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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이 떠오른다. 한 남자는 테이블에 앉아 냅킨 한 장에 펜으로 예언처럼 떠 오른 그 영감을 열심히 적는다. 미국 드라마 매드맨(Madmen)의 한 장면이다. 바(Bar)에 근사한 여인이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바텐더는 칵테일 한 잔과 메모지 한 장을 들고 여자의 테이블을 찾는다. "저쪽에 앉아 있는 남자분께서 사는 겁니다." 그날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 밤을 보내고, 남자가 눈을 떴을 때, 여자는 화장실 거울에 립스틱으로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놓고 떠난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어느 로맨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흔한 클리셰지만 우리는 이런 장면들에서 일종의 낭만을 경험한다. 메모지, 펜, 립스틱, 거울. 저물어가는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이 아니던가. 


  이제 우리는 영감이 떠 오르게 되면 더 이상 노트와 펜을 꺼내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메신저의 아이디를 교환한다. 모든 것들은 클라우드 안에, 0과 1이라는 숫자의 조합으로 저장된다. 그리고 이 디지털 메모들은 스마트폰으로, 컴퓨터로, 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나 보고 지울 수 있다. 늘 깔끔한 상태로 메모들을 분류 및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스마트한 사람'이라는, 작위(爵位)를 부여한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에 종이와 펜은 구닥다리로 전락해버렸다. 그럼에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계승한다며 스마트폰(혹은 태블릿)에 펜을 달고 노트의 기능을 추가했다. 그것은 마치 디지털 음원에 잡음을 집어 넣고 비닐 레코드의 감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그런 것들이 종이와 펜에 대한, 일종의 모욕이라 생각한다. 감성은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근래들어 고급 노트와, 고급 펜의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다시 비닐 레코드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도 늘었다. 당장에는 기쁜 소식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친 현대인들의 아날로그로의 귀환이라. 그럴 듯하다. 아니, 오히려 반가워해야 할 상황인가. 


  종이와 펜은, 세상 그 어떤 디지털 매체 보다도 더 오랜시간 살아남아왔다. 아무리 최신 기술의 저장장치라 하더라도, 평생을 쓸 수는 없다. 이론상 광디스크는 거의 반편생 쓸 수 있지만, 지금 CD나 DVD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것은 '파일(File)'화 되어있고, 필요가 없으면 언제나 지워버릴 수 있다. 그러나 종이나 펜은 사정이 다르다. 종이에 펜으로 쓴 메모들은 쉽게 없애버릴 수 없다. 종이에 펜으로 무엇인가를 적는 그 순간 글(text)은 생명력을 얻는다. 찢어버리거나, 지워버리려 해도 흔적은 남는다. 내 손의 감촉, 노트 뒷면에 희미하게 새겨진 자국들이 그렇다. 


  종이에 펜으로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일종의 예의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보다 더 오랜시간 살아 남은, 그리고 살아 남을 종(種)이 아니던가. 종이와 펜은, 디지털 라이프에서 지친 인간들의 도피처나 다름없다. 우리는 아날로그를 단순히 호기심, 혹은 유행의 한 부분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실상 아날로그 적 삶은 지금 이 시대에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당장이라도 우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마치 질식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특히 종이와 펜에는 우리가 얕봐서는 안될, 어떤 아우라 같은 것이 존재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 종이와 펜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감성을 지는 아날로그 필기구들에게서 깊은 존경심 같은 것을 갖게 된다. 그러니 잠깐 디지털 기기들을 손에서 놓고, 조금은 경건하고, 약간은 예의를 갖추며 종이와 펜을 맞이해보자. 그리고 무엇이든 좋으니 첫 문장을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여러분들은 그 문장을 컴퓨터의 파일 지우듯 지우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 Favicon of http://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6.04.24 21:53 신고

    저도 메모를 디지털로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래도 스케줄러는 아날로그식으로 씁니다. 감성적이라서가 아니라 그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더군요.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04.25 07:34 신고

      저도 급할 땐 디지털로 메모를 하지만, 결국에는 수첩에 전부 옮겨 적습니다. 펜을 꺼내서 바로 적는 것이 사실은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닙니다. 좋은 덧글 감사드려요 ^^

  2. Favicon of http://sequestered.tistory.com BlogIcon 이리오시 2016.04.24 23:05 신고

    추억일 뿐, 그 도구만의 감성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날로그 -> 감성으로 이어가는 종류의 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거죠. 생각해보세요. 종이와 펜 이전의 수단이 있었겠고, 그럼 그 이전에 더 어렵게 기록하고 혹은 외웠었던(예를 들자면) 그 방식이 아날로그이고 종이와 펜이 디지털이라고는 할 순 없는거잖나요. 일부는 공감하지만 처음에 썼다시피 그저 추억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04.25 07:33 신고

      감성이라는 표현은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실 펜이나 종이도 개발되어가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방법들이 동원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리오시님 말씀대로 '디지털'이라고 말하지는 않지요. '디지털'은 개념이 다릅니다. 그리고 디지털나름의 감성도 존재하고 있지요. 당장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영화 '접속'이나 '후 아 유' 같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어쨌든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3. Favicon of http://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4.25 00:23 신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로운 설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구분을 하게 되거든요. 각각의 영역별로 그러기에 종이와 펜도 적절하게 활용하고
    디지털 기기로도 활용하고 그 가운데서 계속적인 영감을 얻고 창의성을 기르면 되겠지요~^^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04.25 07:30 신고

      시대의 흐름을 거부할 수도 없으니 적절하게 조화를 하면 좋겠지요. 저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적절하게 구분하여 이용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다만, 간혹 종이와 펜을 이용할 때, 이들에게 대한 어떤 경외심 같은 것이 느껴져서요. ^^

  4. Favicon of http://booklikedream.tistory.com BlogIcon 다재다능르코 2016.04.25 23:43 신고

    전자책이 나와도 여전히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듯, 알파고가 나와도 여전히 '사람'이 더 가치를 갖듯 ㅎ 아무리 디지털기술이 발달해도 '아날로그'특유의 특성들은 따라오기 힘든것 같아요 ㅎ


오랜만에 서점을 가봤더니


'자기계발' 코너에 '스마트 워킹'과 관련된 책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모바일 시장이 발달하면서 함께 변화한 것이 '자기계발', '업무'와 관련된 분야이다. 이른바 '스마트 워킹'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들은 연말(혹은 연초가 되면) 그 해의 다이어리를 구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새해의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것이 일종의 연례행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가방에는 각자의 개성으로 잔뜩 꾸며진 다이어리와 펜이 들어있었다. 전부 과거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다이어리'를 이용하는 이들은 차츰 감소하기 시작했다. 뭔가 메모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수첩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메모를 다른 이들과 손쉽게 공유했다. 그 뿐인가, 업무, 일정등도 손쉽게 공유가 가능했고, 이런 일들은 스마트폰의 발전이 가져온 순기능들이었다.


편리함을 얻은 대신 개성이 사라진 시대


사실 갤럭시 노트가 성공한 이유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결합 때문이라 여겨진다. 뭔가를 필기하는 손맛을 느끼고 싶은데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버리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절충안이 노트 형태의 스마트폰인 것이다. 

갤럭시 노트의 성공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근래들어 우리는 무조건 적인 편리함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피로감의 이면에는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가독성, 그리고 분단위로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강박 같은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분명 스마트폰을 이용한 업무나 시간관리는 간편하고 효율적이며 편리하다. 예전 '자기계발', '시간관리', '업무'와 관련된 책들에서는 수첩과 펜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집, 회사, 외부 어디에서든 인터넷과 전원이 남아 있다면 편리하게 내 업무를 이어서 진행하거나 시간관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인터넷과 전원이 있는 곳에서까지 일을 연장해야 하고,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따라온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일정이 빼곡이 적혀 있는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도 수첩을 이용하면 그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쉴새 없이 울려대는 알람, 전원을 꺼버려도 언제 부재중 연락이 올지 모르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편리하게 시간을 관리하고 업무를 하고자 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마치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만 하는 로봇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수첩 어플리케이션이나 다이어리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기 어렵다는 단점들이 있다. 다이어리나 수첩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을 대변했다. 다른 사람들이 유니크하게 꾸며놓은 다이어리나 수첩들을 펼쳐볼 때면 자극을 받거나, 혹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곤 했지만, 스마트폰용 어플은 그런 소소한 재미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유지비용


스마트폰 어플의 장점은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나 수첩을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냥 처음 구입한 어플을 꾸준히 이어서 쓰면 되는 것이다. 펜의 잉크를 교환할 필요도, 속지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공간절약이라는 측면에서 이점도 있다. 지난 수첩이나 메모들을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여 보관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종이로 된 수첩이나 다이어리, 펜이 비효율적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취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위에 적어놓은 내용 전부가 취향의 문제이다. 기분에 따라 다양한 질감의 종이를 쓴 수첩이나 노트로 교환을 해보고, 다양한 필기감의 펜을 써보는 것은 자기관리나 업무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아날로그 적인 면이 업무나 자기계발 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듯, 꾸민다는 측면에서 시각적인 만족감(혹은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우리는 효율적으로 살고 있는가, 구속되어 살고 있는가


자기관리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중요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효율성'이라는 틀 안에 너무 구속시키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노트와 펜의 미덕은 자율성이다. 배터리의 잔량이나 무료 와이파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훨씬 더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잉크의 흐름, 펜의 필기감 같은 것들은 작은 화면의 키보드를 터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쾌적한 느낌을 제공한다. 아시다시피, 능률은 쾌적함에서 나온다. 물론 디지털의 편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히 절충한다면 훨씬 '즐거운' 자기관리(혹은 자기계발)과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절충방법은 후에 다시 포스팅해보기로 하겠다. 



일전에 나는 극심한 슬럼프 속에 빠져있었다.
사실 슬럼프라는 것이 그리 쉽게 오는 것도, 그리 쉽게 가는 것도 아닌 아주 애매모호한 마음의 질병중 한 형태이리라.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일이다. 특히 소설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장 저렴한 창조행위가 어찌보면 글쓰기일 것이다. 그렇기에 슬럼프는 더 쉽게 찾아온다. 그리고 몰아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간신히 슬럼프를 몰아낸 듯 하다. 뭔가 의욕에 가득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세 가지 요소. 즉, 종이와 펜과 책이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종이와 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1. 당신은 지금도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시나요?

장담컨대 노트북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90%는 '편의성' 때문에 구입할 것이다. 나머지 10%는 그냥 겉멋에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는 넷북이라는 아이템이 유행이며 더 나아가 '작고,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대세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포스팅을 본 분들은 '노트북' '넷북' 같은 검색어로 들어온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분들은 아마도 내일 당장, 아니면 조만간 노트북이나 넷북을 구입할 예정이 있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만일 조만간 '노트북'이나 '넷북'을 구입할 예정이 있는 분들은 이 포스팅을 참고 끝까지 읽어보시라. 혹시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니.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노트북(넷북)을 구입한다. 사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뭔가를 끄적거려보고 있자면 멋있어 보이기도 하다. 실제로 어떤 문예지에 등단한 신인작가는 "카페에 앉아 낡은 노트북을 두드리며..." 같은 말도 했다.
아참, 오해가 생겨나기 전에(의외로 인터넷 상에서는 수많은 오해들이 난무하는 법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정말로 노트북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분들은 이 글을 심각하게 읽지 않으셔도 되겠다.
내 글에서는 주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혹은 여행을 주로 다니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노트북이 굳이 필요치 않으나 왠지 내게는 노트북이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포스팅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종이'와 '펜' 임을 잊지 말자.

노트북의 장점은 휴대성과 이동성에 있다. 사실 나는 2000년 부터 노트북을 이용해왔다. LG-IBM의 씽크패드 TP240이라는 제품이었다.
나는 이 노트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해상도가 800*600 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 노트북은 아주 훌륭했다. 나는 이 노트북으로 정말 많은 글을 썼고 심지어는 책도 한 권 냈다. TP240의 장점이라면 정말로 편리한 휴대성에 있었다. 당시에는 거의 파격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었다. 소니 바이오 N15L을 구입했을 때, 나는 그 커다란 크기와 무게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결국은 컴팩의 12.1인치 짜리 노트북을 구입했다. 처음에 이 노트북은 씽크패드의 TP240 만큼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가벼웠다.

시간이 지나고 차츰 내 가방에는 짐이 많이 생겼다. 여기서 '짐' 이란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을 이야기한다. 어디 한적한 곳에서 글을 쓴답시고 노트북은 꼭 챙겼다. 혹시나 배터리가 떨어질까봐 대용량 배터리를 끼워넣었다. 혹시 몰라 어댑터도 챙긴다. DSLR이 생겨서 DSLR에 렌즈 한 두개는 넣어가지고 다녔다. 계획적으로 살겠다며 비싼돈 주고 오롬 다이어리도 장만했다. 게다가 책도 한 두 권은 넣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한적한 곳에 찾아가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책도 읽겠다는 내 마음은 오히려 무거운 가방 때문에 군대시절 행군을 연상케 했다. 버스에 앉아 가방을 다리 위에 얹어놓으면 무척 무거웠으며 가방 안에 노트북, 어댑터, 책, MP3, 카메라등이 뒤엉켜 있어 뭘 하나 찾기도 힘들었다.

최근들어 깨달은 거지만 나는 심각한 컴퓨터 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딜 가든 컴퓨터가 없으면 무척 불안했다. 컴퓨터를 가져가면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에 인터넷이 안될까봐 걱정했다. Sue와 함께 휴가를 떠나거나 여행을 갈 때, 나는 꼭 노트북을 챙겼다. 도대체 쉬러 가면서 노트북이 왜 필요한가?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어딘가로 떠날 때 노트북을 꼭 챙겨간다. 예컨대 나처럼 휴가 갈 때, 학교 갈 때, 한 적한 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 할 때. 우리의 가방에는 기본적으로 2Kg의 무게에 달하는 노트북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기본적으로 2kg을 짊어지고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넷북이다. 가볍고. 작고. 가방에 쏙 들어간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곧 깨달을 것이다. 넷북 조차도 조만간 번거로워지고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카페에 앉아 폼나게 넷북을 열었는데 배터리가 떨어져 버렸다면. 부팅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넷북은 그 효용가치가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과감하게 묻고 싶다.

그대. 노트북이 필요하신가요?

2. 나는 예술가?

밤에 잠을 자기 위해 누웠다.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머릿속에서 이 아이디어는 하나 둘 씩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정말로 간만에 생각난 아이디어. 이 아이디어를 어딘가로 옮겨놔야 내일이 되도 잊어버리지 않을텐데.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책상으로 가서 노트북 덮개를 열고, 전원버튼을 누른 후에 윈도우가 부팅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윈도우가 부팅되면 한글이나 메모장을 열어본다.
그리고 조금 전에 로또 복권처럼 스쳐지나간 아이디어를 적어보려고 하는데...
씨발. 그게 뭐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전에 침대에서 그랬던 것 처럼 아이디어가 정리되지 않는다. 뭘 생각했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자고나면 생각나겠지. 그러나 아침이 되어도 그 아이디어는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어제밤에 그런 아이디어가 놀러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여러분이 길을 가다가 근사한 문구가 생각이 났다. 약간 긴 문장이라 어딘가 적어두어야 할 것 같다.
일단 여러분들은 '휴대하기 편한 노트북이나 넷북'을 가지고 있으니 그걸 이용하려고 마음먹는다. 기왕 좋은 문장이 기억났으니 이걸로 글을 좀 써볼까 마음을 먹고 어딘가 근사한 카페 하나를 찾는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을 허비하고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시끄러운 소리들, 음악소리. 그래도 당신은 힘겹게 가방을 열어 노트북을 꺼낸다. 좁아터진 테이블에 노트북과 커피잔을 나란히 놓는다. 전원을 넣고 부팅을 시키고 한글을 실행시키고...
한 줄을 적고나니 더 이상 적을 것이 없다.
가만히 앉아 달랑 한 줄만 적힌 빈 워드프로세서 화면만 멍청히 본다. 그러다가 무선 인터넷을 열고, 인터넷 검색이나 하며 시간을 죽치다가 그냥 카페를 나서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눈치채셨으리라 믿는다. 위의 두 경우. 너무도 비효율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경우에서는 단지 노트 하나와 펜 하나만 있으면 모두 해결이 되는 문제들이다. 침대 머리맡에 작은 노트 한 권과 펜 한 자루만 놓여있었다면, 가방안에 작은 수첩하나와 펜 한 자루만 있었다면 위의 불필요한 모든 과정들을 생략하고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적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노트와 펜. 2kg? 2g도 될까 말까한 이 작은 소품들은 우리를 보다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 컴퓨터는 한 대로 족하다. 어딘가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여러분들은 아마 자신들의 가방을 최소한의 무게로 줄이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가벼운 카메라 한 대(작품사진이 아닌 다음에는 똑딱이 디카 하나면 충분하다.), 손바닥만한 수첩하나, 필기감 좋은 펜 한 자루에 괜찮은 책 한 권이면 여러분들은 가볍게 떠나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3. 펜과 종이의 미학

한동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이재영 교수의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을 읽어보면 노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사실, 자기계발에 있어 '메모의 습관'이란 매우 중요하며 이에 관련된 책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도무지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우리가 아날로그 적인 펜과 종이에 뭔가를 메모한다는 것이 영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저장 버튼을 누르고 난 후에야 안심을 하는 것이 요즘 우리의 모습이다.

미국 드라마 '매드 맨'의 첫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어느 식당에서 냅킨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광고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물론 배경이 1960년대니 랩탑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식당에 앉아 냅킨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스타벅스에서 맥북을 펼쳐놓고 뭔가를 타이핑 하는 모습보다 더 그럴듯해 보인다. 이 고풍스러운 장면을 보고 나면 여러분들도 아마 식당에 가서 가장 먼저 냅킨을 찾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메모의 습관을 붙이기 힘든 이유중에 하나는 마음에 드는 펜과 종이를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재영 교수는 위에 언급한 책에서 '스프링 노트'의 위대함을 강조한다. 싸구려 스프링 노트 한권이 여러가지 자료로 인하여 차츰 두꺼워지는 쾌감을 말하고자 하지만 처음 노트를 쓰는 사람들에게 스프링 노트란 그저 연습장의 이미지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메모와 친해지기 힘들다. 게다가 싸구려 노트에 잉크 찌꺼기가 삐져나오는 싸구려 펜으로 뭔가 끄적거리고 있어봐야 폼도 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는 '폼'도 중요한거 아니던가.

4. 좋은 노트

최근에는 소위 말하는 '명품 노트' 들이 유행이다. 그 대표적인 제품이 '몰스킨'이다. 이 단순하게 생긴 수첩은 가격이 무려 2만원 가까이 한다. 과거 헤밍웨이, 피카소, 고흐 등이 써서 유명해졌다는 이 몰스킨은 최초에는 프랑스에서 제작되었지만 곧 이탈리아로 넘어가고 현재는 중국에서 제작되고 있다. 그래서 몰스킨 노트를 구입하면 뒤에 이렇게 적혀 있다.

'Printed and bound in China - Designed and assembled in Italy'

쉽게 말하면 재료나 디자인은 이태리에서 하고 그걸 가지고 조립하는건 중국이라는 뜻일게다. 그러나 몰스킨 홈페이지(http://moleskine.co.kr/blog/quality)를 보면 최근에는 다양한 경로로 재료를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비록 중국에서 만들어졌지만 퀄리티는 아주 훌륭하다는 것이다. 간혹 어느 분 블로그를 보면 몰스킨의 만듦새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더 후져졌다고는 하지만 내가 구입한 몰스킨은 만듦새가 아주 훌륭했다. 어느 분은 바느질이 두 군데만 되어있다고 하지만 오늘 구입한 내 몰스킨은 여전히 세 군데 바느질이 되어있으며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종이 재질은 훌륭하고 맨 뒷 커버에 포켓은 생각보다 유용하다. 몰스킨의 특별한 점은 제일 첫장에 이 노트의 가치를 적는 란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분실했을 경우 찾아주면 이만큼을 사례하겠다는 걸 적는건데. 천만원을 적는 사람도 있고 그 보다 적게 적는 사람도 있다. 그 만큼, 이 노트는 자신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저장하는데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손바닥만한 몰스킨은 가벼워서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을 뿐더러 질이 좋은 종이는 항상 뭔가를 적고 싶게끔 만들어준다.
디자인은 단순하나 그것이 또한 질리지 않고 훌륭하다. 마치 과거 IBM의 씽크패드 시리즈를 보는 듯 하다.

프랑스의 로디아 또한 우리를 자극시키는 메이커이다. 디자이너 폴 스미스, 영화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애용한다는 이 로디아는 프랑스의 유명한 제지회사 '클레르퐁텐'과 합병했다. 클레르퐁텐에는 로디아 이외에 쿼바디스도 있다.
로디아의 오렌지색 수첩은 디자인부터가 독특하다. 이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 마치 '나는 독특한 예술가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벨륨'이라는 독특한 공법으로 만들어지는 종이는 그 감촉부터 다르다. 폴 스미스는 넘버 12 짜리 수첩을 보고 '가장 훌륭한' 수첩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미도리사의 노트들 또한 주목할 만 하다. 특히 '트래블러스 노트' 는 보는 이로 하여금 구입하고 싶게끔 만드는 디자인이다. 단순히 무두질한 태국산 가죽에 노트를 끼워넣는 방식인데 여러가지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 트래블러스 노트는 최근에 여권크기에 딱 맞는 포켓 사이즈도 선보였다. 물론 나는 둘 다 가지고 있다. 이 노트를 가지고 있으면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게끔 만든다. 게다가 일본 최고의 제지회사라는 미도리사의 종이 답게 종이의 질도 훌륭하다. 특히 MD노트는 하얀색 겉표지에 '이 노트를 다 쓰시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그 밖에 이탈리아의 '시아크'라는 수첩도 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사용했다는 이 시아크는 얼핏 보기에는 몰스킨과 비슷한 컨셉이긴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직접 만든 점이라는게 다르다.

몰스킨 같은 곳에서는 다이어리도 함께 나오지만 창의적인 사람들은 위의 노트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꾸며 다이어리를 만들어 사용한다. 프랭클린 플래너 류의 딱딱하고 지루한 다이어리가 아닌 창조적인 다이어리인 것이다.

5. 훌륭한 펜

최근에 모닝글로리에서 '마하 펜' 이라는 것을 선보였다. 고시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여 나도 구입해봤다. 단 돈 천원. 이마트에 가면 세 개들이 셋트를 24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나는 이 펜을 한 번 써보고는 한 번에 반해버렸다. 디자인이야 그냥 펜처럼 생겼다 쳐도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필기감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다.

펜은 종류가 너무도 많다. 사실, 어떤 명예의 상징으로서의 펜도 존재한다. 크로스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애용한다는 소위 오바마 펜을 내놓았다. 수성펜이며 가격은 20만원 전후이다. 몽블랑은 스타워커 시리즈로 꼰대들만 쓰는 만년필이라는 이미지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 프랑스의 워터맨과 독일의 펠리칸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만년필을 내놓는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파커 볼펜만이 명품인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단돈 몇 만원만 투자한다면. 정말로 훌륭한 펜들을 많이 구입할 수 있다. 펜의 종류는 너무도 많기 때문에 대충 '볼펜' '수성펜' '만년필' 등을 구분지어 이야기 해보겠다.

1) 볼펜
만약에 당신이 대외적으로 품격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갖고 싶다면 당연히 몽블랑과 워터맨이다. 파버카스텔도 괜찮다. 볼펜은 가장 빨리 사용할 수 있는 필기구이다. 일반적으로 펜을 '돌려서' 심이 나오면 사용하므로 캡을 열었다 닫는 수성펜이나 만년필보다 실용적이다. 게다가 번지지도 않아서 뒷면에 찍히는 일도 없다. 보다 저렴하고 실용적이면서도 디자인을 중요시 여긴다면 워터맨과 크로스 볼펜이 있다. 특히 크로스 볼펜심은 현재 중국 OEM이긴 하지만 그 잉크의 질이 무척 좋다는 평이다. 대충 5~7만원 선이면 품위있는 크로스 볼펜을 마련할 수 있다.
만약에 당신이 빠르게 뭔가를 써야하는 일을 가지고 있거나 많은 분량의 글을 써야 한다면 당연히 선택은 볼펜이다.
메이커는 어디나 괜찮지만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크로스나 약간 돈을 더 준다면 워터맨이 좋다.

2) 수성펜
수성펜은 일반적으로 뭔가를 필기하거나 할 때 사용하긴 힘들다. 심이 굵고 진하기 때문이다. 파버카스텔에는 파인리프 심이 별도로 판매하지만 그 조차도 그리 얇지는 않다. 차분하게 노트에 뭔가를 적어내려간다거나 어딘가 사인을 할 때 수성펜은 훌륭하다. 워터맨과 파버카스텔이 10만원대에서 괜찮다. 크로스의 수성펜은 내가 불량을 골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잉크가 약간 새는 경향이 있었으나 필기감은 훌륭하다. 특히 크로스 수성펜은 전용 볼펜심도 넣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오바마가 애용한다는 수성펜은 디자인도 훌륭하다.

3) 만년필
고시생들에게 한 때 독일의 펠리칸 제품이 인기였다. 저렴하고 필기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일단 병잉크 타잎이나 카트리지 타잎을 골라야 한다. 병잉크에 주입해서 사용하는 타잎은 번거롭긴 하지만 오랫동안 많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잉크의 흐름도 더 좋다는 말이 있다. 카트리지 방식은 편리하다. 6개들이 잉크 한 패키지를 구입해서 볼펜심처럼 갈아끼우는 방식이다.
만년필은 관리도 잘해야 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만큼 그 사용용도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사인할 일이 많거나 차분히 앉아 글을 쓰거나 특히 '일기'를 쓸 때 만년필은 훌륭하다. 필기감은 그 어떤 펜도 따라갈 수 없다.
되도록이면 금촉을 사는 것이 좋다. 금촉이 길들이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역시 워터맨 만년필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좋고 펠리칸도 괜찮다. 몽블랑의 만년필은 약간 흐릿하며 번져보이지만 그 자체가 운치가 있다. 펠리칸은 EF라는 얇은 펜촉도 제공하니 일반적으로 쓸 때는 펠리칸이나 워터맨 정도가 좋겠다.

6. 노트북 컴퓨터는 이제 잊어버리자.

만약에 당신이 적게는 60만원에서 비싸게는 200만원 가까이하는 노트북을 단지 밖에 나가서 글을 쓰고 싶다는 이유만을 구입하려 했는데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면 당신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90만원을 아끼게 된 것이다. 넷북을 구입하는 예산이 대략 70만원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넷북은 저렴한게 매리트인데 비싸기는 우라질나게 비싸다.) 넷북을 사는 대신에 십만원짜리 좋은 펜 한자루와 2만원짜리 좋은 노트 하나를 구입했다면 당신은 남은 돈으로 여행을 몇 군데를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최근에 컴퓨터를 멀리하자고 결심했다. 소설을 쓸 때는 컴퓨터를 이용하지만 무의미한 웹서핑이나 온라인 게임 같은 것은 자제하자는 것이다. 특히 무의미한 웹서핑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만약에 당신이 하루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웹서핑이나 무의미하게 컴퓨터를 이용하는데 소비한다면 지금이라도 컴퓨터를 닫아보라. 약간의 금단현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은 소설 책 한 권을 들고 침대에 누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옆에는 노트와 펜 한 자루를 놓고 책을 읽다보면 금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책을 읽다가 괜찮은 구절이 있으면 그 문장을 노트에 적어보자. 커피향과 함께, 펜이 종이에 사각대는 소리가 들려오며 마음이 상쾌해 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술값이나 기타 잡다한 지출에는 관대하지만 노트나 펜을 구입하는데는 인색하다. 그러나 단돈 2만원에 명품을 갖는 다는 것. 단돈 몇 만원에 훌륭한 펜을 갖는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단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 뿐만이 아니라 뭔가를 '창조하고 싶게끔 만들'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당신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그 노트북 얼마주고 샀어?"
"어. 백만원."
"'싸게'주고 샀네."

"그 노트 얼마야?"
"어. 이만원."
"조낸 비싸네?"

백만원은 싸고 이만원은 비싼 이 아이러니한 대화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오히려 백만원짜리 노트북이 훨씬 비싼 것이다. 노트북같은 기계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3년. 오래쓰면 5년 정도 쓴다. 이만원짜리 몰스킨 노트는 평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저장 매체가 수시로 변하는 컴퓨터와는 달리 노트는 한 번 적어두면 평생을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노트의 가치는 2만원을 넘어 20억도 더 나가는 평생의 한 권 뿐인 나만의 재산인 것이다. 
이재영 교수가 말하는 노트에 '스크랩'을 하는 것 또한 훌륭한 재미다. 신문에서 좋은 기사를 오려 붙여놓는다거나 컴퓨터에서 좋은 블로그를 만나면 인쇄해서 노트에 붙여놓으면 컴퓨터 없이도 언제든지 그 기사를 볼 수 있다. 차츰 두꺼워지는 나만의 노트를 본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만약 당신이 집에 컴퓨터가 있는데 단지 밖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비싼 랩탑을 구매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지름의 방향을 노트와 펜으로 바꿔 보라. 남은 돈은 당신의 여행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무생물 처럼 보이는 노트와 펜이 자신에게 익숙해진다면. 어느 덧 이 노트와 펜이 정말로 내겐 좋은 친구처럼 여겨지게 될 날이 올 것이다. 

7. 부록

Q) 학생이라 단돈 천원 밖에 없네요. 그래도 당신이 적어놓은 짓들을 할 수 있나요? 뭐 부터 사야하나요?
A) 만약에 당신이 가진 돈이 단 돈 천원이라면, 모닝글로리의 마하 펜을 구입하시길 강추한다. 일단 종이는 굴러다니는 아무 노트에서 부터 시작하시라.

Q) 소설가입니다. 소설가에게 어울리는 저렴한 노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가격대로는 로디아의 넘버12 가 2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 밖에 몰스킨의 까이에 노트가 있다. 세권에 7천 얼마인가 한다. 미도리의 MD노트 스몰사이즈는 9800원이다. 그 밖에 다양한 가격은 베스트 펜(www.bestpen.co.kr)이나 펜카페(www.pencafe.co.kr) 등을 이용해보자. 교보문고에서는 내가 위에서 언급한 모든 메이커의 매장이 핫트랙 안에 한 번에 입점해있다. 교보문고를 들러서 샘플을 찬찬히 둘러보자.

Q) 오프라인 매장에서 남자가 그런거 보고 있으면 쪽팔리지 않나요?
A) 오늘 가보니 오히려 남자들이 더 많더라.

- 종이와 펜에 관하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재영 교수의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다소 뜬금 없거나 문체가 산만하긴 하나 마치 학생하나를 앉혀놓고 이야기해주듯 적어놓은 문체가 괜찮다.

- 작가들의 창조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책
헤더 리치 & 로버트 그레이엄의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작가나 작가지망생, 예술가나 곧 예술가가 될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우리가 창작활동을 하며 느낀 모든 딜레마가 이 책 안에 나와있다. 특히 첫 장을 읽어보면 쓴 웃음이 나올 것이다. ㅅㅂ...저거 내 이야기잖아? 하면서.

-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가장 좋은 방법
스티븐 킹은 어떤 책을 읽게 되면 그 첫 문장을 노트에 적어 놓는다고 한다. 나도 시도하는 중이다. 의외로 책의 첫 문장은 중요하다. 아마 소설을 쓰는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 첫문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Sue가 생일 선물로 사준 미도리 MD노트에 첫문장들을 적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게 되면 마지막 문장을 적을 것이다.

그 밖에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 '남의 이야기를 엿들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기 가장 좋은 장소로 '카페'를 추천하는데 거기 앉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노트에 적어보면 아주 훌륭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당장 내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1. 학생 2009.08.19 03:53 신고

    안녕하세요 ^^ 글 잘 읽었습니다 . 작가분답게 정말 명쾌하게 ? (전 문장표현력이 좋지않습니다ㅜ) 말해주셔서 마음에 확 와닿습니다 . 저도 메모라는걸 상당히 좋아합니다 .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이어리와 펜을 사서 써볼까 생각 중이였는데 , 작가님의 말을 듣고 확신이 생겼네요 ^^ 그리고 평소 갖고싶던 노트북과 넷북 등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도 생각하게 되었구요.

    • Favicon of http://juliantime.net BlogIcon juliantime 2009.09.01 03:31 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2. 학생 2009.08.19 03:53 신고

    이런 글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 수고하셧습니다 ^^

  3. Favicon of http://maycine.tistory.com BlogIcon 거선생 2009.09.16 13:39 신고

    안녕하세요. 몰스킨노트를 사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가 이 포스트를 읽게되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노트와 펜을 이용해서 일정관리, 메모등을 하려고 하는 초보거든요^^ 글 잘 읽고 갑니다.

  4. 조은 2009.11.06 12:50 신고

    펜으로 글쓰는것과 컴퓨터로 글쓰는 것의 차이점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들어왔는데 너무 글이 재미있어요^^ 올해도 슬슬 마무리 되고 있어서 다이어리나 하나 사볼까했는데.ㅋㅋㅋㅋ 위에 소개된 노트에 메모를 끄적이는 2010도 멋있을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juliantime.net BlogIcon juliantime 2009.11.09 13:49 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어리 작은거 하나 있으면 좋지요.

  5. Favicon of http://blog.sang-ik.com BlogIcon Montiks 2009.12.12 18:47 신고

    만년필 이라는 필기구를 좋아하고, 종이라는 저장공간의 매력을 즐기고자 하는 이 입니다.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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