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 6D


나는 프로 사진가는 아니다. 그냥 취미로, 혹은 내 자신의 평화(?)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취미로 사진을 찍는 누군가에 불과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십 년 찍었다. DSLR을 쓴지는 대략 육 년. 다른 사진가들에 비해 미천한 경력이다. 그러나 이런 경력을 가지고도 내 나름대로의 사진에 대한 철학은 꾸준히 쌓아왔다. 마음가짐이랄까. 거창해보이고 싶진 않지만 나 자신이 사진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있다. 

어쨌든 사진을 취미로 삼고, 진지하게 접근해보려는 이른바 '초보'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러나 그들을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사진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펜을 잡고, 종이에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이 포스팅은 카메라를 구입했지만, 좋은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다. 그들에게 이 포스팅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약간이나마 사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필자 역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1. 장비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장비. 취미 생활의 장점은 바로 장비에 있다. 아니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있다고나 할까. 카메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고성능, 뽀대, 편리한 조작. 언제부턴가 카메라 장비는 그 장비를 소유한 사람에 대한 실력의 척도가 되었다. 마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부의 척도가 되듯. 보급기를 든 사람은 초보, 혹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중급기 이상 플래그십 수준의 장비를 지닌 사람은 거의 프로작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장비가 좋다고 프로작가(나는 프로작가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장비에 대한 집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첫 카메라'의 구입이다. 나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한 방에 가라'는 말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용어는 '합리적 선택'이다.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바로 '중급기'를 구입하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는 입문기 카메라보다는 가격이 더 나가고, 플래그십(혹은 고급장비)보다는 가격이 덜 나간다. 그러나 중급기는 플래그십 장비에 준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화소가 조금 부족하다거나, 연사가 조금 딸린다던가, 고감도 노이즈가 조금 더 생길 뿐이다. 

카메라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면 나는 주저없이 '조작의 편리함'을 들겠다. 고화소도 아니고, 판형(풀프레임, 혹은 크롭바디)도 아니다. 바로 조작이 얼마나 편리한가에 따라 사진을 찍는 재미며, 더 나아가서는 사진의 질이 판가름난다고 본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손은 오른손일 것이다. 굳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더라도, 오른손만으로 카메라의 여러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쾌적하고 편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 손에 카메라가 얼마나 익숙해지느냐는 얼마나 좋은 사진을 빨리 찍을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명제와 이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카메라는 다이얼이 두 개이며, 노출고정 버튼이라던가 ISO 버튼, 측광버튼, 화이트밸런스같은 필수적인 기능들의 버튼이 외부로 나와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사진을 조금 더 찍다보면, 이 세 개의 버튼과 두 개의 다이얼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필자가 주로 쓰는 카메라 중 캐논의 6D는 결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메라는 아니다. 화이트밸런스 버튼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캐논 6D의 경우는 Q버튼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 버튼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화이트 밸런스를 바꿀 수 있다. 그런면에서 필자가 메인으로 쓰는 또 하나의 카메라인 펜탁스 K-5는 조작성 면에서 거의 만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필요로 하는 모든 버튼들이 외부에 나와있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가 소위 말하는 장비병에서 우리를 구원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장비에 대한 집착은 자칫 후에 이야기할 '피사체'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장비는 계급이 아니다. 더 좋은 장비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으리란 보장은 없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구색을 맞춘답시고 화각별로 렌즈를 구비하는 일이 많은데 그것은 솔직히 말해 돈낭비나 다름없다. 렌즈는 자신의 사진촬영 성향에 맞게 구입해야 하는데, 아직 처음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일반 번들렌즈로도 충분하다. 번들렌즈는 보통 18미리에서 55미리(혹은 50미리)까지의 화각을 커버하는데, 광각에서 준 망원까지를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 번들로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이 어떤 화각의 사진을 즐겨 찍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진촬영, 그러니까 스포츠 촬영이라던가 새를 찍는 것이 아니라면 망원렌즈는 솔직히 구입해도 별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여행을 가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의외로 광각렌즈이다. 광각렌즈는 거의 '전천후' 렌즈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다면 렌즈는 18-50 정도에 조리개 값이 밝은(보통은 F2.8 고정조리개) 렌즈 하나를 구매하면 된다. 만약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했다면, 거기에 50mm 표준 단렌즈 하나 정도를 더 구매하면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겉멋만 들어 잘 쓰지도 않는 백통이니 뭐니 이런저런 값비싼 렌즈들을 잔뜩 구매해서 장비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약간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불필요한 렌즈들을 살 돈이면 여행경비로 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를 구매할 때 포인트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성능을 가진, 그러니까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높은 사양의 카메라를 사는 것이다. 렌즈는 두 개 정도가 적당하고, 욕심을 낸다면 화각별로 한 개씩(광각, 표준, 망원)만 갖추면 된다. 50mm표준렌즈는 가능하다면 1.4렌즈로 구입하면 좋고, 여의치 않으면 F1.8렌즈도 상관없다. 다만 표준줌 렌즈를 구매한다면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로 구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본다. 망원렌즈는 무리해서 낮은 조리개값을 가진 렌즈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F4정도면 적당하고, 거기에 손떨림방지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망원렌즈를 쓰려면 조리개를 적당히 조여야 하고(이것은 광각도 마찬가지다. 풍경사진을 찍는데 최대개방을 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광각의 경우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를 가진 서드파티 렌즈군들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관계로 가급적이면 F2.8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사는 것이 두루두루 좋을 것이다. 특히 표준줌렌즈 하나만 쓴다면 더욱 더 F2.8 고정조리개 렌즈가 좋다.) 어차피 삼각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장비에 대한 집착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방해가 된다. 좋은 장비를 가질 수록 더 좋은 장비를 원하게 된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비병 환자'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대들은 과연 가지고 있는 장비의 성능을 100% 전부 이용해 본 적이 있는지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진 장비를 100%, 아니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플래그십보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노력과 열정으로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에게는 장비보다 피사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피사체에 집착하라


여기서 피사체에 '집착'하라는 의미는 좋은 피사체를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한 장소에서 기다린다거나,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순간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장비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결국 우리는 '장비에 잠식당하는' 꼴이 되겠지만, 피사체는 그렇지 않다. 피사체는 마치 두더쥐 게임과 같아서, 그럴듯한 피사체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피사체에 대한 집착'은 '피사체에 대한 집중'과도 같은 말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피사체를 찾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얼핏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피사체를 발견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고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것과, 카메라의 렌즈가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했던 것과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것의 간극을 좁혀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같은 피사체를 여러번 찍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좋은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피사체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예컨대 희귀한 꽃을 찍고 남이 찍지 못하도록 꺾어버린다던가 하는 식의 상식밖 행동들은 집착이 아닌 광기나 다름없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집착'이란, 마치 글을 쓸 때 좋은 문장, 좋은 단어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다.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피사체, 더 좋은 풍경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3. 걸어라, 카메라를 메고. 


자기 소유의 차가 있다면 물론 사진촬영을 하는 데 더 없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많이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차를 이용하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풍경도, 대중교통이나 기차를 이용하면 놓치지 않거나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피사체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되도록 가방은 가볍게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방이 무거우면 몸이 지치게 되고, 그렇다보면 결국 여행의 의미도 없어질 뿐더러 초반부터 기운이 빠지게 마련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다면 그날의 컨셉을 정해서 그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만 가지고 다니자. 

많이 걷는 것은 비단 사진촬영 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하게 되면 운전에만 집중하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것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사색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취미가 주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일게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늘 맞부딪히게 되는 근원적인 고민, 그러니까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는 것. 그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장점들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이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회생활에 찌들어사는 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이며, 사진이라는 취미는 충분히 여러분들에게 여유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4. 혼자 공부하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필자 또한 사진을 찍으면서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 익혔다. 이론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혼자 여러 방법으로 찍어보다보니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 있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배운다며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된다. 혹은 단체로 출사를 가거나.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과연 여러분들에게 얼만큼의 도움이 될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사진집이라던가, 혹은 유명 사진가들의 홈페이지를 보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순수하게 사진 자체에 대한 탐구를 하는 모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동호회라는 것이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는 내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하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단체 출사라던가 동호회 출사 같은 것을 거의 가 본적이 없다. 어디가서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다. 필자는 철저하게 혼자 공부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커뮤니티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 데 있어 카메라 메뉴얼이 큰 도움을 주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 적인 것, 즉 조리개, 측광, 화각 만 알면 거의 다 배운것과 다름없다. 나머지는 테크닉의 영역이고, 이런 테크닉들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5. 빛을 이용하라


카메라는 빛의 예술이다. 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피사체라도 사진은 달라진다. 요즘에는 디지털 기술이 좋아져서 빛을 임의로 조작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자연광만큼 훌륭한 빛은 없다.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다. 이 시간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이 때의 빛은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가장 짧기도 하다. 

빛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측광'을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카메라 메이커마다 명칭은 약간씩 틀리지만 일반적으로 평가 측광, 부분 측광, 스팟 측광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보통은 평가 측광을 많이 이용하지만 스팟 측광도 잘 이용하면 독특한 사진이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무 햇빛이 밝은 시간에는 어떤 피사체를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빛이 밝을 때는 그 밝음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빛이 거의 없을 때는 남아있는 최소한의 빛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빛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사진의 고수나 다름없다. 


이렇게 다섯 가지 외에도 몇 가지 덤으로 충고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일단 카메라는 늘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DSLR이 부담스럽다면 똑딱이라도, 똑딱이 조차도 여의치 못하다면 스마트폰으로라도 꾸준히 사진을 찍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가 된다면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으로 간단히 보정하는 방법 정도는 배워두는 것이 좋다. '보정은 진정한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DLSR은 기본적으로 각 메이커마다 보정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찍는 JPEG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보정'을 해서 출력해 보여주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니 DSLR로 사진을 찍으면서 '보정은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모순인 것이다. 과도한 보정이라도 사진의 컨셉에 맞는다면 상관없다. 사진은 내가 표현하기에 따라 보급기나 중급기, 고급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도구로써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벼슬이 아니다. 카메라가 나를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더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크롭바디를 가지고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 똑딱이로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장비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요즘에는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내가 이 카메라를 살 때만 해도 큰 돈을 주고..." 따위의 말들은 소용이 없다. 카메라를 박스에서 꺼내는 그 순간부터, 그 카메라는 구형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라. 이런 일련의 행동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가진 장비로 했던 노력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1. 깊은눈 2014.05.06 18:52 신고

    공감되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_^

  2. Favicon of http://ran.innori.com BlogIcon 선배/마루토스 2014.05.07 09:59 신고

    좋은 피사체...조차도 큰 주제를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 부분만 빼고 공감합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05.07 11:39 신고

      사진 생활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결국 결론은 마루토스님의 말씀대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주제'에 대한 문제를 잠시 간과하고 있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Canon EOS 6D


1. 한방에 가라


흔히 처음 카메라에 입문하면 '한방에 가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입문자라고 해서 입문기를 쓴 뒤에 나중에 사진 좀 알게 되면 기기적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급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일게다. 

나는 '한방에 가라'는 이야기를 일렉기타를 구입할 때 처음 들었다. '비싼 돈 주고 샀기 때문에 돈이 아까워서라도' 기타 연습을 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적어도 '디지털 제품'에서 만큼은 이 '한방에 가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플래그십'이라는 용어는 이제 무의미해진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오늘 구입한 플래그십 제품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일 년 정도면 '과거의'라는 수식어를 마치 훈장처럼 달게 된다. 그만큼 눈부신 기술의 속도 때문이리라. 카메라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디지털' 카메라를 쓴다. 그리고 디지털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요즘 시대는 풍요속의 빈곤이 아니던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그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 상황'에 맞춰 취미생활을 하는데, 거기에 '무리'라는 단어가 붙으면 일단 힘들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1~2년이 지나면 우리가 '고급기종'이라고 구입했던 장비들의 가격이 마치 스펀지가 오그라들듯, 처참하게 내려가게 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물론 그 1~2년 사이에 충분히 본전을 뽑았다면 그 또한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대체로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를 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후회 뿐이다. 고급기종은 언제건 구입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해가 바뀔 수록 고급기종은 계속 튀어나오게 마련이니까. 


둘째는 보급기나 입문기로도 어느정도 노력이 수반되면 원하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다. 풀프레임과 크롭바디의 차이점, 즉 '심도'에 관한 문제도 그렇다. 누구는 사진을 찍을 때 심도에 목숨을 거는 이가 있는 반면, 또 누구는 그것과는 별개로 추구하는 사진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풀프레임 카메라보다는 크롭바디가 현실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음을 여러분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풀프레임 카메라가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 언젠가는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데 동호회 사람들이 풀프레임 카메라가 좋다고 한다해도 무리해서 풀프레임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한 장이라도 더 사진을 찍는 것이 시간적으로는 효율적이고, 금전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여러분들은 카메라를 왜 구입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사진을 찍으려고 구입한 것이 아닌가.


2. 장비자랑


참으로 허무한 짓거리라고 볼 수 있다. 한 때 플래그십이었던 캐논의 1D 시리즈들의 중고가격을 본다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형 플래그십을 구입해서, 그것을 다른 이에게 자랑한들 몇 년이 지나면 그 또한 구닥다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나는 이만큼 돈이 있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것인데 왜 그런 돈자랑을 다른이에게 하는지 나는 개인적으로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비싼 장비를 구입하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남이 무슨 카메라로 무엇을 찍든, 자신은 자신의 사진만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다른이에게 장비를 자랑할 시간에 그 좋은 장비로 더 좋은 사진을 찍어보자. 왜 비싼 장비를 구입했는지 생각해보면 역시 답은 쉽게 나온다. 

더 편하고, 더 좋은 사진을 찍어보려고.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3. 사고팔기


카메라를 구입했다고 해서 모두가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카메라 그 자체가 좋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논외로 하자. 

이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이들은 장비를 사고파는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애초부터 '필요한' 장비를 샀다면 결코 다시 팔 일은 없는 것이다.(물론 생계라던가 극히 개인적인 사정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떤 장비가 더 좋다던데?'라는 말에 혹해서 기껏 모아놓은 장비들을 손해봐가면서 팔고, 그리고 새로운 장비를 다시 구입하기까지 소비되는 돈과 시간을 계산해보자. 그 차액으로 더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그 시간으로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정말로 여러분들이 '사진을 찍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장비를 바꿈질하기 보다는 더 생산적인 일들이 있다. 예컨대 괜찮은 출사지라던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포인트를 발견해 내는 작업 같은 것들 말이다.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다른 장비로 교체했을 때의 만족감은 '순간'일 뿐이지만, 정말로 괜찮은 곳에 여행을 가서 나만의 출사지를 찾아냈을 때의 만족감은 영원하다. 


4. 신제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써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얼리아답터'라고 한다. 이런 분들은 3번의 '그냥 카메라 그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의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에 역시 예외로 두겠다. 

그러나 지금 잘 쓰고 있는 장비를 소위 말하는 '장비병' 때문에 바꾸는 분들이 계시다. 특히 신제품이 등장하면 참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3번의 '사고팔기'를 무리해서 반복한다. 그리고 신제품을 구입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 디지털의 시대는 '순간'과 같아서 금새 '구형'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신제품'의 등장을 그저 구경해야만 한다. 

카메라 같은 경우, '신제품'이 깡패라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사진을 찍기에 조금은 더 쉽고 편해지고 화질이 더 나아질지언정, 그간의 고생들(사고팔고 무리해서 또 사고)을 보상해주지는 못한다. 

이쯤에서 나는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은것이 있다.

그대들은 본인의 카메라에 셔터박스가 아작이 나도록 써 본적이 있는가? 만약 아직도 자신의 셔터박스가 쌩쌩하고, 어디하나 고장난 곳이 없다면 그 카메라를 조금 더 혹사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내 손에 익숙한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그 말이 더 없이 훌륭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5. 나만의 장비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샀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카메라 업그레이드나 다른 렌즈들을 추가하기 위해 중고장터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사진은 언제 찍는다는 말인가?'

나만의 장비를 구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시행착오도 분명 생긴다. 그래서 카메라 제조사들은 '번들 렌즈'라는 싸구려 줌 렌즈를 끼워서 판다. 광각부터 준 망원까지 다양한 화각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번들렌즈를 이용하면 본인들이 어떤 화각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가를 알 수 있다. 풍경을 찍는다면 광각렌즈를, 스냅이나 인물이 주가 된다면 표준 단렌즈나 번들렌즈보다 좀 더 밝은 표준 줌렌즈를, 새나 동물을 찍기 좋아한다면 망원렌즈를 구입하면 된다. 그렇게 나만의 장비가 마련되면 그 때부터는 다른 더 좋은 장비를 살펴보는 대신에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전되고 검색하기 좋은 시대에,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자신에게 맞는 '좋은'장비를 충분히 구입할 수 있고, 그렇게 한 번 구입한 장비들은 최소한 본전을 뽑을 때까지, 아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자신의 메인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 메인 도구를 늘 바꿈질을 하게 되면 결국 내 취미생활은 '사진'이 아닌 '카메라 바꿈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언젠가 여러분들은 최고급기종의 카메라를 한 번은 써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그 돈과 시간을 아껴서 여행을 다니거나 더 좋은 출사지를 찾아 사진을 찍는 것에 투자해야한다. 결국에는 그것이 '사진'이라는 취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그것을 담는 것. 그러면서 삶을 알아가는 것이 사진이 아닐까. 


  1. 안녕하세요. 공감가는 글 잘읽었습니다. 하하

    저도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고 2007년에 구입한 d200을 아직도 쓰면서 만족하고 있지요.ㅋㅋ 아주 가끔 기변생각도 있지만 글처럼 셔트박스 나갈때까지 한번 쓰보려고 합니다. 하하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CUPLEONLY BlogIcon CHOI 2018.10.03 22:38 신고

    장비병에 걸린 저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소중한 글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쓰신 글이지만 지금에서도 저에게 울림을 주는 좋은 글입니다.
    사진을 취미로 했는데 사진기가 취미가 되어버리는 현재 제 상황이 참 역설적입니다.
    지금 제 장비가 별로라는 말에 혹해서 다른 장비를 중고장터에서 마구 마구 알아보는 병적인 집착이 도진 시점에 이 글이 저에게 "지금 그 장비로도 충분해,
    더 좋은 장비를 알아보기 보다 지금 장비를 계속 써봐, 그리고 더 좋은 출사지, 더 좋은 풍경과 피사체를 찾아 다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훈훈하게 지켜봐, 더 좋은 장비는 나중에 더 좋은 사회적 위치에 도달하면 그때 구입하자"라는 마음의 다짐을 주었습니다.
    정말 일에 집중도 안되고, 그 일이 힘드니 사진기를 알아보는 집착 같은게 생겼나 봅니다.
    이 사진기를 알아보는 과정속에서 현실을 외면 할 수 있고, 좋은 가격에 중고 카메라를 손에 넣었을 때 그 안도감이 마약처럼 저를 위로해 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진의 본질인데 저는 그것을 외면 하고 있었네요.
    내가 무엇을 담으려고 하는가, 왜 나는 사진을 취미로 했는가. 이 사진이 내 일의 생산성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것들을 다 무시하고 오로지 장비에만 집착했으니
    정말 바보 같았네요~
    사람이라는 게....
    한 없이 어리석고 또 이런 좋은 글을 보고 나면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 가네요.
    이글은 제 사진이란 취미에서 전환점이 되어준 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iPhone 4S

 

1. 장비가 좋으면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한 번쯤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출사를 나갔을 때, 근육질의 바디와 한껏 발기한 듯 우뚝 튀어나와 있는 육중한 렌즈들을 보며 한 번씩은 쫄아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메이저급 카메라가 아니면 '무시'를 당하고, 심지어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토이 카메라만도 못하다는 식의 시선들.

카메라가 BMW나 벤츠, 페라리같은 외제차라면 강남역에서 여자라도 꼬실 수 있겠지만, 1:1 플래그십 카메라에 최고급 렌즈를 달고 강남에 간다한들, 잘해야 사진기자, 보통은 몰카나 찍는 파파라치쯤으로 오해나 받을 것이 뻔한데 우리는 왜 그리도 장비에 목숨을 거는가.

 

장비가 좋으면 훌륭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다. 예컨대 카메라를 처음 살때 딸려오는 '번들'렌즈 보다는, 빨간띠가 둘러진 값비싼 L렌즈가 훨씬 더 섬세하고 작품성있는 사진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래서 '작품'하나 찍으셨냐고.

 

몇몇 '사진작가'님들은 좋은 사진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요소가 장비에 있다고 거의 신앙처럼 믿는 분들이 있다. 카메라와 렌즈의 기계적 요인이 사진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좌우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카메라 매커닉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한편으로는 사진을 찍는 주체가 카메라를 조작하는 사진가가 아닌 카메라 그 자체로 전도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진을 찍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선'과 '인내심', 그리고 '떨리지 않는 손'이다. 아무리 몇 백만 원짜리 렌즈를 그 좋은 카메라에 장착하고 사진을 찍는다 한들, 결국 피사체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눈이며 셔터를 누르는 것은 내 손이다. 싸구려 일회용 똑딱이 필름 카메라로도 '작품'은 뽑아낼 수 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은 '프로 사진작가'나 하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프로 사진작가'도 아니면서 왜 '프로들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가.

 

2. 찍을 것이 없다며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다. 비가와서 못 나간다, 날씨가 흐려서 못 나간다, 더워서 못 나간다. 핑계들도 많다. 경차 한 대 값에 맞먹는 장비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사진을 찍으러 나가지 않는 이들을 보자면 경악을 금치 못할때가 있다. 그것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조상 영정을 모셔두듯 카메라를 모셔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당신들은 사진을 찍으러 나가지 않는가. 비맞는게 싫어서 데이트도 못하겠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쨌든 우산하나 챙겨서 밖으로 나가면, 밝은 날에 볼 수 없었던 더 다양한 세계들이 펼쳐져 있다. 날씨 좋은 날은 똑딱이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든, 그 환경이 아무리 사진을 찍기 힘든 상황이어도 카메라만 있다면 색다른 피사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3. 피사체

 

를 고른다며 마치 밥상에서 반찬 투정하듯 골라서 사진찍는 이들이 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그 비싼 카메라로 스튜디오 안에서 반쯤 벌거벗은 채 교태를 부리고 있는 여자모델들만 찍고 카메라 커뮤니티에 올려 추천수에만 만족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만들어진 장소, 만들어진 모델을 두고 사진을 찍는 것을 두고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서 과연 여러분들의 사진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낯선 장소, 정해지지 않은 피사체,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이런 요소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널려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이런 요소들을 찾아내는 시선을 연마하는 일이다. 남들이 찾지 못한 피사체를 찾았을 때의 쾌감은 그 어떤 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그런 짜릿함이 아닌, 그저 누구나 다 찍을 수 있는 피사체를 찍는다면, 언젠가는 사진생활에 있어 권태기를 맞을 위험이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둘러보라. 새로운 것은 저 멀리 아프리카 오지나 이라크 전쟁터, 인형의 집처럼 아름다운 집들과 풍경이 즐비한 유럽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대문을 열고 나가는 그 순간부터 새로움이 펼쳐져 있다. 더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버스만 타면 된다.

 

4. 사진에 대한 감상을

 

게을리하는 것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음악도 열심히 듣지 않은 채 작곡부터 하겠다고 난리치는 것과 같다. 여러분들은 기백만 원을 넘어서는 값비싼 장비들은 잔뜩 살 돈이 있으면서, 몇 만 원도 채 하지 않는 사진집은 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의 눈은 그저 카메라 커뮤니티 1면에 올라있는 여자모델들에 익숙해져있어서 정말로 잘찍은 사진은 어떤 사진인가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있다.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지 않고는 작곡을 할 수 없듯,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지 않고는 개뿔. 아무것도 없다.

흔히들 해외여행을 하면 시야가 넓어진다고들 한다. 사진에서 시야를 넓히려면 꼭 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해외의 다양한 사진사이트들, 그리고 사진집들만 구입해서 봐도 여러분들의 시야는 금새 넓어질 것이다.

그들처럼 사진을 찍어보려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자존심이 강해 나만의 작품을 찍어야겠다고 고집하고 있는가. 유명 뮤지션들도 다 고전을 카피하면서 성장해왔다. 예술은 과거 선배들의 작품을 공부하고 감상하며 따라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진도 다를바 없다. 더 많은, 더 좋은 장비를 위해 중고장터를 눈팅하는 시간에 차라리 사진집 한 권을 더 감상하던가 관심있는 포토그래퍼의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그들의 사진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몇 백만 원짜리 장비를 사서 얻은 결과물보다, 그들의 사진을 감상하고, 그들을 따라해서 얻은 결과물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것은 내가 장담할 수 있다.

 

5.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본적 있는가. 기왕찍는 사진. 나 혼자만 감상할 것이라면 상관없다. 다만, 이 사진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면 그 사진에는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할 때까지를 매일 하루씩 사진으로 찍었다면, 그 사진은 나중에 성장한 자녀에게 그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내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줄 수 있는가. 내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 한 장의 사진속에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아마 놀랄 것이다. 늘 어떤 것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내 사진 한장이 세계를 바꾸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내 주변의 작은 부분은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그 변화는 '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필름 시절에는 한 컷 한 컷이 소중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필름은 많아봐야 36컷이었기 때문이다.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기회는 단 36번 밖에 없었다.

이제는 메모리의 용량이 다 할 때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만큼 셔터는 가벼워졌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면 된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한 장만 우연히 걸리면 된다. 이러한 생각이 과연 우리의 사진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비록 디지털 카메라라 할지라도, 단 한 컷을 얻기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그 사진은 사진 이상의 가치, 즉 작품으로써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장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남이 훌륭한 장비를 갖고 있다해서 그들이 '프로'는 아니다. 내 기준에 '프로'는 사진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연구하는 이들이다. 검도의 고수가 젓가락만 쥐어줘도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듯, 내 손에 똑딱이 하나만 있어도 누구나 감탄할 만한 한 컷을 찍는 사람. 그것이 프로 아닐까.

  1. 2012.11.12 13:35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2.11.12 13:57 신고

      아주 불쾌한 경험을 하신 모양이네요. 제가 봐도 기분이 나빴을 것 같습니다. 사실, 합리적인 카메라 선택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것은 내게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허세들, 장비에 대한 자부심과, 그래서 스스로가 '프로'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보자면 한편으로는 딱하기까지 합니다. 프로는 장비가 아니라 결과물과 마음가짐. 즉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장비는 그저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일 뿐이죠. 덧글 감사드립니다.

  2. Favicon of http://pm08.tistory.com BlogIcon pm08 2012.11.12 15:55 신고

    오랜만에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즐기려 사용하는 카메라와 일할때 쓰는 카메라를 분리해서 사용하긴 합니다. ㅎㅎ

    아무래도 물리적인 화질에 대한 보장이 되는 카메라가 필요해서일까요.. ㅎㅎ

    하지만 즐기는 사진에는 아무 제약이 없는 듯 합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2.11.12 16:34 신고

      덧글 감사드립니다. 카메라가 직업수단이라면야 당연히 구분이 되겠으며 가급적 좋은 장비를 쓰시는 것이 낫겠지요. 저는 그것보다는 사진을 즐기는데 '장비우선주의자'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고가의 장비를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그런 부류들이 있습니다. 사진 작가랍시고 아마추어들을 무시하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은 보통 '장비'가지고 무시를 하더군요.
      아무튼 올림푸스 e-p2 쓰시는 것 같은데 블로그 들려서 좋은 사진 감상하고 갑니다. 최근 미러리스에 관심이 좀 갑니다.

    • 2012.11.12 16:55

      비밀댓글입니다

  3. Favicon of http://blog.daum.net/emylife BlogIcon 프리맨 2012.11.13 11:20 신고

    참 좋은 글 가슴 깊이 잘 읽어 보았습니다..
    잠시 반성도 해 보고요..
    블로그에 참 오래간만에 이런 댓글을 다는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ghbj.tistory.com BlogIcon Byeong-jun 2012.11.13 17:20 신고

    가슴에 와닿는 글이네요. 이번엔 어디 가지? 하면서 고민하기보다 내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거 같아요. 피사체 하나를 두고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보는 데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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