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스마트'한 시대가 열렸다. 심지어는 보험상품에도 '스마트'라는 단어가 붙는다. 이렇게 스마트한 시대가 열리게 된 일등공신은 당연히 스마트 폰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열광하고, 기존 피처폰은 공짜폰으로 전락해버렸다. 스마트 폰은, 그 긴 약정과 비싼값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거리나 버스, 지하철을 보면 대부분 스마트 폰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2월 초였다. 국내 첫 안드로이드 폰인 모토로라 XT720(모토로이)가 바로 내 첫 스마트 폰으로 선택한 것이다.
피처폰에 비할바 못되는 압도적인 무게와 크기, 태평양을 보는 듯한 넓은 화면. 요즘 말로 XT720은 '신세계'였다. 

그러나 '국내 첫' 안드로이드 폰은, 시간이 지날 수록 여러 문제들을 내뱉었다. 잦은 버그는 기본이었고, 기본적인 전화통화조차 힘든 적도 있었다. 모토로이를 들고 AS센터만 수십차례. 이제는 센터직원이 내 이름을 아예 외워버렸다. 그러면서 나는 몇 가지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지금부터 그 몇 가지들을 나열할 예정이다. 90만원이라는 수업료를 들여 배운 것들이니 아무래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 내가 스마트 폰을 사려는 때에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을 골라라

내가 모토로이를 사려고 했을 때, 다른 스마트 폰은 바로 아이폰 3GS였다. 내가 지금 후회하는 것은, 그 때 아이폰 3GS를 샀어야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애플빠는 아니지만 당시에는 아이폰 3GS가 한창 유행이었다. 어딜가도 아이폰의 악세사리들을 살 수 있었다. 모토로이는 반면에 스펙이 좋았다. 해상도도 훨씬 좋았다. 앱(어플리케이션)도 현재는 적지만 앞으로는 많이 나올거라 했다. 반면에 아이폰은 일단 배터리를 바꿀 수 없었고, 너무 많이 가지고 다녀 '흔해'보인다는 점이 있었다. AS도 한 몫했다. 모토로이는(안드로이드는) 당시에 장및빛 미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시든 장미에 불과하다. 
최고의 성능을 가진 신제품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지금 모토로이 액정 보호필름을 사려고 핸드폰 가게를 가면 오히려 나를 이상한 인간 취급한다. 그러나 아이폰은 다르다. 길거리 리어카에서도 아이폰 액세서리는 팔고 있다. 

그 시대에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을 샀을 때는, 일단 안정적이고 소비자층이 두꺼워 팁들이 많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가 공론화되게 되면 단체행동을 하기도 좋다. 의견 교환도 활발하고 지원되는 어플리케이션들도 많다.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새로운 스마트 폰 구입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지금 현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을 구입하기를 바란다. 액세서리 구입이 편리하고, 사용자가 많은 제품을 선택하면, 신제품을 쓴다는 신선함은 없겠지만 '오래도록'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그래도 '남들이 쓰는 건 싫다'고 한다면, OS와 핸드폰을 동시에 제조하는 제품을 구입하라

말하자면 블랙베리나 노키아의 심비안 OS를 이용한 스마트 폰 같은 것을 구입하라는 이야기다. 
안드로이드는 여러회사에서 제조를 해서 선택의 다양성이 있지만 그 덕에 업데이트가 불편하고 스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한다. 모토로이는 내장 램(RAM)이 고작 256메가였는데 최근에 나오는 제품들은 512메가가 넘는 제품들이 다양하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초기 구입자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이나 RIM의 블랙베리의 경우, 그 회사에서 출시하는 제품이란 결국 그 제품 하나 뿐이기 때문에 업데이트도 용이하고 한 번 구입하면 신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스펙으로 인해 소외된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다. 

3. 아이폰도 싫고 블랙베리도 싫다. 노키아는 더 싫다

그렇다면 레퍼런스 폰을 구입하자. 구글의 경우 '넥서스 원' 혹은 '넥서스 S'가 레퍼런스일테고 앞으로 나올 윈도우7 폰은 LG에서 레퍼런스 폰을 제작했다고 한다. 레퍼런스 폰이란 어떤 OS를 만들었을 때 그 OS를 처음 심고 나중에 타사에서 그 OS의 핸드폰을 만들 때 기준이 되는 제품을 이야기한다. 
레퍼런스 폰은 업데이트도 언제나 가장 빠르고 하드웨어 스펙도 좋다. 그러니 가급적 레퍼런스 폰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그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4. 스마트 폰이 정말 필요한가를 생각하자

나는 대부분의 일정들을 몰스킨 다이어리에 만년필로 기록한다. 종이의 신뢰감은 전자제품에 비할바 못된다. 책도 종이로 읽는다. 핸드폰으로 책을? 나는 그건 도저히 못하겠더라. 동영상도 큰 화면이 아니면 딱히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스마트 폰으로 뭘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일단 인터넷이나 이메일 확인정도. 위치를 찾고 MP3를 듣는 정도가 내가 모토로이로 하는 전부이다. 그러면 정말로 내게 스마트 폰이 필요한가 자문하게 된다. '스마트 폰을 스마트하지 못하게 써서 그런다. 사용자도 스마트 해져야 한다.'는 말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스마트 폰이란 사용자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왜 사용자까지 스마트 폰에 맞춰 스마트 해지려고 노력해야하는 걸까? 왜 스마트 폰을 더 스마트 하게 쓰려고 전화기 따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건가? 그건 노동이다. 굳이 할 필요도 없는 노동. 예를 들어 스마트 폰으로 책을 읽으려면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쓸만한 리더를 선택하는 것 부터가 고녁이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텍스트 파일이나 전자책 소스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 폰에 그 파일들을 넣어야 하고, 그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 후에야 조그만 화면으로 간신히 책을 보게 된다. 그게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묘미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내 기준에 스마트 폰은 사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된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편리해야 한다. 한 두 번의 조작으로 사용자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부'를 해야하는데,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것 또한 만만찮다. 
내가 생각하기에 남들이 스마트 폰을 쓰니 나도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스마트 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한 번쯤 내 용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 경우, 스마트 폰이 전혀 필요없는 건 아니나 그렇다고 많이 애용하지는 않는다. 내게는 블랙베리 정도가 꼭 알맞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 번 스마트 폰을 쓰게 되면 일반 피처폰을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5. 마치며

나는 핸드폰을 사면 오래쓴다. 보통 2~3년은 그냥 쓴다. 그렇기에 지금은 쓸만해진 모토로이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다. 문제는 모토로라다. 거의 쓸 수 없을 정도의 전화기를 90만원 넘게 팔아놓고 이제는 공짜폰으로 풀어버리던가 단종시켜버렸다. 그렇게 공짜폰으로 풀어버릴거면 삼성처럼 돈 몇 만원 더주고 상위 제품으로 교환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이라는, IT 업계에 특수한 열정이 있는 국민들이 모여있는 국가에서 모토로라는 이제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레이저로 쌓아놓은 탑을 한 번에 무너뜨린 것이 바로 모토로이다. 
얼마전 용산을 갔는데 모토로라의 신제품 디파이를 광고하더라. 나보고 물에 빠뜨려보라고도 해보고 모래로 액정을 긁어보이기도 한다. 디자인도 이쁘다. 근데 꼭 나를 약올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좀 뻔뻔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모토로이로 낭비했던 내 시간을 생각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지도 않은 채 내 앞에서 신제품 광고를 해대는 모토로라에 열도 받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2년간 90만원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내가 깨달은 것은, 앞으로 더이상 모토로라 제품을 구입할 일도 없으며, 다음에 스마트 폰을 사게 된다면 비록 좀 된 제품일지라도, 유저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리라는 것이다. 최고의 스펙, 신제품 이런 것들은 다 필요없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신제품을 제일 먼저 산다는 것은? 아마 내 인생에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1. Favicon of http://revias.tistory.com BlogIcon 레비아스 2010.12.10 16:41 신고

    글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주위에 다들 스마트 폰으로 바꿔가지만 4번 째 글처럼 생각안하고 그냥 무작정 산다는 것에 아쉬움 있네요.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0.12.10 21:11 신고

      그렇지요 ^^ 용도에 맞게 생각해보고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2. lodlin 2010.12.11 13:16 신고

    아주 공감가는 글입니다. 다음 구입때는 꼭 참고하겠습니다. ^^

  3. 김대성 2010.12.24 12:13 신고

    동감입니다. 노키아도 좋은 폰이지만 한국에서 사용하기엔 별로죠. 사용자 층도 얇고. 제 안드로이드폰도 2달 지나니 거의 피처폰 수준으로 돌아갔네요. 데이터 사용량도 월 200MB넘기기도 힘드네요. 첫 2달만 500MB. 이제는 100MB을 약간 넘기는 수준. 일정관리, 지도보기, 웹서핑, 사전 외에는 거의 사용 안합니다. 앱도 50여개 깔았다가 지금은 30개 정도 지웠죠. 남아있는 앱들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몇개 안되고. 스마트폰의 생명이 앱이다 하는 분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폰을 사고 아니면 노키아의 심비안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노키아는 앱은 달리지만 기본 어플은 괜찮거든요. MP3나 스피커, 카메라도 좋고. 특히 USB 데이터 이동은 최상이죠. 안드로이드, 아이폰보다 더 좋습니다. 드라이버 안깔아도 아무 PC나 케이블로 연결만 하면 USB메모리가 되니 참편하죠.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