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 6




  며칠 전, 델(Dell)의 27인치 모니터(U2715H)를 한 대 구입했다. 기존에 쓰던 24인치 LG모니터 하나로는 뭐랄까, 무척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예전 조교시절에 썼던 듀얼 모니터에 대한 편리함 때문에, 내 작업실에는 언젠가 꼭 듀얼 모니터를 설치해보고자 하는 로망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로망을 실현시킨 것이다. 

  문제는 공간이었다. 책상이 작아 가끔 노트북으로 동시에 작업을 하고 싶을 때 공간이 부족하여 책상 옆에 작은 보조 책상 하나를 마트에서 (비교적 비싼 값에) 구입해 놓은 터였다. 그런데 여기에 27인치짜리 모니터 한 대가 더 들어가려니 난감했다. 그래서 책상 왼쪽 부분에 1단짜리 책꽂이를 놓고 그 위에 LG 모니터를 올려두었다. 델 모니터는 높낮이가 조절이 되므로, LG 모니터의 높이와 맞춰두었더니 제법 그럴듯 하게 보였다. 

  나는 책상에 집착한다. 늘 잠들기 전에 인스타그램이나 구글로 다른 사람들의 책상이나 작업공간을 구경한다. 모두가 제각각인 그러나 기발한 작업공간들을 보고 있자면 내 책상을 다시 꾸미고픈 충동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배치도 달리해보는 등 책상을 다시 꾸며 놓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책상은 내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이 책상에서 미지의 세계를 창조해 낸다. 그러면 때로, 책상은 그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자동차처럼 느껴지고, 나는 운전석에 안전하게 앉아 마음 놓고 이런저런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상을 그저 책상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 책상은 하루 중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책상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임과 동시에 가장 가치있는 공간이다. 그동안 당신은 책상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있는 일들을 해냈는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책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공부도 못하는 사람들이 책상정리만 한다는 옛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나 어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책상을 깨끗이 닦고 연필이나 수첩들을 정리하는 일들은 중요하다. 작업공간이 산만하면 어쨌든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 자신의 감정은 차치하더라도 창작으로 인한 나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책상은 충분히 대접 받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1. Favicon of http://ohmyisland.tistory.com BlogIcon 마쿠로스케 2016.04.08 15:00 신고

    남편이 꿈꾸는 풍경이네요 ㅎㅎ 책상이 좁아서 필사적으로 막고 있죠.
    잘 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6.04.09 16:56 신고

    저도 책상을 가장 중요시 하고 있어요..ㅎㅎ 왠지 책상이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간다고 할까요..ㅎㅎ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04.09 17:03 신고

      맞습니다. 좋은 책상이 아니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지요. 꼭 좋은 책상이 아니더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책상, 그리고 공간이 꾸며지지 않으면 일이 재미가 없습니다. ^^



나는, 책상을 사랑한다. 내가 가진 최초의 책상은 아직도 우리 집 어딘가에 책들이 잔뜩 올라간 채로 놓여 있다. 그 책상은 어쩌면 삼십 년 쯤 된 책상일 것이다. 

책상을 사랑하는 나는, 그래서 잠이 들기 전에 얼마 간의 시간을 할애하여 instagram 같은 SNS 사이트에 올려 놓은 다른 사람들의 책상이나 작업공간을 구경하다가 잠이 든다. 굳이 내 집에 만들어 놓은 그런 작업실들이 아니어도 좋다. 카페, 혹은 침대나 소파 등 자신 만의(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자극이나 영감을 받게 된다. 


요즘 알게 모르게 유행인 것이 있다. 바로 '나의 작업 공간'을 공개하는 것이다. 관련 서적들도 제법 나와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desk를 검색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작업공간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깨끗한 카페에 커피, 브런치, 그리고 맥북과 몰스킨 노트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사진은 어찌보면 허세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즐기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을 엿 볼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작업공간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일찌기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아주 잠깐 언급했던 바로 그 테이블과 종이 대신, 우리 앞에는 어디서 구입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랩탑, 혹은 PC모니터나 스케치북등의 도구들이 놓여있다. 누군가는 이 도구들을 각각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하게 배치 해 놓는 것에서 안도를 느낄지도 모르고, 다시 누군가는 책상 위의 질서 따위는 무시한 채,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도구들을 보면서 창의력과 영감을 얻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책상을 한 번 가만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책상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내 책상 앞에서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가. 내 작업 공간이 내게 얼만큼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것들. 혹은 이런 나만의 책상이나 작업 공간이 없다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그건 그냥 시간낭비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여러분들의 삶을 보다 창의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