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바일 시장은 혼전중이다. 아이폰 5를 두고 이래저래 말도 많다. 출시시기 부터 스펙까지.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건강까지 염려하는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장식한다. 삼성또한 마찬가지다. 갤럭시S2(세느)가 곧 출시 될 예정인데 이 갤럭시S2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스펙부터 '죽인다'.

삼성을 비롯한 다수의 스마트 폰 제조자들은 아이폰5를 따라잡기위해 '스펙'을 강조했다. 어쨌든 대한민국 사회가 '스펙'위주의 사회로 돌아가다 보니 한국의 모바일 시장또한 다를바 없는 것이다.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아이폰보다 스펙이 좋다'는 광고들이다. 듀얼 코어 CPU. 4인치 이상의 액정. DDR2 메모리...
그런데 여기서 삼성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애플은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할 때 '스펙'에 대한 자랑은 크게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볼 수 있는데 '스펙'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 발표회에서 갖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신제품에 '스펙' 보다는, 새로 추가된 기능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번에 '아이패드2'의 발표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패드2의 스펙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아이패드2에서 추가된 기능들과 어플들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아이패드2의 발표회라기 보다는 개러지 밴드나 전면 카메라, 스마트 패드를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설명을 해준 강의 성격이 더 강해보였다.

애플에게 있어 '스펙'이란 그저 거들 뿐인 것이다.

애플의 아이패드2는 하드웨어적으로는 별로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 요즘 추세에 걸맞게 듀얼코어 CPU를 설치했고, 배터리 향상이 더 늘어났다는 점, 전면 카메라가 추가되었다는 점뿐이다. 정작 아이패드2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개러지 밴드와 같은 어플이나 전면 카메라와 스마트 커버를 이용하여 즐기는 페이스타임 같은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설명회 말미에 인문학을 강조했다. 스펙보다는, 아이패드로 '사람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는 것을 중요시 한 것이다. 스펙이야 추가하면 되지만, 그 제품을 가지고 유저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그리고 즐길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어렵다. '스펙'에 신경쓰고 경쟁할 시간에, 그런 것들은 다 신경을 끄고 '사람들이 재밌게, 그리고 유용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애플의 철학인 것이다.

문제는 타 회사들이 이러한 애플의 방식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을 비롯한 제조사들은 '아이폰보다 더 큰 화면' '아이폰보다 더 화려한 액정' '아이폰 보다 더 빠른 속도' 만을 강조하지 '아이폰 보다 더 재밌고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애플과 대항 할 수 있다는 삼성은, 이런 부분을 이미 간과해버렸다. 이는 구글또한 마찬가지다. 제품의 스펙은 세월이 흐르면 변하게 되고,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지만, '재미와 유용함'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삼성보다 스펙이 더 좋은 스마트 폰이 나오면 사람들은 삼성을 버리고 더 좋은 제품을 찾는다. 그러나 애플보다 더 재미있고, 유용한 활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저들은 계속해서 애플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도 언급했듯이 스펙은 변하게 되어있고 언젠가는 구시대의 유물 대접을 받게 되지만 '활용법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거나 변하는 경우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은 이른바 '스펙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물론 어느 나라인들 그러지 않을까. 이러한 '스펙위주'를 삼성을 비롯한 다른 스마트 폰 제조사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우리나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재밌고 유용한 인재들'이 많고 많지만, 이러한 인재들은 '스펙'에 묻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의 이러한 사고방식, 즉 '스펙보다 더 중요한 활용'을 중시하는 이러한 사고관은 인문학, 즉 인간과 그대로 연결이 된다.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고 싶다면, 스펙보다는 이러한 부분을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스테디 셀러 모델인 갤럭시S도 그보다 더 '스펙이 높은' 갤럭시S2가 나오면 구 시대의 유물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된다.
그보다는 갤럭시S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용하게 활용하는데, 갤럭시S2를 구입하면 '보다 더 재밌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어필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갤럭시S를 이용하는 유저들은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것이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삼성 제품을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 이용자들 또한 '갤럭시S2'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듯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을 애플은 예전부터 이용해왔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다수의 제조사들은 이러한 마케팅을 등한시 한 채, 스펙의 향상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출시될 아이폰 5는 분명 지금의 제품보다 월등한 향상은 없을 것이다. 그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듀얼코어 CPU에 액정 크기만 좀 더 늘렸을 확률이 높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스펙 별거 아닌데? 요즘 나오는 최신 기종들과 다를바 뭐있어?'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최신 기종들과 별반 차이없는 스펙을 가진 아이폰 5'로 '요즘 나오는 최신 기종들과 확실히 차이가 나는 활용성'을 스티브 잡스는 어필 할 것이다. 그러면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이폰 5의 스펙' 같은 것은 순식간에 지워지고, 아이폰 5로 즐길 수 있는 활용성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유저들은 여전히 아이폰 5를 구입하겠지.

삼성의 갤럭시S2는 삼성제품 치고는 보기 드물게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초기대작이다. 그러나 삼성은 마케팅면에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인해전술로 유저들을 확보하려 하지만, 전자제품이 가지는 일정한 수명이 지났을 때, 이전의 이용자들을 묶어둘 '뭔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펙으로 사람들을 영원히 묶어둘 수는 없다. 다른 제조사들도 '스펙'을 올리지 못해서 못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의 성공으로 인해서 애플에게 자사의 부품을 공급하고 싶어하는 제조사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애플도 강력한 하드웨어 기기를 만들 기술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소비자를 묶어두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아이폰 4를 즐겁게 사용하셨습니까? 여전히 아이폰 4로 즐겁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더 활용성이 높은 아이폰 5를 선택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라고 스티브 잡스는 제안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폰3GS까지 아직도 OS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을 보고, 애플에게 있어 하드웨어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산 제품이 버려지지 않고 아직도 '즐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다시 애플의 제품에 지갑을 열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제품들은 그렇지 않다. 기존의 삼성제품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보다 '월등히' 향상된 스펙의 제품 출시에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것을 느낄 것이다. 삼성은 갤럭시S2의 속도와 성능, 스펙을 강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스펙이 떨어지는 삼성의 스마트 폰을 가진 사용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삼성이 변해야 하는 것은 간단하다. 삼성은 딜레마에 빠졌다. 아이폰의 인기가 하드웨어적인 특성인줄 알았지만 스티브 잡스는 하드웨어보다는 인간을 이야기했다. 기껏 애플보다 더 스펙이 좋은 기기를 만들어놨더니 이제와서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삼성은 기계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스펙을 버리고, 활용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 치열한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리 많은 수의 제품을 쏟아낸다 한들, 단순히 제살깎아먹기에 불과한 자멸의 길로 갈 뿐이다. 그러니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최고의 스펙을 가진 기술자들 뿐만이 아니라, 한 명의 인문학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1. Favicon of http://damduck01.com BlogIcon 담덕 2011.04.08 16:04

    와~~ 처음 와본 블로그 같은데
    좋은 내용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최근 국내는 남을 평가하는데 미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대의 자격증 도입
    소셜미디어 강사 자격증까지..

    이런 스펙이 과연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4.09 05:03 신고

      요즘 군대에는 자격증도 도입하나봐요 ^^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 유쾌한인생 2011.04.08 17:12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여 많이 공감하고갑니다

  3. Favicon of http://ghyonn.tistory.com BlogIcon ghyonn 2011.04.09 01:24

    안 그래도 오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올해 삼성이 걱정됩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4.09 05:02 신고

      한 잔 드셨군요 ^^
      올해 삼성은 저도 걱정됩니다.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4. jjee 2011.04.09 03:46

    삼성은 이미 외국에서 나가는 광고에 인문학이 담긴 광고를 많이 제작하고 있어요.
    다만 그런 광고의 방향성이 나라마다 각각 다르죠.
    한국처럼 스펙을 중요시하는 나라에서는 스펙위주의 홍보를,
    일본에서는 예술성이나 오다쿠적인 측면에서 유명뮤지션이나 스타워즈패러디같은 홍보를,
    미국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설정으로 재미와 휴머니즘이 섞인 광고를 많이 내보내죠.
    유럽은 다인종 다문화가 고루 즐긴다는 측면의 광고가 많구요.
    삼성의 브레인들이 그렇게 멍청이들은 아니에요. ^^
    국내 시장에 그런게 먹히니까 그렇게 하는거죠.
    상업광고는 관객을 선도하는 영화랑은 다릅니다. 철저히 시장에 맞추죠.
    국내의 삼성광고는 늘 지금 가장 핫한 연예인이 나와 춤을 추거나 날라 다니거나
    기능을 강조하죠. 그런 광고가 먹히는 시장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나와서 아무리 선한 얼굴로 인문학스러운
    휴머니즘을 강조해 봤자 아무 임팩드도 없다고 여깁니다.
    아이폰 나오기전까지, 그러니까 약 1년반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삼성 디자인이 세계에서 제일 예쁜줄 알고 살았었죠.
    그런 디자인이 먹히던 시장이었으니까요. ^^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4.09 05:02 신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삼성이 미국에서 광고한 3D TV 광고를 봤습니다. 저는 꼭 광고 뿐만이 아니라, 삼성이 제품을 만들 때 애초부터 스펙 위주로 플랜을 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CF도요. 광고만 인문학을 외쳐봐야 마인드 자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리려 한 것이고요 ^^
      아무튼 찾아주셔서 좋은 덧글 감사드립니다 ^^

  5. phlebus 2011.04.09 13:30

    삼성은 지금 현재에 아주 만족하고 있을거에요.
    그저 지금처럼 2등만 하면서 돈만 쪽쪽 빨아먹으면 된다는 생각이죠.
    굳이 1등이 되기 위해서 전혀 모르는 어둠속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도박을 하는 기업이 절대 아니죠.
    언제나 2등만을 목표로 달리면서 돈만 챙기는 기업이니까요.
    그러다 1등 기업이 휘청이는 순간이 오면 냉큼 1등으로 치고 올라가는 전략을 써왔죠.
    가전에서도 그랬고 반도체에서도 그랬죠.그외의 지금까지 삼성이 해온 사업들을 보면 언제나 목표는 2등이었죠.

HWP파일이 자주가는 카페등에 올라와있으면 이를 다운받아보고 싶은데 잘 안되서 난감해하는 초보 유저분들도 계실 것이다. 본인 또한 초보이기 때문에 '파워유저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이다.

아이폰을 구입하고, 정말 불편했던 것은 카페나 웹상의 첨부파일을 다운받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그런 쪽으로는 좀 편해서 돌핀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첨부파일 다운 받기가 편했고, 또한 다운 받은 파일을 아스트로 같은 관리 프로그램으로 관리할 수 있었으니 유용했다.
그러나 아이폰은 이러한 사용에 제약이 있고, 탈옥을 하면 편하겠지만 본인처럼 탈옥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용자들도 많기에 탈옥을 하지 않은 순정상태에서 카페등에 올라와 있는 문서파일을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카페에 올라와있는 파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다운 받지 않고 카페의 기능을 이용해서 보는 법이다.



다음과 같이 불교음악과 관련된 문서 파일을 보고자 한다. 하단에 보면 'PC화면'이라는 메뉴가 보인다. 터치를 하자.


그럼 다음과 같이 PC화면으로 보이게 된다. 여기서 '첨부파일 1개' 항목을 터치한다.


그럼 다음과 같이 다운로드와 미리보기가 있다. 여기서 '미리보기'를 터치한다.


그럼 이렇게 보기 편하게 볼 수 있다.

이 문서 파일을 다운받아서 한컴뷰어 어플로 보는 방법도 있다. 'downloads'라는 어플이 필요하다.


보다시피 유료와 무료 버전이 있다. 본인은 유료 버전을 쓰지만 무료버전을 써도 상관 없을 것 같다. 일단 무료버전으로 해보자.
 


위 스크린샷의 우측 상단에 '파일 받기'를 선택한다.


그럼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여기서 '불교음악.hwp(29kb)' 를 '길게' 누른다.


그럼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복사하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Downloads' 어플을 실행.


실행 시킨후 좌측에서 두번째인 Downliads를 선택하면 위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우측 상단의 '+' 를 선택하자.


그럼 다음과 같은 항목이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Address 부분을 터치하면


붙여넣기를 하라는 팝업이 뜬다. paste를 터치하자.


위에 붙여넣기된 URL은 아까 카페의 문서파일이 있는 위치이다. 키보드의 '완료'를 터치하자.


그럼 다음과 같이 파일이 다운로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화면 맨 하단부에 Files를 터치한다.


그러면 내가 다운 받은 파일이 보인다. 파일 명 옆에 파란색 '>'표시를 터치한다. 꼭 '>' 이 표시를 터치해야 한다.


그럼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여기서 'Open In...' 을 선택하자.


한컴뷰어가 보인다. 이제 '한컴뷰어'를 선택한다.


한컴뷰어로 화면이 전환되면서 파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본 팁은(팁이라고 하기에도 좀 우습지만) 본인과 같은 아이폰 완전 초보분들을 위한 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해킹을 안하고 문서 파일을 볼 수 있는 나름대로의 최선의 방법이다. 보다 더 나은 방법이나 팁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다.
  1. 2011.04.29 17:16

    비밀댓글입니다

  2. 2011.06.04 03:25

    비밀댓글입니다

  3. 초보유저 2011.07.25 19:18

    머리싸매고 있었는데 도움이 되었네요.

  4. 2016.01.11 02:37

    이거 때문에 끙끙대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 주의 : 이 사용기는 상당히 길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장문의 글을 읽고 싶지 않으시다면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고, 그럼에도불구하고 한 번 읽어보실 분들은, 따뜻한 차나 커피를 한 잔 타오셔서 천천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라는 말을 꼭 써보고 싶었다. 사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이해보다는 껍질을 벗겨내는 것에 치중하려하기 때문이다.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그 분석결과를 또 분석하는 것이 현대인들이 하는 일들이다. 특히 문학과 영화, 그리고 음악판에서 그렇다. 어쨌든 분석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감상자'의 입장에서까지 분석하려 든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일이다. 그렇게 분석을 한들, 그 분석의 깊숙한 곳에 진실이 있는 것일까? 진실은 분석을 하게 되면 밝혀지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예컨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그 곡의 코드 진행과 노래 가사의 의미, 그리고 악기의 종류와 악기의 메이커와 특징, 녹음 상태등 외적인 부분들을 다 까발린다고 해서 그 음악이 가지는 '본질'까지는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첫문장에 음악을 예로 들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어폰을 구입하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다니면 느꼈던 점이 있다면, 사람들은 음악을 '수치'로 판단하거나 분석하여 듣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치찰음이 어떻고, 보컬 백킹이 어떻고, 해상력이 어떤지에 대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용어들로 인해 이제는 이어폰을 하나 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는 이러한 이어폰을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여 수치화 시켜놓고, 가장 듣기 좋은 수치의 이퀄라이징 샘플까지 보여주니 그야말로 음악 감상도 과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완벽한 그래프의 곡선으로 이퀄라이징 된 장비로 음악을 들으면 그 감동은 훨씬 좋아질까?  
듣고 있는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더 느껴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두에 위와 같은 문장을 썼다. 고백하건데, 나는 저 문장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어쨌든 나는 얼마전에 Ultimate Ears 사의 UE700이라는 이어폰을 구입했다. 홈쇼핑도 아니고 가격은 199,800원. 내게는 꿈도 못꿀 가격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20만원짜리 이어폰이 '중저가'로 치부되기도 하겠지만 나에게 20만원이란 두 달 생활비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갈 때마다 이 이어폰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크기, 두 개의 Balanced Amature Driver, 유명 뮤지션들이 쓴다는 광고들을 보며 도대체 이 작은 이어폰이 왜 이리도 비싼가 궁금했다. 그래도 관심이 있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 이어폰은 이제 단종이 되었단다. 쉽게 구하기 힘든 이어폰이었다. 평도 다양했다. 듣기 좋다는 평도 있었고, 애매하다는 평도 있었으며, 허접하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이렇게 평이 다양한 제품은 사실 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그리고 내 처지에 감히 손대기도 어려울 것 같은 이어폰이라 마음을 접고, UE Metro Fi 170과 애플 구형 인이어 이어폰을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사실 메트로파이 170은 처음 샀을 때부터 답답한 소리가 났다. 나는 본래 저음이 강조된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모든 악기들이 명료하게 들리는 그런 소리다. 그런데 메트로파이 170은 그렇지 못했다. 애플 인이어는 이제 슬슬 외관상 늙어가는 것이 역력해보였다. 찢어지고, 빠지고, 보기에도 애처로웠다.

그러다가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우울증과 조울증 사이에서 고생하며 불면의 밤을 시달리고 있었고, 뭔가 계기도 필요했으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와중에 우연히 약간의 쓸 수 있는 돈이 생겼다.

생활비를 해야 옳았지만, 왠일인지 나도 비싼 이어폰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이었기에, 그래, 이번 기회에 이어폰 하나 구입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두 개의 후보가 바로 Shure 사의 SE315와 UE700이다.

1. 청음

슈어의 SE315는 검색해보니 칭찬일색이었다. 드라이버 유닛은 하나였지만 일단 소리하나는 끝내준다는 말들이 많았다. 투명한 디자인은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아울러서 이어폰 선이 분리가 된다는 점이 신선했다. 단선이 되면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혜화동의 청음샵을 찾았다. UE700에 대한 마음도 있었기에 UE700도 청음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혜화동에는 UE700이 없었다. 
청음샵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슈어의 SE315를 청음해봤다. VANDEN PLAS라는 헤비메탈 그룹은 묵직한 기타 음과 날카로운 고음을 가진 보컬이 인상적인 밴드이므로 내 기준에 청음하기 딱 좋은 그룹이라 생각해서 아이폰4에 SE315를 연결해 들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SE315는 귀 뒤로 넘기지 않으면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무척 불편했다. 어쨌든 어찌어찌해서 음악을 들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럼소리가 '깡통 두들기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정직해도 너무 정직한 음이었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해상력'이 너무 좋아서일까. 악기들이 다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쉽게 예로 들자면 대학 그룹 동아리 방에서 합주하는 것을 듣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 귀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24만원에 가까운 이어폰이, 이렇게 들릴리가 없었다. 그러니 내 귀가 이상한 것이다. 내 귀가 이상하더라도, 좋다고 하니 사려면 살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내 귀에 맞지도 않는 이어폰을 24만원이나 주고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뽀대'는 둘째문제였다. 음악을 듣기가 외적으로, 내적으로 너무 불편했다.
청음샵 직원분이 마음에 안드세요? 라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내 귀가 이상하다고 하니 웃으며 UE의 UE600과 웨스턴의 W2를 들려준다. 웨스턴은 애초부터 고려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양했고, UE600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음을 해봤다.

너무도 편안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UE는 싱글 발란스드 아마츄어 드라이버를 사용한 제품으로써 UE700보다 한단계 아래 모델이었다. 딱 내가 원하는, 그런 소리가 났다. 청음샵 직원분에게 UE700은 없냐고 물어보자 없다고 그런다. 이미 단종됐어요. 교보에는 있던데요? 그러면 거긴 남은 재고 쓸어 온 겁니다.
나는 직원에게 죄송하다 말하고 청음샵을 나왔다. 교보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에 아직도 거기에는 몇 개인가 UE700이 있었다. 청음샵을 나오려 할 때 어떤 여자분이 슈어의 SE315를 청음하고 있었다. 그 분은 '안들리던 소리가 들리네요'라고 말한다. 안들리던 소리가 들리는건 중요하지 않았다. 안들리는 소리가 들려도 내가 듣기 불편하면 소용 없으니까.

2. 광화문 교보 핫트랙스

광화문 교보에 있는 핫트랙스에는 별 것들이 다 있다. 나는 만년필이나 펜들을 주로 교보에서 구입한다. 핫트랙 우수 고객이기 때문에 10%가 할인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기기'들은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메트로파이 170도 교보에서 구입했다. 교보 핫트랙스는 정가를 다 주고 구입해야한다. 그런데 깔끔하다. 문제가 있어서 영수증과 함께 들고가면 이렇다저렇다 말도 없이 교환해주거나 환불해준다. 물론 어디나 구입후 1주일 안에 가져가면 그렇게 해주지만 교보는 좀 더 편하게 마음먹고 갈 수 있다.
어쨌든 핫트랙스에도 청음시설이 있었다. UE700이 세 박스 있었고, UE700을 청음할 수 있었다.
나는 UE700을 들어보았다. 마룬5의 음악인 것 같았는데 소리가 좀 작게 들렸다. 원래 이렇게 작게 들리냐고 직원분에게 물어보자 셋팅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시냐고 물어본다.

저는 헤비메탈을 주로 듣습니다. 락이랑...
아. 그러면 UE700이 좋은 선택이십니다.
조금 전에 슈어 SE315를 보고 왔는데...
슈어 SE315는 헤비메탈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클래식 같은 음악에 어울리죠. 헤비메탈이면 UE700입니다.

직원분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내 마음에는 UE700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져 있었다. 이미 슈어의 이어폰에 놀라있었기 때문이었다. 핫트랙스 직원분은 UE700이 여기 있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싹 쓸어온겁니다.

나는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UE700을 구입했다.

3. UE700

이제부터 본격적인 감상평 되겠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길고 지루했다면, 독자분들에게 사과부터 하겠다. 그러나 내 블로그의 글들은 결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류의 글들은 아니다. 내 개인 공간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나는 내 블로그의 글들이 '정보만 주고받는' 스쳐지나가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해야할 이야기들은 다 해야 했다.

UE700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이어폰들을 비교해보겠다. 먼저 플레이어는 아이폰4로 했다. 곡은 애플의 Apple Loseless 파일로 뽑은 비틀즈의 Let It Be, 그리고 Mp3 파일은 192k로 인코딩된 White Snake의 Still Of The Night 과 128k 로 인코등된 Machiavel의 After The Crop, 320k로 인코딩 된 Jethro Tull의 Bouree로 테스트 했다.

테스트 장비

아이폰 4

테스트 곡

원음 : 비틀즈의 Let It Be(Apple Lossless파일)
128kbps : Machiavel 의 After The Crop
192kbps : White Snake 의 Still Of The Night
320kbps : Jethro Tull 의 Bouree

비교 이어폰

UE 700
UE 메트로 파이 170
애플 인이어 구형 이어폰
오디오 테크니카 CKX35

UE700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면 그와 비슷한 리시버들이 몇 개 있어야 하는데 나는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고급 리시버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비슷한 것은 같은 듀얼 유닛을 채용한 애플의 인이어 이어폰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집에서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제외한 모든 리시버들과 비교를 해 본다면, 가격대별로 비교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볼륨은 실내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약간 높은 정도로 해 두었다. 

먼저 아이폰4에 비틀즈의 Let It Be를 오디오 테크니카 커널 형 이어폰을 감상해보겠다. 이 오디오 테크니카 이어폰은 사서 듣자마자 집어 던진 이어폰이다. 음악을 오래 듣다보면 그 리시버의 스펙과는 별도로 이게 내게 '맞는 이어폰' 인지, 아닌지에 대한 느낌을 즉시 알 수 있다. 사실 오디오 테크니카는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인데, 가격대 성능비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즐긴다는 차원에서는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이어폰이라 예전에 쳐박아 두었다.
비틀즈의 렛잇비는 최초에 피아노 연주음이 나온다. 일단 초반에는 다소 답답한 음이 들린다. 선명하다기 보다는 약간 뭉쳐진 기분이 든다. 폴 메카트니의 보컬은 그저 평이하게 들린다. 하드한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드럼의 타격감을 논하긴 그렇지만 역시 드럼소리 또한 명료하지 못하고 뭉툭하게 들린다. 악기들이 서로 섞이게 되면 그 구분은 더욱 모호해진다. 기타의 솔로소리는 마치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처럼 웽웽거리는 느낌이다.

메트로파이 170은 음량이 오디오 테크니카보다는 더 작게 들린다. 그러나 피아노의 소리가 명료하고 오디오 테크니카 보다 선명하게 들린다. 드럼의 타격감은 좀 더 드럼처럼 들린다. 악기들이 섞여도 여전히 고유의 음은 유지를 하고 있으며 기타의 솔로가 보다 더 묵직하게 들린다.

애플의 인이어는 음량이 보다 크면서도 선명하다. 피아노의 소리는 보다 묵직하게 들린다. 위의 두 제품들의 피아노 소리가 비교적 가벼웠다면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 소리는 중후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기타 솔로부분에서 기타의 음이 메트로 파이보다는 딱히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에 약간의 끈적함이 느껴진다.

UE700은 악기와 보컬의 음량이 동일한 선상에서 들린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보컬 백킹'이라 칭하는 모양인데. 이전의 이어폰들에서는 보컬이 악기보다 앞에서 들리는 느낌이었다면 UE700에서는 보컬을 비롯한 모든 악기들이 같은 선상에서 들려오고 있는데, 아마도 보컬을 '악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튜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취향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보컬이 가는 부분에 악기가 따라가 같은 선에서 연주' 하는 부분이 딱히 싫지는 않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한다.
베이스의 음은 인이어가 인위적인 묵직함을 만들어내고, 메트로파이가 음을 뭉개는 식으로 베이스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UE700은 자연스러운 베이스, 즉 원래 그대로의 베이스 음을 들려준다고 볼 수 있다. 기타의 솔로 부분은 다소 묵직함이 느껴진다.

마키아벨의 After the Crop은 곡의 구성이 초반에는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가다가 후반에는 신나는 락으로 바뀌게 되며 중반에 신디사이저의 음이, 보컬은 초반에는 고음의 가는 음성이라면 후반에는 거칠고 허스키한 보컬로 바뀌는 구성이다.

오디오 테크니카는 여전히 악기들의 음이 인위적으로 들린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명이 다소 떨어진다. 악기들이 섞이면 여전히 악기들은 뭉쳐져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렉기타의 음은 마치 컴퓨터 미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놓은 것 처럼 들린다.

메트로파이는 당연히 오디오테크니카보다는 선명한 음을 들려주지만 반면에 너무 저음을 강조했는지 소리 자체가 두껍게 들린다. 베이스가 너무 울리는 경향이 있고, 음들은 다소 선명하지 못하다. 그러나 기타의 포지션이 제대로 잡혀 있고, 오디오 테크니카 보다 묵직함을 들려준다.

애플 인이어는 위의 두 제품보다 확실히 선명한 소리를 내 준다. 그러나 저음의 부재로, 상당히 플랫한 느낌으로 들리는데 이로 인해 소리가 더 깨끗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어쿠스틱 기타에서 장점을 보여준다. 악기들이 섞일 수록 인위적인 베이스 음이 다소 들리고 일렉기타의 배킹은 이러한 인위적인 저음에 묻히는 경향을 보여준다.

UE700은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주법에서 선명함을 들려준다. 그러나 인이어보다 더 저음이 강조되서인지(인이어가 저음이 거의 없고 기본적인 저음만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후반부 악기가 섞일 때는 보다 '둥둥'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저음에 일렉기타의 배킹 연주가 묻히지는 않는다. 악기들의 분리가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화이트 스네이크의 Still Of The Night을 들어보자. 이 강력한 하드락 음악은 묵직한 사운드를 테스트하는데 적합하다.

먼저 오디오 테크니카는 이러한 하드락 부분에서 평균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이 넓게 퍼지는 느낌은 처음부터 없었고, 단지, 아, 이 노래가 화이트 스네이크의 스틸 오브 더 나잇이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들려준다. 기타 연주와 데이비드 커버데일의 보컬은 비실비실하다. 드럼 소리 또한 힘이 없다.

반면에 메트로파이는 오디오 테크니카보다는 힘있고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저음이 너무 강조된 느낌이 드는 나머지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악기들은 그냥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들린다. 기타의 리프도 뮤트가 잘 안된 채 연주한 것 처럼 들린다. 아무튼 모든 사운드를 뭉뚱거려 저음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전체적인 소리도 시원하게 퍼지는 느낌이 아닌, 오디오 테크니카 처럼 몰려있는 느낌이다. 마치 출근길 지하철 안에 꽉 들어찬 사람들 처럼 답답함이 느껴진다.

애플 인이어는 여전히 저음이 부재되어 있다. 필요할 때 이정도의 저음만 있으면 되지 않아? 싶을 정도로 절제되고 인위적인 저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취향도 나쁘진 않지만 가뜩이나 플랫한 음질을 들려주는 애플의 제품에 이어폰까지 플랫해버리니 음악이 풍성한 느낌이 없다. 귀를 확 트여주는 폭넓은 사운드가 있지만 어쩐지 스튜디오에서 잘 녹음된 음악을 듣는 느낌으로 끝나버린다.

UE700은 역시 하드한 음악에 잘 어울렸다. 하드락의 미덕인 베이스가 적당히 때려주고 있다. 묵직한 일렉기타 음은 이러한 베이스덕에 더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흐트러짐은 없다. 악기들간의 포지션이 잘 잡혀 있어 악기들을 섬세하게 구분할 수 있다.

제스로 툴의 '부레'는 바하의 '부레'를 편곡한 곡으로 플룻과 베이스 기타의 연주가 일품이다.

오디오 테크니카에서 들리는 베이스 기타음은 베이스 기타라기 보다는 그냥 생톤의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느낌이다. 드럼소리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들리고, 플룻 소리는 명료하지 못하다. 저음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최소한 베이스기타는 베이스기타처럼 들려야하는데 그 조차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중반에 들리는 베이스기타 솔로와 초퍼는 너무 힘이 없어서 이게 베이스기타 소리인가 의심스러울 정도.

메트로파이는 오디오 테크니카보다는 좀 더 낫지만 여전히 베이스기타 소리는 베이스기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메트로파이의 저음은 그냥 악기들이 섞여있을 때 음을 뭉뚱거려 놓는 역할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중반에 들리는 베이스기타 연주는 역시 어딘가 무족하게 느껴진다. 그냥 깨작거리는 소리로만 들린다.

애플 인이어의 베이스 음과 플룻 음은 좀 더 훌륭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음이 약간 애플 인이어는 나중에 다른 악기들에 베이스기타가 묻혀 버리는 느낌이 든다. 악기들간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UE700의 베이스기타음은 손가락으로 슬라이드 하는 것까지 들릴 정도로 선명하고 베이스기타 다운 중후함이 느껴진다. 악기들이 서로 섞여도 베이스기타를 비롯한 악기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보컬의 역할을 하는 플룻이 상대적으로 좀 죽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까 언급했던 '보컬 백킹' 현상과 동일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메인이 되는 악기가 없이 모든 악기가 동등하게 연주되는 기분이다. 그러니 그만큼의 감동이 덜 한 것도 사실이다. 감동이 덜하다기보다는 어떤 분의 말씀처럼 심심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여기서 위에 언급하지 않은 음악 하나를 더 테스트 해보겠다. 바로 메가데스의 'Train of consequenses' 곡이다. 강력한 사운드를 구성하는 그룹이면서도 테크니컬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룹답게 노래가 아주 재미있다.
이 곡은 처음에 기차의 소리를 표현한 묵직한 기타연주로 시작한다.

오디오 테크니카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옛날에 이 이어폰을 왜 구입했는지 알 수 없다. 잭슨 기타의 날카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트래시 메탈 그룹 특유의 파워풀한 드럼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락음악으로 전락해버린다. 데이브 머스테인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는 이 이어폰에서 힘겹게 느껴진다.

메트로파이는 좀 더 낫다. 오디오 테크니카에서 들리지 않는 베이스기타 소리가 들린다.(오디오 테크니카에서는 그것이 베이스기타인지 아니면 그럼 소리의 한 부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귀를 감싸는 확실한 사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노래가 신나지도 않다.

애플의 인이어는 소리를 확실히 뿜어주기는 한다. 귀를 꿍꿍 울릴정도의 기타 리프가 절로 흥을 돋군다. 그런데 이 이어폰의 문제는 입체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모든 악기들이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음을 들려준다.

반면에 UE700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이곡의 중반에는 기타 솔로가 백킹 기타의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듯 들리는데 위의 세 개의 제품들이 그냥 평범한 솔로로 들렸다면 UE700은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기타 솔로 때문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러나 애플의 인이어보다는 저음이 더 강조되어 있어서 잭슨 기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사운드는 다소 감소되는 느낌이다. 잭슨기타의 느낌은 애플의 인이어가 더 잘 살려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잠시 4종류의 이어폰에 대한 간단한 정리를 해보겠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CKX35는 상당히 답답한 이어폰이다. 마치 좁은 교실에 혼자 갇혀있는 느낌을 준다. 아무리 음악을 마음으로 들어야 하지만 어쨌든 듣기에 나쁘면 그 제품은 쓰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은 일단 가격이 커버를 해주고 있다. 저렴하게 인이어를 쓰고 싶다면 고려해볼 만한 제품이다. 의외로 악기들의 분리도가 선명한 점도 있다. 가요나 재즈 같은 곡을 들을 땐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락음악을 듣는다면 이 이어폰은 분명 실격이다. 모던락 쪽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메트로파이 170 역시 갑갑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답답함을 교실로 표현하자면, 메트로파이는 끽해야 복도로 나온 정도의 상쾌함 밖에는 없다. 저음은 너무 뭉쳐져 있고, 아무때나 저음이 흘러나와서 가끔 듣다보면 기분이 불쾌할 때가 있다. 그러나 시끄러운 음악을 들을 땐 나름대로 값어치를 한다. 현재 이 제품은 팔지 않는 것 같은데 예전에 이 이어폰을 산 이유가 '모토로이가 너무 정직한 소리를 내서' 구입했다. 음을 뭉뚱그려 놓으니 노이즈도 잘 들리지 않았다. 모토로이처럼 베이스가 거의 없는 기기에서는 제 값을 발휘할 수 있는 이어폰이다.

애플의 인이어는 이어폰 자체가 플랫하다. 그래서 아이폰이나 아이팟 제품과 같이 들으면 생톤같은 느낌이 든다. 신나지 않고 고음으로 갈 수록 귀가 아프다. 애플의 인이어는 음장효과들이 있는 기기들에 물려쓰면 나름대로 균형잡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인이어에서 입체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체감은 내 자신의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하지만 왠지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UE700은 균형이 잡혀있다. 입체감도 있고, 베이스도 적당하다. 그러니까 '착한 아이' 인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 꿈꾸는 그런 아이같은 성격이다. 오디오 테크니카처럼 말을 안듣지도, 메트로파이처럼 우직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애플 인이어처럼 모나지도 않다. 그냥 아무 걱정없이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인데, 문제는 이게 좀 심심하다는 것이다. 가끔은 장난도 좀 쳐주고 그래야 하는데 UE700은 정직하다. 무거울땐 무거운 음을, 가벼울땐 가벼운 음을 내 준다. 커뮤니티 같은 곳을 보다보면 사람들이 UE700은 심심하다, 라고 표현하는데 그 기분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착한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장난끼를 발동시키는 것이 UE700이다.

4. ...그리고 음악

이렇게 심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UE700에 만족하는 이유는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냥 UE700을 귀에 꼽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플레이하면, 거기에 맞춰 소리를 내 준다. 클래식이 듣고 싶다면 클래식에 걸맞는 소리를, 우울해서 하드락이 듣고 싶으면 경쾌함을, 슬퍼서 슬픈 음악을 들으면 한없이 처량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UE700이다. 요즘 내 마음이 정체되어 있어 그런지 재미나고 길들이기 어려운 이어폰 보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소리를 찾게 되는데 아마도 그래서 그런지 UE700은 내 기분을 잘 맞춰주는 이어폰이다. UE700을 귀에 꼽고, 음악을 틀어놓고 있으면 어느샌가 그 음악소리에 동화되어 내가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잊게끔 만들어주는 편안함을 UE700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은 그것을 심심하다고 표현할 것이고, 어떤 분은 이러한 성향을 얌전하다 표현하겠지만 나는 '편안함'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간혹가다 느껴지는 '입체감'이 나를 놀라게 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지만 그 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곡을 반복하게 되면, 이쯤에서 놀라실겁니다, 라고 친절하게 예고해주는 이어폰이 UE700이다. 그러나 UE700은 그 생김새처럼 약간은 개구장이 기질이 보이는 것도 같다. 아직은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지만, 시간이 지나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면 UE700의 장난끼가 발동될 것만 같은 은근한 기대감이 있다. 음악에 몰입하고 싶을 땐 몰입하고, 어쩌다가 한 번 사람을 놀라게 만들기에, 나는 UE700이 그렇게 '심심한' 이어폰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그 장난끼가 생각지도 못할 때 발동이 되어 더 재미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잘 아는 이 이어폰은, 고맙게도 요즘에는 내 기분에 맞춰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랜시간, 나는 UE700과 함께 할 것 같다.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찾게 되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1. 2011.05.08 15:31

    비밀댓글입니다

  2. ㅎㅎ 2014.02.16 00:49

    글 잘 봤습니다.
    ue700 사볼려고 하는데 도움 됬습니다

구입한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어가는 아이폰4를 오늘 리퍼를 받았다. 처음 구입하고, 좋다고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4를 반납할 때 약간의 서운함은 있었다. 원래 나는 내 소유의 물건들에 정을 잘 주는 편인데 그래도 할 수 없다. 불편한걸 참고 쓸 수는 없고, 평생 가지고 다닐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그 아이폰4는 '다른 사람이 예약 취소'한 아이폰이었기에 한동안 내것같지 않아 좀 찜찜했던 구석도 있었다.

어쨌든

오줌액정이야 6500K라 생각하고 그냥 썼고, 액정 한 가운데 박혀있는 먼지 한알이야 신경 안쓰고 살면 된다지만 홈버튼을 1회 눌렀는데 멀티테스킹으로 들어가는 오류는 참을 수 없었다. 계속 그런다면야 할말 없겠지만 어쩌다가 한 번, 그것도 잊어버릴만 하면 그런 오류가 나오니 나름대로 짜증이 나 있었다.
오늘 좀 한가하여 대우일렉 서비스 센터를 찾아갔다.

먼저 새로 받은 아이폰의 외관과 배터리는 새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케이스는 소모품이라 폐기를 하고, 배터리도 새것으로 들어있다는 것이 기사님의 설명이었다. '모든 부품들이 다 중고는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몇몇 재활용 가능한 부품들만이 중고로 돌려지는 모양이었다.

리퍼를 받는 느낌은, 아까처럼 '처음 구입한 아이폰4'를 보낸다는 서운함과 동시에 '새 제품을 받은'것 같은 기분이 동시에 교차된다. 액정에 먼지도 없고, 홈버튼 오류도 없다. 액정이 오줌액정인지는 아직 비교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액정과는 비슷한 것 같았다.(푸르스름함이 보이지 않았다.)
볼륨 버튼이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였는데 전에 것도 그랬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어차피 볼륨은 잘 작동하고, 범퍼를 끼워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리퍼는 생각했던 것 보다 '받을만' 했다. 새 제품과 별반 차이는 없어보인다. 오히려 기존의 버그들이 잡혀 나온 것 같아 사용하기에는 훨씬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무상 기간 내에는 언제든지 리퍼가 가능하다니 그저 마음편히 쓰다가 문제가 생기면 또 리퍼를 받으면 될일이다.

모토로이를 구입했을 때, 처음 몇 번 박스 밀봉제품으로 교환 받은 적이 있었다. 세 개 정도의 박스를 동시에 뜯었는데 모두다 액정안에 먼지가 한 두개씩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눈에 띌 정도의 크기로. 말이 새제품이지 이건 중고나 별반 다름이 없어보이는 제품이었다. 물론 기분의 탓이겠지만, 말 그대로 '기분 탓' 말고는 리퍼도 새 제품과 딱히 다를 것이 없었다. 어차피 어느 제품이든, 구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AS센터를 가야하고, 센터에 가면 제품을 분해하니 그런 면에서 보면 차라리 리퍼가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아이폰4 이용자 분들도, 혹시라도 홈버튼 오류가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냥 리퍼를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거 은근히 스트레스니까.

이제 막 동기화를 진행중인데 아쉬운 점이라면...액정보호 필름 하나가 날아갔다는 것이다. 내일은 SGP의 필름이나 하나 더 구입하러 가야할 것 같다.
  1. 나그네 2011.06.29 17:18

    sgp119 닷컴에 가시면 무상교환 서비스 되는데...

SKT가 아이폰을 도입한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당연히 기사에는 KT의 반응도 나와있다. 기사의 내용은 KT가 애써 덤덤하게 대응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나 떨고 있니?' 식으로 겁을 집어먹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KT가 떨고 있을까?

떨고 있는 척 SHOW 를 하는 것은 아닐까?

우선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SKT의 간단한 역사부터 이야기해야 겠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잠시 망각하고 있는 진실이다.
SKT는 실제로 2G 시절을 평정했었다. USIM칩이라는 것이 없던 시절, SKT는 모토로라의 덕을 많이 보았다. 사실, 지금의 SKT는 모토로라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기기는 역시 모토로라! 라는 인식이 뿌리박혀있던 시절, 스타텍은 부의 상징이었다. 011 번호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그 이후에 나온 레이저는 스타텍의 재림이었다. 그 면도날 처럼 예리했던 '레이저'는 면도날이 아닌 '양날의 검'이었다. 레이저는 모토로라와 SKT를 모두 흥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모두 망하게 만들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의 성공이후, 영화배우 미키 루크 처럼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물론 미키 루크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에 의해 재기에 성공했지만, SKT는 대런 아로노프스키처럼 모토로라를 재기시키지는 못했다. 게다가 KT가 출시한 아이폰은 SKT가 2G 시절 끌어모은 고객층을 뺏어가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SKT는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한다. 바로 삼성이다. 이쯤에서 SKT는 시장구도를 '안드로이드 + 심비안 + MS' 와 '아이폰'으로 양분시켰다. 삼성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으로 모토로라는 그냥 한 물간 영화배우 신세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물론 KT는 아이폰으로 스마트 폰의 선구자가 되었다. 공유기가 별로 없던 시절, KT는 여기저기에 WiFi망을 깔았다. 3G 데이터 요금의 압박에 시달리던 스마트 폰 유저들에게 WiFi는 마른 하늘에 쏟아지는 소낙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SKT가 갤럭시S로 맹공을 펼칠때, KT는 말없이 넥서스 원을 도입했다. SKT는 오로지 '서드파티' 제품군만 있었지만 KT는 레퍼런스 폰을 챙겼던 것이다.

국내 1위 통신사라던 SKT가 만약에 정말로 국내 스마트 폰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려는 자신이 있었다면 아마도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것도 '못 이기는 척' 아이폰을 도입한다고 하는 것은 갤럭시S만으로는 국내 시장을 평정하기 어렵다는 계산에서였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수십개의 안드로이드 폰을 쏟아부어도, 아이폰과 비등비등한 판매량을 고려해볼때 이제는 자신들도 아이폰을 도입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봉착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KT가 또 하나의 레퍼런스 폰, 즉 넥서스S를 공급하게 된 것도 한 몫한다. 모토로라를 버리고 선택한 삼성은 자사의 첫 구글 레퍼런스 하드웨어인 넥서스S를 KT에 공급하기로 함으로써 SKT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삼성을 탓할 수는 없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듯, 삼성은 언제나 '트랜드를 쫓아' 가는 기업이므로, KT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SKT가 아이폰을 도입해도, KT가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마트 폰 시장에서 KT는 이미 '트랜드'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독점으로 공급한다 해도, 그 약발이 곧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KT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아이폰 이용자가 SKT와 정확히 50:50으로 나뉜다 해도 기존의 KT망을 이용하던 아이폰3GS유저와 아이폰4 유저가 한순간 SKT로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아이폰3GS유저가 SKT에서 출시하는 아이폰5로 넘어간다 해도, 그 수는 많아봐야 기존 3GS사용자의 50%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KT는 나머지 50%의 손실은 어디서 채워넣을 것인가?

바로 삼성과 모토로라다.

삼성은 넥서스S를 비롯하여 갤럭시S의 후속 모델까지 KT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찬양일색인 모토로라의 새로운 스마트 폰 아트릭스도 KT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언론마저 대대적으로 삼성과 모토로라의 외도를 기사화 시켰다. 이것은 SKT측에서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사를 읽은 고객들이 '왜 삼성과 모토로라가 SKT를 떠났을까?' 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도 견고하던 그들의 관계가 이렇게 무너질리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SKT의 아이폰 도입 기사가 뜨면서, SKT도 더 이상 안되겠나보다, 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언론의 기사들은 KT의 입장에서 공짜로 자사를 홍보해주는 효과를 주게 되었다. '레퍼런스 폰은 모두 KT'라는 인식도 KT에게 여유를 줄 수 있다. 그러니 SKT가 아이폰을 도입한다해서 KT가 울상을 지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삼성은 SKT에 갤럭시S를 독점 공급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아이폰 대항마' 였다. 아이폰이 갤럭시S의 대항마라는 인식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이 KT에 갤럭시S 2와 넥서스S를 출시한다면, 더 이상 하드웨어적으로 '대항마'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같은 통신업체에서 발표했으므로 아이폰과 동등한, 혹은 '레퍼런스 폰을 만드는 기업' 이미지가 더 강하게 올 것이다. 요약하자면 SKT의 갤럭시S는 아이폰의 대항마였지만 KT의 갤럭시S 2는 아이폰과 동등한, 혹은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폰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시장의 구도는 자연스럽게 기존의 갤럭시와 아이폰의 구도가 아닌 '구글'과 '애플'로 나뉘는 것이다.

그렇다면 SKT가 아이폰을 통해서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SKT가 아이폰을 도입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미비하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은 여전히 인기있는 스마트 폰이지만 국내에서 그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이폰의 약발은 아이폰4의 예약판매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제 아이폰 효과는 그 정점에서 평행선을 긋던가 아니면 하락할지도 모른다. KT는 아이폰으로 울궈먹을때까지 다 울궈먹었다. 녹차로 따지자면 두세번 우려낸 것이다. SKT가 애플로부터 건네받은 티백은 이미 향이 약간 빠져있는 티백이다.
SKT도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전세가 역전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 모양이다. 블랙베리 토치를 밀어주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객들은 SKT의 아이폰이냐 KT의 아이폰이냐를 두고 고민을 하겠지만 모든 아이폰 구매고객들이 '아무런 고민없이 전부 SKT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SKT의 이익은 그저 소박할 뿐이다.

SKT가 아이폰을 도입한다고 해서 KT가 불리할 것은 없다. 지금이야 아이폰 위주로 스마트 폰 시장이 발전했지만 애플 못지않은 장사꾼인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폰7이 기다리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한창 성장기의 아이처럼 무럭무럭자라고 있다. 세계1위 업체인 노키아는 마이크로 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지금이야 구글 VS 애플이지만 후에는 MS + 구글 VS 애플이 될 것이다. SKT는 아이폰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구글의 차세대 레퍼런스폰 넥서스S와 모토로라의 프리미엄폰 아트릭스에 전력을 했어야 할지도 몰랐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폰7을 독점 공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하나의 파이를 둘이 나눠먹느니, 그것도 상대방이 이미 절반쯤 먹은 파이라면, SKT에게는 차라리 새로운 파이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늘따라 KT의 SHOW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마음속으로는 'olleh!'를 외치고, 겉으로는 SHOW를 하는 KT. 그들이 울상을 지으며 흘리는 눈물이 아마도 '악어의 눈물'은 아닐까?


  1. Favicon of http://duffy.tistory.com BlogIcon Duffy 2011.02.25 11:43

    스타택 이야기 재미있었네요 ㅎㅎ 근데 미키 루크 얘기는 도무지 모르겠네요 ㅠㅠ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2.25 14:26 신고

      미키루크 이야기는 미키 루크가 몰락의 길을 걷다가 대런 감독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슬러'라는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했고 그 영화를 계기로 미키 루크가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 kt가 웃지는 못할겁니다 2011.02.25 13:37

    모토로라는 어차피 skt에서 나가도 별일 없습니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해놓은 개차반이라..
    (저도 모토로라는 안씁니다..공짜로 줘도..)

    문제는 삼성인데 skt는 국내단말기 최대소비자입니다
    (한국은 imei화이트리스트규제로 통신사만 휴대폰을유통할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삼성이 skt를 우대하면 통신사 줄세우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kt를 우대하지는 못하는게 skt가 가진 유통망과 자금력이 크거든요
    삼성의 자가당착인데 그동안 skt에만 우량단말기를 밀어줌으로서
    skt의 이름값을 너무 크게 키워놓아서
    삼성은 포기해도 skt는 포기않는 고객이 태반입니다
    같은 단말기라면 skt에서, 통신사를 고른다면 skt라는거죠..
    그 통신사를 포기하게 만든 아이폰이 그래서 대단한거죠.
    삼성이 kt에서 하듯이 skt에 물먹이면 skt는 lg와 손 잡으면 그만입니다..

    kt가 불리할건 없지만 그렇다고 이득일 것도 없다는거죠..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1.02.25 14:26 신고

      님의 말씀도 맞습니다. ^^ 그러나 SKT도 그동안 많은 욕을 먹었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음을 감안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3. 지나가다 2011.02.25 15:27

    사실 아트릭스와 넥서스s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됬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sk 쓸 생각이 없거든요.

    sk가 확 망해서 현대로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재계에서 위에서부터 이미지 좋은 기업으로 내려오면 어느새 현대 이하까지... 그나마 제일 이미지 좋은 현대한테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삼성 한국에 있는 다른 제국 (법이 달라? 아니면 법을 무시?)
    LG 넌 왜 항상 삼등이니(꼴등아니니 다행이다만 NC보다는 잘하겠지?)
    SK 축구이용해 먹는 나쁜 야구기업
    현대차 국민이 봉이냐
    롯데 일본...기업
    현대 왜 금강산에 들어가서 털리는지...
    CJ ... 영x투자 열심히
    두산 왜 국방을 고따구로 만드는 것이냐 손대는 무기마다 문제가 생겨
    효성 사돈 잘두셔서 족헸습니다.

  4. 5345 2011.02.25 16:29

    저하고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못해도 본전치기인 KT입니다..

  5. 00 2011.02.25 19:22

    삼성을 우습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스마트폰이 아닌..일반 폰 중에는 삼성이 대부분입니다.

    삼성과 KT가 스마트폰으로 불화(?) 있을때 KT 피쳐폰은 못 봐줄 수준이였지요


    그리고 서울이 아닌 지방 50만명 정도의 도시만 가도
    와이파이 망은 KT 꺼 밖에 없답니다...

    모토글램 쓰는 제가 약정기간 채우고 KT 간다고 다짐한 이유랍니다.

  6. 돌돌이똥개 2011.03.23 21:54

    와 정말대박이네요 하나하나 다읽어봣어요 케이티 정말대박이군요 아이폰유저가 에스케이로간다고 해도 삼성과모토로라가있다... 거기서 완전 소름돋앗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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