이 없이 들리지만, 곡의 특성상, 이 정도는 무난하다고 보여진다.

이문세의 '밤이 머무는 곳에'는 마치 어린시절 들었던 느낌을 그대로 되살려주는데, 보컬의 감정을 잘 살려주고는 있지만, 이 곡에 있어서는 별다른 특징도 찾아 낼 수 없는 '그저 무난한 정도' 로 해석할 수 있다.

4. 랩

본인은 사실 랩이나 힙합을 잘 듣지 않는데, 유일하게 듣는 음악이 바로 타이니 템파의 'Written In The Stars' 이다. 이걸 햅이나 힙합이라고 말한다면, 진정한 매니아들이 비웃을 수 있으나, 그저 글쓴이의 취향정도라고, 애교로 넘어가주면 감사하겠다.
이 곡은 최초의 에릭 터너의 보컬로 시작되는, '락'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역시 SRH440의 특성상 '신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비교하자면, 그냥 타이니 템파가 '클래식 풍으로' 힙합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 타이니 템파 와 무슨무슨 오케스트라가 협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특유의 신나는 느낌은 거의 '상실' 된 수준이고, 그냥 명료한 '랩'을 듣는 기분이다.
만약에 '힙합'을 줄 듣는 분들이라면, SRH440은 꼭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취향의 문제라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 Written in the stars가 '신나는' 곡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랩, 혹은 힙합 장르를 들으면 다를 수 있겠으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신나게 몸을 흔들고 즐기는 것이 아닌, 그냥 팔짱끼고 앉아 '감상'하는 수준에 멈추는 심심함이 엄습해 올 것이다. 

본인이 많은 곡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재즈'도 감상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은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찬사 일색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단점은 존재한다.
만일 '신나는' 음악을 감상하기를 원한다면 SRH440은 적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몸을 흔들정도의 '즐길 수 있는' 음악에서는 SRH440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예컨대 메탈리카의 공연을 보러가서 그냥 가만히 다리꼬고 앉아 '감상'하는 수준에서 멈출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메탈리카의 공연에서는 몸을 흔들어야 하는데, SRH440은 몸을 '흔들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다만 '차분히' 감상을 요하는 곡에서라면 역시 이 헤드폰은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악기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경우, 특히 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착용감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 본인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오래 쓰고 있으면 머리가 좀 아파오는 느낌이다. 아마도 위에서 누르는 현상 때문인 것 같은데, 글을 쓰면서 들으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는 약간 무거운 것 빼고는 착용감은 양호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SRH440의 가격이 단지 13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가격대에서 이러한 감동을 주는 리시버는 개인적으로 드물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헤드폰을 그렇게 많이 사용해보지 않았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십 몇 년 만에 이런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감상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감동이 더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어폰(UE600밖에 없으니)으로 듣는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음악 그 자체만을 감상한다고 하면, 그리고 주머니가 가볍다면 대안은 SRH440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SRH840은 어떤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SRH840의 베이스는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너무도 명확하게 울려주기 때문이다. 본래부터 태생이 플랫한데, 거기에 베이스를 조금 더 집어 넣을 뿐인 느낌이다. 본인은 서두에서도 강조했듯이 플랫한 성향을 좋아한다. 소스가 웅장하면, 웅장하게 들릴 것이고, 소스가 가볍다면 가볍게 들릴 것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솔직한 소리'를 내 주는 것이 바로 SRH440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어폰을 DSLR카메라에 비유하자면 '크롭바디' 정도로 비교 할 수 있다. 그리고 헤드폰은 '풀프레임 바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본인의 편견에 의하면, 아무리 성능이 좋은 크롭바디라 할지라도, 풀프레임 바디의 깊이는 따라 갈 수 없다. 이어폰과 헤드폰도 마찬가지다. 이어폰의 음질이 아무리 좋은들, 헤드폰의 깊이를 따라 갈 수 없는 것이다. 이어폰을 시냇물로 본다면, 헤드폰은 강물 정도 되겠다. 스피커는? 바다?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장비보다는 음악 자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역시 헤드폰 밖에는 길이 없다. 본인의 아이패드는 이퀄라이저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만일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음향기기에 이퀄라이저 기능이 있다면, 원하는 소리를 모두 만들어 조합해낼 수 있는 헤드폰은 SRH440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보다 즐겁고, 풍성하게 음악을 감상 할 수 있겠다.

  1. Favicon of http://www.nemokan.net BlogIcon DGK 2011.12.22 12:49 신고

    저랑 같은 느낌으로 들으셨네요. 840은 베이스가 좀 더 업된거 같아서 440으로 골랐는데 음악 들을때마다 웃음밖에 안나와요. 너무 좋아가지고요. 320kb이상으로 들어줘야 듣는 느낌이죠. 최근에 아이유의 '너랑 나'랑 케샤의 'take it off' 들었는데 전율이...

  2. Favicon of http://everain86.blog.me/ BlogIcon 저녁비 2012.01.01 20:53 신고

    저음이나 공간감이 별로라고해서 440으로 정해 놓고 자꾸 840에 미련을 뒀었는데...
    후기보고 440으로 결정했습니다.

  3. hole 2012.01.03 21:45 신고

    님 블로그 처음왔는데 재미있네요..

  4. Favicon of http://gem87.tistory.com BlogIcon 몽상가 2012.01.15 21:53 신고

    헤드폰 찾다가 잘 보고 갑니다. 입문인데 뭐가 적당할지 찾고있어요ㅋ

  5. 타키제로 2012.01.18 12:01 신고

    고음 특화 헤드폰 찾다가 들렀습니다.
    입문인데 도움됬네요.

  6. 2012.01.23 15:56

    비밀댓글입니다

  7. 아인헨더 2013.09.09 18:59 신고

    이런저런 헤드폰으로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을 440으로 시작해서 종착역도 440으로 돌아오더군요

  8. GARAGE Inc 2013.09.15 11:47 신고

    글 잼있게 잘봤습니다
    저도 840이랑 440 둘다 청음해봤더니 440에 더끌리더라구요
    매장에서 계속 듣고 있는데 진짜 좋아서 웃음만 나오더라두요
    님 포스팅보고 맘굳혀서 구매하러 갑니다 ^^

  9. 김지훈 2013.12.28 17:20 신고

    저도 ue600이랑 슈어끼고있는데.. 똑같은거 쓰시네요 근데 저는막귀수준이라 그냥일반이어폰 헤드폰보다 조금낫다고느끼는정도.. 이렇게 상세하게는 느낄수가없네요..ㅠ

* 주의 : 이 사용기는 상당히 길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장문의 글을 읽고 싶지 않으시다면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고, 그럼에도불구하고 한 번 읽어보실 분들은, 따뜻한 차나 커피를 한 잔 타오셔서 천천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라는 말을 꼭 써보고 싶었다. 사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이해보다는 껍질을 벗겨내는 것에 치중하려하기 때문이다.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그 분석결과를 또 분석하는 것이 현대인들이 하는 일들이다. 특히 문학과 영화, 그리고 음악판에서 그렇다. 어쨌든 분석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감상자'의 입장에서까지 분석하려 든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일이다. 그렇게 분석을 한들, 그 분석의 깊숙한 곳에 진실이 있는 것일까? 진실은 분석을 하게 되면 밝혀지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예컨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그 곡의 코드 진행과 노래 가사의 의미, 그리고 악기의 종류와 악기의 메이커와 특징, 녹음 상태등 외적인 부분들을 다 까발린다고 해서 그 음악이 가지는 '본질'까지는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첫문장에 음악을 예로 들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어폰을 구입하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다니면 느꼈던 점이 있다면, 사람들은 음악을 '수치'로 판단하거나 분석하여 듣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치찰음이 어떻고, 보컬 백킹이 어떻고, 해상력이 어떤지에 대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용어들로 인해 이제는 이어폰을 하나 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는 이러한 이어폰을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여 수치화 시켜놓고, 가장 듣기 좋은 수치의 이퀄라이징 샘플까지 보여주니 그야말로 음악 감상도 과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완벽한 그래프의 곡선으로 이퀄라이징 된 장비로 음악을 들으면 그 감동은 훨씬 좋아질까?  
듣고 있는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더 느껴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두에 위와 같은 문장을 썼다. 고백하건데, 나는 저 문장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어쨌든 나는 얼마전에 Ultimate Ears 사의 UE700이라는 이어폰을 구입했다. 홈쇼핑도 아니고 가격은 199,800원. 내게는 꿈도 못꿀 가격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20만원짜리 이어폰이 '중저가'로 치부되기도 하겠지만 나에게 20만원이란 두 달 생활비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갈 때마다 이 이어폰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크기, 두 개의 Balanced Amature Driver, 유명 뮤지션들이 쓴다는 광고들을 보며 도대체 이 작은 이어폰이 왜 이리도 비싼가 궁금했다. 그래도 관심이 있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 이어폰은 이제 단종이 되었단다. 쉽게 구하기 힘든 이어폰이었다. 평도 다양했다. 듣기 좋다는 평도 있었고, 애매하다는 평도 있었으며, 허접하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이렇게 평이 다양한 제품은 사실 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그리고 내 처지에 감히 손대기도 어려울 것 같은 이어폰이라 마음을 접고, UE Metro Fi 170과 애플 구형 인이어 이어폰을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사실 메트로파이 170은 처음 샀을 때부터 답답한 소리가 났다. 나는 본래 저음이 강조된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모든 악기들이 명료하게 들리는 그런 소리다. 그런데 메트로파이 170은 그렇지 못했다. 애플 인이어는 이제 슬슬 외관상 늙어가는 것이 역력해보였다. 찢어지고, 빠지고, 보기에도 애처로웠다.

그러다가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우울증과 조울증 사이에서 고생하며 불면의 밤을 시달리고 있었고, 뭔가 계기도 필요했으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와중에 우연히 약간의 쓸 수 있는 돈이 생겼다.

생활비를 해야 옳았지만, 왠일인지 나도 비싼 이어폰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이었기에, 그래, 이번 기회에 이어폰 하나 구입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두 개의 후보가 바로 Shure 사의 SE315와 UE700이다.

1. 청음

슈어의 SE315는 검색해보니 칭찬일색이었다. 드라이버 유닛은 하나였지만 일단 소리하나는 끝내준다는 말들이 많았다. 투명한 디자인은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아울러서 이어폰 선이 분리가 된다는 점이 신선했다. 단선이 되면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혜화동의 청음샵을 찾았다. UE700에 대한 마음도 있었기에 UE700도 청음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혜화동에는 UE700이 없었다. 
청음샵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슈어의 SE315를 청음해봤다. VANDEN PLAS라는 헤비메탈 그룹은 묵직한 기타 음과 날카로운 고음을 가진 보컬이 인상적인 밴드이므로 내 기준에 청음하기 딱 좋은 그룹이라 생각해서 아이폰4에 SE315를 연결해 들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SE315는 귀 뒤로 넘기지 않으면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무척 불편했다. 어쨌든 어찌어찌해서 음악을 들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럼소리가 '깡통 두들기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정직해도 너무 정직한 음이었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해상력'이 너무 좋아서일까. 악기들이 다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쉽게 예로 들자면 대학 그룹 동아리 방에서 합주하는 것을 듣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 귀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24만원에 가까운 이어폰이, 이렇게 들릴리가 없었다. 그러니 내 귀가 이상한 것이다. 내 귀가 이상하더라도, 좋다고 하니 사려면 살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내 귀에 맞지도 않는 이어폰을 24만원이나 주고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뽀대'는 둘째문제였다. 음악을 듣기가 외적으로, 내적으로 너무 불편했다.
청음샵 직원분이 마음에 안드세요? 라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내 귀가 이상하다고 하니 웃으며 UE의 UE600과 웨스턴의 W2를 들려준다. 웨스턴은 애초부터 고려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양했고, UE600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음을 해봤다.

너무도 편안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UE는 싱글 발란스드 아마츄어 드라이버를 사용한 제품으로써 UE700보다 한단계 아래 모델이었다. 딱 내가 원하는, 그런 소리가 났다. 청음샵 직원분에게 UE700은 없냐고 물어보자 없다고 그런다. 이미 단종됐어요. 교보에는 있던데요? 그러면 거긴 남은 재고 쓸어 온 겁니다.
나는 직원에게 죄송하다 말하고 청음샵을 나왔다. 교보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에 아직도 거기에는 몇 개인가 UE700이 있었다. 청음샵을 나오려 할 때 어떤 여자분이 슈어의 SE315를 청음하고 있었다. 그 분은 '안들리던 소리가 들리네요'라고 말한다. 안들리던 소리가 들리는건 중요하지 않았다. 안들리는 소리가 들려도 내가 듣기 불편하면 소용 없으니까.

2. 광화문 교보 핫트랙스

광화문 교보에 있는 핫트랙스에는 별 것들이 다 있다. 나는 만년필이나 펜들을 주로 교보에서 구입한다. 핫트랙 우수 고객이기 때문에 10%가 할인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기기'들은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메트로파이 170도 교보에서 구입했다. 교보 핫트랙스는 정가를 다 주고 구입해야한다. 그런데 깔끔하다. 문제가 있어서 영수증과 함께 들고가면 이렇다저렇다 말도 없이 교환해주거나 환불해준다. 물론 어디나 구입후 1주일 안에 가져가면 그렇게 해주지만 교보는 좀 더 편하게 마음먹고 갈 수 있다.
어쨌든 핫트랙스에도 청음시설이 있었다. UE700이 세 박스 있었고, UE700을 청음할 수 있었다.
나는 UE700을 들어보았다. 마룬5의 음악인 것 같았는데 소리가 좀 작게 들렸다. 원래 이렇게 작게 들리냐고 직원분에게 물어보자 셋팅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시냐고 물어본다.

저는 헤비메탈을 주로 듣습니다. 락이랑...
아. 그러면 UE700이 좋은 선택이십니다.
조금 전에 슈어 SE315를 보고 왔는데...
슈어 SE315는 헤비메탈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클래식 같은 음악에 어울리죠. 헤비메탈이면 UE700입니다.

직원분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내 마음에는 UE700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져 있었다. 이미 슈어의 이어폰에 놀라있었기 때문이었다. 핫트랙스 직원분은 UE700이 여기 있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싹 쓸어온겁니다.

나는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UE700을 구입했다.

3. UE700

이제부터 본격적인 감상평 되겠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길고 지루했다면, 독자분들에게 사과부터 하겠다. 그러나 내 블로그의 글들은 결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류의 글들은 아니다. 내 개인 공간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나는 내 블로그의 글들이 '정보만 주고받는' 스쳐지나가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해야할 이야기들은 다 해야 했다.

UE700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이어폰들을 비교해보겠다. 먼저 플레이어는 아이폰4로 했다. 곡은 애플의 Apple Loseless 파일로 뽑은 비틀즈의 Let It Be, 그리고 Mp3 파일은 192k로 인코딩된 White Snake의 Still Of The Night 과 128k 로 인코등된 Machiavel의 After The Crop, 320k로 인코딩 된 Jethro Tull의 Bouree로 테스트 했다.

테스트 장비

아이폰 4

테스트 곡

원음 : 비틀즈의 Let It Be(Apple Lossless파일)
128kbps : Machiavel 의 After The Crop
192kbps : White Snake 의 Still Of The Night
320kbps : Jethro Tull 의 Bouree

비교 이어폰

UE 700
UE 메트로 파이 170
애플 인이어 구형 이어폰
오디오 테크니카 CKX35

UE700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면 그와 비슷한 리시버들이 몇 개 있어야 하는데 나는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고급 리시버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비슷한 것은 같은 듀얼 유닛을 채용한 애플의 인이어 이어폰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집에서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제외한 모든 리시버들과 비교를 해 본다면, 가격대별로 비교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볼륨은 실내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약간 높은 정도로 해 두었다. 

먼저 아이폰4에 비틀즈의 Let It Be를 오디오 테크니카 커널 형 이어폰을 감상해보겠다. 이 오디오 테크니카 이어폰은 사서 듣자마자 집어 던진 이어폰이다. 음악을 오래 듣다보면 그 리시버의 스펙과는 별도로 이게 내게 '맞는 이어폰' 인지, 아닌지에 대한 느낌을 즉시 알 수 있다. 사실 오디오 테크니카는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인데, 가격대 성능비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즐긴다는 차원에서는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이어폰이라 예전에 쳐박아 두었다.
비틀즈의 렛잇비는 최초에 피아노 연주음이 나온다. 일단 초반에는 다소 답답한 음이 들린다. 선명하다기 보다는 약간 뭉쳐진 기분이 든다. 폴 메카트니의 보컬은 그저 평이하게 들린다. 하드한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드럼의 타격감을 논하긴 그렇지만 역시 드럼소리 또한 명료하지 못하고 뭉툭하게 들린다. 악기들이 서로 섞이게 되면 그 구분은 더욱 모호해진다. 기타의 솔로소리는 마치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처럼 웽웽거리는 느낌이다.

메트로파이 170은 음량이 오디오 테크니카보다는 더 작게 들린다. 그러나 피아노의 소리가 명료하고 오디오 테크니카 보다 선명하게 들린다. 드럼의 타격감은 좀 더 드럼처럼 들린다. 악기들이 섞여도 여전히 고유의 음은 유지를 하고 있으며 기타의 솔로가 보다 더 묵직하게 들린다.

애플의 인이어는 음량이 보다 크면서도 선명하다. 피아노의 소리는 보다 묵직하게 들린다. 위의 두 제품들의 피아노 소리가 비교적 가벼웠다면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 소리는 중후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기타 솔로부분에서 기타의 음이 메트로 파이보다는 딱히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에 약간의 끈적함이 느껴진다.

UE700은 악기와 보컬의 음량이 동일한 선상에서 들린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보컬 백킹'이라 칭하는 모양인데. 이전의 이어폰들에서는 보컬이 악기보다 앞에서 들리는 느낌이었다면 UE700에서는 보컬을 비롯한 모든 악기들이 같은 선상에서 들려오고 있는데, 아마도 보컬을 '악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튜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취향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보컬이 가는 부분에 악기가 따라가 같은 선에서 연주' 하는 부분이 딱히 싫지는 않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한다.
베이스의 음은 인이어가 인위적인 묵직함을 만들어내고, 메트로파이가 음을 뭉개는 식으로 베이스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UE700은 자연스러운 베이스, 즉 원래 그대로의 베이스 음을 들려준다고 볼 수 있다. 기타의 솔로 부분은 다소 묵직함이 느껴진다.

마키아벨의 After the Crop은 곡의 구성이 초반에는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가다가 후반에는 신나는 락으로 바뀌게 되며 중반에 신디사이저의 음이, 보컬은 초반에는 고음의 가는 음성이라면 후반에는 거칠고 허스키한 보컬로 바뀌는 구성이다.

오디오 테크니카는 여전히 악기들의 음이 인위적으로 들린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명이 다소 떨어진다. 악기들이 섞이면 여전히 악기들은 뭉쳐져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렉기타의 음은 마치 컴퓨터 미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놓은 것 처럼 들린다.

메트로파이는 당연히 오디오테크니카보다는 선명한 음을 들려주지만 반면에 너무 저음을 강조했는지 소리 자체가 두껍게 들린다. 베이스가 너무 울리는 경향이 있고, 음들은 다소 선명하지 못하다. 그러나 기타의 포지션이 제대로 잡혀 있고, 오디오 테크니카 보다 묵직함을 들려준다.

애플 인이어는 위의 두 제품보다 확실히 선명한 소리를 내 준다. 그러나 저음의 부재로, 상당히 플랫한 느낌으로 들리는데 이로 인해 소리가 더 깨끗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어쿠스틱 기타에서 장점을 보여준다. 악기들이 섞일 수록 인위적인 베이스 음이 다소 들리고 일렉기타의 배킹은 이러한 인위적인 저음에 묻히는 경향을 보여준다.

UE700은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주법에서 선명함을 들려준다. 그러나 인이어보다 더 저음이 강조되서인지(인이어가 저음이 거의 없고 기본적인 저음만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후반부 악기가 섞일 때는 보다 '둥둥'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저음에 일렉기타의 배킹 연주가 묻히지는 않는다. 악기들의 분리가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화이트 스네이크의 Still Of The Night을 들어보자. 이 강력한 하드락 음악은 묵직한 사운드를 테스트하는데 적합하다.

먼저 오디오 테크니카는 이러한 하드락 부분에서 평균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이 넓게 퍼지는 느낌은 처음부터 없었고, 단지, 아, 이 노래가 화이트 스네이크의 스틸 오브 더 나잇이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들려준다. 기타 연주와 데이비드 커버데일의 보컬은 비실비실하다. 드럼 소리 또한 힘이 없다.

반면에 메트로파이는 오디오 테크니카보다는 힘있고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저음이 너무 강조된 느낌이 드는 나머지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악기들은 그냥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들린다. 기타의 리프도 뮤트가 잘 안된 채 연주한 것 처럼 들린다. 아무튼 모든 사운드를 뭉뚱거려 저음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전체적인 소리도 시원하게 퍼지는 느낌이 아닌, 오디오 테크니카 처럼 몰려있는 느낌이다. 마치 출근길 지하철 안에 꽉 들어찬 사람들 처럼 답답함이 느껴진다.

애플 인이어는 여전히 저음이 부재되어 있다. 필요할 때 이정도의 저음만 있으면 되지 않아? 싶을 정도로 절제되고 인위적인 저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취향도 나쁘진 않지만 가뜩이나 플랫한 음질을 들려주는 애플의 제품에 이어폰까지 플랫해버리니 음악이 풍성한 느낌이 없다. 귀를 확 트여주는 폭넓은 사운드가 있지만 어쩐지 스튜디오에서 잘 녹음된 음악을 듣는 느낌으로 끝나버린다.

UE700은 역시 하드한 음악에 잘 어울렸다. 하드락의 미덕인 베이스가 적당히 때려주고 있다. 묵직한 일렉기타 음은 이러한 베이스덕에 더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흐트러짐은 없다. 악기들간의 포지션이 잘 잡혀 있어 악기들을 섬세하게 구분할 수 있다.

제스로 툴의 '부레'는 바하의 '부레'를 편곡한 곡으로 플룻과 베이스 기타의 연주가 일품이다.

오디오 테크니카에서 들리는 베이스 기타음은 베이스 기타라기 보다는 그냥 생톤의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느낌이다. 드럼소리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들리고, 플룻 소리는 명료하지 못하다. 저음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최소한 베이스기타는 베이스기타처럼 들려야하는데 그 조차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중반에 들리는 베이스기타 솔로와 초퍼는 너무 힘이 없어서 이게 베이스기타 소리인가 의심스러울 정도.

메트로파이는 오디오 테크니카보다는 좀 더 낫지만 여전히 베이스기타 소리는 베이스기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메트로파이의 저음은 그냥 악기들이 섞여있을 때 음을 뭉뚱거려 놓는 역할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중반에 들리는 베이스기타 연주는 역시 어딘가 무족하게 느껴진다. 그냥 깨작거리는 소리로만 들린다.

애플 인이어의 베이스 음과 플룻 음은 좀 더 훌륭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음이 약간 애플 인이어는 나중에 다른 악기들에 베이스기타가 묻혀 버리는 느낌이 든다. 악기들간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UE700의 베이스기타음은 손가락으로 슬라이드 하는 것까지 들릴 정도로 선명하고 베이스기타 다운 중후함이 느껴진다. 악기들이 서로 섞여도 베이스기타를 비롯한 악기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보컬의 역할을 하는 플룻이 상대적으로 좀 죽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까 언급했던 '보컬 백킹' 현상과 동일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메인이 되는 악기가 없이 모든 악기가 동등하게 연주되는 기분이다. 그러니 그만큼의 감동이 덜 한 것도 사실이다. 감동이 덜하다기보다는 어떤 분의 말씀처럼 심심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여기서 위에 언급하지 않은 음악 하나를 더 테스트 해보겠다. 바로 메가데스의 'Train of consequenses' 곡이다. 강력한 사운드를 구성하는 그룹이면서도 테크니컬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룹답게 노래가 아주 재미있다.
이 곡은 처음에 기차의 소리를 표현한 묵직한 기타연주로 시작한다.

오디오 테크니카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옛날에 이 이어폰을 왜 구입했는지 알 수 없다. 잭슨 기타의 날카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트래시 메탈 그룹 특유의 파워풀한 드럼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락음악으로 전락해버린다. 데이브 머스테인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는 이 이어폰에서 힘겹게 느껴진다.

메트로파이는 좀 더 낫다. 오디오 테크니카에서 들리지 않는 베이스기타 소리가 들린다.(오디오 테크니카에서는 그것이 베이스기타인지 아니면 그럼 소리의 한 부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귀를 감싸는 확실한 사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노래가 신나지도 않다.

애플의 인이어는 소리를 확실히 뿜어주기는 한다. 귀를 꿍꿍 울릴정도의 기타 리프가 절로 흥을 돋군다. 그런데 이 이어폰의 문제는 입체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모든 악기들이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음을 들려준다.

반면에 UE700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이곡의 중반에는 기타 솔로가 백킹 기타의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듯 들리는데 위의 세 개의 제품들이 그냥 평범한 솔로로 들렸다면 UE700은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기타 솔로 때문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러나 애플의 인이어보다는 저음이 더 강조되어 있어서 잭슨 기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사운드는 다소 감소되는 느낌이다. 잭슨기타의 느낌은 애플의 인이어가 더 잘 살려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잠시 4종류의 이어폰에 대한 간단한 정리를 해보겠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CKX35는 상당히 답답한 이어폰이다. 마치 좁은 교실에 혼자 갇혀있는 느낌을 준다. 아무리 음악을 마음으로 들어야 하지만 어쨌든 듣기에 나쁘면 그 제품은 쓰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은 일단 가격이 커버를 해주고 있다. 저렴하게 인이어를 쓰고 싶다면 고려해볼 만한 제품이다. 의외로 악기들의 분리도가 선명한 점도 있다. 가요나 재즈 같은 곡을 들을 땐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락음악을 듣는다면 이 이어폰은 분명 실격이다. 모던락 쪽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메트로파이 170 역시 갑갑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답답함을 교실로 표현하자면, 메트로파이는 끽해야 복도로 나온 정도의 상쾌함 밖에는 없다. 저음은 너무 뭉쳐져 있고, 아무때나 저음이 흘러나와서 가끔 듣다보면 기분이 불쾌할 때가 있다. 그러나 시끄러운 음악을 들을 땐 나름대로 값어치를 한다. 현재 이 제품은 팔지 않는 것 같은데 예전에 이 이어폰을 산 이유가 '모토로이가 너무 정직한 소리를 내서' 구입했다. 음을 뭉뚱그려 놓으니 노이즈도 잘 들리지 않았다. 모토로이처럼 베이스가 거의 없는 기기에서는 제 값을 발휘할 수 있는 이어폰이다.

애플의 인이어는 이어폰 자체가 플랫하다. 그래서 아이폰이나 아이팟 제품과 같이 들으면 생톤같은 느낌이 든다. 신나지 않고 고음으로 갈 수록 귀가 아프다. 애플의 인이어는 음장효과들이 있는 기기들에 물려쓰면 나름대로 균형잡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인이어에서 입체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체감은 내 자신의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하지만 왠지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UE700은 균형이 잡혀있다. 입체감도 있고, 베이스도 적당하다. 그러니까 '착한 아이' 인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 꿈꾸는 그런 아이같은 성격이다. 오디오 테크니카처럼 말을 안듣지도, 메트로파이처럼 우직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애플 인이어처럼 모나지도 않다. 그냥 아무 걱정없이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인데, 문제는 이게 좀 심심하다는 것이다. 가끔은 장난도 좀 쳐주고 그래야 하는데 UE700은 정직하다. 무거울땐 무거운 음을, 가벼울땐 가벼운 음을 내 준다. 커뮤니티 같은 곳을 보다보면 사람들이 UE700은 심심하다, 라고 표현하는데 그 기분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착한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장난끼를 발동시키는 것이 UE700이다.

4. ...그리고 음악

이렇게 심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UE700에 만족하는 이유는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냥 UE700을 귀에 꼽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플레이하면, 거기에 맞춰 소리를 내 준다. 클래식이 듣고 싶다면 클래식에 걸맞는 소리를, 우울해서 하드락이 듣고 싶으면 경쾌함을, 슬퍼서 슬픈 음악을 들으면 한없이 처량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UE700이다. 요즘 내 마음이 정체되어 있어 그런지 재미나고 길들이기 어려운 이어폰 보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소리를 찾게 되는데 아마도 그래서 그런지 UE700은 내 기분을 잘 맞춰주는 이어폰이다. UE700을 귀에 꼽고, 음악을 틀어놓고 있으면 어느샌가 그 음악소리에 동화되어 내가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잊게끔 만들어주는 편안함을 UE700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은 그것을 심심하다고 표현할 것이고, 어떤 분은 이러한 성향을 얌전하다 표현하겠지만 나는 '편안함'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간혹가다 느껴지는 '입체감'이 나를 놀라게 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지만 그 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곡을 반복하게 되면, 이쯤에서 놀라실겁니다, 라고 친절하게 예고해주는 이어폰이 UE700이다. 그러나 UE700은 그 생김새처럼 약간은 개구장이 기질이 보이는 것도 같다. 아직은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지만, 시간이 지나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면 UE700의 장난끼가 발동될 것만 같은 은근한 기대감이 있다. 음악에 몰입하고 싶을 땐 몰입하고, 어쩌다가 한 번 사람을 놀라게 만들기에, 나는 UE700이 그렇게 '심심한' 이어폰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그 장난끼가 생각지도 못할 때 발동이 되어 더 재미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잘 아는 이 이어폰은, 고맙게도 요즘에는 내 기분에 맞춰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랜시간, 나는 UE700과 함께 할 것 같다.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찾게 되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1. 2011.05.08 15:31

    비밀댓글입니다

  2. ㅎㅎ 2014.02.16 00:49 신고

    글 잘 봤습니다.
    ue700 사볼려고 하는데 도움 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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